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소박하게 사귀고 싶다는 내 작은 소원에도 불구하고 김태형은 기어이 페이스북에 나와의 연애중을 올렸다. 상당한 수의 좋아요가 눌러지고 댓글이 달렸기에 학교에 김태형과 내가 사귄다는 소문이 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나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은 직접적인 축하의 말을 제외하고는 상심의 말이 더 많았다. 같은 학년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후배까지,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인 김태형의 연애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 그것도 상대가 오랫동안 친구였던 나였기에 충격은 더욱이나 컸다. 나는 충격 속에 빠져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이들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연애중을 올린 다음날부터 김태형의 행동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복도에서 내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기는 물론이고 때때로 제 품에 껴안아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런 김태형의 행동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김태형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태형아, 학교에서는 가능하면 티내지 말자. 응?" "왜?" 김태형이 학교에 가득한 자신의 인기를 알리가 없었다. 정말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물어보는 김태형에게 특별하게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나는 그저 입을 다물수 없었다. 내가 우물쭈물거리자 김태형이 말했다. "나는 다 니가 좋아서 하는건데." "...." "너는 불편해? 하지 말까?" 걱정스러운 시선을 물어오는 김태형에게 부정의 말을 건넬수 없었다. 김태형을 좋아하는데 나라고 김태형과 그러는게 좋지 않을리가 있나. 주위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다보니 내 마음을 잘 알지 못했었다. "아니야. 나도 좋아." 김태형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내 연애인데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었다. 김태형과 내가 서로 좋다면 그걸로 족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물론 충격에 휩싸인 아이들 속에서도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도 간혹 있었다. 특히 중학교때부터 우리를 알고 있었던 친구들은 몇 년을 썸만 타다가 이제야 사귀냐며 오히려 김태형과 나를 타박하기도 했다. 김태형과 있을 때 내 마음을 깨달은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우리가 썸을 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내가 어리둥절해 할 때마다 김태형은 일부러 크게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어쩌겠어. 내가 그렇게 좋다고 티를 내도 눈치도 못채는 멍청이인데." "...." "죽을때까지 모르면 어쩌나했다." "...." "이제라도 알아줬으니 내가 데리고 살아야지 뭐 어떡해." 남자애들은 오글거린다며 진저리를 쳤고 여자애들은 부럽다며 나를 쿡쿡 찔렀다. 친구들이 가고 내가 머쓱해하면서 입꼬리를 올려 웃을 때면 김태형은 꼭 내 볼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그리고는 내 볼에 푹 들어간 그 손가락을 빼지 않은채 김태형은 날 보며 웃었다. "뭐해." "찹쌀떡같아." "야." "진짜 귀엽다. 왜 이렇게 귀엽지?" 내 두 볼을 손바닥으로 감싸 누른 김태형 때문에 붕어처럼 입술이 앞으로 쭉 내밀어졌다. 귀엽기는 무슨. 누가봐도 절대 정상은 아닐 내 모습을 상상되어 김태형에게 놓아달라며 투덜대었다. 놓아달라는 내 애원에도 꿈쩍 않는 김태형을 노려보고 있는데 빠르게 내 입술에 김태형의 입술이 닿았다 지나갔다. "야 너..." 너무 놀라 나는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김태형은 흡족한 듯 내게서 손을 떼고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몇초간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성을 되찾기 시작하자 김태형은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어느새 저멀리 뛰어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내가 김태형을 응징하기로 마음 먹었을 땐 김태형은 이미 저 복도끝까지 멀어진 후였다. "김태형!" 다가가봤자 도망갈 것이 뻔했기에 큰 목소리로 김태형의 그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반대편의 김태형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잔망스러운 그 행동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태형과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했다. 