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조련남 박지민
: 사랑하면 옮는다
어, OOO.
안녕하세요, 선배!
오냐. 박지민 또 병 났다며.
동아리방을 지나치다 자판기 앞에서 이온 음료를 뽑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남준 선배와 윤기 선배를 만나 인사를 나누는데 벌써 소문이 퍼졌는지 윤기 선배가 지민이의 안위를 물어와 양 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걔는 이 시기만 되면 정신을 못차리더라, 애가. 윤기 선배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고 격한 공감을 표현하며 신세 한탄을 해대는데,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던 남준 선배가 나를 힐끗 보고 작게 웃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삐죽 튀어나온 내 핸드폰을 턱짓으로 가르켰다. 너 혹시 핸드폰 무음으로 해놨냐? 뜬금없는 남준 선배의 말에 윤기 선배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남준 선배의 핸드폰을 힐끗 봤고, 나는 쇼핑백을 드느라 주머니에 꽂아뒀던 핸드폰을 급하게 꺼냈다.
박지민
집 나간 OOO 찾아요 ㅠㅠ
어디있는지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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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김남준님 외 76명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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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OO 바람 남?
김태형 ㅉㅉ 불쌍한 놈
박지민 정호석 김태형 ㅡㅡ 로그아웃 해주실래요
김남준 OOO 내 앞에서 민윤기랑 바람 피는 중
정호석 이거 칭찬의 박수도 모자라서 생각하는 의자 감인데? 민윤기 OOO
씨부랄. 남준 선배를 원망의 눈빛으로 쳐다보자, 선배는 윤기 선배에게 폰을 넘기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판기에서 이온음료를 빼어 벌컥벌컥 목으로 넘겼다. 씨발, 김남준 난 뭔 죄냐. 윤기 선배가 남준 선배의 폰으로 스크롤을 쭉쭉 내리다 째려보며 말했다. … 서, 선배 저 마상. 예상치 못하게 얻은 마음의 스크래치를 추스를 새도 없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핸드폰 화면에 지민이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떴다. 1분 내로 변명 안 하면 난 생각하는 의자 행이다. 급한 마음에 핸드폰을 들어올리는데, 손에 쥐고 있던 수많은 쇼핑백이 문제였는지 핸드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배터리가 분리되며 시멘트 바닥에 떨어졌다. 염병, 나 망했다. 나를 보던 남준 선배는 고개를 저었고,
… 뭐냐. 박지민 왜 나한테 전화하냐.
윤기 선배가 책 사이에 끼워 놓았던 핸드폰을 들며 어이 없다는듯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쏘아보고는 나에게 물었다. … 죄, 죄인은 말이 없습니다! 입을 합 다물고 헤헤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나, 나 주옥된 거 맞져?
**
OO 어린이, 태태에 이어서 이제는 윤기 선배까지 막.
진짜 아니야, 그런 거. 그냥 지나가다가 얘기 나눈 거 가지고 남준 선배가 장난친 거라니까?
… 그래도오.
이불을 꽁꽁 둘러싸맨 지민이가 코맹맹이 소리를 하고는 저도 거슬렸는지 식탁에 있던 휴지를 급하게 빼내 흥 하고 풀었다. 살살 휘젓던 죽을 한 번 맛보고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줄이며 뒤를 돌자 두꺼운 솜이불을 확 펼친 지민이가 나를 끌어당겨 이불 속으로 감싸안았다. 날도 더운데 이렇게 끌어안고 그러면 크나큰 … 오예 입니다. 방금까지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올라 놓고서는 꼬물꼬물 지민이의 품에 들어가자 지민이가 나를 꼭 끌어안고 뒤뚱뒤뚱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
지, 지미나? 너 죽, 죽 먹어야 돼. 약 먹어야 되니까 응?
내가 다급하게 말하자 눈을 꿈뻑이던 지민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까부터 닫혀있던 침실문을 열었다. … 워후, 홀애비 냄새. 지, 지미나 인간적으로 환기는 시키면서 살자. 응? 내가 바로 인상을 찡그리자 지민이가 내 표정을 힐끗 봤는지 어색하게 웃고서 손을 뻗어 창문을 열고는 나를 끌어안은채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니이, 아프니까 청소고 뭐고 할 수가 있어야지이…. 습관처럼 말끝을 늘이며 씨익 웃은 지민이가 아직도 인상을 찡그리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내 얼굴 위로 손을 들어 가리고는 양 볼에 쪽, 쪽 입을 맞췄다.
