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Miss Right 톡, 톡, 톡. 무언가가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라 생각하고 가만히 있자, 조심스러운 손동작에서 한 단계 나아가 흔드는 감각에 눈을 살며시 떴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얼굴 때문에 놀라서 황급히 머리를 뒤로 뺐다가 뒤통수를 나무등치에 쾅 박고 말았다. "아야야...!""그렇게 놀랄 일인가." 민윤기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의도치 않은 셀프 망충이짓 때문에 남아있던 잠기운도 싹 달아나버린 나는 얼얼한 뒷머리를 문지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민윤기는 바보스러운 내 행동에도 웃음기 하나 비추지 않은 채 입을 열어 내게 물었다. "왜 여기서 자고 있었어." 이 물음에 그제서야 아까 술에 취한 박지민이 비틀거리면서 나에게 왔던 게 떠올랐다.알고 지낸 지 이틀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동안 보여준 얼굴과는 완전 딴판인, 풀어진 나른한 얼굴로 어리광을 부린 박지민이 아프다며 내게 걸어와 칭얼거렸었다. 처음에는 취해서 주정부리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짚어본 이마를 보고 그러한 내 생각이 틀린 것임을 알았고. 얘를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려던 때 내 손을 잡아올려 제 입술 위로 가져다 대었던 박지민. 몸에서 힘이 주욱 빠져나가는 기분이 드는 것과 동시에 어질해지며 눈앞이 깜깜해졌더랬다."아니, 박지민이 갑자기 열이 끓어서..."말하려는 도중 다리가 저릿한 감각에 시선을 내리니 박지민이 내 오른쪽 다리를 짓누른 채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열이 아직도 있나 확인하려 했는데, 그보다 조금 더 빠르게 흰 손이 박지민의 이마를 짚었다가 떨어졌다. 이제 괜찮은 거 같은데. 박지민의 이마를 짚어본 민윤기가 중얼거렸다.다리가 저릿해서 빼고 싶었던지라 살금살금 움직이자 박지민이 내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흔들흔들거렸는데, 그래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아까 내 손에서 느껴지던 열은 이렇게 단시간에 내려갈 게 아니었기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얘가 갑자기 절 찾아와선 아프다고 해서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짚어보니까 진짜 심했었어요."불나는 듯 진짜 뜨거웠는데 정말 괜찮은 거 맞는 거에요?""응. 네가 다시 한번 확인해보던지."손을 뻗어 이마를 짚자 정말 열이 다 떨어져 있었다. 사방신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아픈 것도 빨리 낫는 건가?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시켜주는 듯이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전에도 가끔 봤었으니까,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거." 민윤기는 가볍게 대답했지만 그가 의도한대로 가볍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내게 잘못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 나는 잠들어있는 박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난 몇 달 동안 가끔 이런 적이 있어. 미련스럽게도 지가 아픈 건 겉으로 티내지 않더라고. 그는 단조롭게 말을 이었다. "이제 너를 찾았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억눌렀던 부작용이 아직 남아있던 모양이야."".........""그래도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도 잘 찾아왔네."".........""제 생명수를." 민윤기가 날 바라보며 말을 마쳤다. 뭐, 점차 나아지겠지.나는 박지민을 내려다보고 있던 시선을 올려 민윤기에게 주며 물었다. ...아까, 박지민이 제 손을 잡았는데... 여기서 난 박지민이 나에게 손키스 비스무리 한 것을 했단 설명은 제외하고 설명했다. "갑자기 어질해지더니 정신을 잃었었나 봐요. 지금까지 계속 자고 있었던 걸 보면... 이건 왜 그런 거에요? 혹시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죠?" 불안함이 담겨있는 내 말투에 민윤기가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며 되물었다. "어지럼증이 느껴졌다고?""네. 몸에서 기운이 막 빠져나가는 기분도 들었고...""흠, 강제로 네 힘을 뺏어갔나 보네.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다." 맨정신이었다면 그런 배려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아직 그만큼 너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려나. 중얼거리던 민윤기가 덧붙였다. 기분 나쁘지 않게 전자라고 생각해. "무슨 소리에요?" 박지민을 슬쩍 내려다보던 민윤기는 또 재미없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박지민은 그런 배려없는 행동을 하지 않거든. 자기가 힘들다고 남이 힘들어지는 것을 택할 바에는 혼자 참고 있는 걸 택할 애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 더럽지? 그러니까 그냥 취해서 평소와는 달리 제멋대로 한 짓이라고 생각하라고. 원래 술에 취하면 180도 바뀌긴 하니까." 그러나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는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나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서 이렇게 행동했다는 쪽이 더 사실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했던 것과 방금 전의 일, 두 번이 계속되면 아무래도 박지민은 지금의 나를 단순한 '사신의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사실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내 표정을 본 민윤기가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다. "마음 상했어?""그렇네요. 아무래도 박지민이 날 단순한 도움거리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서요." 박지민의 밑에 깔려있는 오른쪽 다리를 망설임없이 뺀 나는 쌀쌀맞게 내뱉었다. 쿵. 땅바닥으로 약하게 충돌한 박지민은 그 충격이 느껴진 건지 눈썹을 찡그렸다. 오랫동안 깔려서 고통을 호소하는 다리를 주무르면서 나는 민윤기에게 물었다. "그래서? 술자리는 끝났어요?""아까 끝났어.""그럼 어떻게 돌아가요? 나 혼자 얘를 끌고 가는 건 무리인데. 도와주면 안 돼요?""안 그래도 그러려고 찾으러 온 거야." 여기서 기다려. 짜증이 나서 톡톡 쏘아붙이는 내 말투에 처음으로 옅게 웃어보인 민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어져가는 등을 보다가 나는 박지민을 흘끗 바라보았다. 날 단순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시선이 간다. 딜레마랄까. 아까 아팠던 건 거짓이 아니었단 걸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어딘가 위태로워보이는 저 얼굴을 보면 괜히 마음이 찡해져서 도와주고 싶은데. 나는 박지민의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넘겨주며 입술을 떼었다. "박지민."".........""아직 나는 널 잘 모르고, 너도 날 잘 모르잖아. 물론 첫인상 때문에 네가 좀 짜증나기도 하고 그래. 하지만 아프다는 사람을 밀어낼 만큼 난 매정한 사람은 아니야. 그러니까..."「 미안한데. 내 생각도 좀 해줘, 제발. 」 "너도 날 배려해주면 좋겠어." 나보고 널 생각해주고 말하면 안되냐고 물어보았던 것처럼. 손가락 사이로 박지민의 머리칼을 헤집으며 멍하니 다른 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는 나는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가는 김태형을 볼 수 있었다. 호의 등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추락하려는 정호석을 무표정한 얼굴로 휙 집어채 뒤에 대충 던져놓던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을 때,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눈을 떴을 때는 그 바람이 우리를 데리러 돌아온 민윤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작궁 앞에 나와 박지민을 내려준 민윤기는 곧 다시 타고 왔던 동물 위에 올라타 하늘길을 따라 이동했다. 나는 박지민을 부축한 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지민은 남자치고는 체격이 작은 터라 그렇게 무거울 것 같지 않았으며, 도와준다는 민윤기의 제안을 나보다 더 얇은 팔목을 보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아 그저 문 앞에까지만 데려다주면 괜찮다고 거절했었다. 하지만 별로 걸은 지 되지 않아서 나는 좀 전의 발언을 후회했다. 골격 자체가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무겁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다 보다. 나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술에 취한 사람을 옮기는 건 더더욱이다. 눈앞에 좌르륵 펼쳐져있는 계단을 보고 앞이 아득해져와, 그냥 여기다가 박지민을 버리고 나 혼자 방으로 가볍게 올라갈까 생각해보았지만 털가닥 하나 남은 양심이 찔려와 이를 악물고 박지민을 고쳐잡았다. 끙. 추욱 늘어져있는 박지민의 머리칼이 내 옆얼굴을 간지럽혀 미칠 지경이었다. 그 전에 더 환장할 노릇인 건, 보통 이렇게 절 끌고가는 느낌이 들면 깨야 하는 게 정상이지 않을까? "너 나한테 반항하려고 사실 깼는데 일부러 자는 척 하는 거지, 지금." 눈알을 부라리고 박지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붙잡고 있던 팔을 놓자 주르르 흘러내린다. 