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사, 전정국
06 (2)
; 정국 시점-2
"지금 전중사님 저한테 소리치신 겁니까."
".....아닙니다. 그냥 제 너겟을 아무말없이 들고가시길래 놀라서 그런것뿐이었습니다."
진짜 무의식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중위님께 소리쳤을 때 중위님 표정은 진짜 멍-한 표정이었다. 그때에 중위님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한 나는 또라인것 같다. 중위님은 한대 맞은 듯한 표정을 이내 풀고는 진짜였으면 내 다리를 부러뜨릴 뻔 했다고 말하셨다. 그리고 자신의 육사 때 별명이 양춘권 소녀였다며 턱에 브이를 하는 중위님에 방금전과 같이 어디선가 몽글몽글한게 느껴져서 식판에 얼굴을 묻고는 밥만 계속 먹었다.
그렇게 계속 먹고있는데 중위님이 내 나이가 얼마냐고 물어왔다. 28살이라고 답하자 자기보다 14살정도 아기라는 말에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는 다시 물었다. 중위님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네? 중위님은 내가 말을 못알아들어서 되물은 줄 알고 14달 먼저 태어났다, 이말이었습니다. 라고 답하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식판에 고개를 쳐박고 밥만 먹었다. 한 4분 쯤 지났을까 슬슬 목이 아파져서 바로 눈 앞에 중위님의 얼굴이 있다는 것을 잊고는 고개를 들려했다. 근데 중위님이
"고개 좀 들고 드십시오. 제가 너무 이뻐서 그러신거라면 언제든지 못생겨질 수 있습니다."
"그런거 아닙니다. 중위님은 그냥 밥 드십시오.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단결"
중위님이 이쁘셔서 고개 숙이고 먹은 거 아닙니다. 내 심장이 주체를 못하는 것 같지말입니다. 못생겨지지 마십시오. 아 뭐래냐. 나 완전 미친 것 같다. 이중위님에. 아 또 뭐래.. 나는 더이상 중위님앞에서 못 먹을 것 같아서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경례를 하고는 정리대로 갔다. 뒤를 돌아 중위님이 있는 곳을 쳐다보자 김대위님이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중위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질투난다. 아 이건 질투가 아니다. 부러울뿐이다. 질투나 부러운거나 같은거..아닌가..? 아 하여튼 지금 복잡하다.
***
"전중사, 혹시 여소받을 생각 없나?"
"뭔 여소입니까. 저는 필요없습니다."
"아니..이번에 그리스파병가면 더 외로울텐데 여자친구 하나 만드는것도 괜찮지않나?
자그마치 3년동안 여자친구가 없었다는게 말이되?"
"....누구입니까"
"이중위."
네??? 김대위님은 나보고 왜그렇게 놀라냐며 물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또 뛴다. 이 망할 심장아 그만 좀 뛰어라 제발 좀. 김대위님은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3시에 내가 있는 곳으로 데리러 올테니 기다리고있으라고 했다. 나는 방을 불안장애처럼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어떻게해야하나 고민했다. 벽에 붙어있는 거울로 가서 괜히 구렛나루를 쓸어내리기도 하고, 앞머리를 정돈하기도 하고, 중위님이 제복을 좋아했던 것 같아 입고있었던 전투복을 벗고 제복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설레 미칠 것 같았다. 시계를 쳐다보자 3시가 거의 다되어있었다. 김대위님은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왔고 나에게 당부말씀을 하셨다. 이중위 상처입힐 말은 절대 하지마. 니가 아무리 여자를 싫어한다고 해도 상대방에 대한 기본예의는 지켜주길 바란다.
쿵,쿵,쿵 이중위님이 있는 의무실로 가는길에 심장이 자꾸 뛰어서 미칠 것 같았다. 내가 언제부터 여자에 빠졌다고...온갖 생각을 하다보니 나와 김대위님은 벌써 의무실에 도착해있었다. 김대위님은 뒤돌아 나를 보더니 잘하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중위님의 얼굴을 쳐다보니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너무 피곤해보이는 중위님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에 중위님의 얼굴도 같이 찌푸려졌다. 혹시 내가 중위님 싫어한다고 생각하시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대위님이 나가시고 이 넓은 공간에는 나와 이중위님 뿐이었다. 후하후하 심호흡을 하고는 내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하였다. 중위님과 한 방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진정이 안되어 빨리 이 방을 빠져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말씀이 없으시자 나는 이때다 싶어 말을 꺼냈다. 이때 한 말이 우리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채.
"이중위님, 할 말 없으시면 저 나가겠습니다.
" 여자, 사귈마음 없습니다. 특히 이중위님이면 더."
그렇죠. 여자 사귈마음 없습니다. 이중위님이랑 안사귀는 이상. 근데 모순인게 이중위님이랑 못사귈것 같습니다. 제 심장이 육지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뛰어서 제가 주체를 못 하겠습니다. 나름 잘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중위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묻는 말이 전중사는 나 싫습니까? 저 말이 이중위님을 싫어한다는 것 처럼 들렸나보다. 방금 말했지않습니까. 그럼 가보겠습니다. 단결. 싫어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답을 해버렸다. 재빨리 의무실에서 나와 벽에 기대 생각을 했다. 나만 생각하고 대답했나? 갑자기 여자사귈마음 없다고 한게 후회가 되었다. 이중위님 입장에서는 상처받는 말이겠구나...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 내 머리를 두어번 쥐어박고 김대위님이 있는 곳으로 갔다. 대위님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얌마, 너 왜이렇게 빨리 나와. 너 뭐라했어"
"여자 사귈마음 없다고 했습니다."
