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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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항상 맑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곳이 이젠 무겁게 느껴질 때, 그에게 물었다.
“왜 날 데려온 거야?”
그는 가만히 머릴 쓰다듬으며 웃기만 했다. 딱히 대답을 기대한 것이 아니기에 다시 입을 다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책이나 TV 속에서나 봤던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자 들어오는 미풍에 기분이 좋아져 눈을 감았다. 여긴 도대체 어딜까.
“날 따라오겠다고 한 건 너야. 니가 선택했어.”
그의 말이 맞았다. 깊은 꿈에 빠져버린 듯 정신을 차렸을 땐, 난 이미 이곳에 와있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살짝 미소 지을 뿐이었다. 낯선 곳에 당황해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내게 그의 미소는 모든 걸 잊게 해 날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참 이상했다.
“너 피터팬 같아.”
가만히 내 옆에 앉아 책을 읽던 그가 고갤 들어 날 쳐다봤다. 그 깊은 눈매를 한참 들여다보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내 머리칼을 정리해주며 웃고 있는 그가 보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는 행동에 웃으며 말했다.
“피터팬 몰라? 어릴 때 동화책에서 본건데 거기서 피터팬이 웬디를 네버랜드로 데려가거든.”
“그랬어? 난 안 읽어봐서 모르겠네.”
“응. 마지막엔 다시 웬디를 집에 데려다줬던 것 같은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화가 난건지 살짝 굳어진 표정으로 창밖을 주시하던 그가 날 내려다보며 웃었다. 순간 바뀌는 그의 표정이 어딘가 신비하기도 무섭기도 하던 찰나 내 손목을 살짝 잡아 다시 창가로 데려간 그에게 두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봤다.
“저기 또 가고 싶다고 했지? 내일 또 가자, 데려다줄게.”
집과 학교, 친구들이 그리워 서럽게 울고 있던 내게 그는 경치가 좋은 곳에 날 데려갔었다. 그 순간 모든 걸 잊고 그저 감탄하기 바빴고, 그런 날 보며 그는 꽤 만족스럽단 듯이 여기 저기 뛰어 다니는 날 쳐다보며 웃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생생한 그 곳의 기억에 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자야 더 오래 놀지, 응? 이젠 다리도 다 나았고.”
내일 또 그 곳에 데려다준다던 약속 때문인지 쉽사리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마치 소풍 전날 들떠 잠 못 이루는 것처럼. 지금도 그런 내가 마냥 아이로 보이는지 볼을 만지작거리다 쪽하고 그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귓가에 듣기 좋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더 오래 놀다오자. 그러니까 푹 자둬, 잘자.”
여전히 얼굴이 빨개진 채 대답도 하지 못하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양이라도 세어 봐야할까.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질 쯤 천천히 잠이 들었다. 이곳은 참 이상해.
*
불을 끄고 방문을 다시 닫으려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녀를 쳐다봤다. 살짝 보이는 이마와 길게 흐트러진 머리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그는 그만의 인사를 했다.
“이 꿈은 영원히 깨지 않을 거야. 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 여기서 못 벗어나니까.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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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오랜만이에요. 이거 충동적으로 쓴거라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금손이 되는 그날까지ㅜㅜ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저 살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