그래서, 윤기 선배는 어떻게 된 거라구요 OO 어린이?
윤기 선배랑은 만나서 니 얘기 했지. 선배랑 다른 얘기할 게 뭐가 있어, 내가.
진짜지? 거짓말하면 혼나요.
당연하죠, 포도 스티커 3개를 겁니다! 내가 당당히 외치자 웃겼는지 내 얼굴을 가린 손을 내리고서 큭큭 웃으며 나를 껴안고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 지민이에 나도 덩달아 웃으며 지민이의 목을 끌어안았다. 여러분, 자취를 하세요. 자취는 참 좋은 거랍니다. 나도 모르게 드는 나른한 기분에 그렇게 몇 분을 웅크려 안고만 있다가 울리는 진동에 급하게 침대 옆 협탁을 더듬대다 걸리는 지민이의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아, 나 이제 딱 잠들뻔 했는데 그냥 자자, 응? OO야?
액정에 뻔히 엄마가 적혀있는 걸 봐놓고서는 핸드폰을 뺏어가서 떼를 쓰는 지민이에 쓰읍 하고 엄한 표정을 짓고서는 지민이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다시 뺏어 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래서 어? 아들은 낳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거여. 옆에서 입술을 쭉 내밀고 내가 어머니와 통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지민이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자, 벌러덩 뒤로 밀린 지민이가 누워서는 내 긴 머리를 가지고 땋았다가, 매듭을 지었다가 장난을 치며 나를 괴롭혔다.
- OO야, 니가 고생이 많다.
아니에요, 매년 그랬는데요 뭐.
- 걔가 또 어리광 부리면 나한테 다 말하고. 응? 너네가 멀리 살아서 챙겨주지도 못하고….
제가 지민이 다 챙겨주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구 몸 조리 잘하세요 어머니!
OO야, 이거 다 뭐야? 억지로 속에서부터 끌어올린 꾀꼬리 목소리를 내고 크게 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는데,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를 지민이가 부엌 한 구석에 차곡차곡 놓여져 있는 쇼핑백을 들여다 보며 멀리 있는 내게 소리쳤다. 쟤는 아프다는 애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야. 끙끙대며 덮고 있던 무거운 솜이불에서 헤치고 나와서는 지민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하나 하나 쇼핑백 안에 있던 물건을 빼냈다. 이거는 유자차, 이거는 보약, 이거는 내일 먹을 죽, 이거는 비타민, 이거는….
OO야, 그만 그만. 나 건강하다 못해 죽지도 못하겠다. 으응?
물건이 점점 늘어나 산을 쌓자 질겁을 한 지민이가 급하게 내 손을 저지하고 물건을 다시 차곡차곡 쇼핑백 안으로 넣어 정리했다. 내가 이 구역의 지민맘이여. 뿌듯한 마음으로 헤 웃은 채로 지민이를 바라보자 못말리겠다는듯 웃은 지민이가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잘했어요, 우리 OO어린이. … 아니야,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닌데. 지민아 뭔가 막 주고 싶고 그렇지 않니? 응? 지민이의 쓰다듬음에도 가만히 웃음을 지은채 바라보고 있는 걸 멈추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지민이가 내가 원하는 걸 알아차렸는지 스읍 하고 엄한 표정을 지었다.
포도 스티커는 안 돼.
염병, 세상살이 참 힘드네.
**
그러게 내가 빨리 밥 먹고 약 먹으랬지.
어으….
목도 다 나가고….
그렇게 밥 먹고 약 먹으라 해도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열이 올라 얼굴까지 벌개진 지민이가 쇼파에 앉아 말도 못하고 숨만 헥헥 거리고 있었다. 안쓰러워 죽겠네, 우리 지미니…, 기침을 해대는 지민이를 보며 괜히 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이불을 더 감싸맨 지민이가 엉덩이를 슬금슬금 내 쪽으로 끌고 와서는 내 미간 위에 손을 얹었다. 안 아퍼, 그니까 얼굴 펴 으응? 목에서 쇳소리가 나는 지민이에 한숨을 내쉬고 아까 옆에 두었던 따뜻한 유자차를 건네자 두 손으로 컵을 감싸쥐고는 벌컥벌컥 들이켜 한 입에 다 털어넣고는 웃으며 빈 컵을 흔들어 보였다.
