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_ 생각보다 담담해요!
오늘이 화요일인가.. 어제 그 누나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를 생각하다 잠들어서 인지, 가위도 눌리고.. 악몽도 꾸고..
"쌤!!"
나에게 어깨 동무를 해 오는 손을 가볍게 피해 또 명치로 바로 주먹이 갔어. 다행히.. 찬열이가 막아서.. 저번보다 피해는 없었지..ㅎ
정신 좀 차리면 안될까..? 제발 정신 좀 차리자...ㅠㅠㅠㅠㅠㅠ 왜 쌤이란 말을 듣고도 주먹이 나가니ㅠㅠㅠㅠㅠㅠ
"역시. 쌤은 박력이 매력이죠."
"아이고.. 미안.. 손등 괜찮아??"
"네. 나름 경수한테 배웠어요. 앞으로 자주 이럴텐데 그때마다 맞을 수는 없으니까."
"미안.."
"별 것도 아닌 걸로 사과는, 됐어요. 진짜 괜찮아요. 이것도 나랑 쌤이 익숙해지는 과정이니까. 근데 쌤 무슨 생각 중이셨어요?"
고개만 저었어. 딱히.. 해 줄 말이 없더라고. 내가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 아직 이 아이들은 상처가 있을 거야.
물론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안 괜찮을 거 내가 더 잘 알아.
"아, 쌤 어젯밤에 도경수가 집에 갔었다며요. 고새끼 안 그런 척 늑대라니까."
"별일 아니었어.."
"그놈은 고단수인게 분명해요. 어떻게 집에 찾아갈 생각을.. 오늘도 하나 배웁니다."
"어휴, 하여간. 우리집이 너희 아지트지?"
"오, 그거 좋네요. 변백현네 집은 아무래도 언제 부모님 오실 지 몰라서 불안해요."
"항상 백현이네 모이는 거야?"
"뭐, 네. 집 비면 변백현네 모이는 거죠. 변백현네 아버지는 해외출장이 잦으신 편이고, 어머니도 야근이 잦은 편이라서, 거의 혼자 있으니까.
요즘엔 오세훈이 자주 가고해서 외로울 리는 없겠지만."
"아, 그렇구나.."
그렇군.. 하긴, 백현이네 부모님은 부모상담 때 한번도 오신 적이 없었다고 했어. 1학년때부터 쭈욱, 이렇다면 중학생때도 초등학생때도 상담은 못 오신 건가..?
어쩐지 조금 안쓰럽다고 느껴졌어. 한참 아련한 그때 가방에서 핸드폰이 울리더라고. 가방을 뒤적여 핸드폰을 꺼냈어. 화면을 보니까 아빠더라고.
"여보세요?"
-딸, 지금 뭐 아침조회시간 같은 거니?
"어, 아뇨. 지금 출근 중. 왜요?"
-아니.. 뭐.. 너 혹시 전근.. 생각은 없는 거냐?
"전근..? 전근은 갑자기 왜요?"
찬열이가 놀라서 나를 보더라고. 별일 아니라고 고개만 저어주고 다시 통화에 집중했어.
-아니, 뭐.. 너.. 힘들까.. 봐.
"응? 갑자기 왜 이러실까, 나 하나도 안 힘들어. 하여간 걱정도 많으셔."
-아니, 너가 잔정이 너무 많으니까, 혹시라도 위험에 노출되면.. 아빠는 걱정이 되서 살 수가 없어.. 알잖니..?
"아유 걱정도 팔자셔. 괜찮아요. 나도 이제 다 컸는데 내 앞가림 내가 더 잘 할 수 있어. 아빠는 딸한테 효도 받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사시면 돼요. 알았죠?"
-아니이.. 딸아.. 아빠가 괜히 걱정이 많은게 아니라니까.. 너가 잔정이 많아서, 괜히 위험한 학생 도와주다가 큰일 날,
"어이쿠 벌써 교문이네. 아빠 저 출근해볼게요. 즐거운 하루 되시와요. 안녕!!"
