그 날 이후 2번의 봄이 지나고 어느덧 3번째 봄이 왔다.
그 사이 난 27살이 되었고, 사회생활 3년차가 되어가고 있었다.
3년이란 시간동안 변한건 없었다.
그 날 이후로 민석이와 따로 연락할 일이 없었고,
나와 민혜, 그리고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직장인이 된 후 자연스레 그 시절을 그저 추억으로 남겼다.
데뷔 8년차가 된 엑소는 예전만큼의 명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건재했으며
얼마 전, 어느 순간부터 연중행사가 된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난 간간히 기사로 엑소, 그리고 민석이의 소식을 듣곤 했다.
누군가 나에게 미련이 남진 않았냐 묻는다면 난 아마 이렇게 말을 하겠지.
'지금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 날 이후로 연애를 하진 않았지만 그게 민석이 때문인지 아닌진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연애 할 마음이 안 생겼다는게 결론.
하루 하루 회사 일에 치여 말 그대로 살아내기도 벅찬 요즘 연애가 다 무엇이야..
슬슬 집에서도 결혼의 압박이 들어오지만 그냥 무시한 채 지내고 있었던 어느 날,
나에게 청첩장이 날아왔다.
'따스한 봄 햇살이 만연한 요즘
봄 햇살의 축복을 발판삼아 서로가 서로의 길잡이가 되어
남은 평생을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발걸음 하셔서 저희의 앞 날을 함께 축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민혜 올림.'
민혜의 결혼식 청첩장이었다.
여전히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카톡을 주고 받으며 지내고 있었기에
민혜의 결혼 소식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이미 민혜의 남편 될 사람도 많이 만나 봤고,
민혜를 많이 이뻐해주고 사랑해주는 남자라 빨리 결혼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랬기에 이 청첩장이 매우 반가웠지만..
그동안 민혜가 결혼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단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김민석.
민혜의 결혼식에 내가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민혜 결혼식에 오빠인 민석이가 온다는 것 또한.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그저 애꿎은 눈 앞 모니터에 띄워진 엑셀창의 스크롤을 오르내리며 정신 없이 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민혜의 결혼식 당일 날이 되었다.
당일 아침까지도 나의 머릿속은 정리가 안되고 복잡했다.
하지만 어차피 김민석은 민혜 친오빠이니 민혜만큼이나 정신이 없을 터.
그저 조용히 민혜만 만나서 축하해주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래, 내 생각은 그랬었다.
"어머~! ㅇㅇ야! 왜 이리 오랜만이야~!"
민석이 생각때문에 간과한 것이 있었다.
들어가면 민혜만 만나는게 아니라 민혜 어머님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민혜 어머님도 우리가 만났다 헤어진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시간이 많이 지났고 지금은 과거 아들 여자친구보단 딸같은 존재라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나도 오랜만에 어머님을 만나니 반가움에 잠시 근황이야기를 나누다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너무 신경쓰여 민혜 좀 만나고 오겠다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김민혜!"
"어, 왔어?"
평소 치마라곤 모르고 살던 민혜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 친구가 유부녀가 된다니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괜시리 울컥하는 마음에 애써 시선을 돌리니 민혜가 그런 날 보고 웃으며 말했다.
"너도 빨리 결혼해라. 이거 되게 좋은거같아."
민혜도 백현이와 헤어진 후 한동안 내색은 안했어도 많이 힘들어 했다.
원래 힘든 일이 있어도 속으로 삭히는 애라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더 많이 힘들어했겠지.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내가 민석이와 헤어졌을 때 그래도 괜찮아지더라며 위로해주던 나의 친구가 결혼을 한다.
그것도 행복함이 묻어나는 표정을 지으며.
"잘 살아라! 남편이 말 안들으면 너의 성격을 보여줘!!"
장난스레 말을 하니 민혜도 장난스레 웃으며 받아친다.
"여기서 너한테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투닥투닥 거리다 밀려오는 하객들에 나중에 보자며 인사하고 나오니
딱히 식 전까지 할 일이 없어 근처 카페에서 10분이라도 앉아있다 올까 싶어 나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의 손목을 잡았다.
잡고 나의 몸은 돌릴 생각도 못한 채 가만히 서있는 그 사람은
뒤돌아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의 손목을 잡은 그 손의 크기와 온도가 쉽게 누군지 알아챌 수 있게 했다.
서로 말 없이 그 자세로 서있다 먼저 나의 손목을 놓은 민석이가 말을 시작했다.
"잘 지냈어?"
3년만에 만난 우리 사이에 잘 지냈냐는 물음은 불필요했다.
대답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모습만 보면 이미 어떻게 지냈을지 눈에 훤했으니까.
이제 곧 식이 시작하는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 둘 중 어느 한 명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안내방송이 나오고 그제야 민석이가 이따 식 끝난 후 잠시 보자는 말을 남기고 식장으로 향했다.
뒤이어 나도 식장에 들어서니 곧 식이 시작되었다.
양가 어머님들이 나와 초에 불을 붙이고, 신랑될 사람이 나왔으며
곧이어 민혜가 아버님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걸어나왔다.
누가봐도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걸어가는 민혜에 절로 미소가 지어져 바라보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어?"
잘못봤겠지..?
뒷 편 한쪽 구석에서 눈에 익숙한 사람을 본 것 같았지만
애써 아닐거라 고개를 저었다.
설마.