자, OO 어린이 나 이거 다 마셨어요. 보이지? 그러니까 걱정 그만해. 으응?
목이 아팠는지 작게 속삭이며 말하던 지민이가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힘이 들었는지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어깨에 닿인 지민이의 얼굴이 불덩이 같이 뜨거웠다. 마, 마음이 아프다…. 손을 올려 지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더 머리를 부비던 지민이가 얌전히 무릎 위에 놓여져 있던 내 손을 끌고 가 깍지를 끼고 손가락을 맞대며 손장난을 쳤다. 이제 들어가서 좀 자. 빨개진 지민이의 볼을 보다 못해 잡은 손을 이끌어 지민이를 일으켰다.
… 지미나, 인간적으로 운동 그만 하자.
나 더 무거워졌지? 그거 살 쪄서 그래. 실습 기간에 좀 많이 먹었거든, 스트레스 때문에.
아니야, 내가 아는 지방의 느낌이 아니야.
내가 지방이랑 좀 가까운 사이라서 아는데, 그 느낌이 아니라고 이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끙끙대며 지민이를 침대 위까지 부축해주고 침대에 걸쳐져 있는 두꺼운 솜이불을 꼼꼼히 덮어줬다. 내가 덮어준 이불을 살짝 끌어내린 지민이가 식은땀이 나는지 이마를 한 번 훔치고는 손부채질을 해댔다. 나 더운데…. 지민이가 울상을 짓는데도 애써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을 하며 다시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줬다. 너 이렇게 땀 안 빼면 안 낫잖아. 내 말에 할 말이 없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고 쭉 내민 지민이가 이불 끝자락만 만지작댔다.
막 드라마에서 보면 여자가 남자 자는데 옆에서 물수건도 해주고, 몸도 막 닦아주고 하던데….
방바닥에 널려진 휴지를 주워대며 지민이가 자는 동안 집 청소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걸터앉았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내 손목을 힘없이 잡은 지민이가 애절하게 나를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드, 드라마가 사람을 망쳤네 망쳤어. 속으로 드라마에 대한 욕을 하면서도 슬금슬금 다시 침대에 엉덩이를 붙였다. 내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도 아닌데…. 끈질기게 따라붙는 지민이의 시선을 모른체하며 말하자 씩 웃은 지민이가 내 손을 제 이마 위에 얹었다. 열이 내려가지 않았는지 아직도 뜨거웠다. 해열제라도 따로 사와야 되나?
내가 요즘 학부모님들이랑 공감대를 구성하려고 드라마를 좀 많이 봤거든?
니가 보고 싶어서 본 거 다 알아.
그, 그런 거 아닌데에…. 아, 아무튼!
정곡을 찔린 지민이가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소리를 빽 지르고는 목이 아픈지 인상을 찡그렸다. 식은땀이 많이 났는지 앞머리가 땀에 젖어있었다. 아니, 사람이 아픈데 이렇게 섹시할 일인가요? 지민이가 인상을 딱 찡그리는데 … 시, 심장에 무리. 침을 꼴깍 넘기고 침대 시트를 꼭 움켜쥐었다. 남자가 아파서 이렇게 누워 있으면 여자가 막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간호해주다가 이르케 남자 옆에 누워가지구…. 꼬물꼬물 옆자리로 자리를 옮긴 지민이가 베개에다가 팔을 턱하니 올려두고는 나를 바라봤다.
OO 어린이, 빨리. 이거 팔베개.
그런 지민이를 바라보다가 협탁 구석에 놓여져 있던 곰인형을 냅다 지민이의 팔 위에 올렸다. 아니, 불덩이인 애한테 내 무거운 머리를 얹으면…. 양심이 있지, 내가. 그러자 곰인형과 나를 번갈아 보던 지민이가 곰인형을 꼭 끌어안고 뽀뽀를 쪽쪽 해댔다. 어휴, 내 여자친구는 응? 간호도 안 해주고, 안아주지도 않구… 어떻게 생각하니? 심각한 표정을 짓고서는 제 옆자리에 곰인형을 다시 앉힌 지민이가 중얼중얼 말을하며 힐끗 나를 쳐다봤다.
…OO 어린이, 막 가슴이 콕콕 찔리지 않아요?
…
하나뿐인 여자친구가 내 말 들은 척도 안 하구, 몸도 너무 아프구. 박지민 죽네 죽어!