전화를 급히 끊었어. 엄마가 없는 이상 이 걱정쟁이 아버지는 잔소리를 그만 둘리가 없었거든. 하여간.. 왜이렇게 걱정이 많으신지..
아무리 내가 외동이라고는 한들 벌써 28살이고, 직장도 있고, 생각도 있는 아낙네인데.. 어휴. 못산다 진짜.. 난 아마 아빠 때문에 숨막혀서 죽을거여..
순간 갑작스럽게 머리가 아파왔어. 하.. 이게 다 어제 제대로 못자서 그래..
"왜요? 어디 아프세요? 괜찮아?"
"어? 아, 아.. 이게.. 어.. 만성 편두통.. 같은 거야.ㅎㅎ"
"언제부터.. 이런 건데요?"
"아, 음.. 음.. 별로 안됐어..ㅎㅎ"
거짓말.. 인데, 들키는 건 아니겠지..? 괜히 솔직하게 말했다가 그 누나 이야기도 나오게 될까봐 그런건데.. 다행히 찬열이는 그냥 넘어가더라고.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저희가 말이에요. 어제 1차 회의를 거친 결과. 오늘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애가 쌤이랑 같이 상담할거예요."
"회의??"
"네. 나름 심각한 거니까 마음의 준비 잘 하셔야 해요."
"응? 아, 응."
얼마나 심각한 말이기에 이렇게까지 겁을 주는 걸까..? 아무래도 오늘은 엄청난 긴장을 하고 들어야 겠다..
조례시간이야. 가정통신문을 나눠주면서 말했어.
"혹시 상담하고 싶은 일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교무실로 찾아와야 돼."
"네!"
"친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들, 담아두기에는 답답한 말들 잘 들어주고 비밀 지켜줄 자신 있으니까 말해줘도 좋아."
"네!!!"
"또오, 모르는 문제 같은 거 있으면 질문하러 오고!"
"네에에!!!"
아주 우렁찬 대답이 마음에 들어 웃음이 나왔어. 그렇게 웃다가 출석 확인 겸 좀 둘러보았지. 다 왔.. 아, 현식이가.. 내일이면 오던가..?
그러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그럼 현식이 빼고는 다 온 거겠지? 역시.. 확실히 아이들이 많이 좋아진 거 같아. 다행이야.ㅎㅎ
"그럼 오늘 수업 열심히 듣고! 난 가볼게!"
"네에!"
반 아이들의 우렁찬 대답을 들으며 앞문으로 나왔어. 교무실로 가려면 뒷문쪽으로 가야 하는데 종인이가 나오더라고.
"가위바위보 이겼어?"
"당연하지."
"올, 되게 오랜만인데?"
"내가 맨날 져주던 거야."
"오구 그랬어? 착하네."
"애취급 하지 말라고 했어."
"응..."
난 쭈구리다.. 종인이 앞에서는 한 없이 쪼그라드는 쭈구리다..
쭈굴쭈굴해 지니까 종인이가 내 눈치를 보더라고. 그렇다면 쫌 더 쪼그라든 척을 하면 다시는 강력하게 말하지 않겠지?
"왜 또 기죽어 있어?"
"아니야, 전혀 안 죽었는걸.. 에휴.."
"아,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잘못한 거 같아?"
"응. 매우. 그니까 기 죽지마."
"그래! 잘 생각했어 아주!"
"...아오. 그래, 차라리 밝은게 낫다."
뭐지..? 이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 결국 난 또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한 채 교무실에 도착했어.
"아, 막내선생님! 오늘 야자 감독이던데, 내가 해줄까?"
최선생님의 말에 아주 매우 엄청 당황했어. 예...? 최선생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던 말이네요..? 종인이가 툭 치길래 종인이 쪽을 봤어.
"야자 하지 말고 가."
"아, 네!! 감사합니다!!ㅎㅎ"
"잘했어."
