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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준] 지니보이 A | 인스티즈[EXO/세준] 지니보이 A | 인스티즈 


 


 


 


 

 


 


 

 이번 학생회장 존나 개, 씹, 잘생겼어. 

 야, 언어순화, 언어순화. 얼마나 잘생겼길래 그래. 


 

 전국에서 학생이 몰려온다는 명문고에도 핫이슈는 있기 마련. 학생들 사이에서 아마 십 억 단위를 들여 지었을 것이라 추측되는 시계탑이 돋보이는 이 학교는 요즘 새로 뽑힌 학생회장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나돌기 시작했다. 지독히도 공부만 할 것 같은 모든 모범생들이 모인 이 학교에 저런 반반한 얼굴이라니. 교문을 통과하자 마자 떡하니 보이는 쓸데없이 큰 게시판에 떡하니 붙어있는 공고문을 보며 지나가는 여자 신입생 무리가 하는 말이었다. 근데, 야, 저기… 저 사람 혹시… 학생회장…. 


 

“주준면! 

“야! 누가 저 년 입 막아! 

“아아으읍! 즘흐으 읍흐!!! 


 

 이어폰을 꽂았는데도 자신에 대한 수군거림은 느꼈던 건지. 그는 1층에서부터 2층 급식실 앞으로 통하는 교문 앞 계단을 오르다 세 명의 여고생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사진으로, 그리고 아마 재량 시간에 봤겠지만 도대체가 몇 월 며칠에 봤는지도 모를 학생회장 선거 영상에서만 보던 학생회장의 실물을 두 눈으로 영접한 여고생들의 여섯 눈동자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루뭉술한 감정이 넘실거렸다. 이름 김준면. 자칫 고향에 계신 할머니가 떠오르고 소 여물 냄새가 날 수 있는 이름이었으나 그 얼굴과 매치한다면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름이다. 세상에… 준멘이시여…. 


 

 학교에 대한 온갖 정보와 카더라들이 속속들이 중개되는 방송부 일개 일원이과 강동원을 닮았다는 학교 메인 간판 미남이 관리하는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의하면 그날 이후 준면이 다니는 학교는 온통 사이비 신자들로 가득 찼다는 보도다. 이상 자칭 타칭 학교 정보통, 관리자2 박찬열 씀. 


 


 


 

GENIE BOY 

A 

 


 

 

 


 


 


 

 요새 준면은 피곤했다. 학생회장 당선 공고가 붙은 후 3일, 학생회장에 당선이 된 후 뒤늦게 저에게 쏟아지는 관심 탓이었다. 화장실을 가다가도, 급식실을 빠져나가다가도 마찬가지. 진즉 이 학교 소속 학생 하나하나에게 관심을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심지어는 명랑한 여자아이가 네가 김준면이야? 하고 대놓고 물어왔다. 안면도 트지 않은 사이에 잘도 용감하게 말을 건다. 사교적인 목적에 상냥한 말투로 내뱉은 말이지만 준면에겐 그저 짓궂어 뵌다. 이 학교에 들어온 후 이렇게까지 주변의 눈길을 많이 받아본 적 없던 탓도 있었고 마침 딱히 이성에 관심도 없었던 터라 그는 그저 목덜미를 긁으며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오늘도 저에게 쏟아지는 열렬한 관심들로 가득 찬 눈길들을 피해 반에 돌아와 앉았다. 대놓고 뜨거운 눈빛을 쏘아대며 이곳저곳 훑어보는 놈들이나, 제 눈치 봐가며 은근슬쩍 준면을 자신들의 이야기 도마로 올려놓고 뒤에서 맛있게 요리하는 년들이나. 그게 그거다. 준면은 저에게 오는 호기심 가득한, 사심이 담긴, 경계 어린 등 온갖 형용사 붙은 눈길들이 싫었다. 조용히 학교 다니는 게 편하고 좋았는데. 


 

 자리로 돌아오는데 “준면아, 이것 좀 도와줘. 2번 문제. 이거 씨발, 아니, 도저히 모르겠어서.”하고 절규 어린 표정으로 급기야 샤프를 물어뜯기까지 하는 변백현의 질문에 응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븅신. 수학 책 일이삼 번은 아이큐 한자리가 아닌 이상은 다 푸는데. 물론 저런 말들은 모조리 준면의 배 속으로 먹혀들어갈 뿐이었다. 가식, 가식. 오늘 아침에도 저를 바라보는 계집년들에게도 떨고, 선생에게도 떨고, 김종대한테… 도? 아무튼 그게 내가 이 학교 와서 제일 잘 하는 거지. 머리 쓰는 거 다음으로. 뒷문서부터 자리까지 고작 10초 거리를 이놈 저놈 다 거쳐서 오다 보니 쉬는 시간 다 갔다. 좆같네. 어차피 명문고 전교회장이 공부 말고서는 뭐 할게 있느냐만. 정돈이 잘 된 책상 속을 한 손으로 뒤적이며 다음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톡톡. 그림자가 드리워진 준면의 책상을 긴 손가락이 가볍게 두드렸다. 고개를 들었다. 


