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_ 마지막이에요!(上)
찬열이는 멍했어. 곧 그 큰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가 싶더니 후두둑 쏟아지더라고. 그것에 나는 물론 당사자인 찬열이도 놀랐어.
"아, 이, 이건.."
티슈를 뽑아 찬열이에게 건네주었어. 받은 찬열이가 나를 가만히 보더라고. 곧 다시 차오르는 눈물에 티슈를 눈가에 댔어. 난 그 모습을 가만히 보았지.
안쓰러운데, 분명 안쓰러운데.. 나도 혼란스러워서.. 솔직히 무슨 말조차 건네지를 못하겠어.
"전, 저는.."
"괜찮아 찬열아. 괜찮으니까 서두르지 마."
애써 마음을 다 잡고 건넨 말에 찬열이는 조금씩 소리내어 울었어.
그 모습이 어쩐지 너무 안쓰러운 거야.. 이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 지 찬열이는 울음 가득 섞인 목소리로 말하더라고.
"누나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매일 매일 생각했어. 만약 살아만 있다면 저번주보다 이만큼 더 컸다고 자랑도 하고, 간혹 상장이라도 받으면 엄마나 아빠보다,
그 자식들보다 누나에게 먼저 자랑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어.. 근데, 막상.. 누나를 이렇게 보니까.. 누나가 살아있다니까..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어.."
"..왜?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이미.. 난 쌤을 좋아한 그 이후부터 누나는 죽었다고.. 이미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날 다스렸는데.. 누나랑 쌤이랑 같다니까..
누나가 살아있다는 것에 좋아해야 하는지.. 심지어, 지금 무슨 감정인지 조차.. 모르겠어요.."
찬열이는 많이 혼란스러워 보였어. 누나한테 하던 말버릇인듯 반말의 빈도가 늘었고, 나한테 얘기할 때의 존댓말도 나왔으니까.
"아, 죄.. 죄송해요.. 마저.. 이야기해드릴게요."
"천천히 해도 돼 찬열아.. 힘들면 안 말해줘도 돼.."
"아니요.. 오늘 말해야 해요. 최대한 빨리, 말해야 돼요."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걸까? 찬열이는 곧 티슈를 눈에서 떼어내고 눈을 꾹 감아 남아있던 눈물을 떨어뜨렸어.
우느라 잠겨있던 목에 헛기침 몇 번으로 목을 가다듬은 후 나를 보면서 이야기 해줬지.
"쌤도 많이 당황스러우셔서 지금 머리가 잘 안 돌아가시는 것 같은데요.. 우리가 그간 줬던 힌트같은 거 조합해보면.. 쌤 이렇게 한가로울 수 없을 거예요.."
"아..?"
"우리가 최근에 엄청 이야기했죠? 가면이야기."
찬열이 말에 뭔가가 번뜩 생각났어.
('그 누나가 죽었을 때 쯤 어떤 아저씨가 아이들을 지키려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입양보냈다고 했지..?
그럼, 혹시 그 아저씨가 그 누나를 죽인걸까..? 그럼 그 사람이 가면 쓴 사람이고?')
갑자기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해졌어. 기도가 막힌 듯 폐가 굳은 듯.
저 말이 만약 사실이라면.. 아이들에게 심한 말을 한 아빠가.. 날 죽일려고 한 거잖아..? 그리고 아빠가 경수한테 걸걸이를 소개시켜 준 게 되잖아..
허, 아빠가 그랬을리가 없어. 절대로...
("가면 쓴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면 쓴 사람은 많아요. 아니 적지 않아요. 내 주변에 김종대 말고 더 있을 수도 있고, 선생님 주변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제야 뭔가가 머릿속에서 딱딱 맞춰졌어. 이거 때문에 애들이 그렇게 가면이야기를.. 그.. 그치만 아이들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어.
그 사람들에게 경수를 입양시킨게 아빠라는 것도 내 가설이야.. 죽였다는 것도 나 혼자만의 가설이었잖아. 그치..? 누가.. 대답 좀 해줘.. 딱 잘라, 아니라고.. 제발..
