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조련남 박지민
: 밧줄로 꽁꽁 (上)
지민아, 이따 15 애들 집합인 거 알지.
집합? 몰라아. 나 그런 거 안 하는 거 알면서.
야, 그래도 오늘은 출석이라도 해라. 선배들이 너 벼루고 있는 거 알기는 아냐.
빨대를 잘근잘근 씹던 지민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도 테이블에 풀썩 엎어져서는 쥐고있는 내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아, 가기 싫은데에…. 투덜대는 지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 안에서 곧 찢길듯한 빨대를 억지로 빼내는데 지민이를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던 수훈이가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카페를 나섰다. 나, 나 보고 어떡하라고…. 워낙에 똥군기든 뭐든 어정쩡한 선배 노릇을 싫어하는 지민이와 나라 항상 집합 같은 건 우리 일이 아니라는듯 피하기 일수였는데, 이번엔 선배들까지 끼인 문제라 울상을 짓는 지민이를 보고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아, 진짜 가기 싫어어…. 나 아프다구 해주면 안 돼, OO야?
… 이번엔 어디가 아프다고 해야 제일 적당할까. 지민이의 말에 꾀병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동시에 짜기라도 한 듯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뒤집으니 카톡창이 떠있었다. ' 박지민 안 보내면 죽는다' 제가 실언을 했네요, 민선배. 본부대로 해야져, 제가 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지민이에게 민선배의 카톡을 띄운 핸드폰을 보여주자 안 그래도 울상이던 눈썹이 축 늘어진다. 안쓰러워 죽겠네, 그냥.
어, OOO. 박지민 기다리냐?
아, 네에. 아직 멀었어요?
곧 끝나. 우리가 뭐 심각한 벌 주는 것도 아니고.
교대 건물 구석에서 쭈뼛거리며 괜히 울리지 않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데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신발을 찍찍 끌며 과방 문을 닫고 나오는 윤기 선배와 마주쳤다. 대충 고개를 꾸벅하는데 윤기 선배의 뒤에서 남준 선배도 어슬렁거리며 손을 들어 내 인사를 받았다. … 터줏대감인 줄. 줄줄이 나오는 선배들을 보고 혹시나 지민이가 나올까봐 힐끗대는데, 그 시야를 가린 윤기 선배가 내 품에 캔 커피 하나를 안겨줬다. 저 먹으라는…?
네 거 아니다.
아, 예. 상황 어색하니 차암 존네여, 조아여. 캔을 따려던 손을 뒤로 감추고 어색하게 웃자 다른 손에서 캔 커피 두 개를 더 꺼낸 윤기 선배가 내 어깨를 잡고 뒤로 돌리더니, 가방을 찌익 열어 캔 두개를 막무가내로 쑤셔넣더니 내 등을 밀었다. 정 먹고 싶으면 이거 먹고, 그건 내 후배한테 전달 좀. 어리둥절한 나에게 단호히 말한 윤기 선배가 남준 선배를 제치고 건물을 나섰다. … 아, 뭐 선택지는 두 개밖에 없나보져? 1. 그냥 커피 가져다 주기 2. 마시고 커피 가져다 주기? 얼굴이 굳어가던 나를 보던 남준 선배는 그 상황이 웃겼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네, 웃기시겠죠.
지민이 기다리고 있는 거야? 지민이 아까 내가 심부름 시켰는데.
심부름이요?
어, 영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교구 가져오라고 시켰는데, 아마 다시 여기로 올 거야.
아, 네에. 남준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단단히 닫혀 꼭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과방 문이 벌컥 열렸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애들에 밀려 남준 선배는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었는지 급하게 자리를 떴고, 복작이는 교대 건물에 나 혼자만 우두커니 레쓰비 하나를 품에 안고 서 있었다. … 아, 없어 보이게 왜 하필 레쓰비지. 조금도 돈을 더 쓸 생각을 하지 않는 윤기 선배를 원망하며 우르르 몰려나오는 신입생에 머엉하니 과방 앞을 지키는데 복작이는 무리 속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와, 전정국이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어, OO 선배?
다행히도 나를 발견하고 먼저 아는 척을 해주는 정국이에 반색을 하며 그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뒷걸음질을 치며 주춤한 정국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 미안 누나가 이성을…. 나를 빤히 바라보는 정국이와 그 옆의 신입생들에게 안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웃어보이고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 이미지 다, 다메요! 예상치 못한 짐승밍아웃에 허둥지둥댄 탓에 나는 캔 커피를 복도에 떨어트렸고, 얼른 반사신경을 발휘해 또르르 굴러가는 캔을 잡기 위해 쪼그려 앉아 손을 뻗었다. 아, 잡았다.