 

“형. 오랜만이네요?” 

…어. 오랜만.” 

“얼굴도 자주 못 뵀네요. 저 동아리 들러 왔는데요.” 

“공부 안 하잖아. 너.” 

“이제부터 하면 되죠.”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준면은 얼굴을 굳혔다. 동아리라 함은 자신이 주최하고 있는 스터디 그룹이었다. 그런데 오세훈이 왜. 같은 학교라는 건 알았지만 저에게 찾아왔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황한 준면이 세훈 한 번, 시계 한 번 쳐다보는 새에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나중에 얘기해요. 괜찮죠? …. 안경 써도 잘생긴 얼굴은 못 가리네요. 재수 없게 샐쭉 웃어젖힌 기다란 실루엣이 교실 뒤편으로 빠져나갔다. 


 

 뭐야. 오세훈이 사라진 후 빼앗긴 정신을 다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교실 불도 꺼진데다 저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다. 뒤늦게 칠판을 확인하니 아차. ‘1-7교시 수업 교체.’ 허둥지둥 교과서를 챙겨 뒷문을 나서는 준면의 양 어깨가 왠지 쓸쓸하다. 이거 존나 버려진 느낌인데. 


 

 빈 교실 가득 피아노 소리가 울린다. 다음 시간은 이동 수업이었다. 


 

* * * 


 

준면아아아! 


 

 쉬는 시간 종 치기가 무섭게 뒷문이 활짝 열리더니 종대가 빠른 걸음으로 경보하듯 준면에게 뛰어왔다. 누가 보면 이등병 남친 면회 온 곰신인 줄 알겠네…. 자연스레 저에게로 꽂힌 열 쌍 남짓한 시선들에 준면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나 모의고사 3등급 나왔다. 잘했지!” 

“우와, 열심히 한 보람 있네.” 

“그치? 준면이 네 덕분이야. 오늘 오빠가 치킨 쏠게!” 

“딱히 그럴 필요 없” 

“동아리 애들 끝나구 되는대로 모아 놔, 알겠지? 멋쟁이 종대 오빠가 치킨 쏜다고 해. 안 되면 하는 수 없지 뭐.” 


 

 준면아 사랑해! 알라뷰! 를 외친 종대는 다시 부리나케 사라졌다. 방금 뭐가 지나간 걸까. 뒷문으로 들어와서 앞문으로 나간 거야? 짧고 강한 소란스러움에 종대에게 후려맞은 기분까지 든 준면이었다. 완전히 사라졌나, 싶었으나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커지는 조급한 발소리를 들으니 다시 준면의 반 쪽으로 오는듯했다. 역시나 다시 모습을 보인 종대는 앞문에 머리만 빼꼼 내민 채로 교실 맨 앞자리의 준면을 불렀다. 준면아, 준면아…. 


 

“근데 오늘, 오세훈이 동아리에 든다는 얘기가 있던데…… 안 받을 거지…?” 

“걜 왜 받아? 양아치는 안 받아.” 

“아하! 다행이다.” 


 

 나 진짜 간다. 애들 모아 놔! 쩌렁쩌렁 쓸데없이 목청만 좋은 김종대가 이번에는 앞문으로 들어와 뒷문으로 나갔다. 드디어 사라졌구나. 그나저나 아까부터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던 오세훈이 계속 뇌리에 박혀 미칠 지경이다. 저의 과거를 아마 유일하게 알고 있을 세훈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 연초에 신입생으로 들어왔을 때는 정말 놀랐다. 그동안 이미지 세탁해왔던 걸 곧이 곧대로 물거품으로 만들 셈인가? 겨울이었음에도 주먹을 꽉 쥔 두 주먹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으나 준면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오세훈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았던 거다. 미래에 대한 설계 없이 그저 형형색색의 대가리에 빵빵한 패딩을 갖춰 입은 제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던 세훈은 그냥 자기 집에서 가장 통학하기 쉬운 학교로 진학했다. 노는 걸 좋아했지만 집안이 잘 살았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건 준면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오세훈은 양아치고 김준면은 아니다. 