"혹시라도 선생님 아버지가 그 전날의 실수를 다시 할까봐, 지레 겁먹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찬열이 말에 확실해 졌어. 왜, 그런짓을 했어요..? 왜..? 그러면, 나한테 뭐가 좋다고..? 갑자기 몰려오는 배신감에 속이 뒤집혔어.
머리가 핑 돌아서 테이블을 간신히 잡았지. 찬열이가 곁에 와서 날 잡아주더라. 근데, 나도 모르게 손을 쳐 냈어. 아씨.. 너무 예민해 졌나봐..
....근데, 나 전에도 이런 적 있었던 거 같아.. 다시 지끈 거리는 머리에 손으로 감쌌어.
"쌤, 괜찮아요?"
뭐가.. 넌, 왜.. 나한테.. 괜찮냐고 묻니..? 손 쳐낸 건 나잖아..
"미안.."
"아니예요.. 어느정도 예상했어요.."
("저희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한 일인데 남이 느끼기에는 개썅같을 수도 있어요.")
아... 다 알고 있었구나.. 그래. 너네가 느끼기에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말한 거겠다.. 하지만 난, 난 지금 너무 황당하고 무서워서 말조차 안 나와.
어떻게.. 어떤 자식이.. 자기 아빠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그 때문에 속까지 울렁거렸어.
나를, 죽이려고 해놓고.. 맨날 나 걱정된다고..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허.. 기가 차.. 애써 마음을 다 잡고 한글자 한글자 힘겹게 뗐어.
"왜, 미리 안 말해준거니..?"
"선생님 이러실까봐.. 이렇게 감당 못하실까봐요.."
"그럼, 왜 말해준 거야..?"
"경수네 형님들이 쌤네 아버지께 말했으면 이제 아시겠죠. 그럼 선생님과 우리를 떼어놓기 위해 모든 다 하실테니까.. 전처럼.."
하.. 맞네.. 우리 아빠가 경수 그 사람들한테 입양시킨 거 맞네.. 아빠.. 진짜.. 진짜 왜그랬어..? 왜 그런거야..?
"차라리, 차라리 몰랐으면, 더 편했을..."
"쌤은 누나처럼 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다 알고도, 우리 위해서 그냥, 그냥 당한 누나처럼.. 그렇게 되지 말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알고 모르고가 어딨어..? 난 아마 이거 다 알았어도 내가 피해봤지, 너네들 피해가게는 안했을 거야."
"그걸 우리가 바랄 것 같아요?! 누나도 그렇게 됐는데, 선생님을 또 보내라고요?!"
찬열이가 소리쳤어. 순간 찾아온 정적에 놀란 눈이 된 찬열이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 지금, 찬열이는 나와 그 누나를 다른 사람처럼 대하는 듯 하고 있어.
정말로 찬열이 마음속에서 그 누나는 죽었나봐. 아, 그 누나는 죽을 거란 걸 아는 듯 유서 비슷하게 말했다 했었지? 그럼 과거의 나는 그걸 다 알았다는 거겠네?
아빠가 날 죽이려 한다는 것을..? 근데.. 근데 왜 그냥 받아드린 거지? 아...
"우리 위해서 그냥 당한 누나처럼..?"
"네? 아, 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아.. 솔직히 이건 그냥 저희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운을 떼는 찬열이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어. 처음부터 이거까지 다 말해주려고 한 거구나. 그래서 초반에 주관적이니까 객관적으로 들으라고 말했던 거겠지..
도대체 얘네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누나네 아빠, 그니까 쌤네 아버지는 쌤을 위해서면 뭐든 해주시는 분이셨어요. 하지만 그때 당시의 쌤은 질풍노도의 시기였죠.
쌤이 만나는 친구들은 어렸던 저희가 볼 때에도 굉장히 무서웠어요. 날라리라고 말할 정도로."