나와 김태형의 연애는 소박하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타이밍의 중요성 - 그 후의 이야기 "진짜 가기 싫다." "가야지." "일주일 내내 학교에 있다가 얼마만에 주말인데 학원에 가야한다니." "...." "데이트도 조금밖에 못하고 이게 뭐야 진짜." "아니야. 그래도 오늘 재밌었잖아." "남자친구가 되서 집에 데려다 주지는 못할 망정 니가 날 학원에 데려다준다니. 이게 뭐야 진짜." 김태형은 학원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후부터 주구장창 가기싫다고 투덜대었다. 정말 안 가면 안되냐고 수도 없이 물었지만 그 때마다 돌아가는 것은 단호한 내 대답이었다. 연애는 연애고 공부는 공부였다. 바른 연애, 건전한 연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연애, 그것이 내 목표였다. 그랬기에 입을 쭉 내밀고 투덜대는 김태형을 달래는 것은 순전히 내 몫이었다. "누가 데려다주면 어때. 같이 있으면 되지." "내가 진짜 그렇게 애원해도 꿈쩍도 안해? 누구 여자친구 아니랄까봐 고집은 쎄서." "미안해. 대신 다음에 더 재밌게 놀자." 내 말에 김태형은 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쳤다. 그리고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뒤돌아 걸으며 의아한 표정인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앞으로, 김태형은 나를 보며 뒤로 걸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내일 너 학원 오전이랬지?" "응응." "나 내일 학원 없으니까 오후에 노는거다? 알았지?" "응응, 알았어." "내일은 내가 너 데려다줄거야." "어제도 야자 끝나고 데려다줬으면서." "에이, 그건 다르지. 야자는 데이트가 아니잖.." 툭- 뒤를 돌아 걸어가던 김태형이 결국 걸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눈이 휘어지도록 웃느라 나조차 미쳐 발견하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은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김태형과 부딪히면서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당황한 김태형과 내가 재빨리 허리를 숙여 물건을 챙기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는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건네려고 몸을 일으켰다. "어?" 세 사람의 얼굴이 마주한 순간 짧은 감탄사와 함께 모두 굳어버렸다. 세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다. 인상을 구기고 있던 남자는 김태형과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피고는 환한 웃음을 우리에게 건넸다. "안녕!" "전정국?" "김태형! ㅇㅇㅇ! 이게 얼마만이야. 와, 둘 다 진짜 오랜만이다." 길거리에서 우연하게도 마주친 사람은 전정국이었다. 전학을 가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우리의 중학생때 친구이자 김태형과 나를 알게 해준 사람, 그리고 나의 첫사랑, 전정국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기에 세 사람 다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게. 못본지 2년 넘었지? 이렇게 만날 줄이야.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나 근처로 다시 이사왔다. 이럴거면 왜 갔는지 몰라." "아 진짜? 잘됐네." "안녕. ㅇㅇㅇ." "응응. 전정국 안녕.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중학교때 이후로 못봤으니까." 못본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전정국은 예전 모습 그대로 변한게 없었다. 있다면 키가 더 커지고 더 남자다워졌다는 정도?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전정국을 보고 있자니 문득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전정국은 열렬히 짝사랑했지만 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이 떠올라 갑자기 얼굴이 달라올랐다. 느껴지는 열기에 얼굴에 작은 손부채질을 했다. "이렇게 만났는데 뭐 밥이라도 먹자." "아 미안. 나 지금 학원가는 중이야." "그래? ㅇㅇㅇ 너도?" "응? 아니. 난 태형이 데려다주려고!" "뭐야. 니가 김태형을 데려다준다고? 김태형, 니가 애냐?" "아니야. 내가 데려다준다고 했어!" "그래? 김태형, 너 혼자 갈 수 있지? ㅇㅇㅇ 내가 데려간다?" "어?" "ㅇㅇ아. 우리 뭐 근처 카페라도 가자. 얼마만에 만난건데." "어? 어.. 아니 그게..." 전정국은 김태형에게 어깨를 툭툭치며 수고하라고 나중에 제대로 만나자며 말했다. 그리고는 내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멍하니 있다가 손목이 잡혀 끌려가면서 고개를 돌려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내가 손을 흔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태형은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우리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김태형의 표정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저 이 상황에 학원에 가는 것이 속상하여 그랬으리라고 나는 단순하게도 생각했다. "예전이랑 똑같네. 