이불을 들춰내고 대자로 누운 지민이가 밖에 다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저, 저기 지민아 이웃집한테 다 들릴 것 같거든? 당황한 내가 서둘러 지민이의 입을 손으로 막자 입술을 쭉 내밀어 손바닥에 입을 맞춘 지민이가 씩 웃더니 제 입 위에 올려져 있던 내 손을 그러쥐고 잡아당겨 속절없이 지민이 위에 드러눕게 됐다. 미친, 오늘 아침에 저녁에 먹다 남은 치킨 먹고 왔는데요. 배, 배출도 안 시켰는데 이렇게 강제 무게 공개라뇨. 급하게 흡 숨을 들이마쉬고 배에 힘을 주자 지민이가 웃으며 날 옆자리에 눕혔다.
OO 어린이 말도 안 듣구, 응? 내일 너네 과방에서 칭찬의 박수 한 번 해야겠어요 진짜.
아, 앙대…! 더이상의 수치플은 다, 다메요! 격하게 고개를 젓자 가만히 보던 지민이가 그런 내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매일 포도 스티커 준다고 해야 말 듣고. 내가 잘못키웠어, OO 어린이를. 팔로 고개를 지탱하고 심각한듯 굳은 얼굴로 말하는 지민이를 보다 웃음이 터졌다. 꼭 엄마 놀이 하는 애기 같잖아요. 세상 사람들 우리 지미니 잔망 좀 봐여! 내가 웃는 걸 보던 지민이가 한 손으로 내 양 볼을 꾹 눌러 잡았다.
진지한 애기하는데 누가 웃으래요 OO 어린이.
기, 기여어서 그래써. 그, 긍데 이거 쫌….
뭐어? 뽀뽀? 뽀뽀라고 그랬어 지금? OO 어린이도 참, 부끄럽게.
아니, 아닌데요. 내 말은 죽어도 듣지 않는 지민이 덕에 양 볼이 꾹 눌린채로 입만 툭 튀어나와서는 불퉁하게 있는데, 그걸 본 지민이가 웃으며 다가오다 급하게 멈춰섰다. … 나는 왜 하필 감기에 걸린 걸까. 뭐, 다리가 부러지고 팔이 부러져도 되는데 왜 하필 감기야아. 옮을까봐 아무것도 못하겠잖아. 입을 쭉 내밀고 불평하던 지민이가 결국 고개를 돌려 뺨을 쭉 튀어나온 내 입술에 두어번 갖다댔다. 이런 수, 수동적인 뽀뽀 심장에 무리를 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래두, 인간적으로 이렇게 떡하니 내놓구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게 말이 돼? 그죠, OO 어린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질문 아닌 질문을 해놓고서는 씩 웃은 지민이가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
이지은, 너 오늘 도서관 갈 거지.
- 안 가요.
뭔 소리야. 내일이 시험인데 도서관엘 왜 안 가.
- 안 가요.
… 뒤질래?
- 안 가요.
… 이 미친자를 봤나? 계속 반복되는 대화에 지친 내가 결국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분명히 새 알림이 떠야할 카톡 어플을 꾹 누르자 읽음 표시가 떴는데도 잠잠한 김태형의 대화방이 보였다. 아니, 씨부랄? 프로필은 바꾸고 내 카톡은 읽씹을 해? 분명히 필기를 뺏길 거라며 시험기간이 되면 연락하라고 했던 것들이 누구였더라? 괘씸한 마음에 백팩에 필기와 핸드폰을 막무가내로 쑤셔놓고 몸을 일으켰다. 나 혼자 도서관 가서 공부하고, 어? 혼자 과탑할 거다, 이것들아. 동아리방에 시체처럼 누워 있던 선배들한테 인사를 하고 문고리를 잡아 여는데,
어, 안녕하세요 선배.
역시나 무표정을 하고 꾸벅 인사를 한 정국이가 내 손에 무언가를 들려주더니 동아리방으로 쏙 들어갔다. 이게 뭐야. 얼떨떨하게 손을 펴보니 구겨진 일회용 마스크가 있었다. 꼭 하고 다니세요. 멍하니 마스크만 바라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빼꼼 고개를 내민 정국이가 한 마디를 하고선 사라졌다. 아니, 너 내가 감기 걸린 건 어떻게 알았는데…? 의심스러운 마음에 머뭇거리다 기침이 나오려 간질거리는 목 때문에 결국 꾸역꾸역 마스크를 썼다.