"...내 친구들이 그런 애들 이었다고..? 아닌데, 그냥.. 좀 잘 사는 애들이었는데..?"
"그게 바로 기억의 왜곡이야. 잘 살긴 무슨 맨날 누나한테 빈대 붙어서 사는 양아치 거머리들이었잖아. 아.. 아,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혼란스러워. 내.. 내 기억 속엔.. 잘 놀진 않아도 잘 사는 애들뿐이었는데..? 그냥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 좀 무서운 거 아니였을까..?
"누나 아빠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겠죠. 주위에 친구라고 있는 것들은 거머리에 도움 하나 안되는 것들이지,
또 자주 만나는 것들은 8살 꼬꼬마에 잘 사는 집이라곤 하나 뿐. 그마저도 그때 당시엔 소기업. 누나 아빠는 그 탓을 누나로 돌렸던 거 같아요."
"...왜.. 그렇게 확신해?"
"우리가 아픔이 있는 만큼 누나도 아픔이 있었으니까요. 너희는 부잣집에 태어나지 마요. 옭아매는 아빠 만나지 마요. 그건 아빠도 아니니까.
툭하면 학원 땡땡이치고 우리가 매일 있던 놀이터로 와서 놀아주고, 시간 나면 우리 데리고 쇼핑가고, 맛있는 거 사주고.."
뭔가.. 뭔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해. 어린 남자아이 손을 잡고 쇼핑몰 돌아다니는 모습..? 그네에 앉아 있는데 누가 밀어주고 있는 것 같은..
뭐지..? 이게 그 기억인가..?
"어.. 쇼핑몰에 손잡고 다니고..?"
"기, 기억 나세요? 맞아요!"
흥분한 듯 찬열이가 소리쳤어. 아.. 뭔가.. 아빠랑 말다툼 하는 것도.. 떠오르는 것 같고.. 아빠 서재 앞에서 뭔가 엿듣고 있는 것 같은 모습도 떠오르는데.. 이건 뭐지..?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 그래서 그냥 당한 건 뭐야?"
"아, 죄송해요.. 옛 생각이나서.. 그건, 유서인 듯 이것저것 누나가 말해주고 떠났다고 했잖아요.
자기가 사고를 당할 것을 알면서도 혹여라 자기가 안 다치면 주변에 있던 우리나 누나 친구들이 다칠까봐 자기가 다 짊어진 것 같다고 저희는, 생각해요.
누나 성격이.. 항상 그랬으니까."
음... 아직 잘 모르겠어. 아, 근데 지금의 나도 그럴 것 같긴해. 지금 당장 걸걸이가 경수를 때린다고 하면 내가 막고 대신 날 때리라고 말할 것 같으니까.
그래도.. 죽는 건데..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냥.....죽을까? 어떻게....안 죽을까?'
뭐지..? 왜 갑자기 저런 말이 생각난 거지..? 그냥 죽을까.. 그 사이에 무슨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생각이 안나.. 이것도 잊혀졌던 기억인가..?
아, 아까 찬열이가 과거 이야기 할 때 뭐가 막 떠오르고 그랬는데.. 찬열이가 말해주다보면 뭔가 떠오르지 않을까?
"찬열아, 혹시 나랑 있었던 과거 이야기 계속 해줄 수 있어?"
"아, 그럴까요?"
"응응."
"어... 처음 만남은.. 준면이였던 것 같아요. 준면이가 놀이터로 누나를 데려왔었죠.. 아, 이건 애들이랑 다 같이 말해야 더 생생할까요?"
"아.. 뭐.. 그럴래??"
"네. 들어오라고 할게요."
벌떡 일어난 찬열이가 상담실 문을 열더라고. 곧 교실을 향해 소리쳤어.
"야!! 와봐!!!!!"
찬열이의 부름에 아이들이 하나둘씩 들어왔어. 되게.. 자연스럽다..?
"하긴, 너는 못 할 줄 알았어. 어디까지 말했냐?"