한 쪽 팔은 내 어깨에 걸쳐진 채로 사선으로 미끄러져 주저앉아 있으니 끄응, 하고 자세가 불편한지 웅얼거리는 소리가 미약하게 흘러나왔다. 그런 소리를 내는 걸 듣고 있자니 강아지 같아서 또 마음이 약해진다. "..넌 내일 정신 말짱할 때 아주 두드려 맞을 줄 알아." 술도 약한 게 쓸데없이 승부욕만 세선. 이를 악물고 다시 박지민을 붙든 나는 마지막 계단을 올라섰다. 계단을 올라가는 데 체력을 다 써서 복도부터 방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는 양 팔을 잡고 복도를 박지민으로 청소하다시피 끌고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짐짝 취급했단 사실에 자책하진 않는다. 이렇게 데리고 온 것도 잘한 짓 아니냐. 마침내 박지민이 쓰는 방까지 무사히 데리고 간 나는 그를 푹신한 침대 위로 사정없이 던졌다. 풀썩. 거의 이불 속으로 파묻히다시피 엎어진 박지민은 꿈속을 헤매고 있는 와중에도 침대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안 건지 베개를 찾아 꼼지락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아니면 내일 치킨을 해먹어버릴까." 주작도 새의 일종이니까 치킨으로 만들 수 있겠지? 물론, 아니더라도 충분히 튀겨줄 의향이 있었다. 질질 끌고오느라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나도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정도 풀린 느낌이 들자 뒤로 풀썩 누웠다. 몸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오는 이불에 절로 피곤함이 몰려왔다. 나도 내 방으로 가야 하는데... 바로 옆 방이라 더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조금만 쉬다가 일어나지 뭐. 그렇게 합리화를 한 나는 박지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끝으로 베개를 끌어온 그는 얼굴을 푹 파묻고서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 「 손이라도 잡아주는 게 어때. 가장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니까. 」 눈을 몇 번 깜박이던 나는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움직여 박지민의 왼손을 잡았다. 살며시 쥐기만 했는데 몇 초 쯤 뒤어 내 손을 감싸는 박지민의 손이 느껴져서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깬 건가? 하지만 전혀 그런 기색이 없는 것을 보았을 때 무의식적인 행동인 것 같았다. 신기했다. 정말 뭔가 이어져있는 건 맞나 보다. 잠시만 누워있다가 돌아가려고 했는데 내 손을 꼭 잡은 그 손가락이 안쓰러워보여 나는 조금만 더 있어주기로 결정했다. 아까 돌아오면서 내게 말을 건네던 민윤기의 말이 떠올랐다. 「 겉보기에는 좋아보이지. 」 「 불쌍한 애들이야. 그저 사신 후계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원하지 않은 세계에 끌려들어와서 일을 해야 하니까. 」 「 동정심이 있으면 잘 챙겨줘. 」 * * 반짝. 자고 있던 지민이 눈을 떴다. 산발이 된 머리가 지민의 상태가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으, 소리를 내며 지민은 몸을 일으켰다. 양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던 지민은 반쯤 떠진 눈으로 제가 있는 곳을 자각했다. 언제 돌아온 거지... 어느 시점부터 기억이 깨끗하게 날아가고 없었다. 몇 번의 경험으로 아무리 애써도 생각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지민은 빠르게 기억하는 것을 포기했다. "목 말라......" 방금 전까지 자서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기중으로 새어나왔다. 다행히 숙취는 없었으나 목이 정말 미칠 듯이 탔다. 안 씻어서 찝찝한 건 둘째 치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일어난 지민은 방을 나가 차가운 물을 마시며 아직 잠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정신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화창한 햇살이 창 밖에서부터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덜 깬 채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돌아오던 지민은 문득 어제 자신이 무슨 일을 했나 두려워져 제 방 대신 옆 방으로 들어갔다. 한 쪽 눈을 부비며 들어간 방 안은 비어 있어 어딜 갔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돌리려던 참이었다. 욕실 쪽에서 찰박찰박 물소리가 나자 아, 저기에 있나 생각한 지민이 그 쪽으로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재인아, 나 어제...." 더운 공기 사이로 보이는 발그레한 뺨, 방금 씻어서 더 뽀얗고 혈색이 도는 부드러운 피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아찔한... ".....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 옆에 있어왔던 서재인이 아니라, 김여주라는 새로운 짝을 며칠 전에 데리고 왔다는 걸 까먹었다. 정적. 수건으로 머리에 남아있던 물기를 닦고 있던 여주의 얼굴이 지민에게로 향했다. 순식간에 시뻘개진 얼굴. 당황한 지민의 얼굴로 물기를 먹어 무거운 수건이 직통으로 날아들었다. "근데, 진짜 못 봤지?""못 봤다니까.""진짜?""정말로." 한시간 넘게 계속되는 같은 질문에 이제는 지겹다는 얼굴로 대답하는 박지민을 보며 나는 약간 괘씸하긴 했지만 이만치면 되었으니 이제 그만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옷을 입기 전에 큰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 나가는 게 습관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박지민과 말하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어제 너무 피곤해서 대충 이만 닦은 후 제대로 씻는 것은 아침에 하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난 나는 큰 욕실과 입욕제라는 것을 처음 써봤기에 잔뜩 들떠있었다. 다 씻고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기를 닦아내던 중, 욕실로 들어오던 박지민과 정통으로 마주쳤다는 게 문제였지만. 다음부터는 문을 닫고 씻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아무튼, 박지민을 보자마자 번개같은 속도로 수건을 얼굴에 집어던진 후로 문을 잠그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이 변태새끼야!! 그래도 마지막, 딱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보자. "...정말 못 본거 확실하지?" 내 말에 걸어가던 박지민이 허탈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날 돌아보며 내뱉는 목소리에는 이제 짜증이 반쯤 섞여나와 있었다. "한번만 더 물어보면 안 데리고 갈 거야. 왜 네가 지상계에 있었는지 궁금한 건 내가 아니거든." 협박조가 다분한 말에 나는 치사하다는 듯이 입을 비죽이면서도 얌전히 다물었다. 지금 우리가 주작궁을 나가는 이유는 지난 20년 동안 '공식적인' 천문을 이용했던 기록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사방신들이 자유자재로 열 수 있는 비공식적인 문은 기록되지 않는다. 내가 도원 사람인데 왜 지상계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어제 정호석이 말한 할아범이라는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박지민은 그 먼 곳까지 갈 필요 없이 기록 보관소에 가면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20년 전쯤에 지상계로 내려갔던 사람들을 흝어가면 아기 때부터 왜 혼자 살았는지 알아낼 수 있을 거라던 말. 그래, 아쉬운 건 나지 너겠어요? 그 말을 속으로만 중얼거린 나는 그래도 내 끈질김이 너무했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걸어가는 내 옆으로 온 박지민은 궁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 못 봤어." 네 얼굴밖에 안 보였어서.* * 궁 밖의 이미지는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약간 달랐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상상해본 것은 거의 비슷했는데, 사방신인 박지민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옛날 조선시대에 살던 왕 같은 느낌으로 허리를 굽히며 섬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을 대하는 듯이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제 갈길을 간다. 그래, 요즘 시대가 어떤데 그건 구시대적 발상일 뿐이지 하고 나 자신을 납득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신선한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주작님이당!" 저 쪽에서 저희들끼리 깔깔거리고 놀고 있던 아이들 세 명이 박지민을 발견하고서는 까르르 웃으며 달려왔다. 금세 달려온 아이들은 박지민의 바로 앞에서 멈추어 서서 정신없이 입을 조잘조잘댔다. "어디 가세요?""잃어버린 여름을 찾으셨다면서요! 엄마가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어요!""안 바쁘시면 저희랑 놀아주세요!" 세 명의 아이들이 제각기 할 말을 외치는 통에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어 눈을 끔벅였지만 그 와중에도 박지민은 질문들을 잘 알아들은 것 같았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있는 아이들에 박지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하나씩 대답해주었다. 기록관에 가는 중이야. 