다시 확인해 볼 엄두는 나지않아 그저 주례 선생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정신없던 예식이 끝이나고 양가 부모님과의 사진촬영, 가족들과의 사진촬영,
마지막으로 지인들과의 사진촬영을 했다.
가족들과 사진촬영 할 때 일부러 그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눈이 마주칠 것만 같아서.
그러다 지인들과 촬영을 할 때 나가서 사진을 촬영한 후 민혜가 부케 던지는 시간이 되었다.
애초에 받기로 했던 친구가 이미 정해져있던 터라 난 멍하니 서있었다.
잠시 다른 생각으로 빠지려던 찰나
"응?"
내 품안엔 민혜의 부케가 안겨있었다.
어리둥절해 주변을 보니 다들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민혜도 당황한 것을 보니 의도한 것은 아닌 것 같았고, 그저 힘 조절 실패..?
어쨋거나 내가 받았으니 원래 받기로 했던 친구도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어영부영 그 부케가 나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다들 식사하러 피로연장으로 가고 민혜도 폐백하러 떠나 나도 동기들과 함께 피로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ㅇㅇ야."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날 부르는 목소리에 멈춰섰고
주변에 함께 있던 동기들도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그 곳엔 민석이가 서있었고 민석이와 나의 관계를 모르는 동기들은 처음엔 의아해하다
이내 내가 민혜와 친하다는 것을 생각했는지 민석이가 날 부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ㅇㅇ야, 민혜 오빠가 부르신다! 우리 먼저 가 있을게~!"
동기들이 떠나고 분주한 주변 사람들의 발걸음과는 상반되게
우리 둘은 다시 그냥 멀뚱히 서있었다.
그러다 민석이가 다시 한번 나의 손목을 잡았고, 비상구 쪽으로 걸음했다.
다들 식사하러 떠나서 그런지 비상구엔 한 사람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사실 난 그때까지도 지금 이 상황을 당황스러워했고 어떻게 해야 할 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ㅇㅇ야."
민석이의 부름에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드니 민석이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친 눈에 마치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석인 여전히 날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픈 눈빛으로.
3년 전 우리가 마지막을 고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회사에서 눈치보며 지내고 기자들의 횡포에 상처받으면서도
또 이별을 고하는 말을 본인이 뱉어내며 자신의 마음에 스스로 생채기를 내면서도
민석이는 자신의 상처보다 내가 받을 상처를 더 아파했다.
여전히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민석이를 보자니 그때 그 기분이 드는 건지 자꾸만 눈물이 나려했다.
결국 난 그 자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돌아서려 했다.
내가 몸을 돌리려 할 때 이를 제지하는 민석이에 의해 다시 돌아왔지만.
"나 급한 일 있어서 가봐야 돼."
"알겠어. 5분만, 아니 3분만."
있지도 않은 급한 일을 만들어가며 벗어나려 했지만 민석이는 끝까지 날 이겨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도망치기를 포기한 내가 가만히 서서 민석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너에게 질문했던거 내가 대답 할게."
"ㅇㅇ야, 나는 잘 못지냈어."
"너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난 후 잘 지낼 수가 없었어."
"엑소 시우민은 잘 지냈을지 몰라도 김민석은 잘 지내지 못했어."
"지금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지만"
"단 한순간도 널 잊지 못했어."
무의미하다, 민석이의 말이.
우린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왔다.
그걸 서로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을 입에 담기엔 그 말이 지니고 있는 가시가 너무 아프다.
"늦은거 알아. 하지만 지금 너를 그냥 보내면 3년전 그 날처럼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
비상구 문 밖으로 신부의 오빠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뿐인 여동생, 동생바보 소리 듣던 김민석이 저 말에도 불구하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듣다 못한 내가 가보라고 말을 해도 움직이질 않는다.
"오빠, 민혜 폐백해야하잖아."
나의 말에도 가만히 서서 날 보던 민석이가 한 손을 들어 부케가 들린 나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 놓은 후
돌아서 비상구 문 손잡이를 잡았다.
"3년 후회했으면 이제 그만 해도 되겠지?"
"이제 후회할 짓은 하지 않을게."
"또 보자, ㅇㅇ야."
우리의 사이에 두 번의 봄이 지나가고 세번 째 봄이 찾아왔다.
축 김민석 생일 축 |
워더들!!! 잘 지내고 있었어요??ㅠㅠㅠ 민슈가 왔쑵니다 그렇게 완결이 나고 다들 멘붕에 멘붕이 더해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특별편이라기엔 좀 저퀄이지만 들고 왔어요! 이거 쓰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면 믿으시겠어요?... 일하면서 틈틈히 답글도 달아주고 글도 쓰고... 완결이 난 이후로 이 글을 올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아주 폭풍같은 시간을 보낸 민슈입니당 워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참 많이 궁금해요!! 티저들은 왜이리 이쁘고 진짜 민석이는 왜이리 사랑스러운지ㅠㅠㅠㅠㅠㅠㅠㅠ 그저 앓다 죽을 김민석을 외치며ㅠㅠㅠㅠㅠ 하....
완결이 나고 여동생썰을 1편부터 다시 보고 있는데 왜이리 오그라들고 창피한지 모르게썽요ㅠㅠㅠㅠㅠ 그래도 밑에 이쁘게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또 한번 감동받고..ㅠㅠㅠㅠ 워더들!!! 잘 지내고 황사 조심하시고 미세먼지 조심하세요!!!!!! 제가 많이 좋아합니다~~!! 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
+우리 밍쬬기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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