"다 말했거든."
"에베베. 쌤 잠깐 안 본 건데 되게 보고 싶었어요. 나 쌤 맞은 편."
"아아! 내가 맞은편!!! 쌤 제가 맞은편 앉아도 되져?"
"어? 어, 마음대로 해."
"야. 이래가지곤 뭣도 안 돼. 딱 잘라 가위바위보로 하자. 남자답게."
결국 또 가위바위보를 하더라고.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다가 구석에 있던 간이 의자를 가져왔어.
어느새 손이 늘더라고. 광탈하면 옆에 와서 도와주는 아이들이였어. 이렇게 심각한 와중에 아이들은 나에게 웃음을 주네.
"아싸!!!! 다들 비켜!"
종대가 이겼나봐. 종대는 곧 내가 앉아 있던 자리의 맞은편에 의자를 끌고가서 앉았어. 내가 앉으니까 하나둘씩 앉더라고.
"근데 우리는 왜?"
"음.. 쌤이 과거 이야기 해달래. 누나랑 있었던 일."
"와아, 쌤 퇴근 못하시겠다. 쌤 저희랑 진짜 일 많았어요."
"아, 그래?"
"당연하죠. 거의 매일을 봤으니까. 물론 우리가 맨날 쫄랐었죠. 나오라고."
"어.. 쌤 그때도 바나나 우유 진짜 좋아했어여. 그래서 우리 만날때면 바나나우유 9개씩 사들고 와서 동네 슈퍼 아주머니가 누나보고 배탈난다고 안 팔기도 했었져."
"아 맞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때 누나가 돈 더드릴테니까 제발 팔라곸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멋있었어.. 그때부터 나의 이상형은 돈많은 여자였지.."
아이들은 곧 누나와의 추억들을 한개, 두개, 꺼내놓기 시작했어. 그.. 슈퍼 아줌마.. 뭔가 기억나는 것도 같은데..?
"그 슈퍼 아줌마 혹시 앞머리 맨날 롤 하고 계시던..?"
"맞아요!!!! 와아, 진짜 기억 나나봐.. 쌤 나 좀 감동이에요.."
"왜..?"
"이러면 우리가 10년 전에 만난게 되니까요.. 그럼 우리 어디가서 남자들이 껄떡거리면 가가지고 우리 10년전부터 사귀던 사이라,"
"제발 안 꺼지냐? 변백현 사살 가능한 사람?"
"나."
경수를 피해 조금 이동한 백현이가 헤헤 웃었어. 뭐라고해야할까..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들이.. 죄다 즐겁게 웃고 있는 모습이야.
그러다가 스쳐가듯 아이들이 울고 있는 것이 보였어. 왜..? 머리를 쥐어짜내지만 머리만 아파올 뿐 기억나지는 않더라고..
"우리 겨울엔 눈싸움 한다고 눈만 오면 나왔었는데, 기억나냐?"
"맞아. 누나가 사준 장갑끼고 놀이터에서.."
"그, 눈싸움이 털장갑이어서 눈 안뭉쳐져가지고 그냥 눈을 퍼서 흩뿌리던 거 말하는 거야?"
"오! 네!! 와 진짜 신기하다. 쌤 그럼 저 귀엽다고 키 크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나요?"
"언제 누나가 그렇게 말했어. 귀엽다고는 안 말했거든."
"맞아. 귀엽다고는 우리한테만 그랬어."
"웃기지마 썅종 너네들한테 언제 귀엽다고 했었냐. 나지."
"그냥 우리한테 다 한번씩은 말해줬잖아."
민석이의 말에 고민해보는 듯 하더니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어. 지금도 귀엽네. 금방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까.ㅎㅎ
아이들과 누나와의 추억은 계속 되었어. 아, 나구나.. 과거의 나와 아이들의 추억은 들을수록 귀엽더라고.
그러다가 준면이가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어.
"야야, 조용해봐. 쌤, 저희 형은 기억해요..?"
"형..? 내.. 내가 아는 분이야..?"
