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야, 잘 잤어?"
"……지랄한다."
아, 세상에. 너희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엄마, 저 좀 살려주세요.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낯익은 얼굴 두 개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침부터 이런 흔치 않은 광경이 일어난 건 아마도 저번 주 금요일 일 때문이리라. 정말 나에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저 둘이 와서 대뜸 말했었다. 할 말이 있다면서 동시에 좋아한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뱉어낸 둘은 대답 없는 나를 보며 서로 머리채를 잡았었다. 이래서 내가 동시에 말하지 말자고 했지, 이 새끼야. 그게 왜 내 탓인데. 등등. 멍청한 놈이, 머리 굳은 새끼가, 이런 저런 수식어를 붙여가며 서로를 깎아내리던 둘은 점점 말도 안 되는 얘기들로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었다.
"김태형, 요즘 남자 트렌드 모르냐? 나처럼 다정한 남자가 최고라고."
"네가 다정한 축에 속하면 나는 무슨 보살이냐 미친놈아. 츤츤거리는게 잘 먹히거든."
둘 다 좋지만 너희는 아니야. 좀 그래.
"그럼 탄소한테 물어보던가."
"그래 그러면 되겠네. 탄소야, 이 새끼야 나야?"
갑자기 불똥이 왜 나한테 튀는 거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내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다시 서로의 머리채를 붙잡는 두 놈이었다. 아, 유치원생 두 명 데리고 사는 기분이다. 그때 나도 참 멍청했던 게, 차라리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이렇게 상황이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모호하게 대답을 해버렸다. '하는 거 보고 대답해줄게.' 라니. 다시는 대답을 미루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게 된 요즘이다. 워낙 친한 사이여서 그냥 둘 다 미쳤겠거니 하고 넘겼어도 문제 없었을 텐데.
그래 생각해보니 내가 제일 잘못했네. 내가 병신이야. 내가 일을 벌여놓고 누굴 탓하고 있는 거야 지금. 그래, 그냥 평소처럼 지내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집 문을 나서 자연스럽게 남준과 태형의 사이로 껴 활기찬 등교를 시작했는데, 얼마 안 가서 둘이 또 어어, 하며 나를 멈춰 세운다. 왜, 또 무슨 일이야. 우리 일단 학교부터 가면 안될까. 이러다가 지각할 것 같단 말이야. 내 표정이 굳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둘은 또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탄소야, 너 넥타이 없으면 벌점이야. 이거 매고 가."
"뭐래, 탄소야 김남준 저 새끼 이래놓고 나중에 넥타이값 받을 수도 있어 그냥 내꺼 매."
"얼씨구, 그래서 벌점은 네가 받으시겠다? 이거 여분이거든. 빌려주는 건데 뭔 넥타이값이야."
"야, 꺼져 꺼져. 너껀 불결해."
이거 새거거든. 그럼 내껀 탄소 줄테니까 니껄 나한테 주던가.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투닥투닥. 불결? 불겨얼? 너 불결 뜻은 알고 쓰냐?
아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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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물은 쓰면 쓸 수록 화가 나는데 안 쓰면 또 손가락이 근질근질..
가볍게 다시 달려봅시다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