야 너 진짜 도서관 안 가? 필기 안 뺏겨?
- 필, 아오. 안 가요.
왜 이래 진짜. 그럼 나 지금 혼자 간다, 도서관?
- 아니 미친 가지 마, 씨발. 도서관을 왜 가.
갑자기 내 말에 화를 내며 성질을 부리는 이지은에 핸드폰을 귀에서 살짝 떼고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욕을 꾹꾹 눌러 담았다. 아니, 씨부랄. 내가 간다는데 왜 지랄이세요. 어? 대꾸를 하려고 든 핸드폰을 보니 이미 전화는 끊겼고, 벌써 도서관 앞이었다. 방해하는 애 없으면 나야 좋지, 뭐. 찜찜하지만서도 가방을 고쳐매며 아직도 따가운 목에 따뜻한 물이라도 먹으려고 문 바로 옆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 차가운 물을 번갈아서 텀블러에 담고 있는데, … 씨부랄? 갸는 끔찍한 걸 봤다고 했슈.
으억, 씨발!!!!
왜 내 눈 앞에는 이지은과 김태형이 보이며, 왜 이지은과 김태형의 손에는 전공책이 있으며, 왜 이지은과 김태형은 도서관에서 나오는 것일까. 나를 보고 놀란듯한 이지은은 뒤로 자빠질듯 몸을 허우적댔고, 이지은의 뒤를 따라나오던 김태형은 들고있던 프린트물을 우수수 떨어트렸다. … 아니, 씨발 이게 뭐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물을 받으려고 텀블러를 잡고 있던 손을 삐끗하는데, 뒤에서 손이 쑥 뻗어져 나오더니 떨어질 뻔한 내 텀블러를 잡아챘다.
워후, 바이러스들이 쌍으로 움직이니 피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구나, 태태야.
그렇습니다, 마님.
뭔 지랄이야, 미친 놈들아.
이 상황에 만담을 주고 받으며 콩트를 하는 이지은과 김태형을 째려보다 옆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리는데, 텀블러를 손에 들고 씩 웃고 있는 지민이가 보였다. 지, 지미나? 씨이바…. 놀란 마음에 저절로 욕을 내뱉었다가 급하게 손으로 막았다. 아, 욕설시 포도 스티커 1개 압순데. 갑자기 굳은 지민이의 표정을 보고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는 가방끈을 꼭 움켜쥐고 날아가는 포도 스티커 하나에 벌렁벌렁하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 마.
그래도 올해는 양호하게 마스크라도 쓰고 오셨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선 이지은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고서는 말하자 옆에서 쪼그려 앉아 프린트를 줍던 김태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째려봤다. 왜, 뭐요. 왜요. 지민이의 눈빛을 애써 모른척 하고는 텀블러를 받아들며 말하자 ' 왜요? 뭐요 라고 했냐 지금?' 이라며 김태형이 줍던 프린트를 내팽겨치며 열분을 토했다. 왜, 왜 저래…. 무, 무서워 그냥 무섭고. 옆에 서 있던 이지은마저 씩씩 거리며 발을 굴렀다.
씨발, 니 죄를 니가 알렸다.
너 박지민이 한 번 앓고 나면 훨씬 더 심하게 감기 걸려서는 시험기간에 온 과 애들한테 옮기고 다니잖아! 어?!
아, 아니 그건!
김태형과 이지은이 쏘아 붇히는데 할 말이 없어 어버버 거리다 힐끗 지민이를 보니, 며칠 전 있었던 감기 기운이 멀끔히 사라졌는지 열 기운도 없어 보이고, 얼굴에 뽀동뽀동 윤기도 나는 것이… 아침에 움직이지 않는 몸을 애써 일으켜 화장실 거울 앞에서 본 내 모습과는 천지 차이였다. 내 죄를 내가 알! 렸! 다! 김태형과 이지은의 눈치를 보며 말을 한다고 흘러내린 마스크를 쓰윽 끌어올렸다.
도대체 간호해준답시고 뭔 짓을 하는지, 어? 박지민 아프다고 하면 도리여 우리 과에 경보 울리는 거 넌 모르지?