"응....? 그럼 너도 안 할 거지?"
"난 하고 갈테니까 쌤은 쉬어."
"아, 음.. 그래!ㅎㅎㅎ"
오예!!!!!!! 아싸아!!!!!!! 와, 집가서 뭐하지? 뭐할까?ㅎㅎㅎㅎ 조금 쉴까, 낮잠도 자고.. 밀린 일도 좀 하고.. 우왕... 완전 신난다..!ㅎㅎ
"다음 교시 있어?"
"아니!"
"그럼 가볼게."
"응! 조심히 가고."
"응."
아.. 그러고보니 종인이.. 선생님들 앞에서 존댓말 해준다고 했으면서.. 가는 종인이 팔목을 잡았어. 날 내려다보는 종인이야.
"존댓말.."
"아. 가볼게요. 미안. 까먹었었어요."
답지 않게 해사하게 웃으며 가더라고. 음.. 흠.. 이쁘네. 왜.. 남자인데.. 이쁘고 그르냐..? 무심결에 본 거울엔.. 다크서클 가득 내려온 초췌한 여성분이 있더라고.
하이고오.. 이러고 온거야..? 분명 아침에 화장할 때 커버 했었는데.. 다크서클 이놈들.. 자기PR봐라..? 나오지 말라고오..ㅠㅠㅠㅠㅠㅠㅠ
나도 나 피곤한 거 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내 쌤 요즘 무슨 일 있어? 다크서클 내려왔네?"
"네..? 아.. 네..."
"무슨일??"
"아, 별 거 아니에요.. 워낙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에휴, 그거 막내쌤한테 안 좋은 성격이야. 그냥 이러면 어때? 저러면 어때? 이렇게 쉽게쉽게 살아."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난. 수업하러 가볼게."
"네. 다녀오세요.ㅎㅎ"
신쌤(내 옆자리 쌤이야)이 가시고 난 교무실을 지키며 거울로 내 다크서클을 확인했어. 갑자기 말씀하실 만큼.. 짙게 내려온건가..? 에이. 몰라. 내가 지금 외모 신경쓸 때인가?!
몰라몰라. 다.. 다크서클에 좋은 음식있나..? 모르겠다고 말한지 0.1초 만에 다크서클에 좋은 음식 쳐보고 있는 난.. 천상 여자인가봐.. 하하하하..
우리반 수업에 들어왔어. 시끄럽던 아이들이 조용해지더라고. 원래는 항상 쥐죽은 듯이 조용했는데 요즘에 그래도 좀 소란스럽고 그러네. 좋은 것 같아b
"쌤. 문학쌤이 그러시던데.. 다크가 그렇게 심하다며요.."
백현이가 입꼬리를 잔뜩 내리고 정말 속상하다는 듯이 말하더라고. 내.. 내가 더 속상하단다..ㅠ
"아니.. 뭐.. 시.. 심하니..?"
"쪼오금..?"
종대의 말에 절망했어.. 흡.. 그래.. 어쩌겠니.. 이미 내려온 거..
"브로콜리가 좋대요."
준면이가 말해줬어. 곧 반 아이들이 너도나도 다크서클에 좋은 것들을 말해주더라고.
"아, 알았어 얘들아. 쌤이 어떡하든 이거 없애볼게. 우리는 지금 다크서클이 중요한 게 이니라 진도가 중요하잖니?"
"아아아ㅏ.."
아, 너희들 그냥 수업이 싫었구나?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어. 그러나. 우리반 진도가 가장 늦어서 어쩔 수가 없더라고..
"미안미안. 어쩔 수가 없네.. 우리 다음에 진도 빨라지면 그때 깊이 있는 토의를 해보도록 하고, 지금은 책을 펴 주겠니?"
"네에.."
하긴 맞아, 나도 학생 때 쌤이랑 노는 게 좋았지.. 그럼그럼. 그 심정 백번 이해한다만 내가 선생님이 된 이상 선생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더구나..