"이거 이 새끼들도 모를텐데.."
"뭐야. 비밀 만들지 말라니까."
"쌤 남자친구 있던 거는 아냐?"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개풀 뜯어 먹는 소리가 아니라 펙트야. 쌤 남자친구 우리 형이었어. 그 개썅바다쓰레기."
"아, 맞다. 개썅 바다쓰레기. 선생님 제가 저번에 준면이가 형 부르는 욕 있다고 했잖아요, 그게 개썅 바다쓰레기였어요."
경수가 다시 곱씹어준 그 욕.. 그거 어디서 들어봤었는데..? 아아아!!!!!!!!!!!!!!!!!!!
("응응. 그때 머리도 다쳐서 기억이 별로 없는데 고등학생 때 인기가 많긴 했어. 근데 사고 나고, 처음 들었던 말이 한쪽다리를 못 쓸 것 같다는 말이었거든?
그때, 아마 사귀던 남자애가 헤어지자고 했나봐."
"뭐 그런 개썅 바다쓰레기같은 새끼가 다 있어요??")
헐, 헐.. 헐...!!!!!! 무.. 무서워.. 나 얘랑 지금도 연락하고 있는데.. 저번에 어째서 1차보다 2차가 더 나왔는지 설명 좀 해달라는 페북에서 그, 내 남자 사람 친구..
그게 준면이 형이었어..?! 그러고 보니 성이 같네...? 와아.. 와아아... 미친... 어머, 이런 말 쓰면 안되는데..
그 준면이 형, 그니까 그 놈이 내가 다리 못쓴다는 말 듣고 헤어지자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잠수탔던 거거든. 근데 난 내 다리때문인 줄 알고
알다시치 재활치료 진짜 빡세게 했었어. 나중에서야 알게 된거지만 집안 사정때문이었다고 하더라고.. 근데.. 나 지금 소름 돋는게, 다 이해가 되고 있어..
집안 사정.. 가출했다고 했지..? 맞아, 경수가 그랬어. 집안 견디기 힘들어서 집을 나갔다고.. 잠깐, 첫만남이 준면이라고 했지..?
"아아!!!!!"
"왜요?"
"준면이 너 형이랑 학교에서 같은 반이었다고 들었거든?? 그때 집에 놀러갔다가 준면이 너 보고, 준면이 너가 나 잘 따르기에 귀여워서 계속 셋이서 만나다가
준면이 너가 친구들 소개 시켜준다고 했는데 그게 너희들이었어!!!!"
"우와!!! 그래서 쌤 남친이 준면이 형이셨다?"
"경수야 사람 좀 찾을 수 있냐?"
"야 김준면이 백방으로 노력해도 못찼았어."
....그 백방으로 노력해서 못찾은 놈이.. 내 친구로.. 있거든..? 나 집도 알고.. 저번에도 만났고.. 이건 안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ㅎ
아, 그러고보니 준면이는 그 누나를, 아니 나를 존경하는 거라고 했었어.. 하긴, 형 여자친구니까.. 어머.. 또 소름 돋네..
"준면이 너 형이랑 학교에서 같은 반이라고 들었거든.. 그말이면, 선생님 준면이 형 어딨는지 아시죠?"
"..ㅇ..어..?"
"와, 김민석 대박. 난 아무생각 없었는데.."
"너가 언제는 생각 했냐..? 그래서 쌤 어딨는지 아신다구요?"
무.. 무서워.. 그걸.. 그걸 어떻게 안 거지..?!! 허.. 헐...!!
"알려줘요. 그 개썅바다쓰레기새끼 위치."
"아, 그게... 어... 음... 걔가.. 동생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
"어딨는지 위치부터 알려줘요."
분노인지 그리움인지 슬픔인지 억울함인지.. 준면이 눈이 점점 붉어진다 하더니 튀어나올 듯 크게 떠져있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어.
아이들이 다 당황한 듯 싶었고 차분히 휴지를 뽑아 건네주는 민석이만이 굉장히 침착하더라고.