하나도 안 변했어. 바로 알아봤어."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향한 곳은 결국 근처 카페였다. 나는 사과주스, 전정국은 아이스티를 받아들고 카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전정국 덕분에 어색함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너도 안 변했어. 똑같아." "에이, 난 더 잘생겨졌지." 실없는 농담에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그런 나를 따라 마주 웃던 전정국은 아이스티를 쭉 한번 들이키고는 입을 열었다. "아 맞다. 페북에서 봤어. 김태형이랑 언제부터 사귀는거야?" "얼마 안 됐어. 일주일?" "와, 새끼 오래도 기다렸네." "응?" "나 전학가고 3학년때 여름쯤이었나 김태형한테 카톡이 왔어." "응응." "자기가 너 좋아하는거 같대. 오랜만에 연락해서 하는 소리가 그거라니, 뜬금없었지." "...." "그래서 내가 그걸 왜 나한테 말하냐고 했는데 김태형이 그러더라.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알면서 자기도 너 좋아하는거 미안해서 그렇다고." 전정국이 들고 있던 아이스티를 한번 더 들이키고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서 사과주스를 내려놓고 전정국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에 걸린대. 착해가지고." "착하지." "솔직히 말하면 나도 너 좋아했지만 나 혼자 그랬기도 했고 이제 만날수도 없고 해서 마음 접었었어." "...." "그래서 난 괜찮다고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 "...." "친구지만 진짜 골 때리지않냐. 나도 김태형도 둘다 짝사랑이었는데 내가 먼저 좋아했다고 미안해하는거." "...." "이런말 해도 되나. 그 때 좀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 "야야. 그래도 오해는 안돼. 내가 너한테 차였어도 내 취향이 바뀐건 아니다!" 전정국의 말에 나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자 전정국이 손사레를 치며 부인했다. 누가 뭐랬나. 귀여운 김태형이나 귀엽다고 말하는 전정국이나 다 귀여웠다. 그러니까 둘이 친구겠지. "전정국." "응." "그거 알아?" "뭘?" 전정국은 두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전정국을 보며 전정국과 똑같이 사과주스를 한번 쭉 들이키고 말을 이어갔다. "나도 너 좋아했어. 너 짝사랑 아니야." "..어?" "내가 너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좋아했어. 중1때였나. 너 쫓아다니면서 훔쳐보다가 김태형한테 걸린거야. 그래서 자기가 도와주겠다던 김태형이랑 친해졌고." "...." "나 타이밍 진짜 안 맞았어. 너한테 고백하려고 했는데 전학가더라." "...."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그러다가 나도 자연스럽게 마음 접었지. 그리고 지금은 어쩌다가 우리 이어주려던 김태형이 좋아져서 사귀고 있고." "...." "아마 끝까지 말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라도 말해서 좋다. 후련해." 정말 마음 한켠이 후련해졌기에 깊은 숨을 내쉬었다. 기분 좋은 웃음이 났다. 마음을 전한다는 것이 나를 가볍게 만든다는 것을 또다시 느꼈다. 한동안 벙쪄있던 전정국이 가볍게 헛웃음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나 왜 이렇게 타이밍이 거지같았냐." "응 그러게. 우리 둘다 진짜 운 없어." "널 김태형한테 뺏기다니. 아깝다 아까워." "뭐래. 뺏기긴 뭘 뺏겨. 내가 니꺼야?" "아까운데 내가 그냥 다시 뺏을까? 너 내가 뺏으면 다시 넘어올래?" "아니, 아니요." "와, 단호한거봐." 푸하하-하고 웃음이 터졌다. 나를 따라 크게 웃던 전정국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엉뚱하게 내밀어진 그 손을 보다가 전정국에게 시선을 옮겼다. 악수하자. 라며 내 쪽으로 조금더 손을 내민 전정국이 말을 이어갔다. "내 친구도 내 첫사랑도 너랑 김태형한테 다 양보해준다." "...." "내 친구 잘 부탁해." "응." 대답을 건네며 전정국의 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 내 손을 잡은 전정국은 손을 두어번 흔들더니 놓아주었다. "아- 나 진짜 너무 착하다니까." "뭐?" "진짜 전정국 최소천사!" 그 후에도 전정국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꽤나 늦은 시간이 되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과 카페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금새 집 근처에 도착했다. 태형이는 끝났으려나. 문득 생각이 나 핸드폰을 꺼냈다. "어?" 버튼을 눌러도 화면에 좀처럼 불이 들어오지를 않았다. 배터리가 없나. 