놀아주고 싶은데, 할 일이 있어서 지금은 놀아주지 못할 거 같아. "그리고 되찾은 여름은 누구냐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그 말에 여섯 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내게로 모여든다. 초롱초롱한 눈빛들에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나보다 더 크게 미소지어보인다. 박지민에게서 내게로 쪼르르 이동한 아이들이 신나하며 또 말을 던져댔다. 언니네요! 언니? 바부야, 우린 누나라고 불러야 하는 거야. 쫑알쫑알 대는 목소리 사이에서 날 빼내준 건 박지민이었다. "길이 막혀서 누나가 곤란해하는데 비켜줄까?" 그러자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비켜준다. 나중에 봐요 여름이 누나! 그리고서는 발랄하게 웃으며 저들끼리 통통 튀어갔다. 잠깐의 만남을 뒤로 하고 저 앞에 보이는 기록관쪽으로 다시 걷고 있던 나는 조금 전 아이들에게서 들었던 말을 따라했다. " '여름이 누나?' ""사방신의 보좌관을 그렇게 부르는 경우도 있어서 그래. 각 계절별로... 애들이 부르는 거지만." 가까워지는 기록관을 보며 나는 중얼거려봤다. 여름이 누나라. 나는 낮은 계단을 올라가는 박지민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있어서야 불완전한 계절이 완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간지러웠다. 기록관으로 들어간 나는 내부 모습에 낯선 광경을 다시 겪어야 했다. 이 곳으로 온 후 모든 게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큰 도서관 같은 느낌인데 문제는 한가운데에 책상 하나를 제외하고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앉아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던 사람은 우리가 그 앞으로 다가서자 하던 것을 내려놓고서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왠일이십니까? 혹시 찾으시는 거라도?""지난 20년간의 천문을 이용한 기록을 좀 보려고요.""아, 그것 말이시면 지금 제가 정리하고 있는 게 바로 이겁니다." 남자는 얼핏 봐도 두께가 엄청나 보이는 책을 들어보였다. 엑. 둔기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책의 두께에 저걸 언제 다 찾냐,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남자가 손을 들어 책장을 훌훌 넘기더니 바로 우리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당황스럽게도 안에 기록되어 있는 글씨들은 별로 없었다. 2년 전, 3년 8개월 전, 7년 전, 10년 전. 띄엄띄엄 이용 기록이 있는 사이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보였다. < 12년 전, 전정국. 청룡 후계자 >. < 13년 전, 박지민. 주작 후계자> . <13년 전, 김태형. 백호 후계자>. <14년 전, 김남준. 현무 후계자>. 짚어가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내 이름이나, 20년 전후 사이로 천문을 이용한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기록에 없어. 비공식적 문을 썼나 보네. 왜일까?" 중얼거리던 박지민이 날 쳐다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흥미가 생긴 눈초리였다.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대꾸하자 박지민은 그건 그렇지, 하고 대답했다. 다시 밖으로 나온 그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래. 정 궁금하면 할아버지한테 가서 물어보는 방법도 있긴 한데. 물론 확실히 안다는 보장은 없지만." 솔직히 내가 왜 혼자서만 떨어져서 살아야 했는지 처음에는 그저 사소한 궁금증이었는데 이제는 오기가 생긴다. 무슨 일이 있어서도 나는 꼭 알아내고 말 것이다. 나는 대답했다. "갈래.""갔다오면 거의 반나절 걸리는데. 그래도 괜찮아?" 반나절 동안이나 걷게 된다면 다리가 아작이 나겠지. 사실 지금도 꽤 걸었던 터라 발바닥이 조금 아팠던지라 나는 갈등했다. 내가 대답을 미루고 있는 사이에 박지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동안 고민을 하던 나는 대답했다. 어, 괜찮아. 갈래. "그래? 그럼, 가지 뭐." 박지민이 갑작스레 내 허리를 낚아채 제 쪽으로 단단히 끌어당기더니 훌쩍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짓이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밑을 바라본 나는 빠르게 작아져가는 기록관과 비례해서 높아지는 높이에 놀라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 했으나 박지민의 빠른 대처 덕분에 떨어지는 꼴은 면할 수 있었다.큰 새의 날갯짓에 세차게 일어나는 바람에 머리칼이 훌렁 까졌다. 뒤에서 날 받쳐주고 있던 박지민이 밝아진 목소리로 바람 사이를 뚫고 물어왔다. 아, 멀미 없냐고 물어보는 걸 깜박했네. "걸어간다고는 안 했거든." 그와 동시에 우리를 태운 새가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 진심 죽이고 싶다. 멀미는 하지 않았지만 우리를 태운 새가 곡예를 하는 것을 즐기는 특성인지 중간에 급하강했다가 급상승하는 것을 반복해서 머리가 어질했다. 나는 멀쩡하게 내려서는 박지민을 보며 또다시 생각했다. 아니면 한 대라도 때리고 싶다. 썩어가는 내 표정을 보지 못한 건지 제 손에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새를 쓰다듬어준 박지민이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재밌지? 얘가 제일 재밌게 태워주거든." 진짜 죽여버릴까. 나는 휘날려서 잔뜩 엉킨 머리카락을 정리하다가 박지민의 발언에 아드득 이를 갈아보였다. 그러자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와 하!하고 웃음을 흘리다가 손끝으로 그를 짚으며 한 자 한 자 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한 번만 말한다, 갈 때도 얘 타고 가면 넌 죽는다." 다행히도 내 뜻을 알아먹은 건지 박지민이 말없이 그대로 그 새를 돌아가게 시켰다. 멀어져가는 새를 노려봐주던 나는 안개에 싸여 있는 골짜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위로는 산들이 몇 개 치솟아 있어서 여기가 산기슭 쪽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는데 그 밑은 짙은 안개 때문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으려나 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박지민이 먼저 걸어들어가, 나도 걱정은 접어두고 그 뒤를 쫓아들어갔다. 안개 앞에서 한 발짝을 남겨두고 있었을 때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안개를 통과했을 때는 우거진 짙은 숲과 높게 떨어져내리는 웅장한 폭포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협조 잘 안해주는 신선들이 사는 데야. 그 중에서 딱 세 분만이 협조를 해 주는데, 그 중 한 명이 우리가 지금 만나러 가는 할아범.""에잉, 할아범이라니.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말버릇이 저래서야.""아야!" 언제 나온 것인지도 모를 노인이 나와 긴 막대기로 딱 하고 박지민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아프잖아요! 박지민이 소리를 높이자 노인은 어디서 목소리를 높이냐고 조용히 하라면서 계속해서 응징했다.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타작음 소리에 처음에는 나도 고소하다 생각했지만 피하지도 못하고 계속 얻어맞고 있는 박지민이 불쌍해서 앞으로 나가서 말렸다. "안녕하세요.""현무 꼬맹이도 그렇고 지 편하자고 날 너무 귀찮게 한단 말.... 응? 넌 누구냐?""아, 전....""아니아니. 그럴 필요도 없구만. 요놈의 보좌관이구만?" 노인은 막대기 끝으로 박지민의 배를 쿡 찌르며 내게 말했다. 그리고서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살펴보다가 그렇게 말했다. "호오, 특이해. 천인인데 지상계의 흔적이 정말 많이 배어있어.""그거 때문에 온 거에요." 박지민이 낼름 대답했다. 원래 재인이가 보좌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변이 일어나서 징표가 안 나타났던 거 아시죠.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툭 던졌다. 아니, 몰라. 그런 일도 있었단 말야? 박지민은 김이 샌 소리를 내다가 한번 더 얻어맏고서야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보좌관을 찾았는데 도원 어느곳에서도 없는 걸, 지상계에서 찾아냈죠. "무려 20년이 넘게, 처음부터 지상계에서 살아왔대요. 공식적인 기록에도 지상계에 내려간 흔적이 없어서 도대체 누가 내려보냈는지, 그리고 내려보낸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왔어요.""혹시 아시나요?"나도 덩달아 물었다. 노인은 생각에 잠겨있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아마 서고에 있을 거 같은데. 아가씨도 따라올 텐가? 맛있는 차는 대접해줄 수 있네. 그 인자한 미소에 담겨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나는 아까 새를 타고 왔었을 때를 떠올리며 거절했었어야 했다. * *"바빠? 잠깐만 시간 내주면 안 돼?" 밖으로 나가는 호석을 잡아끈 태형이 입을 열었다. 왜? 호석이 묻자 태형이 대답했다. 아니, 핸드폰 새로 사려고 하는데 어디서 사는지 몰라서... 같이 가주면 안 되냐고. 자신이 태어난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상계로 내려가는 것을 싫어하던 김태형이 내려가겠다는 의미에 호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 있던 남준이 받아쳤다. "그새 또 질렸냐? 요새 디자인 좋은 거 없던데. 그냥 지금 꺼 좀 더 쓰다가 바꿔.""내 꺼 사려는 거 아니거든." 태형이 받아쳤다. 긴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다가 대답했다. 내가 망가뜨린 거 갚으려는 거야. 태형은 첫날에 제가 망가뜨렸던 여주의 핸드폰을 생각했다. 