 

이것은 준면이 이 학교에 들어왔을 때부터 변함없던 사실이건만 왜인지 입학식 날 준면의 얼굴은 굳어져 원래의 낯빛으로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오세훈. 무슨 생각이야? 실제로 세훈은 준면을 어떻게 할 생각이 없었으나 그는 참 열심히, 여러 방면으로 삽질 중이었다. 


 

* * * 


 

“누가 너 여기 있으라고 했어?” 

“형 보고 싶어서 온 후배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 먹어도 되죠?” 


 

 결국 골치 아픈 일이 생겨버렸다. 안 그래도 시험기간인지라 방과 후 동아리에 참석하는 인원이 적은데, 학교 야자실이 아닌 시내의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공부하러 떠나는 부원들이 많아 결국 방과 후에 남은 인원은 오세훈과 나. 단둘뿐이었다. 


 

 되는대로 부서원들을 모아 놓으라고 하더니 딸랑 치킨 한 마리 사온 김종대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던 건 어차피 모인 인원이 인원이니 넘어간다고 치자. 그런데 김종대는 갑자기 없던 선약이 생겼다며 “나 공부시켜줘서 고마워!” 단 한 마디만 하고 쌩 떠난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황당한 상황에 골이 아팠다. 


 

“네가 무슨 공부야. 중학교 때부터 지지리도 공부하기 싫어했으면서. 거들떠도 안 봤잖아.” 

“그러는 형은요.” 

“그동안 걱정 없이 잘 사셨나 봐. 선배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이제 형 안 무서운데 어떡해요. 아. 죄송해요. 말실수. 범생이가 주먹 쓰는 꼴 못 봐서.” 

“뭐? 이 새끼가 진짜!” 


 

 지금껏 애써 화를 잘도 참아오다가 비아냥거리는 세훈의 말투에 결국 핀트가 나간 준면이 발로 책상을 밀어 엎은 건 순식간이었다. 너 나한테 왜 그러는데 이 씨발 새끼야. 내가 너한테 뭐 죄 지었어? 


 

“전교회장 형이 죄는 무슨 죄요. 그나마도 저희 쌩깐 죄밖에 없으시잖아요, 형은. 잘못해도 다 제가 잘못했겠죠.” 

“비꼬기까지 하네, 찌질한 새끼가. 너네처럼 한심하게 놀기 싫어서 너네 버린 거 맞아. 애들도 신경 안 쓰는데 네가 뭔 참견이세요.” 


 

 대답해, 대답해 후배님. 응? 대답해 보라고. 악에 받친 준면이 분노를 못 이겨 숨을 불규칙하게 내뱉으며 몸을 떨었다. 형 화내는 모습 존나 오랜만인 거 알아요? 지나다니는 형 볼 때마다 얼마나 웃겼는지 모르죠? 웃음 참느라 혼났는데. 세훈은 저를 한껏 비꼬았다. 되는대로 막말을 내뱉는 모양새였다. 도대체 이 새끼는 나한테 무슨 감정을 가졌길래 이러는 걸까. 신경질이 그득한 손길로 차분히 가라앉은 머리를 세게 털었다.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형….” 

“어. 뭐.” 


 

 일일이 대꾸하기도 지친다. 짧은 시간 동안 극강한 스트레스를 받은 준면이 대강 대답했다. 저 형 사진 있어요. 창가 옆 책상에 걸터앉은 준면의 갈색 머리가 살랑였다. 근데. 준면이 쓰고 있던뿔테 안경을 바닥으로 던졌다. 그냥 사진 아니고… 준면이 있는 쪽으로 걸어온 세훈이, 뿌각. 소리를 내며 안경을 짓밟았다. 


 

야. 

“형이 그렇게 싫어하던 한심한 사진들 있어요.” 


 

 이미지 메이킹에 쓰던 무도수 안경이라 다시 사기도 귀찮다는 말을 하기도 웃겼다. 뱉고 싶던 뒷말을 삼키자 뒤이어 붙어오는 세훈의 말에 준면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아마 과거의 ‘그’ 사진일 것이다.  


 

“지난 과거 들먹여서 어따쓰게. 협박하겠다고?” 

“우리 학교에 같은 학교였던 사람 꽤 있던데요. 형 상상 못할 정도로 질 낮았던 거 알면.” 


 

 형 전교회장 됐을 때도 무서워서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학교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 보면 가만히 있겠어요? 나서지 않으려나? 입에서 뱉는 말과는 정 반대로 해맑게 웃은 세훈이 말했다. 형, 딜 해요. 