뭔 소릴 하는 거야, 이 미친년이? 급하게 이지은 앞으로 달려가서 고 마초스러운 입을 막는데 옆에서 나를 보고 있던 지민이가 따라 와서는 내 정수리에 손을 얹고는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쓰읍, 친구한테 감기 옮기면 안 되지. … 지, 지미나? 감기를 옮겼다는 사실에 뿌듯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흐뭇한 웃음을 짓던 지민이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내가 며칠 전 지민이 집에 잔뜩 놔두고 온 비타민 중 몇 개를 주머니에서 꼬물대며 꺼내더니 인자한 산타마냥 이지은과 김태형에게 한 개씩 나눠줬다.
내 여자친구는 내가 관리할테니까, 어여 공부하러 떠나.
야, 이거 꺼지라는 말 돌려서 하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씨발.
비타민을 부시럭부시럭 까먹으며 중얼대던 이지은과 김태형이 지민이와 나를 쏘아보고는 커플병 옮는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도서관을 나갔다. 어우, 정신없어 죽겠네. 금새 열이 오른 볼에 손바닥을 대며 열을 식히자 내 입에 비타민을 넣어준 지민이가 들고 있던 책으로 부채질을 해주며 내 몸을 돌려 도서관을 나섰다. 어, 어디가는데? 당황한 내가 버둥대자 지민이가 흘러내린 가방끈을 고쳐매고는 쉿 하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댔다.
너 도서관에서 사람들한테 감기 옮기면 어떡해. 그러니까 둘만 있을 수 있는 데로 가자.
… 자취방 밖에 더 있겠어요. 며칠 안 남은 시험이 떠올라 다시 도서관에 가야겠다 싶으면서도 점점 오르는 감기 기운에 결국 주머니에 있던 집 열쇠를 지민이한테 넘기자 가볍게 열쇠를 잡아챈 지민이는 내가 매고 있던 가방을 가져가 어깨에 걸쳐 맸다. 내가 들어도 돼 그건…. 지민이를 닮아가는지 말 끝을 질질 늘이며 말하자 웃은 지민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손에 쥐고 있던 비타민의 껍질을 까 내 입에 다시 넣어주며 속삭였다. 그래도 내가 옮겼다니까 기분은 좋다. 그지? 그지는 뭔 그지야. 쌩쌩한 지민이에 괜히 얄미워 고개를 젓고는 입 안에 있는 비타민을 우적우적 씹었다.
그런데, 있잖아요. OO 어린이?
… 느, 느에?
포도 스티커.
…
한 개 압수, 인 건 알고 있죠?
지미나, 나 방금 니 말 듣고 혀 깨물었는데 어떻게 다시 안 될까…? 역시 세상살이, 쉽지가 않았다.
암호닉 샘봄 / 방탄분홍머리걔 / 곱창 / 침침워(먼)더 / 포도센세짐니 / 슬요미 / 집순이 / 얏호 / 귀여운주사/ 마름달 / 똘똘이스머프 / 지민이네달빛 / 침침쓰/ 슬요미 / 1600 / 태태뿡뿡 / 커몽 / 망구 / 흑슙흑슙 / 소금 / 블라썸 / 공중전화 / 꿀떡맛탕 / 얌냠 / 호이호이 / 심쿵남 / 포도모으는토끼 / 슈몽 /슙슙 / 또이또이 / 젤리 / 시레 / 또또 / 작까님내꺼하자 / 삼천판다 / 향균물티슈 / 메리츠 / 미스터침침 / 토끼머리띠 / 수박빙수 / 충전기 / 토끼야놀자 / 무민이 / 골드빈 / 94 95 / 들국화 / 다홍 /슙슙 / 치졸이 / 짐그래 / 헤롱헤롱 / 순정 / 뷔글뷔글 / 짐니 / 알매슙 / 불알 / 디즈니 / 꿀벌침침/ 해바라기 / 망망이 / 김데일리 / 아넬로 / 뿌뿌 /착한생각 / 윤기모찌 / 샤파 / 망고빙수 / 쀼쀼 /♥짐니♥ / 뀨뀨 / 요를레히 / 맹고 / 꺄룰 / 우리사이고멘나사이 / 침침맘 / 주지스님 / 엽떡 / 초딩입맛 / 고망맨 / 그대못생겼어요 / 호식이두마리 / 플랑크톤 / 홉이 / 다굠 / 방지민 / 명탐정코코 / 슬아 / 리잰 / 들레 / 윤기선배 / 