"야 이놈아 진짜 너땜에 미치겠다.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김대위님은 급히 의무실로 달려갔고 한 5분 있자 의무실에서 나오셨다. 그리고는 발로 내 정강이를 퍽 찼다. 아! 아픕니다. 하지마십시오. 나는 내 무릎을 손으로 감싸면서 김대위님을 노려보았다. 뭘 잘했다고 꼬라봐. 하..진짜 미치겠다. 김대위님은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기시더니 표정을 굳히시고는 나를 쳐다봤다. 대위님..왜..왜그러십니까. 내가 어? 상처받는 말 하지말라했지. 여자사귈마음 없다고 한것도 문젠데. 뭐? 특히 이중위님이면 더? 이 죽일놈아.
"이중위도 그리스 파병간댄다. 너도 간다는 소리 듣고."
"...."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가 너 따라서 그리스 파병간다는 거는 진짜 너 좋아하는거야. 진심이라고.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지마"
"...."
"근데 그런 애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했으니 말 다했지. 너는 맞아도 싸 이놈아."
"죄송합니다.."
"사과는 나한테 하지말고 이중위한테 가서 해."
"네..."
김대위님이 하신 말씀에 진짜 장난안하고 진짜 많이 놀랐다. 쌍방짝사랑인거야? 속으로 엄청 좋아하고 있는데 그제서야 내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바보야, 바보. 어떻게 날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런말을 할 수가 있지? 진짜 쓰레기인것 같다.
1주일동안 중위님은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김대위님이 나를 가리키며 어! 저기 전중사있다! 라고 말해도 이중위님은 고개를 돌려 슬쩍 쳐다보기만 할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으셨다. 이틀 전에 처음 본 사람을 며칠 안본다고 이렇게 불안하고 허전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1주일을 보내고 오늘이 파병가는 날이었다. 짐을 다 싸고 비행장에 가는데 김대위님 빼고는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주위에 있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김대위님이 내 쪽으로 오시더니 내 옆에 앉으셨다. 사과했냐? 아니요. 언제할려고. 모르겠습니다, 이중위님이 저 피하시는 것 같아서 할 타이밍이 안납니다. 그거 다 니 탓이야. 압니다. 그러면 조금있다가 전투기에 앉을 때 이중위 옆에 앉아. 내가 제일 마지막에 탈테니까. 네.
다른 대원들이 속속히 도착했고, 이중위님이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사과해야된다. 꼭, 해야한다. 계속 마음속으로 되세겼다. 김대위님의 말씀대로 나는 이중위님 뒤에 따라 탔고 옆에 앉았다. 전투기가 출발했고, 나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신경안씁니다. 제가 더 죄송했습니다, 치근덕거려서"
치근덕. 치근덕이라니. 내가 진짜 이중위님의 마음을 상하게했구나. 자책하며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근데 근데 갑자기 전투기가 중심을 못잡고 이리갔다 저리갔다를 반복했다. 자고있던 몇몇 대원들은 잠에서 깨어났고, 비행기는 밑으로 떨어졌다가 위로 올라왔다. 그때 폭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고, 비행기 내부에는 빨간불과 사이렌소리가 가득찼다. 전투기라서 침략한 줄 알고 폭격을 한 모양이었다.
김대위님은 불안해하는 어린 대원들을 안심시키시고는 차례차례 낙하산을 채우고는 밑으로 내려보냈다. 전투기 안에는 나, 이중위님, 그리고 김대위님만 남아있었다. 청천벽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대위님이 밑에는 자기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대원들이 있다고 조심해서 오라고 말하셨다. 멍때리는 사이 대위님은 벌써 밑으로 내려가셨다. 이중위님은 김대위님을 따라 바로 내려가려고했다. 그때 무슨 용기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위님께 같이 가자고 말했다.
"...? 어떻게 같이 간다는 겁니까"
중위님 안고 밑으로 같이 내려갈겁니다.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지금 옆에서 우리한테 폭탄 날릴 수도 있는데 빨리 내려갑시다."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중위님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쌌고 내 조끼에 달린 낙하산 버튼을 누르고는 밑으로 떨어졌다. 이 하늘에는 나와 이중위님 뿐이었다. 혹시라도 이중위님이 떨어질까 있는 힘껏 중위님을 꼭 끌어안았다. 전투복을 입어서 잘 느껴지진 않았지만 중위님의 온기가 조금 전해졌던 것 같다. 이중위님은 고개를 들더니 나의 눈을 마주쳤다.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너무 이뻤다. 너무 아름다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이 상황이 너무 좋고 믿기지 않아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조금은 생긴것 같습니다."
"중위님과 사귀고싶은 마음."
오. 이번에는 말을 좀 잘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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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공삼공구입니다.
전중사 시점은 3편까지 있습니다. 전중사 시점이 재밌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셔서
깜짝놀랐습니다.
그 브금은 독자님이 추천해주신 써니사이드-첫사랑 입니다.
이 곡을 지금 한 100번 넘게 듣고있는 것 같습니다.허허허헣
저 저 암호닉 무지개로 한번 해보고싶었습니다.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이 드디어 100분 달성했습니다.
진짜 기숙사에서 메모장에 끄적이던 글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시다니..넘나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가장 최신화에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내일은 글을 못 올릴 것 같습니다. 내일 놀러갑니다. 콘서트갑니다.
그럼 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