 

“그런 짓 하지 마. 유치하게 딜은 무슨 딜이야.”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훈에게 말려들어가고 있었다. 고작 오세훈과 나 사이에 ‘딜’이라니 무슨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비웃음 치던 준면도 결국 점점 그럴듯하게 들려오는 세훈의 설득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논리로 자신을 압박하는 세훈이 얄미웠지만 듣다 보니 오히려 준면 자신이 더 나쁜 놈 같았다. 그래서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들어줄래요, 말래요? 선택권은 형 줄게요. 하는 세훈에게 못내 알겠다고 했다. 


 

* * * 


 

 입에서 자꾸 의도치 않은 신음이 나왔다. …으…. 준면은 지금, 자기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모든 것이 뜨겁게만 느껴졌다. 방과 후 교실의 텅 빈 공기도 뜨거웠고 창틈 새로 간간이 내리쬐는 초가을의 햇빛도 평소와 다르게 뜨거웠다. 무엇보다 제 입속에 침범한 오세훈의 혀와 맞닿은 내 신체의 일부분만큼은 곧 타서 없어질 것 같았다. 


 

 세훈은 한 손으로 책상에 아빠 다리를 하고 앉은 준면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남은 한 손으로는 목덜미와 뒤통수 사이의 어중간한 부분을 잡고 부들부들한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흐응. 저도 모르게 준면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허벅지에 목덜미까지 쓰다듬으니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사실 묘했다기보다 야했다. 자꾸만 다리가 벌려졌다.  


 

 알람이 울리고 세훈이 준면에게서 떨어졌다. 준면의 젖은 두 눈에서 경계하는 눈빛이 한껏 서려왔다. 


 

“유치하다면서.” 

….” 

“내일은 또 어떤 소원 빌어볼까나.” 

“씨발.” 


 

* * * 


 

 준면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애먼 벽만 팡팡 찼다. 씨발! 왜! 내가! 왜!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강아지 별이의 앙앙대는 소리뿐이었다. 너까지 왜 그러냐. 정신 사납게. 되려 자신이 텅 빈 오피스텔에서 가장 산만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준면은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에도 수건을 걸치지 않은 채 별이를 집어들곤 거실로 내쫓았다. 


 

 으으. 준면은 좀처럼 평온해지지 않는 마음과 찌르르 울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겁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건방진 자신의 옛 후배를 탓했다. 오세훈은 책상 위에 앉아있던 내게 성큼성큼 걸어와 거래를 하자고 제안했다. 거래는 무슨 거래! 를 반복하다가 길어지는 오세훈의 말에 점점 나도 모르게 순응하게 되던 것이었다. 짜증 나게도. 그래서 오세훈이 제안한 거래는 이거였다. 이름 하야 100일 프로젝트 ‘1일 1소원’. 별거 없었고 이름 그대로 100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씩 크고 작은 소원들을 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준면의 그러던가. 하는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신에게 다가온 오세훈은 욕구불만이라…. 하며 저에게 입술을 들이댔다. 놀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저 건방진 오세훈의 태도가 얄미워서 눈을 부릅뜨고 있었더니 어찌 알았는지 눈을 번쩍 뜬 오세훈이 키스 처음 해봐요? 하며 입술을 뗐다. 너 나 호구 취급하냐? 하고 멀어진 세훈의 고개를 박력 있게 잡아 끈 것은, 자신이었다. 내가 어쩌자고 그런 패기를…. 


 

 핸드폰에서 자꾸 진동음이 들려왔다. 

 빌어먹을 오세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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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3일 


 


 

오세훈 

형. 08 : 24 


 

오세훈 

내일은 더 쎈 걸로. 08 : 24 


 

오세훈 

(부끄) 08 : 24 


 

 0, 5, 2, 2…. 스마트폰 알림창의 노란 아이콘을 클릭하고 비밀번호를 누르니 비교적 텅텅 빈 파란 채팅창이 눈에 들어왔다. 내 번호는 원래부터 알고 있던 건지 아니면 어떻게 구한 건지 모를 오세훈에게서 문맥과 전혀 상통하지 않는 노란색 귀여운 이모티콘이 와 있었다. 이런 씨발 후로게이새끼. 준면은 크고 넓은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고 베개 위로 팔을 뻗어 신경질적으로 자판을 꾹꾹 눌렀다. 


 

1 08 : 26 꺼져 


 

 1이라는 숫자가 없어지기 무섭게 보이스톡이 걸려왔다. 이런 젠장. 제대로 잘못 걸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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