쌤은 똥줄이 타요.. 진도 빨리 맞춰야 하는데..
"쌤이 지금부터 명강의를 펼칠텐데, 잘 따라와주면 다른 반이랑 진도 얼추 맞을 거야. 잘 따라올 수 있지?"
"네에!!"
금방 씩씩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대견했어. 오구오구 우리 반, 누가 너희들 나쁘다고 했니..ㅠㅠㅠ 눈이 다들 삐었구마뉴ㅠㅠㅠㅠ
조금은 타이트하게 진도를 나갔어. 딱 다른반이랑 진도 맞추니까 5분 남았더라고. 와아아아ㅏㅇ!!!! 됐다아아아ㅏㅇ!!!!
"좋은 소식 하나 들려줄까 얘들아?"
"뭔데요?"
"우리 이제 다른 반이랑 진도 맞다! 목요일은 조금 천천히 진도 나갈게.. 오늘 너무 힘들었지..?"
"아니요. 쌤의 다급한 모습을 봐서 좋았어."
"변백현이 헛소리 한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
"근데 확실히 조금 다른 모습이긴 했어여. 나쁘지 않아여."
"왜 니가 나쁘고 좋고를 따져."
"뭐. 쳐맞고 싶어?"
"얘들아..?"
이 그림.. 뭔가 오랜만인데..? 애들 싸우면 말리는 이 그림.. 되게 오랜만이다..ㅎ
괜히 기분 좋아서 웃으니까 애들도 다 웃더라고. 에휴, 이쁜아이들.
"그럼, 쉬어. 자려면 자고."
"쌤 얼굴 볼 건데."
"싫어어어.. 오늘 완전 꽝이야.."
"그래도 예쁘니까 괜찮아요."
"맞아요 쌤. 원래 도경수 이놈이 굉장히 객관적이고 직설적인 놈인데 예쁘다잖아요. 그럼 예쁜거예요."
"몰라아아.. 너네도 엎드려서 자아아.."
"싫어. 쌤 볼거야."
"그럼 나도 종인이 계속 봐야지."
교탁에 기대서 종인이 보니까 종인이가 슬금슬금 엎드리더라고.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
곧 종이쳤어. 애들 가위바위보 하는 거나 볼까 싶어서 아이들을 보니까 정말 순식간에 가위바위보 하더라고.
8명이서 가위바위보하면 되게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나왔어.
"가자 경수야!"
"네."
경수랑 나왔어. 내 책을 가져가 들어준 경수가 말하더라고.
"오늘 선생님 보기 좋았어요."
"응?? 뭐가?"
"밝아지신 것 같아서 보기 좋아서요."
"아, 그래?ㅎㅎ
"계속 밝았으면 좋겠네요.."
"계속.. 밝을 건데..?"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 쌤이니까. 아, 협박 잘 먹힌 것 같아요. 형님들이 다른 말이 없어요."
아!! 다행이다!! 다행이긴 한데, 어쩐지 조금 이상했어. 뭐, 뭐가 이상할까..? 계속 밝았으면 좋겠다..? 오늘 애들이 말해주겠다던 그거랑 연관있는 건가..?
의아한 마음을 가지며 교무실에 도착했지.
"밥, 맛있게 먹어 경수야."
"네. 선생님도 맛있게 드세요."
"응!!"
경수랑 헤어지고 헤어지기 전에 건네받은 책이며 유인물이며 내 책상에 내려놓았어. 그리고 막 들어온 다른 선생님들과 밥을 먹으러 갔지.
음음.. 지금 모든 교시가 끝나고 상담실에 앉아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겼을 아이를 기다리고 있어. 어후.. 왜 이렇게 떨리냐..
괜히, 괜히 막 더 떨리네.. 그렇게 덜덜 떨며 기다리고 있으니까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니 찬열이가 들어오고 있었어.
"마치 짠 듯이 제가 들어오네요. 그쵸?"