으억!
…?
아….
… 헐, 미안해요. 미안해요 진짜!
커피를 주웠다는 기쁨에 벌떡 일어난 것이 잘못이었는지, 아님 그 학생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잘못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이 벌떡 일으킨 내 몸뚱아리에 요망한 돌머리는 어떤 학생의 턱을 찧었고, '퍽' 하는 소리가 복도에 낭낭하게 울려퍼졌다. 당황한 나는 허우적대며 커피를 한 손에 쥐고 그 학생을 살피기에 바빴고, 턱을 움켜진 학생은 고개를 숙이고 앓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 아, OOO 사고 쳤다. 한숨을 푹 내쉬는데, 옆에서 정국이가 소리 없이 슬쩍 다가왔다.
야, 괜찮아? 너 아까 다친 데 아냐?
미친, 설마 제가 맞은데 또 때리기 스킬을 썼나봐여? 그쪽한테?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정국이의 말에 그 학생은 고개를 살짝 들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괜찮, … 미친, 하느님 제가 보는 게 피가 아니라고 해주세요. 무심코 본 턱을 움켜진 그 학생의 손가락 사이에서는 시뻘건 피가 흘러나와 뚝뚝 떨어졌고, 나는 질겁을 했다. 119, 119 부를까요? 네? 호들갑을 떠는 나를 정국이는 한심한듯 바라봤다. 이미지고 뭐고 생각할 새도 없었던 나는 급하게 가방의 작은 주머니에 꿍쳐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그 학생의 턱을 막았다.
미안해요, 진짜. 아, 내가 바보 같아서….
아, 아니에요. 아까 다친 데라,
어우, 피 봐. 어떡해요 진짜….
손수건을 그 학생의 턱에 갖다댄 채로 발을 동동 구르자 정국이와 그 친구들은 연고라도 가져 오겠다며 자리를 떴고, 그 학생과 나는 뻘쭘히 교대 건물에 남아있었다. 아, 저, 저기… 어디 앉아있을래요? 물론 내가 다치게 한 부위는 턱에 한정돼있긴 하지만 그래도 양심이 콕콕 찔린 나는 문이 열린 채로 텅 빈 과방으로 그 학생을 끌고 갔고 어지럽게 널려있던 책상들을 대충 정리하고 그나마 편해 보이는 의자에 그 학생을 앉혔다.
맞다. 제가 저번에 지민이가 다친 적이 있어서 연고를 사둔 적이 있거든요….
그제서야 저번에 사두고서는 그대로 가방에 넣어뒀던 연고가 생각이 나 급하게 가방을 뒤졌다. 한참을 휘적거리자 그제서야 잡힌 조그만 연고를 빼냈다. 아싸, 찾았다. 드디어 모습을 보인 연고에 기뻐 활짝 웃는 것도 잠시, 그 학생의 눈치가 보여 급하게 입을 앙 다물었다. 미쳤지, 내가 이 상황에. 연고 뚜껑을 돌려 열며 힐끔 눈치를 보는데, 그런 나와 눈이 마주친 학생이 씩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선배 때문이 아니라 원래 다쳤던 데라 그래요.
아니, 그래도….
괜찮아요, 저.
우물쭈물하던 내가 애써 고개를 끄덕이자 그 학생도 안심이 됐는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연고를 살살 쥐어짜내 검지 손가락에 살짝 묻히는데 아까 옆에 놔뒀던 캔커피를 유심히 바라보던 학생이 얼굴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이, 이러시면 제가 당황을…. 갑작스러운 상황에 숨을 참고 눈을 동그랗게 뜨자 아차 하고 뒤로 물러난 학생이 웃으며 캔커피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거, 저 마셔도 돼요?
아, 저거는… 이거 먹어요, 이거.
무심코 커피를 손에 쥐어주려다 민선배의 말이 생각나 급하게 아까 열어놓고 호작질을 했던 가방을 다시금 뒤졌다. 그러자 아까 민선배가 던지듯 쑤셔넣었던 캔커피 두개가 모습을 보였다. 저거는 민선배가 자기 후배 주라던 거고, 이건 제 거니까 이거 먹어요. 그래도 내 몫을 나눠줬다는 뿌듯한 마음에 씩 웃자 '감사합니다' 하며 고개를 까딱 숙인 학생이 옅은 웃음 소리를 내며 손에 쥔 캔 커피를 흔들었다.
혹시 민선배가 민윤기 선배…?
아, 맞아요. 민윤기 선배. 혹시 민윤기 선배 후배, 그러니까 직속 후배 누군지 알아요?
음, 네 알아요.