며칠간 뻔뻔한 낯으로 뻗딩겨봤지만 꿈 속에서 구식 핸드폰에 깔려 허우적대는 악몽을 꾸다 보니 이건 새로 사다 바쳐야지 그 악몽을 안 꿀 것 같았다. 태형의 말에 똑같은 사건을 떠올린 호석이 그럼 뭐,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문득 생각난 사실에 태형에게 물었다. 근데 너 이거 석진이 형한테 알리고 내려가는 거야? 호석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상계에 환장한 김석진의 성격상, 자신 몰래 갔다온 것을 알면 싸대기 백 번은 면치 못할 텐데. 들키면 그날에서야말로 정말로 호의 입에 잡아먹히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호석의 말에 태형이 씩 웃었다. "미쳤다고 내가 알려주게?" 그리고 형 둘만 입 닫고 있으면 난 들킬 일도 없어. 입 닫아줄 거지? 호석은 제 어깨를 꽉 잡아오며 비밀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중에 알아도 난 몰라. 사담여주의 출생의 비밀...? 뭐야 뭐라고 해야하지암튼 지상계에 있던 비밀은 다음화에 밝혀질 거 같아요!제가 다 속이 후련하네요벌써 밝힌 거 같은 기분 유후! 다음편은 조금 빨리 가져올 거 같아요!사실 이제서야 말씀드리는거지만 제가 사건만 생각해두고 스토리를 어떻게 묶을지 생각을 안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껄껄껄 이렇게 계획없는 자가 계획을 드디어 만들었네요 뿌듯(그리고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이제 사건 팡팡 터뜨리고 싶다.....! 빵야빵야 그리고 저 선물받았어요!!!!!!!!!!!!!!!자랑하고 싶어서 허락받아써요ㅠㅠㅠㅠ여따가두 자랑할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망개요뎡님이 만들어주셨어요!정말 감쟈합니다...ㅠㅠㅠㅠㅠㅠ 제 닉넴이 들어가 있는게 최큼....많이...부끄럽지마뉴ㅠㅠ짐니 너무 예쁜 거 아니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저 받고 정말 좋아서 육성으로 소리지르고 난동부리고 난리났었답니다넘나 예쁜 것......망개......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0^ ♡ 암호닉 ♡#525/#그대에게/#김태태/#방치킨/@@뿌링클@@/@침니@/@피카츄/^ㅁ^/+++/☆쑥쑥이☆/★봇★/♥구데타마/♥꽃미소박지민♥/♥마츄♥/♥빨강♥/♥사랑둥이♥/♥슈가형♥/♥옥수수수염차♥/♥침쨔/♥침침보고눈이침침♥/#김태형만세/#오하요곰방와#/☆침침☆/#쩔어/ 0070/0103/0121/0207/0219/0309/030901/0320/0328/0418/0419/0424/0511/0523/060909/0623/0628/0814/0906/0910/0913/1029/11과26/1205/3080/355/707/777♡/818/919191/92꾸이/9414/9559/991211/0917/0830/408613/10시 13분/1다다/8ㅁ8/965134/74/11023/109민 A#/abcd/ANM/Be Happy/Boice1004/eeggg/Flos/P해밀/travi/youth 가디언/가랑비/가온/갓태형/강변호사/강아지꾸꾸/감자/감자요정/개구락지/개털/게살버거/겨란마리/경쨩/계피/고꾸기♥/고답이/고대가고싶다/고무고무열매/고미/고삼/고슈가/골드빈/골룸/곰돌이/곰씨/공대생/공정쟁/공쥬별명/굥기/굥기요정/구구/구구콘/구리구리/구아바구아바망고를유혹사네/국국멍/국쓰/국정전/군주님/권지용/귀찌/규수/규짐/귤/귤멍멍/그뉵쿠키/그늘/그레/긍응이/기화/김까닥/김냥/김태태/까르보나라/까만꿀꿀이/깜비/깜지/깨꿍/꺄르르륵^^*/꼬맹이/꼬이/꽃길/꽃님/꽃시장/꽃이만개하리/꽃잎놀이/꽃치르미/꾱이/꾸기/꾸기쿠키/꾸기꾸기/꾸깃꾸깃/꾸꾸야/꾸꾸컴/꾸꾹까까/꾸르잠/꾸쮸뿌쮸/꾸치미♡/꾹꾹이/꾹아가/꾹초코/꿀돼★/꿀떡맛탕/꿈꽁/꿈틀/꿍디/뀨/뀨뀨/뀨앙뀨가/뀩/뀼/끙챠/꾸꾹이/꾸기부/계란두뷰/꽁치치/까망콩/꾹꾸/고돈치돈/김남준/감자도리/공배기/뀰♡/꽃반지/관계의회복이에요/깐돌이/계란후라이/굥기히트 나그네/나너조아/나니/나만볼래/나연희/나의 그대/나의별/나인/나침반/낙동강 오리알/난석진이꺼야/날아오르라주작이여/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낫띵라잌방탄/낭자/내맘에니콩/내손종/냉면/냔냐냐냐/너만본다/날아라주작아/너의귀가되어줄게/네티/넨네/넬스/녀누/노랑지우개/노래노래/녹는중/누가보면/누누슴/눈사람/뉴턴의사과/늙으니 눈이침침/니니/나비야/ㄴㅎㅇㄱ융기/너랑나랑너랑나랑너랑나랑너렁나랑너랑나랑너랑나랑거시기해잉/네버마인드/녹차라떼/너만볼래 다곰/다다눌/다비듀/다우니/다우니향/다을비/다이제/달달한비/당근/당딩동/댐므/덕키/덩율곰/데이디/도롱도롱/도메인/도비도비/돌고돌아서/돌핀이/됴종이/도레미파솔라시꾹/됼됼/두둠칫/두비두밥/둘셋빵탄/둥이/둥이마망/드라이기/들레/디바인/디즈니/딘시/딥크/딩동/따슙/딸기사탕/또또/또비또비/또이/똥개/뚜르르/뚱이/뜌/띠뚜/띠리띠리/둡부/단슈/도손/둥둥이/동룡/달고나/디어산타라뷰/다을비 라온하제/라임맛사탕/라임슈가/라임오렌지/라즈베리/라코/랄라/룰루랄라/랄랄랄랄랄/레드카드/레몬녹차/레몬맛샴푸/레몬사탕/레인보우샤벳/레티/로즈마리/론/롸롸롸/룬/룰루/르래/룰루랄라/리자몽/린/라일락/링링뿌/레드/로렌/로이스초코/럽럽 마늘/마망/마망마망/마시멜로/마운틴/마틸다/막꾹수/막대사탕/만우/맙소사/망개떠억/망개떡/망개찜/망개미/망개비플렛/망개요뎡/망개쿵떡집/망개한지민/망고/망고모찌/망고스무디/망무망무/망고구미/맞춤형꾹/매로나/매운족발먹고싶다/매화/맨럽/맨투맨/맴매때찌/머루/먹고죽자/멍뭉이/메이♥/메일우유/멜랑꼴리/멜로나/명언/모모/모니몬/모모지리/모지리/모찌햄찌/목캔디/몽또몽또/몽리/몽유/무리/무밍/무민/무인도/물망초/므앙고/미☆자/미끄럼틀/미누/미니/미니미니/미니언/미랑아/미름달/미스터침침/미역/미역₩/미융/민슈가/민아/민윤기다리털/민트/민트초코칩/밀짚모자/밍뿌/밑줄/미숮가루/ㅁr망/민윤기군주님/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말랑/매직핸드/매직레인/망개야사랑해/메비포유/민피디/마름달/미라클오라클/망떡 바나나킥/바너바너/바라기/바람에날려/바지미/박력꾹/박방탄/박뿡/박지민/박지민들레/박침침/반지하/반짝여보/발꼬락/발라버린잼/밤사슴/밤식빵/밤열한시/밤이죠아/방소/방탄비글단/방형네넷째아들정호석/배고파요/백/버블티/범블비/베네/벨베뿌야/별콩벌콩/별하나/보고싶찐/보라괴물/보라돌이뚜비나나뽀/보마/복동/복숭복숭아/복숭아리뮤/본시걸/봄/봉글이/봉봉/봥탄소년단/부니야/부농이/부들부들/부산소녀/부산의바다여/부엉이/분수/분홍부농/분홍하늘/불닭발/붕붕카/뷔까번쩍/뷔켜/뷩꾹/뷰꿈/브라우니달/블락소년단/비딩/비바/비비빅/비행기/빅베이비/빙구/빙그레/빠밤/빠네빠네빠/빡찌/빨주노초파남보라/빵덕후/빵떡아좋아해/빵빠레/빵빵/빼꼼/뽁뽁/뾰로롱♥/뾰루지/뿌꾸/뿌뽀뿌/뿌얌/쀼르륵/쀼민/쀼비/쁘띠젤/삐리/삐요/삥꾸/삥땅삥땅/뿡뿡이/벚꽃난/바람떡/밤향/비담/뷔글이방탄/버블티/불꽃/빗물/베리베리스무디 사랑둥이/사랑아 지민해/사방신/사쿠라sakura/산들코랄/살구누나/살구잼/삼다수/삼월/삼월달님/상큼쓰/새벽/새벽별/새벽하늘/샐리/서닌장/서영/서입구/석진이시네/설날/설렁/샤워가운/설렘/설슈/설탕의단맛/섭징어/세송/세일러문/세젤예세젤귀/소다/소소/소녀/소진/소청/속눈썹/솔트말고슈가/솜솜/송아지친구/수푼/수학 엿먹으세오/순대/순백의달/순살/순수/숩숩이/쉬림프/슈가맨/슈가야악/슈가와/슈갭/슈밀/슈팅가드/슈퍼맨/슙/슙맨/슙슙이/슙프/슙짐/슙큥/스위츠/스케일은정국/스티치/시골소년태태/시래기국/시에/실버쿠키/심슨/싸라해/싸이퍼/썩은촉수/신선이/슈가야금/습습/샤군/슈가프리세욤/시나몬/숲/상큼쓰/시나브로/ ㅇㅇㅈ/아꾹/아니두/아담/아디다스/아따배부릉거/아리랑/아리아나/아빠꾸꾸능/아스크림/아우야/아이/아침햇살/아쿠아/아티/아틸다/안녕치킨♥/안돼/안드로메다/안테나/알바하는 망개/암소/애기동자/애정/액희/애플힙/앤쑤아즘/앰플/야끙/야채/야호야호/얏호/양갱/양꽃/양양/양파/어그로/에이블/엑스/여름/여름달/여운/여자/여하/영이/연꽃/연두/연블리/열오/열원소/영덕대게/영원/예화♥/오레오/오아시스/오예쑤/오잉/오징어만듀/오타/오투/오해피꾸기데이/오호라/옥수수팝콘/옥히독히요/온도니/올때메로나/와구와구/왕짱맑은맹세/요쿠루우트/용용/우니꾸기/우당탕/우럭/우럭우럭/우리집엔신라면/우왕굿/우울/운전/웅떡웅떡/워더/워더아이/원형/유니/유다안/유월/유자/유자레몬티/유쟌/윤기야밥먹자/윤맹/윤슬/윤이나/윤기꺼야/융기는민슈가/융기쁑/융기융기해/융기태태쀼/음오아예/이브닝/이블/이스트팩/이울다/이졔/이즈먼/인생꾹팅/인절미/오리/이리다/아츄웡/애플망고/이진/양념치킨/은박지/오렌지/여름겨울/아카정국/이리오너라/아이쿠야/윤/요망개/있잖아요..?/유유유/에그/윤기안녕/여릉잉 ㅈㅁ/자기/자라/자몽/자몽더쿠/자몽석류/자몽소다/자몽쓰/자몽워터/자몽자몽♥/자몽쥬스/자몽타르트/자몽향기맛소시지/자민/작은별/재간둥이뿌뿌뿌/전시걸/전정국아내협회장★/전정국오빠/정국쓰스물인디/정국아/정국아블라썸/정국아여기봐/정국이마누라/정근/정닺뿌/정연아/정전국/정체구간침침/젤라또/조막부리/죠스바/즌증구기/즌증구기일어나라/지개매/지금은/지민새끼손가락/지민아박지민/지민이랑/지민이바보♥/지민이와함께라면/지블리/지민채율/지안/지호/지화자 좋구나/진라떼/진진/진진♥/짐니/짐니꾹/짐빈/짐잼쿠/짐짐/징징이/징쭈♡/짜몽이/짱구/짝짝/짱짱구리/짹짹이/쩌리/찌몬/찐빵/찜니뚜루/찜니야/찜침/전종국/조남자/지우개/정꾸요미/짐썸/짜빠게티/주222/정콩국/짐지매/정꾸기냥/저장소...13/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주름/찜꽁❤️/졸로키아/지하/짐니럽 차차/찰캉/창작/채꾸/챠캬챠캬/챠챠/천사소녀제티/청보리청/체리/체리맛콜라♡/체리쥬빌레/첼리/천해랑/초슈/초코쿠키/쵸코두부/춍춍/춘기/충전기/츄러스츄/칅칅칅/치과/치즈콘/치카초코/치키치키/치키타/치킨마요/침멍크/침을태태/침치미/침침꾹꾹꾸/침침모찌/침침보좌관/침침아까꿍/침침이 카라멜마끼아또/카스타드/캔디/커잠정쿠키/켈로그/켓흐/코코/코코몽/코코팜/콜라에몽/콩콩 /쿄쿄S/쿠마몬/쿠마쿠마/쿠브준/쿠앤크/쿠키/쿠키전/쿠키주주97/쿨피스/큄/퀚/크슷/킁러/커몬요/큠마몬/쿠야 태쁘♥/태쮸:)/태태/태태랑/태태마망/태태사랑태태/태태지잉/태태한 침침이/태형꿈/탱탱/텔라/토깽이/토끼/토끼풀/토마토/토토잠보/퉁퉁이/트리케라슙쓰/태형아 놀자/태꿍태꿍/토토네 당근가게 파란/파란하늘/파란빛/파란수국/파랑토끼/파스텔/파우더/파프파프리카/판다/팔이/팥빵/팬더눈/퍼플/펀치/페이볼/페이퍼/페이퍼코/페페/편지/포뇨/퐁퐁/풀/퓁시/플랑크톤/플랑크톤회장/피글렛/피노키오/피닝/피자사랑/피터팬/핑몬핑몬핑몬업/핑콩이/풍선껌/포마토/플렛님나랑결혼 하나비/하늘연달/하늘/하늘하늘해/하뚜/하람/하루이틀@/하리보/하울/하트반지/핫초코/항암제/햄버거/햄찌/허니귤/허니듀/허니레몬/허블/현이/현질할꺼에요/혱짱/호두마루/호롤롤로/호박죽/호비/호비요정/호빈이/호빗/호석이두마리치킨/호시기호식이해/홈매트/홉스/황막꾹이/황제태태/황토색/회전초밥단/후니/후룰룰/흐노니/흥흥/히동/힐링/하이린/호석이니?호식이니?/햇살/향수
방탄소년단 - Miss Right
톡, 톡, 톡. 무언가가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라 생각하고 가만히 있자, 조심스러운 손동작에서 한 단계 나아가 흔드는 감각에 눈을 살며시 떴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얼굴 때문에 놀라서 황급히 머리를 뒤로 뺐다가 뒤통수를 나무등치에 쾅 박고 말았다.