아무리 눌러도 켜지지 않는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고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정말 집 근처에 다와서 들어가려는데 1층 입구 계단에 내 또래쯤 되는 남자아이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가출이라도 했나하는 의아함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다가 가까워져 얼굴을 알아볼수 있는 간격까지 이르렀을 때 나는 걸음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김태형..?" 정말 놀랍게도 계단에 앉아있는 아이는 김태형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멍하니 그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조심스레 들어올려진 고개가 나를 향해 돌아갔고 김태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로 그 아이가 김태형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순간 나는 김태형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너 왜 여기있어?" "...." "응? 학원 안 갔어? 그런거야?" "...." "어? 태형아. 대답해봐." 묵묵부답인 김태형의 손을 붙잡고 다시 묻자 그제야 김태형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형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짐작은 했지만 정말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다시 놀랐다. "왜?" "...." "응? 왜 안간거야?" "...갔었어." 끊임없는 내 질문공세에 결국 김태형이 입을 열었다. 변명이던지 뭐던지 듣고 싶은 마음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이어질 김태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너랑 전정국이랑 가고 따라가고 싶었는데 니가 꼭 가라고 했으니까 갔어, 학원." "...." "근데 진짜 집중이 하나도 안되는거야. 너랑 전정국이랑 뭐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들고." "...." "왜 그랬는지 몰라. 그런데 그냥 그랬어. 너한테 문자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답장이 없어서 전화했는데 그마저도 연락이 안돼." 아 핸드폰. 꺼져있었지. 하필 오늘 배터리가 없을게 뭐람. "뭐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학원에 가만히 앉아 있기는 싫더라. 그래서 무작정 나왔어." "...." "근데 어딜 갔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전정국도 연락 안 받고. 그냥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정신차리니까 여기더라. 그래서 기다리고 있던거야." "...." "나 진짜 멍청하지. 너가 누구 만나는지도 알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것도 아는데. 심지어 전정국은 내 친군데. 그런데도." 순간적으로 말이 끊겼다. 물끄러미 김태형을 바라보던 시선이 김태형과 마주쳤다. 말할까말까 망설이는 듯한 그 표정에 괜찮다는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조금 뒤 김태형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 질투했어. 니가 전정국이랑 있다고 생각하니까 질투가 났어." "...." "니가 전정국 좋아했던거, 힘들어했던거, 그리고 포기한것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는데." "...." "그냥 친구라고, 예전 일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진정이 안돼. 불안하고 자꾸 질투가 나." "...." "그래서" "...." "니가 너무 보고싶었어." 담담한 척 이어가던 말이 마침표를 찍었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여전히 나와 시선을 마주하는 김태형을 향해 활짝 웃었다. 천천히 김태형에게 더 가까이 걸음을 옮겼다. 김태형이 바로 앞에 있어 아주 가까워질만큼 다가갔고 와락 김태형에게 안겼다. 두 손을 뻗어 김태형을 꽉 끌어안자 당황한 듯 허공에 떠 있던 김태형의 두 손 역시 나를 끌어안았다. "바보다, 김태형. 진짜 바보야." "...." "내가 니 여자친구인데 왜 불안해." "...." "나 어디 안가. 너 옆에 있을거야. 내 남자친구 두고 내가 어딜가." "...." "이제 전화도 잘 받을게. 너 빼고 전정국이랑 안 놀게. 앞으로도 니 옆에 있을게." "...." "걱정하지마, 태형아. 응? 알았지?" 들려오는 대답 대신 김태형의 큰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느끼며 두 손에 힘을 더 주어 김태형을 꽉 끌어안았다. 김태형의 제법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 기분이 좋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꽤나 긴 시간을 길거리에서 김태형과 그러고 있었다. 길을 가던 누군가가 심지어 이웃주민이 그런 우리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김태형을 껴안은채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ㅇㅇ이?" 그런 경솔함 때문이었을까. 