그럼 이거 좀 전해줄 수 있어요? 내가 누군지를 잘 몰라서…. 아까 정국이와 함께 우르르 몰려간 1학년 신입생들이 떠올라 직접 전달해주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연고가 묻은 검지 손가락을 살짝 뗀 채로 커피를 쥐어주며 말하자 고개를 갸웃하던 학생이 금새 내 손에 쥐어있던 캔커피를 잡아챘다. 아니, 뭐 그렇게 선배의 부탁에 열의를 보일 것 까지야…. 얼마나 군기를 잡아놨으면 애가 이래. 당황스러운 마음에 머뭇거리다 일단은 연고나 발라주자는 생각으로 그 학생의 얼굴로 손이 향하는데,
제가 그 후배거든요. 그러니까 이거도 제가 마시면 되죠?
OOO, 너 여기서 뭐 해?
학생의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검지 손가락에 묻어있던 연고가 툭 떨어졌고, 큰 목소리와 동시에 뒤를 돌아보니 교구가 담긴 상자를 끌어안고 우리를 쏘아보고 있는 지민이가 보였다. … 저 주옥됐죠?
**
야, 너 요즘 개 하나 키운다던데.
뭔 개소리야.
왜, 오늘 아침에도 달고 다녔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아침부터 지끈거리는 두통에 머리를 싸매고 동아리실에 마련된 쇼파에 쪼그려 앉아 끙끙대는데, 그런 내 옆에 앉은 김태형이 핸드폰 게임을 하며 넌지시 말했다. 뭔 개소리야, 쟤는 지금. 안 그래도 힘든데 누나 더 힘들게 하지 마라. 한숨을 폭 내쉬자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고선 손을 턱하니 내 이마에 얹은 김태형이 쯧쯧 하고는 혀를 찼다. 뭐, 타이레놀이라도 사 줘? 김태형의 말에 대충 손을 휘휘 내젓고 옆에 널부러져 있던 담요를 들어 툭툭 털고는 얼굴 위에 덮었다. 아, 그냥 생결할 걸.
너 전화 왔다, 진동.
이제 좀 쉬려나 싶었는데 울리는 진동에 애써 무시를 하려고 눈을 감았지만 나를 툭툭 치며 굳이 핸드폰을 내 손에 쥐어주기까지 하는 김태형 덕분에 담요를 내리고 핸드폰을 들었다. [010-****-****] 아, 씨부랄. 이제는 뒷자리만 봐도 진절머리가 나는 번호에 앓는 소리를 내며 쇼파에 엎어지는데 김태형이 다시금 나를 툭툭 건들였다. 가만히 놔두는 법이 없다, 이 개새끼는. 뭐냐는 듯이 고개를 들자 김태형이 제 휴대폰을 내 눈 앞에 내밀었다. [박지민] 박지민이 왜 나한테 전화질이냐, 너한테 안 하고. 김태형의 말에 여전히 진동이 울리는 내 휴대폰을 들어 내던졌다. 통화 중으로 나오겠지. 내 말에 김태형이 아아 하고 영구 박 터지는 소리를 내며 내 휴대폰과 제 휴대폰의 전화 버튼을 동시에 꾸욱 하고 눌렀다.
- 태태야, OO 어딨어. 빨리, 어? 아, 어딨냐고오!
- 선배 지금 어디에요? 네? 지금 제가 그리로 갈게요. 빨리요!
아, 세상 살기 힘들다….
**
아, 짜증나게 진짜아….
내 손을 꼭 잡고 꼭 도둑질이라도 한 어린아이처럼 두리번 주위를 살피며 도서관 안을 조심조심 걷던 지민이가 밖을 빼꼼 내밀어 보다가는 나를 1인 독서실 안으로 쑥 밀었다. 어후, 지민아 너무 거칠게 다루진 말어…. 안 그래도 아픈 허리가 더 지끈거려 손으로 애써 부여잡고는 앞에 있던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급하게 문을 닫아 잠근 지민이가 내 옆으로 와서는 앞에 있던 책상에 걸터 앉았다. 안 그래도 1인실인 독서실에 성인 남녀 2명이 있자니 조금 좁았다.
내가 그 때 심부름을 가면 안 됐어. 아무리 싫어도 거기 꼭 남아있었어야 했는데에….
내가 가만히 지민이를 올려다보자, 입술을 툭 내밀고 툴툴대던 지민이가 내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그러니까, 음, 나도 어떻게 된 건지는 잘모르겠지만 유교과 집합날 이후로 전정국에게 졸라 내 번호를 얻어낸 그 학생은 지금 보고있다싶이 나와 지민이의 관계를 부정하며 마치 사생팬마냥 나를 따라다녔다, 줄곧. 그게 불만이었던 지민이는 항상 나를 데리고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행동을 며칠동안 지속하고 있었고, 나는 그 둘 사이에 끼여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이 피곤한 짓을 하고 있었다. 뭐, 내가 제 3자라는 거는 아닌데….