"아야야...!"
"그렇게 놀랄 일인가."
민윤기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의도치 않은 셀프 망충이짓 때문에 남아있던 잠기운도 싹 달아나버린 나는 얼얼한 뒷머리를 문지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민윤기는 바보스러운 내 행동에도 웃음기 하나 비추지 않은 채 입을 열어 내게 물었다.
"왜 여기서 자고 있었어."
이 물음에 그제서야 아까 술에 취한 박지민이 비틀거리면서 나에게 왔던 게 떠올랐다.
알고 지낸 지 이틀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동안 보여준 얼굴과는 완전 딴판인, 풀어진 나른한 얼굴로 어리광을 부린 박지민이 아프다며 내게 걸어와 칭얼거렸었다. 처음에는 취해서 주정부리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짚어본 이마를 보고 그러한 내 생각이 틀린 것임을 알았고. 얘를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려던 때 내 손을 잡아올려 제 입술 위로 가져다 대었던 박지민. 몸에서 힘이 주욱 빠져나가는 기분이 드는 것과 동시에 어질해지며 눈앞이 깜깜해졌더랬다.
"아니, 박지민이 갑자기 열이 끓어서..."
말하려는 도중 다리가 저릿한 감각에 시선을 내리니 박지민이 내 오른쪽 다리를 짓누른 채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열이 아직도 있나 확인하려 했는데, 그보다 조금 더 빠르게 흰 손이 박지민의 이마를 짚었다가 떨어졌다. 이제 괜찮은 거 같은데. 박지민의 이마를 짚어본 민윤기가 중얼거렸다.
다리가 저릿해서 빼고 싶었던지라 살금살금 움직이자 박지민이 내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흔들흔들거렸는데, 그래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아까 내 손에서 느껴지던 열은 이렇게 단시간에 내려갈 게 아니었기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얘가 갑자기 절 찾아와선 아프다고 해서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짚어보니까 진짜 심했었어요.
"불나는 듯 진짜 뜨거웠는데 정말 괜찮은 거 맞는 거에요?"
"응. 네가 다시 한번 확인해보던지."
손을 뻗어 이마를 짚자 정말 열이 다 떨어져 있었다. 사방신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아픈 것도 빨리 낫는 건가?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시켜주는 듯이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전에도 가끔 봤었으니까,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거."
민윤기는 가볍게 대답했지만 그가 의도한대로 가볍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내게 잘못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 나는 잠들어있는 박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난 몇 달 동안 가끔 이런 적이 있어. 미련스럽게도 지가 아픈 건 겉으로 티내지 않더라고. 그는 단조롭게 말을 이었다.
"이제 너를 찾았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억눌렀던 부작용이 아직 남아있던 모양이야."
"........."
"그래도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도 잘 찾아왔네."
"제 생명수를."
민윤기가 날 바라보며 말을 마쳤다. 뭐, 점차 나아지겠지.
나는 박지민을 내려다보고 있던 시선을 올려 민윤기에게 주며 물었다. ...아까, 박지민이 제 손을 잡았는데... 여기서 난 박지민이 나에게 손키스 비스무리 한 것을 했단 설명은 제외하고 설명했다.
"갑자기 어질해지더니 정신을 잃었었나 봐요. 지금까지 계속 자고 있었던 걸 보면... 이건 왜 그런 거에요? 혹시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죠?"
불안함이 담겨있는 내 말투에 민윤기가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며 되물었다.
"어지럼증이 느껴졌다고?"
"네. 몸에서 기운이 막 빠져나가는 기분도 들었고..."
"흠, 강제로 네 힘을 뺏어갔나 보네.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다."
맨정신이었다면 그런 배려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아직 그만큼 너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려나. 중얼거리던 민윤기가 덧붙였다. 기분 나쁘지 않게 전자라고 생각해.
"무슨 소리에요?"
박지민을 슬쩍 내려다보던 민윤기는 또 재미없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박지민은 그런 배려없는 행동을 하지 않거든. 자기가 힘들다고 남이 힘들어지는 것을 택할 바에는 혼자 참고 있는 걸 택할 애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 더럽지? 그러니까 그냥 취해서 평소와는 달리 제멋대로 한 짓이라고 생각하라고. 원래 술에 취하면 180도 바뀌긴 하니까."
그러나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는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나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서 이렇게 행동했다는 쪽이 더 사실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했던 것과 방금 전의 일, 두 번이 계속되면 아무래도 박지민은 지금의 나를 단순한 '사신의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사실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내 표정을 본 민윤기가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다.
"마음 상했어?"
"그렇네요. 아무래도 박지민이 날 단순한 도움거리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서요."
박지민의 밑에 깔려있는 오른쪽 다리를 망설임없이 뺀 나는 쌀쌀맞게 내뱉었다. 쿵. 땅바닥으로 약하게 충돌한 박지민은 그 충격이 느껴진 건지 눈썹을 찡그렸다. 오랫동안 깔려서 고통을 호소하는 다리를 주무르면서 나는 민윤기에게 물었다.
"그래서? 술자리는 끝났어요?"
"아까 끝났어."
"그럼 어떻게 돌아가요? 나 혼자 얘를 끌고 가는 건 무리인데. 도와주면 안 돼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찾으러 온 거야."
여기서 기다려. 짜증이 나서 톡톡 쏘아붙이는 내 말투에 처음으로 옅게 웃어보인 민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어져가는 등을 보다가 나는 박지민을 흘끗 바라보았다. 날 단순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시선이 간다. 딜레마랄까. 아까 아팠던 건 거짓이 아니었단 걸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어딘가 위태로워보이는 저 얼굴을 보면 괜히 마음이 찡해져서 도와주고 싶은데. 나는 박지민의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넘겨주며 입술을 떼었다.
"박지민."
"아직 나는 널 잘 모르고, 너도 날 잘 모르잖아. 물론 첫인상 때문에 네가 좀 짜증나기도 하고 그래. 하지만 아프다는 사람을 밀어낼 만큼 난 매정한 사람은 아니야. 그러니까..."
「 미안한데. 내 생각도 좀 해줘, 제발. 」
"너도 날 배려해주면 좋겠어."
나보고 널 생각해주고 말하면 안되냐고 물어보았던 것처럼.
손가락 사이로 박지민의 머리칼을 헤집으며 멍하니 다른 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는 나는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가는 김태형을 볼 수 있었다. 호의 등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추락하려는 정호석을 무표정한 얼굴로 휙 집어채 뒤에 대충 던져놓던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을 때,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눈을 떴을 때는 그 바람이 우리를 데리러 돌아온 민윤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작궁 앞에 나와 박지민을 내려준 민윤기는 곧 다시 타고 왔던 동물 위에 올라타 하늘길을 따라 이동했다. 나는 박지민을 부축한 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지민은 남자치고는 체격이 작은 터라 그렇게 무거울 것 같지 않았으며, 도와준다는 민윤기의 제안을 나보다 더 얇은 팔목을 보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아 그저 문 앞에까지만 데려다주면 괜찮다고 거절했었다. 하지만 별로 걸은 지 되지 않아서 나는 좀 전의 발언을 후회했다.
골격 자체가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무겁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다 보다. 나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술에 취한 사람을 옮기는 건 더더욱이다.
눈앞에 좌르륵 펼쳐져있는 계단을 보고 앞이 아득해져와, 그냥 여기다가 박지민을 버리고 나 혼자 방으로 가볍게 올라갈까 생각해보았지만 털가닥 하나 남은 양심이 찔려와 이를 악물고 박지민을 고쳐잡았다. 끙. 추욱 늘어져있는 박지민의 머리칼이 내 옆얼굴을 간지럽혀 미칠 지경이었다. 그 전에 더 환장할 노릇인 건, 보통 이렇게 절 끌고가는 느낌이 들면 깨야 하는 게 정상이지 않을까?
"너 나한테 반항하려고 사실 깼는데 일부러 자는 척 하는 거지, 지금."
눈알을 부라리고 박지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붙잡고 있던 팔을 놓자 주르르 흘러내린다. 한 쪽 팔은 내 어깨에 걸쳐진 채로 사선으로 미끄러져 주저앉아 있으니 끄응, 하고 자세가 불편한지 웅얼거리는 소리가 미약하게 흘러나왔다. 그런 소리를 내는 걸 듣고 있자니 강아지 같아서 또 마음이 약해진다.
"..넌 내일 정신 말짱할 때 아주 두드려 맞을 줄 알아."
술도 약한 게 쓸데없이 승부욕만 세선.
이를 악물고 다시 박지민을 붙든 나는 마지막 계단을 올라섰다. 계단을 올라가는 데 체력을 다 써서 복도부터 방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는 양 팔을 잡고 복도를 박지민으로 청소하다시피 끌고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짐짝 취급했단 사실에 자책하진 않는다. 이렇게 데리고 온 것도 잘한 짓 아니냐.
마침내 박지민이 쓰는 방까지 무사히 데리고 간 나는 그를 푹신한 침대 위로 사정없이 던졌다. 풀썩. 거의 이불 속으로 파묻히다시피 엎어진 박지민은 꿈속을 헤매고 있는 와중에도 침대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안 건지 베개를 찾아 꼼지락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아니면 내일 치킨을 해먹어버릴까."
주작도 새의 일종이니까 치킨으로 만들 수 있겠지? 물론, 아니더라도 충분히 튀겨줄 의향이 있었다.