손에 들려 있던 2개의 음료수를 하나는 내 앞에 또하나는 자기 앞에 두더니 앉더라고.
"아니, 뭐.. 오히려 찬열이 너여서 다행인 것 같아.."
"왜요??"
"음, 민석이는 무서울 것 같아.. 경수는 두려울 것 같고.."
"아, 뭔지 알겠네. 하긴,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가장 낫죠. 딴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편이니까."
"아니.. 뭐.. 딱히 그래서 뿐만이 아닐걸..?"
"됐어요. 그냥 제가 좋다고 솔직하게 말해요."
"그.. 그건.."
"어휴 소심해. 소심쟁이."
나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는 찬열이를 보다보니까 점점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았어.
"소심쟁이라니.. 나름 당찬 현대 여성인데."
"현대여성이세요?"
"그럼!"
"그럼 선생님이기 전에 현대 여성인거네요? 현대여성님 저랑 결혼할래요?"
"아 됐어!!!"
뒤로 넘어갈 정도로 환히 웃는 찬열이야. 어유, 장난빼면 아주 시체지. 환하게 웃는 찬열이를 마주보며 나도 웃음이 나와 웃었어.
"아오, 겁나 웃기네. 쌤 이런 반응 오랜만이라서 더 웃겼나봐요."
아직도 여운이 남는 지 실실 웃으면서 말하더라고. 어휴.. 하여간..
"아. 말씀 드릴 거는 되게 진지하고 놀라운 내용인데."
"아, 응.. 준비 만땅 했어."
"더 해야 할텐데. 진짜 놀라운 이야기인데.."
"그.. 그정도야..? 나,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럼, 말씀 드려도 될까요?"
"음, 음.. 잠시만! 누구에 관한 거야..?"
"누나랑 쌤이요."
....?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내가 그 분이랑 같이 이름이 오른거지..?
"이 이야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이며, 모든 아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라요.
하지만 쌤은 객관적으로 듣고, 또 쌤 주관적으로 들어야 하는 이야기예요."
"어? 어..."
곧 찬열이는 제 앞에 놓인 음료수를 따더니 꿀꺽이며 마셨어. 나도 따서 한모금 마셨지. 내가 음료수를 내려놓으니까 찬열이가 그제야 운을 뗐어.
"아, 애들이랑 많이 이야기해보긴 했는데, 이 말을 제가 전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래..?"
"우선 말씀드리기 앞서서 질문 좀 할게요. 쌤 고3 때 사고 나신 거죠?"
"응. 그렇지."
"기억도 안 나신다고 했죠."
"응, 부분부분만 기억나고 그 전후로 기억이 잘 안나."
"저희가 처음 쌤을 봤을 때 누나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 아, 그러고보니 진짜 아이들 처음 딱 만났을 때.. 누나라고 해서 집에서 펑펑 운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쌤이, 정말 누나를 엄청 닮았거든요."
"아.. 들었어. 외적으로도 되게 닮았다고."
"완전 똑같은 건 아닌데, 진짜 엄청 닮으셔서.. 누나가 살아있으면 쌤일 거 같다고 이야기도 많이하고, 그랬단말이예요."
"아..."
"저번에 경수가 쌤 아버지 본 적 있죠?"
"응. 아침에 봤었지.. 아주 잠깐."
"그때, 아.. 음.. 솔직히 선생님이 누나 닮은 거는 아무렇지 않은데요.. 선생님 아버지가 누나 아빠랑 똑같이 생겼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저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어..? 왜... 왜, 닮았지..?"
"...저희가 세운 가설이 있어요. 근데, 쌤이 이 말 들으면 저희 싫어할지도 몰라요."
"일단 해..봐."
"누나네 아빠가 저희한테 그랬거든요. 누나 죽었다고. 근데, 누나네 아빠가 저희 마음에 안 들어 했어요.
그래서, 누나랑 저희 떨어뜨려 놓으려고.. 일부러 누나 죽었다고 말한 게 아닌가..."