민선배는 왜 하필이면 너냐고오! 전정국도 있고, 다른 애들도 많은데 왜 너한테 심부름을 시켜서는.
아니 그게….
그렇다고 좋다구 한 너는 뭐야, 진짜아.
아, 지, 지민아 그게 아니고오.
누가 사탕 준다고 따라 오라구 하면 조오타고 따라가겠어요, OO 어린이?
나를 껴안은채로 씩씩거리며 화를 삭히던 지민이가 상상을하다 더 화가 났는지, 열분을 토하듯 말했다. 움찔거리며 쥐고있던 지민이의 옷자락을 꼭 잡아끄는데, 옆 칸에서 지민이의 소리가 울렸는지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옙, 조용히 할게욥. 검지 손가락을 입에 올리며 쉿 하고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숨을 후 들이내쉰 지민이가 탐탁치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아직 걔 이름도 몰라. 응? 그러니까 지민아 화내지 말구….
결국 복통에 식은땀까지 뻘뻘 흘리던 내가 애써 땀을 훔치며 지민이에게 속삭이며 말하자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쉰 지민이가 그 좁은 공간에서 가방을 앞으로 매더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보다도 너 아픈데 걔가 귀찮게 하는 게 더 싫어, 짜증나아. 입을 불퉁 내민 지민이가 중얼대며 내 배 위에 따뜻한 온기가 있는 핫팩을 얹어줬다. 아까 편의점을 갔다 온다고 급히 자리를 뜬 지민이였는데, 이거 데운다고 다녀왔다보다. 깜짝 놀라 고개를 흠칫 들자, 옷 소매로 내 이마를 꾹꾹 눌러 땀을 닦은 지민이가 제 허벅지에 내 머리를 뉘였다.
여기 잠깐만 이렇게 있자.
…
걔도 못 찾을 거구, 너도 아프니까. 좀 쉬어. 으응?
땀으로 흥건한 내 손을 펼쳐 깍지를 낀 지민이가 내 손등을 쓰다듬듯 쓸며 내 등을 토닥였다. 아, 진짜 그래도 남자친구가 짱이구나. 베시시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채로 지민이의 허벅지에 머리를 편하게 기댔다. 옆으로 흘러내린 옆머리를 귀에 꽂아준 지민이가 내 뒷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내가 오늘 생결하라구 했지. 누워있지도 못하구 이게 뭐야아…. 지민이의 투정 아닌 투정에 애써 웃어 보이는데, 어디선가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설마. 진짜 개 같게도 이런 상황에 다시 물을 끼얹지는 말아주세요, 제발. 그러나 내 기도가 하늘까지 아직 닿지 않았는지 저 문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아주 익숙하고도 익숙했다.
' 혹시 1인 독서실 신청자 명단 좀 볼 수 있을까요?'
아, 씨발.
… 내가 잘못들은 거죠?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욕설에 고개를 번쩍 들자 입꼬리를 발발 떨며 올린 지민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너, 너어. 당황스러움에 입을 벙긋거렸다. 그런데 내가 입을 열 새도 없이 문 너머 밖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아, 명단만 잠깐 본다니까요 사서쌤?!' 미친, 아 골아. 땡깡을 부리는 듯한 그 목소리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켰고, 그런 나를 지민이가 다시 급하게 끌어앉혔다.
다른 사람들한테 방해되잖아. 금방 달래고 올게.
아, 싫어어.
지, 지미나 나 잠깐만. 응?
애, 애교라니. 나대지마, 심장아. 마치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눈을 하고는 나를 올려다보는 지민이를 애써 외면하며 배 위에 올려진 핫팩을 잠시 의자에 내려다 두는데,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민이가 나를 끌어당겨 제 허벅지에 앉혔다. … 씨부랄? 나 지금 어디에 앉은 거죠? 벙 찐 채로 그런 지민이를 바라보자, 나를 마주하고 베시시 웃은 지민이가 내 양 볼을 감싸쥐더니 쪽 하고 짧게 입을 맞췄다. 지, 지미나 잠깐만.
쓰읍, OO 어린이 오늘따라 말을 안 들어.
당황한 내가 지민이를 밀어내자 다시 팔을 잡아 당겨 제 품에 끌어안은 지민이가 다시 내 입술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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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가 늦어진 점 정말 죄송합니다 8ㅅ8 요즘따라 글 쓰기가 참 힘드네요 헿 글 잘 쓰지두 못함서..
오늘 글은 읽... 읽지 마!!!!!! 읽지 마요 독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