질질 끌고오느라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나도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정도 풀린 느낌이 들자 뒤로 풀썩 누웠다. 몸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오는 이불에 절로 피곤함이 몰려왔다. 나도 내 방으로 가야 하는데... 바로 옆 방이라 더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조금만 쉬다가 일어나지 뭐. 그렇게 합리화를 한 나는 박지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끝으로 베개를 끌어온 그는 얼굴을 푹 파묻고서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
「 손이라도 잡아주는 게 어때. 가장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니까. 」
눈을 몇 번 깜박이던 나는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움직여 박지민의 왼손을 잡았다. 살며시 쥐기만 했는데 몇 초 쯤 뒤어 내 손을 감싸는 박지민의 손이 느껴져서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깬 건가? 하지만 전혀 그런 기색이 없는 것을 보았을 때 무의식적인 행동인 것 같았다. 신기했다. 정말 뭔가 이어져있는 건 맞나 보다. 잠시만 누워있다가 돌아가려고 했는데 내 손을 꼭 잡은 그 손가락이 안쓰러워보여 나는 조금만 더 있어주기로 결정했다. 아까 돌아오면서 내게 말을 건네던 민윤기의 말이 떠올랐다.
「 겉보기에는 좋아보이지. 」
「 불쌍한 애들이야. 그저 사신 후계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원하지 않은 세계에 끌려들어와서 일을 해야 하니까. 」
「 동정심이 있으면 잘 챙겨줘. 」
* *
반짝. 자고 있던 지민이 눈을 떴다. 산발이 된 머리가 지민의 상태가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으, 소리를 내며 지민은 몸을 일으켰다. 양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던 지민은 반쯤 떠진 눈으로 제가 있는 곳을 자각했다. 언제 돌아온 거지... 어느 시점부터 기억이 깨끗하게 날아가고 없었다. 몇 번의 경험으로 아무리 애써도 생각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지민은 빠르게 기억하는 것을 포기했다.
"목 말라......"
방금 전까지 자서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기중으로 새어나왔다. 다행히 숙취는 없었으나 목이 정말 미칠 듯이 탔다. 안 씻어서 찝찝한 건 둘째 치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일어난 지민은 방을 나가 차가운 물을 마시며 아직 잠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정신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화창한 햇살이 창 밖에서부터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덜 깬 채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돌아오던 지민은 문득 어제 자신이 무슨 일을 했나 두려워져 제 방 대신 옆 방으로 들어갔다. 한 쪽 눈을 부비며 들어간 방 안은 비어 있어 어딜 갔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돌리려던 참이었다. 욕실 쪽에서 찰박찰박 물소리가 나자 아, 저기에 있나 생각한 지민이 그 쪽으로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재인아, 나 어제...."
더운 공기 사이로 보이는 발그레한 뺨, 방금 씻어서 더 뽀얗고 혈색이 도는 부드러운 피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아찔한...
".....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 옆에 있어왔던 서재인이 아니라, 김여주라는 새로운 짝을 며칠 전에 데리고 왔다는 걸 까먹었다. 정적. 수건으로 머리에 남아있던 물기를 닦고 있던 여주의 얼굴이 지민에게로 향했다. 순식간에 시뻘개진 얼굴.
당황한 지민의 얼굴로 물기를 먹어 무거운 수건이 직통으로 날아들었다.
"근데, 진짜 못 봤지?"
"못 봤다니까."
"진짜?"
"정말로."
한시간 넘게 계속되는 같은 질문에 이제는 지겹다는 얼굴로 대답하는 박지민을 보며 나는 약간 괘씸하긴 했지만 이만치면 되었으니 이제 그만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옷을 입기 전에 큰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 나가는 게 습관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박지민과 말하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대충 이만 닦은 후 제대로 씻는 것은 아침에 하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난 나는 큰 욕실과 입욕제라는 것을 처음 써봤기에 잔뜩 들떠있었다. 다 씻고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기를 닦아내던 중, 욕실로 들어오던 박지민과 정통으로 마주쳤다는 게 문제였지만. 다음부터는 문을 닫고 씻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아무튼, 박지민을 보자마자 번개같은 속도로 수건을 얼굴에 집어던진 후로 문을 잠그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이 변태새끼야!!
그래도 마지막, 딱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보자.
"...정말 못 본거 확실하지?"
내 말에 걸어가던 박지민이 허탈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날 돌아보며 내뱉는 목소리에는 이제 짜증이 반쯤 섞여나와 있었다.
"한번만 더 물어보면 안 데리고 갈 거야. 왜 네가 지상계에 있었는지 궁금한 건 내가 아니거든."
협박조가 다분한 말에 나는 치사하다는 듯이 입을 비죽이면서도 얌전히 다물었다. 지금 우리가 주작궁을 나가는 이유는 지난 20년 동안 '공식적인' 천문을 이용했던 기록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사방신들이 자유자재로 열 수 있는 비공식적인 문은 기록되지 않는다. 내가 도원 사람인데 왜 지상계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어제 정호석이 말한 할아범이라는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박지민은 그 먼 곳까지 갈 필요 없이 기록 보관소에 가면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20년 전쯤에 지상계로 내려갔던 사람들을 흝어가면 아기 때부터 왜 혼자 살았는지 알아낼 수 있을 거라던 말.
그래, 아쉬운 건 나지 너겠어요? 그 말을 속으로만 중얼거린 나는 그래도 내 끈질김이 너무했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걸어가는 내 옆으로 온 박지민은 궁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 못 봤어."
네 얼굴밖에 안 보였어서.
궁 밖의 이미지는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약간 달랐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상상해본 것은 거의 비슷했는데, 사방신인 박지민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옛날 조선시대에 살던 왕 같은 느낌으로 허리를 굽히며 섬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을 대하는 듯이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제 갈길을 간다. 그래, 요즘 시대가 어떤데 그건 구시대적 발상일 뿐이지 하고 나 자신을 납득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신선한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주작님이당!"
저 쪽에서 저희들끼리 깔깔거리고 놀고 있던 아이들 세 명이 박지민을 발견하고서는 까르르 웃으며 달려왔다. 금세 달려온 아이들은 박지민의 바로 앞에서 멈추어 서서 정신없이 입을 조잘조잘댔다.
"어디 가세요?"
"잃어버린 여름을 찾으셨다면서요! 엄마가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어요!"
"안 바쁘시면 저희랑 놀아주세요!"
세 명의 아이들이 제각기 할 말을 외치는 통에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어 눈을 끔벅였지만 그 와중에도 박지민은 질문들을 잘 알아들은 것 같았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있는 아이들에 박지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하나씩 대답해주었다. 기록관에 가는 중이야. 놀아주고 싶은데, 할 일이 있어서 지금은 놀아주지 못할 거 같아.
"그리고 되찾은 여름은 누구냐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그 말에 여섯 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내게로 모여든다. 초롱초롱한 눈빛들에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나보다 더 크게 미소지어보인다. 박지민에게서 내게로 쪼르르 이동한 아이들이 신나하며 또 말을 던져댔다. 언니네요! 언니? 바부야, 우린 누나라고 불러야 하는 거야. 쫑알쫑알 대는 목소리 사이에서 날 빼내준 건 박지민이었다.
"길이 막혀서 누나가 곤란해하는데 비켜줄까?"
그러자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비켜준다. 나중에 봐요 여름이 누나! 그리고서는 발랄하게 웃으며 저들끼리 통통 튀어갔다. 잠깐의 만남을 뒤로 하고 저 앞에 보이는 기록관쪽으로 다시 걷고 있던 나는 조금 전 아이들에게서 들었던 말을 따라했다.
" '여름이 누나?' "
"사방신의 보좌관을 그렇게 부르는 경우도 있어서 그래. 각 계절별로... 애들이 부르는 거지만."
가까워지는 기록관을 보며 나는 중얼거려봤다. 여름이 누나라. 나는 낮은 계단을 올라가는 박지민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있어서야 불완전한 계절이 완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간지러웠다.
기록관으로 들어간 나는 내부 모습에 낯선 광경을 다시 겪어야 했다. 이 곳으로 온 후 모든 게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큰 도서관 같은 느낌인데 문제는 한가운데에 책상 하나를 제외하고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앉아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던 사람은 우리가 그 앞으로 다가서자 하던 것을 내려놓고서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왠일이십니까? 혹시 찾으시는 거라도?"
"지난 20년간의 천문을 이용한 기록을 좀 보려고요."
"아, 그것 말이시면 지금 제가 정리하고 있는 게 바로 이겁니다."
남자는 얼핏 봐도 두께가 엄청나 보이는 책을 들어보였다. 엑. 둔기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책의 두께에 저걸 언제 다 찾냐,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남자가 손을 들어 책장을 훌훌 넘기더니 바로 우리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당황스럽게도 안에 기록되어 있는 글씨들은 별로 없었다. 2년 전, 3년 8개월 전, 7년 전, 10년 전. 띄엄띄엄 이용 기록이 있는 사이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보였다. < 12년 전, 전정국. 청룡 후계자 >. < 13년 전, 박지민. 주작 후계자> . <13년 전, 김태형. 백호 후계자>. <14년 전, 김남준. 현무 후계자>. 짚어가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내 이름이나, 20년 전후 사이로 천문을 이용한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기록에 없어. 비공식적 문을 썼나 보네. 왜일까?"
중얼거리던 박지민이 날 쳐다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흥미가 생긴 눈초리였다.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대꾸하자 박지민은 그건 그렇지, 하고 대답했다. 다시 밖으로 나온 그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래. 정 궁금하면 할아버지한테 가서 물어보는 방법도 있긴 한데. 물론 확실히 안다는 보장은 없지만."
솔직히 내가 왜 혼자서만 떨어져서 살아야 했는지 처음에는 그저 사소한 궁금증이었는데 이제는 오기가 생긴다. 무슨 일이 있어서도 나는 꼭 알아내고 말 것이다. 나는 대답했다.
"갈래."
"갔다오면 거의 반나절 걸리는데. 그래도 괜찮아?"