"그, 그러니까.. 만약.. 내가 그 누나라면, 우리 아빠가 너희랑 나 일부러 떨어뜨려 놓으려고 내가 교통사고났을 때 죽었다고 너네에게 말한 거라고..?"
"어.. 네. 근데, 이게.. 분명 그때 당시에.. 누나 아빠가 저희한테... 아, 이건 아니에요."
"아, 아냐. 다 말해봐."
"그때.. 저희한테.. 어.. 저희 때문에.. 누나가 죽었다고... 엄청, 뭐라하시면서..."
이게 만약 다 맞다면.. 내가 그 누나가 맞다면, 분명.. 분명 아빠한테.. 막, 화가 나고 그래야 하는데.. 이상하게 화가 안 나..
막, 엄청 놀라운 말인게 분명하고.. 우리 아빠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고 있는 내 앞에 찬열이가 미워야 하는 게 맞는데.. 밉지도 않아..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건가..? 확실한 게 아니잖아.. 그래서 그런 건가..?
"내가.. 그 누나가 아닐 수 있잖아..?"
"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데.. 누나 아빠랑 쌤네 아버지가.. 너무, 너무 닮아서.."
"기억의 왜곡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 그치? 어.. 닮았는데.. 똑같은 게 아닌 거잖아. 그치?"
"....쌤네 아버지, 유명한 기업 사장님이시죠. 기억이 왜곡날리가 없어요.. 그 기업 그대로 이어오시고 있으니까."
"알고 있었구나..? 애초에, 일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확실하다였어. 그치..?"
그래, 지금 찬열이 말 들어보니까 확실하네. 그 기업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누나네 아버지의 딸은 외동딸인 나 뿐이니까.
찬열이 표정 보니까 더 확실해지네. 울 것 같은 표정이었어. 그토록 바라던 누나인데, 기억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런걸까..?
근데, 나 왜 이렇게 담담하지..?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 생겼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담담한거야..?
"저, 저희도 얼마전에 알았어요.. 경수가 쌤네 아버지 보고.. 그때 처음으로.."
"그랬겠지.. 애초에 너희들이 나를 보던 표정은 정말 다른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 눈이었으니까."
"쌤.."
"후.. 우리끼리 비밀 없다고 했지? 찬열이 너가 알고있는 건 이게 다가 아닐거야.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으니까."
"..괘, 괜찮으신 거예요..? 무리 안해도 돼요, 쌤.."
"괜찮아. 나도 내가 이상할 정도로 괜찮아. 계속 말해봐 찬열아. 선생님 신경쓰지 말고."
그 후로 찬열이가 하는 이야기들은 계속 담담하기도 했고, 때론 엄청 놀랍기도 한 말들이었어.
오오 |
여기까지는 다들 어느정도 예상한 이야기 였겠죠?(사실 전 최대한 아닐 것 같이 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하시는 독자님들이 보여서 많이 당황했어요..ㅎ) 그래서 여기서 끊었어욯ㅎㅎㅎㅎㅎ아마 결말은, 다음화나 다다음화가 될 것 같아요! 외전... 정도에 러브라인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근데 럽라 정하기도 애매해서.. 애들이 8명인데, 그 중에 어떻게 1명을 꼽을 수 있겠습니까아..ㅠ 이건 조금 고민해봐야겠어요..
am호nic...♥(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죽지마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뭉이/도비/곰탱이/하트./삼디다스/바닐라라떼 허니/타오네엄마/똥강아지/오호랏/우유퐁당/민석아찬열해/우유/워더 청포도/뀰/카프/세젤예/밍/홍합탕/까만원두/롤롤/해가빨리가장뜨는 시동/매쑝/설림/무민이/퐁퐁클린/4am/우럭우럭/네티큥/열페럿/이엘/여누 입꼬리/159/아말카/카망이/이런사과/여리/경수하트/엑엘/무빙스테이지 나의봄/거뉴경/스무살의봄/딘시/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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