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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우민은 눈의 요정이었다. 
 
 기분 좋을 때는 송이송이 예쁘게 눈을 내리기도 했고 울적할 땐 하루 종일 일을 하지 않고 있기도 했으며, 꼭 어디다가 화풀이를 하고 싶을 때에는 폭설을 내리기도 하면서 한국의 겨울을 관할했으며, 눈송이로 변한 채 연말을 맞은 서울의 거리를 날아다니기도 했다. 가끔 옆 동 사는 짱 센 디오와 함께 손 붙잡고 인간의 모습으로 구경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두 요정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에만 바빴기에 시우민은 혼자 날아다니는 걸 더 좋아했다. 나도 요정 사이에서는 꽤 큰 편이야! 라고 디오와 함께 카페에 앉아 큰 소리 떵떵 쳤지만 옆에서 디오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알찬 열매라던가, 찬열이라던가, 불의 요정이라던가…쳇.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둘은 사실 요정 사이에서도 많이 작은 편이었다. 어쩐지 오늘따라 둘의 어깨가 축 처져 보인다. 
 
 작으면 어떤가? 지금은 한낱 눈송이의 모습이거늘. 살랑살랑, 기분 좋은 차가운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다가도 장애물은 있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인간이나 지랄맞은 견공들에게 부딪혀 녹아버리면 꼼짝없이 움직이질 못 했다. 자신의 빈자리를 알아줄 유일한 생명체인 디오가 날 찾아 나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처량한 내 신세여. 배우자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눈의 요정 시우민
1 flake.
* * *
 
 
 
 올해로 97살인 시우민이지만 인간의 나이로 따지자면 고작 고등학생 나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청춘들은 문화를 사랑하는 법. 요정이라고 예외는 없다. 홍대는 저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다. 젊음과 패기, 그리고 음악이 넘쳐나는 곳! 오늘도 인간세계로 내려올 때 같이 가자는 디오를 되도 않는 핑계를 대며 겨우 말려놓고 혼자서 홍대로 나왔다. 역시 홍대 하면 음악이지. 놀이터에 앉아 통기타를 치는 젊은 남자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역시 우주에서 음악이 제일 짱인 것 같아. 뮤직 이즈 마이 라이…
 
 
“와!”
 
 
 프! 를 외치기도 전에 길거리 계란빵 향기에 홀린 그는 “요새 살쪄서 군것질하면 안 되는데. 되는데. 되는데.” 하며 자기 최면을 걸다시피 했다. 옆에 디오라도 있었다면 체면이라도 지키려 먹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지만 이미 주머니 속에서 지폐를 잡고 꼬물꼬물 움직이는 손가락은 말릴 새가 없다. 꼴깍. 지폐는 길거리 예술에 투자하려고 가져온 돈이긴 한데…먹구싶다.
 
 
이거 주세여. 천 원어치 얼마예여? 
네? 
천 원어치여. 
천 원어치…천 원인데요…. 
많이 주세여! 
 
 
 의지가 뭐예요? 먹는건가? 를 속으로 외치며 시우민은 놀이터 미끄럼틀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어제는 웬 무서운 고딩들이 있어서 못 왔…아니 안 왔다만. 오늘은 멋지게도 내 자리를 지켜냈군! 계란빵을 오물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시우민의 모습은 참으로…. 디오가 옆에 있었다면 푸하하! 너 만두 같아! 하고 쪼갰을 것이 분명한 모습이다. 허나 흐뭇한 미소도 이내 텅 빈 계란빵 봉지 때문에 사라져버렸다. 천 원에 두 개가 말이 돼? 외로움도 안 타고 혼자 불만을 토로하며 중얼대던 시우민은 그냥 눈송이의 모습으로 홍대를 구경하는 방법을 택했다.
 
 
* * *
 
 
“으악!”
 
 
 예쁜 눈이 오던 허공에서 웬 남자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바지 주머니 속 며칠 전 장만한 스마트폰 액정 속의 시계가 5시 3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A.M.? 아침이야? 나 설마 날아오면서 잔 거야?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해봤자 똑똑한 갤럭시는 날 속이지 않는다. 나두 참 대단해. 주위를 둘러보니 용케도 아까 출발했던 놀이터 그대로다. 이 정도면 인간들이 먹는 소주 백 병은 마셔도 집은 잘 찾아갈 기세야. 쓸데없는 생각에 머리를 마구 헤집은 시우민이 미끄럼틀에 몸을 뉘었다.
 
 
“거기 자리 있는데.”
“….”
 
 
 이왕 잠든 거 여덟시까지만 진짜 자볼까, 하는 태세로 또 눈을 감았더니 이번엔 인간 불청객이었다. 그러나 잠을 깨운 짜증보다 더 앞서는 것은 밀려오는 두려움이었다. 절대 며칠 전에 봤던 무서운 고딩일까 봐 쫀 건 아니고! 그 이전에 인간하고 한 번도 1:1 대면해 본 적 없는데…. 시우민은 눈을 어색하게 감은 채 침을 삼켰다.
 
 
“자는 척하지 마요. 거기 자리 있다니까?”
“…네…?”
 
 
 용기 내어 한 쪽 눈을 떠 끔뻑였다. 굵직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예쁘장한 이목구비에 남자다운 얼굴을 한 묘한 분위기의 남자가 서 있다. 와, 멋있다…. 두려움도 잊은 채 입을 벌리고 상대방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아니 저기, 나한테 반했어요? 내가 침까지 흘리면서 쳐다볼 정돈가?”
“…스읍.”
“닳아요. 잘생긴 건 나도 알아.”
 
 
 실제로 시우민은 침을 흘리지 않았지만 그럴  태세였던 건 맞다. 입맛을 여러 차례 다시며 미끄럼틀에서 엉덩이를 떼자 얼어있던 미끄럼틀이 녹았다. 상대방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올린 흑발에 눈썹이 훤히 보였다. 어느 집에서 뭘 먹고 어떻게 키워졌길래 이렇게 생겨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놈 참 잘생겼네. 
 
 
“노숙해요?”
“노숙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금 이 시간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사람 너밖에 없을걸요.”
“너도 있잖아요.”
“난 사정이 있으니까 여기 있는 거고.”
 
 
 어쭈. 김추자 얼굴은 무슨 이름도 모를 새파랗게 어린놈이 슬슬 반말을 시전한다. 그에 열이 바친 97세, 내년이면 98세로 98세부터 208세까지 총 세 번의 성인식 중 첫 성인식을 치를 나이의 시우민이 가만있을 리 없지만 너는 내가 참는다. 일개 가소로운 1n 살짜리 인간을 상대하며 힘을 뺄 순 없다. 이젠 말 할 기력도 잃어 모든 것이 귀찮아진 시우민이 미끄럼틀에서 몸을 일으켜 상대방을 한 번 째릿, 쳐다봤다. 저기, 그렇게 쳐다봐도 안 무서운데. 
 
 옛 조선 시대에 이런 말이 있었다. 눈의 정령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비록 지금은 그렇게 쓰이지 않는다 해도 제가 한참 어려서 인간세계를 자주 들락날락 걸렸을 때 생긴 말이었다. 한국의 ‘겨울’을 관할해야 할 요정이 겨우 인간 나이로 열두 세 살쯤 됐으니,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던 때였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피고 민들레나 찔레꽃이 만개해야 할 봄에 고작 눈의 감촉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당시 총수님께 찡찡댔다가 요정 신분을 박탈당할뻔한 적도 있었더랬다. 휴, 그때만 생각하면 무슨 패기로 그랬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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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네이밍 입니다. 아직 세훈이 안 나와서 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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