그런 내 뒤로 들려온 목소리는 김태형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단번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챈 나는 화들짝 놀라며 김태형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불안함을 느끼며 천천히 뒤돌았을 때, 역시나 그 곳에는 그 누구보다 익숙한 얼굴의 아빠가 서 있었다. "ㅇㅇ이 맞네. 옆에는 누구야." "...." "남자친구? 그래?" "아, 응응." "니 엄마가 너 요새 연애하는 것 같다더니. 귀신이네." "하하하. 엄마가 그랬어?" "어디. 우리 딸 남자친구 좀 보자. 어? 너 태형이 아니냐?" 얼굴을 보겠다며 능청스러운 얼굴로 우리쪽으로 걸어오던 아빠는 반가운 얼굴을 만난 듯 얼굴에 더욱이 환한 미소를 띠웠다. 김태형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그 얼굴이 언뜻 봐도 당황스러워 보였다. 아빠가 알아보자 김태형은 몸이 반으로 접히도록 허리를 구부리며 아빠에게 인사를 했다. "ㅇㅇ이 남자친구가 태형이였어?" "응. 그렇게 됐어." "이 가시나야. 그러면 진작 말했어야지." "어?" "니 엄마가 태형이면 껌뻑 죽는데 사윗감이라고 하면 오죽 좋아하겠냐." "무슨 사윗감이야!" 괜히 발끈했다. 이 상황이 결코 편하지는 않았기에 모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어쩌지하고 난감해하고 있는데 아빠가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그 때 아빠 몰래 김태형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그러자 내 신호를 눈치챈듯한 김태형이 슬그머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빠만 모르는 비밀작전이었다. "태형아!" "네..네!" "집에 같이 올라가자. 가서 과일이라도 먹고 음료수라도 마시고 가." "아니 괜찮은데.." "이시간에 무슨 집을 같이 가." "에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섭섭하지." "하하, 그럼 그럴까요?" 결국 아빠는 정말 괜찮다며 사양하는 김태형을 설득하여 그 어깨에 손을 두르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태형이는 그동안 더 멋있어졌네?" "하하. 감사합니다!" "우리 ㅇㅇ이 잘생긴 남자친구 만나려면 긴장 좀 해야겠는데?" "그쵸? 안그래도 불안했는지 저 좋다고 난리난리를 피더라구요." "하여튼 ㅇㅇ이도 잘생긴건 알아가지고. 피곤하겠지만 태형이 니가 우리 ㅇㅇ이 좀 잘 챙겨줘라." "네. 걱정하지마세요." 저건 또 뭔 개소리람. 벌어지는 간격 속에도 내 귀에 너무나도 똑똑이 박히는 목소리에 허-하고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매우 황당하고 기가 막힌 상황이어서 그런가 내가 그저 멍하니 서있을 때, 아빠는 비밀번호가 아닌 인터폰을 눌렀고 약간의 수신음이 이어진 뒤에 역시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들어오고 왜요. "여보. 이 사람 좀 봐. 누구게?" -어? 태형이 아니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글쎄 태형이가 우리 ㅇㅇ이 남자친구라지 뭐야." -세상에. 정말이니? "네! 이모 오랜만이에요!" -어머. 거기서 이럴게 아니지. 태형아 올라와서 뭐라도 먹고 가! 여보 태형이 데리고 올라와요. 이럴 땐 쿵짝이 잘 맞지, 아주. 엄마의 들뜬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인터폰이 끊기고 김태형과 아빠가 문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바탕 집이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기에 벌써부터 밀려오는 두통에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그사이 멀어진 아빠와 김태형은 어느새 엘레베이터에 타있있다. 나를 둔채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게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김태형의 모습에 아뿔싸하는 마음이 들어 허둥지둥 엘레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김태형!" 물론 얄미움에 악에 받쳐 고래고래 아파트가 떠나가라 김태형의 이름을 외치면서 말이다.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여주의 첫사랑은 정국이었어요ㅎㅎ 설렘설렘한 이미지가 잘 어울려서 정했답니다! 번외가 생각보다 살짝 늦어진 느낌..?이 있지만ㅎ 이해해주실거라 믿습니다>〈 쓰다보니 3화 4화 쭉 이어질 것 같은 스토리지만 아쉽게도 타이밍의 중요성은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저만 아쉬운건 아니겠죠?ㅎㅎ 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 한분한분이 저에겐 참 소중해요!! 9년째 연애중도 빨리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남은 일주일도 아자아자 힘내세요~:) [암호닉] 슈웁 / 석진센빠이 / 샘봄 / 루리 / 수대 / 윤기부인 / 부릉부릉 / MSG / BBVI / 전정ㄱ국 / 전정국부인 / 충전기 / 밤열한시 / 슙 / 달달 / 초딩입맛 / 설날 / 꾸탱 / 슙슙 / 넠넠 / 반딥 / 두둥 /슈나무 / 윤여 / 깜냥 / 단미 / 남준시 / 콩 / 자몽 / 계피 / 딸기 / 워킹 / 하이쭈 / 메로나 / 소녀 / 짝꿍 / 청춘 / 후니 / 강강수월래 / 나도 / 예지앞사헕 / 은하수 / 융기융기 / 아카시아 / 슙쓰 / 화양연화 / 아가야 / 태태 / 깇 / 0530 *신청은 받지 않아요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