"우선, 얘기부터 들어보자."
"아, 그.. 그때 2차로 술을 마셨었는데.. 그때 해준 말이었거든.. 얘가 내가 기억나던 때부터 가족이야기를 안했었는데,
갑자기 그날 술 마시고 동생이야기를 꺼내는거야..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로 미안한 사람이 있는데, 그게 자기 동생이라는 거야..
그래서 난 아.. 지금.. 없구나.. 했는데.. 여깄네..? 하하하하핳.. 괘.. 괜찮아 준면아..?"
"지금 저새끼 생각해보니까 쪽팔려서 괜히 눈물 닦는 척 하고 있는 거예요."
"알면 모른척 좀 해봐!!!!"
"모른척 하기 싫은데? 티내지를 말던가."
"어휴, 싸우지 좀 말아."
"뭐래 맨날 시비걸고 다니는 새끼가."
"뭐..? 죽고싶어?"
"니야말로."
서로를 노려보는 민석이와 백현이 사이에 손을 넣었어. 곧 그 손을 따라 올라가다 내 눈을 보더니 각자 웃더라고.
민석이는 피식..? 뭔가 실소 터뜨리듯..? 그리고 백현이는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그 미소를 보다보니 뭔가 계속 답답하더라고. 예전에도 둘은 이렇게 웃었을까?
"뭔가.. 답답하다.. 기억이 확 나서 다 알게 되면, 너희들이랑 할 이야기도 많을텐데.."
"그러게요."
"어느정도 기억은 났어?"
"응. 부분부분, 너희가 말해주는 것은 기억나는 것 같아."
"사고 나기 전에 우리한테 해준 말, 왜 그랬는지 기억나..?"
종인이의 물음에 뭔가 번뜩 였어. 그네를 타면서, 말해줬던 거 같은데.. 아.. 뭔가 막고 있는 듯 흐릿하기만 해. 제발..
"왜, 나한테 나중에 만나면 지금처럼 말하라고 한거야..?"
종인이의 그 말에 갑자기 둑이 터진 듯 기억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어. 종인이에게 그 말을 해줬던 당시 왜 그랬는지부터
아이들과 함께 했던, 친구들과 함께였던, 남자친구와의 흐릿한 기억까지도. 그리고, 아빠와의 대화까지. 그럴수록 차오르던 눈물이 흘렀어.
나, 나 진짜.. 외로웠구나..?
텍파공지 쪼오금 |
다음편은 진짜 마지막이겠네요. 이제 막내선생님이, 아니 누나가 왜 아이들에게 그런 말들을 해줬는지, 아빠는 왜 그랬는지(이건 저어어어어번편으로 알 수 있을거예요.ㅎ), 저 외롭다는 말은 뭔지 알게 되겠죠!?!?!?!?!?
+이번 편 가장 반전은 무엇이었나요?!!
++텍파 만들건데에에에요오오오 지금 암호닉 신청 안하시면 안될텐데에에에에에요오오오오오 텍파 관련된 것은 다음화에 더 자세히 공지해드릴게용!ㅎㅎㅎ
amhonic...♥(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죽지마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뭉이/도비/곰탱이/하트./삼디다스/바닐라라떼 허니/타오네엄마/똥강아지/오호랏/우유퐁당/민석아찬열해/우유/워더 청포도/뀰/카프/세젤예/밍/홍합탕/까만원두/롤롤/해가빨리가장뜨는 시동/매쑝/설림/무민이/퐁퐁클린/4am/우럭우럭/네티큥/열페럿/이엘/여누 입꼬리/159/아말카/카망이/이런사과/여리/경수하트/엑엘/무빙스테이지 나의봄/거뉴경/스무살의봄/딘시/화선 저번편은 제가 동아리활동때문에 쪼오오금 바빠서 댓글 못 달아드렸어요ㅠㅠㅠ 이제 또 시간 많아졌으니까 달아드릴게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