반나절 동안이나 걷게 된다면 다리가 아작이 나겠지. 사실 지금도 꽤 걸었던 터라 발바닥이 조금 아팠던지라 나는 갈등했다. 내가 대답을 미루고 있는 사이에 박지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동안 고민을 하던 나는 대답했다. 어, 괜찮아. 갈래.
"그래? 그럼, 가지 뭐."
박지민이 갑작스레 내 허리를 낚아채 제 쪽으로 단단히 끌어당기더니 훌쩍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짓이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밑을 바라본 나는 빠르게 작아져가는 기록관과 비례해서 높아지는 높이에 놀라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 했으나 박지민의 빠른 대처 덕분에 떨어지는 꼴은 면할 수 있었다.
큰 새의 날갯짓에 세차게 일어나는 바람에 머리칼이 훌렁 까졌다. 뒤에서 날 받쳐주고 있던 박지민이 밝아진 목소리로 바람 사이를 뚫고 물어왔다. 아, 멀미 없냐고 물어보는 걸 깜박했네.
"걸어간다고는 안 했거든."
그와 동시에 우리를 태운 새가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진심 죽이고 싶다. 멀미는 하지 않았지만 우리를 태운 새가 곡예를 하는 것을 즐기는 특성인지 중간에 급하강했다가 급상승하는 것을 반복해서 머리가 어질했다. 나는 멀쩡하게 내려서는 박지민을 보며 또다시 생각했다. 아니면 한 대라도 때리고 싶다. 썩어가는 내 표정을 보지 못한 건지 제 손에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새를 쓰다듬어준 박지민이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재밌지? 얘가 제일 재밌게 태워주거든."
진짜 죽여버릴까.
나는 휘날려서 잔뜩 엉킨 머리카락을 정리하다가 박지민의 발언에 아드득 이를 갈아보였다. 그러자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와 하!하고 웃음을 흘리다가 손끝으로 그를 짚으며 한 자 한 자 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한 번만 말한다, 갈 때도 얘 타고 가면 넌 죽는다."
다행히도 내 뜻을 알아먹은 건지 박지민이 말없이 그대로 그 새를 돌아가게 시켰다. 멀어져가는 새를 노려봐주던 나는 안개에 싸여 있는 골짜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위로는 산들이 몇 개 치솟아 있어서 여기가 산기슭 쪽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는데 그 밑은 짙은 안개 때문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으려나 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박지민이 먼저 걸어들어가, 나도 걱정은 접어두고 그 뒤를 쫓아들어갔다.
안개 앞에서 한 발짝을 남겨두고 있었을 때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안개를 통과했을 때는 우거진 짙은 숲과 높게 떨어져내리는 웅장한 폭포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협조 잘 안해주는 신선들이 사는 데야. 그 중에서 딱 세 분만이 협조를 해 주는데, 그 중 한 명이 우리가 지금 만나러 가는 할아범."
"에잉, 할아범이라니.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말버릇이 저래서야."
"아야!"
언제 나온 것인지도 모를 노인이 나와 긴 막대기로 딱 하고 박지민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아프잖아요! 박지민이 소리를 높이자 노인은 어디서 목소리를 높이냐고 조용히 하라면서 계속해서 응징했다.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타작음 소리에 처음에는 나도 고소하다 생각했지만 피하지도 못하고 계속 얻어맞고 있는 박지민이 불쌍해서 앞으로 나가서 말렸다.
"안녕하세요."
"현무 꼬맹이도 그렇고 지 편하자고 날 너무 귀찮게 한단 말.... 응? 넌 누구냐?"
"아, 전...."
"아니아니. 그럴 필요도 없구만. 요놈의 보좌관이구만?"
노인은 막대기 끝으로 박지민의 배를 쿡 찌르며 내게 말했다. 그리고서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살펴보다가 그렇게 말했다.
"호오, 특이해. 천인인데 지상계의 흔적이 정말 많이 배어있어."
"그거 때문에 온 거에요."
박지민이 낼름 대답했다. 원래 재인이가 보좌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변이 일어나서 징표가 안 나타났던 거 아시죠.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툭 던졌다. 아니, 몰라. 그런 일도 있었단 말야? 박지민은 김이 샌 소리를 내다가 한번 더 얻어맏고서야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보좌관을 찾았는데 도원 어느곳에서도 없는 걸, 지상계에서 찾아냈죠.
"무려 20년이 넘게, 처음부터 지상계에서 살아왔대요. 공식적인 기록에도 지상계에 내려간 흔적이 없어서 도대체 누가 내려보냈는지, 그리고 내려보낸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혹시 아시나요?"
나도 덩달아 물었다. 노인은 생각에 잠겨있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아마 서고에 있을 거 같은데. 아가씨도 따라올 텐가? 맛있는 차는 대접해줄 수 있네. 그 인자한 미소에 담겨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나는 아까 새를 타고 왔었을 때를 떠올리며 거절했었어야 했다.
"바빠? 잠깐만 시간 내주면 안 돼?"
밖으로 나가는 호석을 잡아끈 태형이 입을 열었다. 왜? 호석이 묻자 태형이 대답했다. 아니, 핸드폰 새로 사려고 하는데 어디서 사는지 몰라서... 같이 가주면 안 되냐고. 자신이 태어난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상계로 내려가는 것을 싫어하던 김태형이 내려가겠다는 의미에 호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 있던 남준이 받아쳤다.
"그새 또 질렸냐? 요새 디자인 좋은 거 없던데. 그냥 지금 꺼 좀 더 쓰다가 바꿔."
"내 꺼 사려는 거 아니거든."
태형이 받아쳤다. 긴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다가 대답했다. 내가 망가뜨린 거 갚으려는 거야. 태형은 첫날에 제가 망가뜨렸던 여주의 핸드폰을 생각했다. 며칠간 뻔뻔한 낯으로 뻗딩겨봤지만 꿈 속에서 구식 핸드폰에 깔려 허우적대는 악몽을 꾸다 보니 이건 새로 사다 바쳐야지 그 악몽을 안 꿀 것 같았다.
태형의 말에 똑같은 사건을 떠올린 호석이 그럼 뭐,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문득 생각난 사실에 태형에게 물었다. 근데 너 이거 석진이 형한테 알리고 내려가는 거야? 호석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상계에 환장한 김석진의 성격상, 자신 몰래 갔다온 것을 알면 싸대기 백 번은 면치 못할 텐데. 들키면 그날에서야말로 정말로 호의 입에 잡아먹히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호석의 말에 태형이 씩 웃었다.
"미쳤다고 내가 알려주게?"
그리고 형 둘만 입 닫고 있으면 난 들킬 일도 없어. 입 닫아줄 거지? 호석은 제 어깨를 꽉 잡아오며 비밀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중에 알아도 난 몰라.
사담
여주의 출생의 비밀...? 뭐야 뭐라고 해야하지
암튼 지상계에 있던 비밀은 다음화에 밝혀질 거 같아요!
제가 다 속이 후련하네요
벌써 밝힌 거 같은 기분 유후!
다음편은 조금 빨리 가져올 거 같아요!
사실 이제서야 말씀드리는거지만 제가 사건만 생각해두고 스토리를 어떻게 묶을지 생각을 안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껄껄껄 이렇게 계획없는 자가 계획을 드디어 만들었네요 뿌듯
(그리고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이제 사건 팡팡 터뜨리고 싶다.....! 빵야빵야
그리고 저 선물받았어요!!!!!!!!!!!!!!!
자랑하고 싶어서 허락받아써요ㅠㅠㅠㅠ여따가두 자랑할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망개요뎡님이 만들어주셨어요!