용서노노해 / 은박지 / 민슈팅 / 슈가! / 과동기침침 / 채영 / 정희망 / 세젤귀세젤예 / 플덕 / 윤기찡 / 밍뿌 / 침침해 / 민슈가 / 민설탕 / 펜잘규 / 민트곰 / 보나 / 외로운쿠키 / ㅇㅅㅇ / 호석이두마리치킨 / 뿌뺘삐뾰 / 섬섬옥수 / 꾹무룩 / 포도알 / 짱구 / 봄봄 / 짱짱맨뿡뿡 / 태태한 침침이 / 알라 / 꼬이 / 미소 / 아말카 / 뀨또 / 호빗 / 치킨 / 치민이 / 감자 / 어썸 / 석류드링크 / 가가멜♥ / 지민아 / 김치볶음밥 / 딘시 / 꽃밭 / 짐그래 / 아카시아 / 달걀 / 박지민워더 / 썸월 / ★작은별★ / 바나나 / 박조련 / 페브 / 태말이 / 921 / 쭐래 / 박뿡 / 맑공 / 지니 / 계피 / 쪼꼬에몽 / 꾹이 / 비바 / 룰난 / 지민쓰 / 찌민 / 민슙 / 연이 / 바닐라슈 / 햇살 / 플랑크톤회장 / 너를애정해 / 8ㅅ8 / 윤민기 / 빠밤 / 감자깡 / 지민엄마 / 유자 / 한탄 / 줍줍 / 요푸 / 까르겟겟 / 망고버블티 / 박지민 / 얌냠 / 콜라 / 윤기융기 / 청바지 / 포도스티커 / 민트 / 수치플 / 솜 / 사과 / 윤민기 / 까만색 / 찹쌀떡 / 자몽주 / 퐁퐁 / 호걸빵 / 소녀 / 후엥 / 눈이침침행 / 슬애기 / 비솔 / 버건디 / 김안녕 / 뿌링클 / 빵빠레 / 마끼 / 심슨 / 요맘때 / 짐짐 / 짐박 / boice1004 / 복동 / 형아 / 두유 / 천상여자 / ☆☆ / 부재중 / 오름 / 잉여 / 모모 / 숨 / 비트윈 / 유교짐니 / 딸키맛 / 자몽 / 우지수박 / 땡글이 / 꾸꾸까까 / 수수 / 냥냥이 / 뉴트로지나 / 핑슙 / 포세이돈 / 슈차 / 하늘하늘해 / 포도맛사탕 / 연모♡ / 감귤 / 미니 / 디보 / 연애학개론 / 잼잼 / ♥포도장미♥ / 아기 / 꿀비 / 딸기 / 어레스트 / 레드 / 반딥 / ♧몽몽♧ / 콩나물제육볶음 / 요덮아놀쟈 / 쿠야 / 짜끄리 / 덕쿠힁 / 꾸꾹이 / 비타민 / 포포 / 인사이드 아웃 / 꾸꾸기 / 흐로로로로로 / 미니미니 / 박뿡 / 두둠칫 / 미니슈 / 김치만두 / 숲 / 누나 / 아침햇살 / 옝니 / 태퉤퉤 / 융기맘 / 홉퍼파워 / 칭찬의박수짝짝꿍 / 포도 / 샤축구 / 말랑이 / 연꽃 / 민빠답없 / 타미 / 준회 / 쁘띠젤 / 침침아 / 핑퐁 / 심쿵쓰 / 모찌 / 산들코랄 / 오곡 / 불닭볶음면짱 / 나에케서미아카되지마 / 눈부신 / 힘슈 / 지민이와함께라면 / 빙수 / 별별별 / 짱구 / ☆별☆ / 김뷔 / 포도스 / 핑퐁 /
오늘은 정말 재미가 없고, 마무리도 별로라고 생각해서 포인트를 줄였습니다… 고저 5포인트이긴 하지만 8ㅅ8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항상 댓글도 정성스럽게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제 글이 문체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에피소드 형식이라 글 구성이 꼼꼼한 것도 아니고, 전 글들이 초록글에 오를만한 글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어떤 분들이 보시기에 당연히 오글거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런데도 항상 제 글 추천해주시고, 어디 가서 정말 재밌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보면 진짜 저 감동을 막…. (오열) 독방글 눈팅하면서 제 글 이야기가 보일 때마다 움찔움찔하고 캐, 캡쳐도 한답니다... ♥
(☆제목수정☆ 어우 제가 저거 저렇게 놔둔 건지도 모르고 그냥 떡하니 글을 올려버렸네요... 얼른 수정하고 쪽8리니까 도망갑니다 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