정말 감쟈합니다...ㅠㅠㅠㅠㅠㅠ
제 닉넴이 들어가 있는게 최큼....많이...부끄럽지마뉴ㅠㅠ짐니 너무 예쁜 거 아니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받고 정말 좋아서 육성으로 소리지르고 난동부리고 난리났었답니다
넘나 예쁜 것......망개......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0^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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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bcd/ANM/Be Happy/Boice1004/eeggg/Flos/P해밀/travi/youth
가디언/가랑비/가온/갓태형/강변호사/강아지꾸꾸/감자/감자요정/개구락지/개털/게살버거/겨란마리/경쨩/계피/고꾸기♥/고답이/고대가고싶다/고무고무열매/고미/고삼/고슈가/골드빈/골룸/곰돌이/곰씨/공대생/공정쟁/공쥬별명/굥기/굥기요정/구구/구구콘/구리구리/구아바구아바망고를유혹사네/국국멍/국쓰/국정전/군주님/권지용/귀찌/규수/규짐/귤/귤멍멍/그뉵쿠키/그늘/그레/긍응이/기화/김까닥/김냥/김태태/까르보나라/까만꿀꿀이/깜비/깜지/깨꿍/꺄르르륵^^*/꼬맹이/꼬이/꽃길/꽃님/꽃시장/꽃이만개하리/꽃잎놀이/꽃치르미/꾱이/꾸기/꾸기쿠키/꾸기꾸기/꾸깃꾸깃/꾸꾸야/꾸꾸컴/꾸꾹까까/꾸르잠/꾸쮸뿌쮸/꾸치미♡/꾹꾹이/꾹아가/꾹초코/꿀돼★/꿀떡맛탕/꿈꽁/꿈틀/꿍디/뀨/뀨뀨/뀨앙뀨가/뀩/뀼/끙챠/꾸꾹이/꾸기부/계란두뷰/꽁치치/까망콩/꾹꾸/고돈치돈/김남준/감자도리/공배기/뀰♡/꽃반지/관계의회복이에요/깐돌이/계란후라이/굥기히트
나그네/나너조아/나니/나만볼래/나연희/나의 그대/나의별/나인/나침반/낙동강 오리알/난석진이꺼야/날아오르라주작이여/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낫띵라잌방탄/낭자/내맘에니콩/내손종/냉면/냔냐냐냐/너만본다/날아라주작아/너의귀가되어줄게/네티/넨네/넬스/녀누/노랑지우개/노래노래/녹는중/누가보면/누누슴/눈사람/뉴턴의사과/늙으니 눈이침침/니니/나비야/ㄴㅎㅇㄱ융기/너랑나랑너랑나랑너랑나랑너렁나랑너랑나랑너랑나랑거시기해잉/네버마인드/녹차라떼/너만볼래
다곰/다다눌/다비듀/다우니/다우니향/다을비/다이제/달달한비/당근/당딩동/댐므/덕키/덩율곰/데이디/도롱도롱/도메인/도비도비/돌고돌아서/돌핀이/됴종이/도레미파솔라시꾹/됼됼/두둠칫/두비두밥/둘셋빵탄/둥이/둥이마망/드라이기/들레/디바인/디즈니/딘시/딥크/딩동/따슙/딸기사탕/또또/또비또비/또이/똥개/뚜르르/뚱이/뜌/띠뚜/띠리띠리/둡부/단슈/도손/둥둥이/동룡/달고나/디어산타라뷰/다을비
라온하제/라임맛사탕/라임슈가/라임오렌지/라즈베리/라코/랄라/룰루랄라/랄랄랄랄랄/레드카드/레몬녹차/레몬맛샴푸/레몬사탕/레인보우샤벳/레티/로즈마리/론/롸롸롸/룬/룰루/르래/룰루랄라/리자몽/린/라일락/링링뿌/레드/로렌/로이스초코/럽럽
마늘/마망/마망마망/마시멜로/마운틴/마틸다/막꾹수/막대사탕/만우/맙소사/망개떠억/망개떡/망개찜/망개미/망개비플렛/망개요뎡/망개쿵떡집/망개한지민/망고/망고모찌/망고스무디/망무망무/망고구미/맞춤형꾹/매로나/매운족발먹고싶다/매화/맨럽/맨투맨/맴매때찌/머루/먹고죽자/멍뭉이/메이♥/메일우유/멜랑꼴리/멜로나/명언/모모/모니몬/모모지리/모지리/모찌햄찌/목캔디/몽또몽또/몽리/몽유/무리/무밍/무민/무인도/물망초/므앙고/미☆자/미끄럼틀/미누/미니/미니미니/미니언/미랑아/미름달/미스터침침/미역/미역₩/미융/민슈가/민아/민윤기다리털/민트/민트초코칩/밀짚모자/밍뿌/밑줄/미숮가루/ㅁr망/민윤기군주님/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말랑/매직핸드/매직레인/망개야사랑해/메비포유/민피디/마름달/미라클오라클/망떡
바나나킥/바너바너/바라기/바람에날려/바지미/박력꾹/박방탄/박뿡/박지민/박지민들레/박침침/반지하/반짝여보/발꼬락/발라버린잼/밤사슴/밤식빵/밤열한시/밤이죠아/방소/방탄비글단/방형네넷째아들정호석/배고파요/백/버블티/범블비/베네/벨베뿌야/별콩벌콩/별하나/보고싶찐/보라괴물/보라돌이뚜비나나뽀/보마/복동/복숭복숭아/복숭아리뮤/본시걸/봄/봉글이/봉봉/봥탄소년단/부니야/부농이/부들부들/부산소녀/부산의바다여/부엉이/분수/분홍부농/분홍하늘/불닭발/붕붕카/뷔까번쩍/뷔켜/뷩꾹/뷰꿈/브라우니달/블락소년단/비딩/비바/비비빅/비행기/빅베이비/빙구/빙그레/빠밤/빠네빠네빠/빡찌/빨주노초파남보라/빵덕후/빵떡아좋아해/빵빠레/빵빵/빼꼼/뽁뽁/뾰로롱♥/뾰루지/뿌꾸/뿌뽀뿌/뿌얌/쀼르륵/쀼민/쀼비/쁘띠젤/삐리/삐요/삥꾸/삥땅삥땅/뿡뿡이/벚꽃난/바람떡/밤향/비담/뷔글이방탄/버블티/불꽃/빗물/베리베리스무디
사랑둥이/사랑아 지민해/사방신/사쿠라sakura/산들코랄/살구누나/살구잼/삼다수/삼월/삼월달님/상큼쓰/새벽/새벽별/새벽하늘/샐리/서닌장/서영/서입구/석진이시네/설날/설렁/샤워가운/설렘/설슈/설탕의단맛/섭징어/세송/세일러문/세젤예세젤귀/소다/소소/소녀/소진/소청/속눈썹/솔트말고슈가/솜솜/송아지친구/수푼/수학 엿먹으세오/순대/순백의달/순살/순수/숩숩이/쉬림프/슈가맨/슈가야악/슈가와/슈갭/슈밀/슈팅가드/슈퍼맨/슙/슙맨/슙슙이/슙프/슙짐/슙큥/스위츠/스케일은정국/스티치/시골소년태태/시래기국/시에/실버쿠키/심슨/싸라해/싸이퍼/썩은촉수/신선이/슈가야금/습습/샤군/슈가프리세욤/시나몬/숲/상큼쓰/시나브로/
ㅇㅇㅈ/아꾹/아니두/아담/아디다스/아따배부릉거/아리랑/아리아나/아빠꾸꾸능/아스크림/아우야/아이/아침햇살/아쿠아/아티/아틸다/안녕치킨♥/안돼/안드로메다/안테나/알바하는 망개/암소/애기동자/애정/액희/애플힙/앤쑤아즘/앰플/야끙/야채/야호야호/얏호/양갱/양꽃/양양/양파/어그로/에이블/엑스/여름/여름달/여운/여자/여하/영이/연꽃/연두/연블리/열오/열원소/영덕대게/영원/예화♥/오레오/오아시스/오예쑤/오잉/오징어만듀/오타/오투/오해피꾸기데이/오호라/옥수수팝콘/옥히독히요/온도니/올때메로나/와구와구/왕짱맑은맹세/요쿠루우트/용용/우니꾸기/우당탕/우럭/우럭우럭/우리집엔신라면/우왕굿/우울/운전/웅떡웅떡/워더/워더아이/원형/유니/유다안/유월/유자/유자레몬티/유쟌/윤기야밥먹자/윤맹/윤슬/윤이나/윤기꺼야/융기는민슈가/융기쁑/융기융기해/융기태태쀼/음오아예/이브닝/이블/이스트팩/이울다/이졔/이즈먼/인생꾹팅/인절미/오리/이리다/아츄웡/애플망고/이진/양념치킨/은박지/오렌지/여름겨울/아카정국/이리오너라/아이쿠야/윤/요망개/있잖아요..?/유유유/에그/윤기안녕/여릉잉
ㅈㅁ/자기/자라/자몽/자몽더쿠/자몽석류/자몽소다/자몽쓰/자몽워터/자몽자몽♥/자몽쥬스/자몽타르트/자몽향기맛소시지/자민/작은별/재간둥이뿌뿌뿌/전시걸/전정국아내협회장★/전정국오빠/정국쓰스물인디/정국아/정국아블라썸/정국아여기봐/정국이마누라/정근/정닺뿌/정연아/정전국/정체구간침침/젤라또/조막부리/죠스바/즌증구기/즌증구기일어나라/지개매/지금은/지민새끼손가락/지민아박지민/지민이랑/지민이바보♥/지민이와함께라면/지블리/지민채율/지안/지호/지화자 좋구나/진라떼/진진/진진♥/짐니/짐니꾹/짐빈/짐잼쿠/짐짐/징징이/징쭈♡/짜몽이/짱구/짝짝/짱짱구리/짹짹이/쩌리/찌몬/찐빵/찜니뚜루/찜니야/찜침/전종국/조남자/지우개/정꾸요미/짐썸/짜빠게티/주222/정콩국/짐지매/정꾸기냥/저장소...13/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주름/찜꽁❤️/졸로키아/지하/짐니럽
차차/찰캉/창작/채꾸/챠캬챠캬/챠챠/천사소녀제티/청보리청/체리/체리맛콜라♡/체리쥬빌레/첼리/천해랑/초슈/초코쿠키/쵸코두부/춍춍/춘기/충전기/츄러스츄/칅칅칅/치과/치즈콘/치카초코/치키치키/치키타/치킨마요/침멍크/침을태태/침치미/침침꾹꾹꾸/침침모찌/침침보좌관/침침아까꿍/침침이
카라멜마끼아또/카스타드/캔디/커잠정쿠키/켈로그/켓흐/코코/코코몽/코코팜/콜라에몽/콩콩 /쿄쿄S/쿠마몬/쿠마쿠마/쿠브준/쿠앤크/쿠키/쿠키전/쿠키주주97/쿨피스/큄/퀚/크슷/킁러/커몬요/큠마몬/쿠야
태쁘♥/태쮸:)/태태/태태랑/태태마망/태태사랑태태/태태지잉/태태한 침침이/태형꿈/탱탱/텔라/토깽이/토끼/토끼풀/토마토/토토잠보/퉁퉁이/트리케라슙쓰/태형아 놀자/태꿍태꿍/토토네 당근가게
파란/파란하늘/파란빛/파란수국/파랑토끼/파스텔/파우더/파프파프리카/판다/팔이/팥빵/팬더눈/퍼플/펀치/페이볼/페이퍼/페이퍼코/페페/편지/포뇨/퐁퐁/풀/퓁시/플랑크톤/플랑크톤회장/피글렛/피노키오/피닝/피자사랑/피터팬/핑몬핑몬핑몬업/핑콩이/풍선껌/포마토/플렛님나랑결혼
하나비/하늘연달/하늘/하늘하늘해/하뚜/하람/하루이틀@/하리보/하울/하트반지/핫초코/항암제/햄버거/햄찌/허니귤/허니듀/허니레몬/허블/현이/현질할꺼에요/혱짱/호두마루/호롤롤로/호박죽/호비/호비요정/호빈이/호빗/호석이두마리치킨/호시기호식이해/홈매트/홉스/황막꾹이/황제태태/황토색/회전초밥단/후니/후룰룰/흐노니/흥흥/히동/힐링/하이린/호석이니?호식이니?/햇살/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