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처음 부분은 찌통 예약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0회는 김석진 시점으로, 다음 화부터 여주의 시점이 시작됩니다.
*글잡 무료 날에 괜히 신이 나서 올리는 글이라,
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컴백' 방탄소년단, 다시 한 번 끝나지 않는 청춘.]
D - 5
컴백을 앞두고 있는 마음은 크게 부풀어 올랐다가 또다시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나를 사랑해주고 있는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내가 그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마음은
땀 냄새 나는 연습실에서도 우리를 비실비실 웃게 만들었지만, 그런 웃음 따윈 이미 미칠 듯한 긴장감으로 인해 사라진지 오래였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준다는 게 어쩌면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건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이다.
예전엔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던 친구들과, 나만 믿고 따라와 주던 가족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 헛 살지는 않았단 걸 증명해주던 그들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진 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였다.
'미안해요, 이번에도 못 내려갈 것 같아요. 엄마.
그래도 선물은 꼭 보내드릴게요.'
3년째 반복돼 오던 말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심장에 턱하고 박혔다.
'우리 막내, 고생이 많네. 엄만 괜찮으니까 시간 날 때 한 번 들리렴.
아빠가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엄청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더라.'
괜스레 웃어 보이는 목소리 틈으로 씁쓸한 목소리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잦은 해외 스케줄과 쉴 틈 없는 연습으로, 가족의 생일을 챙기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친구들과의 연락이 끊긴 것도 어쩌면 당연했고.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텅 하니 빈자리를 만들어놓고 그 자리를 선물이라는 무심한 단어로 메꿔놓았다.
꿈을 선택하면서 버린 건 참으로 많고 가진 건 또래 아이들 보다 조금 많은 돈뿐이니, 내가 줄 수 있는 게 한정돼 있을 수 밖엔 없었고,
그 잔인한 현실은 기어이 지독한 회의감을 끌고 왔다.
나보다 어린아이들 틈에서 혼자 속으로 앓아야만 했던 고통들이 나도 모르는 새에 자꾸만 나의 일부분을 갉아먹었다.
미친 듯 달리기만 했던 어렸을 땐 몰랐던 모순적인 감정들이, 나를 향해 거세게 몰아쳐왔고,
한 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내 앞에 남은 건 아무도 없는 컴컴한 어두움 뿐이었다.
슬럼프.
잠잠하던 녀석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D - 4
'형, 나 사실 아직까지도 잘 실감이 안 나.
분명 처음엔 한두 명이였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릴 좋아해 주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처음엔 솔직히 그냥 재미있어서 시작했었는데, 점점 겁만 늘어가는 것 같아.
지금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언젠가 하나둘 등 돌리고 나를 떠나가면 어떡하지.
그냥 내가 잘하면 되는 건데, 이런 걱정 쓸데없는 거 아는데, 난 그냥, 잘 모르겠어.'
언젠가, 콘서트가 끝난 후 어두컴컴한 무대 뒤에 선 태형이 뱉어낸 말이 아직까지 머릿속을 맴돌았다.
항상 밝게 웃고만 있던 놈이 요즘따라 두렵다는 말을 달고 살기 시작했고, 가라앉기 시작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깨 위로 무너지는 붉은색 머리통이 안쓰럽게 바들바들 떨려왔다.
어쩌면 태형이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겁이 많기 때문일지 몰랐다.
지금은 계속 지속되고 있는 관계가 어느새 끊겨버릴까, 태형은 많이 두려워했었고,
가장 허망감을 많이 느끼는 콘서트가 끝난 후나, 활동기간이 끝난 뒤에 더욱 자주 깊은 애정을 갈구했다.
태형과 만남을 가지는 친구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태형을 걱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형은 여전히 그들과의 관계가 태형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아주 가벼운 관계가 아닐까 매번 불안해했다.
우리 멤버들 중 나와 가장 닮은 멤버를 꼽으라면 단연코 태형이었고,
그랬기에 태형은 내가 맏형이라는 이유보단 자신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먼저 내게 기대어왔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시작한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태형과 나는 그저 우연한 기회로 조금 뒤늦은 음악을 시작한 케이스였다.
처음부터 꿈이 정해져 있던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뛰어들었다가 결국 쓰디쓴 현실에 무너진 케이스.
연습을 끝마치고 난 뒤, 습기로 가득 찬 연습실에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접했던 음악이나 그들의 파란만장했던 이야기를 웃으며 꺼내놓을 때면,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곤 하는 태형과 나는 조금 작아진 모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겐 그런 기억이, 그런 추억이 없었으니까.
연예인이란 직업은 생각보다도 더 달았고, 또 반대로 마음먹었던 것보다 몇백 배는 더 썼다.
부족한 실력으로 따라잡기 위해 피 터지게 노력하면 어느새 또 한걸음 멀어지고,
결국 땀범벅이 된 얼굴로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려내면 그런 나를 비웃 듯 그들은 보란듯이 더욱더 멀어져갔다.
석진아, 태형아. 너넨 연습 좀 더 해야겠다.
아직도 고음이 불안해.
피 터지는 노력을 누군가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사람들이 보는 건 그저 그 결과였으니까.
노래나 춤을 잘하는 멤버는 덤으로 노력까지.
노래나 춤을 못 하는 멤버는 덤으로 나태까지.
솔직히 이 부분에선 조금 억울하긴 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사람들은 더한 노력을 요구했으니까.
아무도 몰랐겠지만,
우리도 나름 억울하고 힘든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D - 3
삐삐- 지독한 소음이 귓가를 울렸다. 이불 속에 파묻힌 혹사된 몸이 욱신거리며 어제의 연습량을 토해냈다.
아, 좀 살살할걸. 괜히 박지민 때문에.
괜히 지민의 탓을 하며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지민이 미칠 듯 연습하는 날에는, 괜히 나까지 그를 따라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였다.
연습실에 혼자 남을 그가 걱정이 된 것도 있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기였다.
나보다 더 잘하는 그도 저렇게 쓰러질 듯 연습하는데,
내가 먼저 편안한 침대에 눕는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또 비참해서.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해왔던 지민은 한 방송에서 말했듯,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는 조금 다른 현실에 무너진 적이 있었다.
부산에선 줄곧 수석을 하며 방긋방긋 웃고 다니던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봤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힘든 벽을 처음 마주한 지민은 그런 현실을 많이 힘들어했었다.
몸을 조금 더 끊어지게 쓰라며 선생님께 혼났을 땐 꾹꾹 참다 결국 화장실에서 혼자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고,
춤만 죽어라 춰 왔던 몸으로 맑은 목소리를 끄집어 내라고 요구받을 땐 다 쉰 목소리로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으며,
처음 방탄소년단 멤버가 정해졌을 때, 그 속에 자신이 없다는 걸 부모님께 말하지 못해 한동안 부모님의 전화를 피하며
미안함과 억울함에 매일 밤마다 끅끅거리며 부운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왔기에 사실 나는 지금까지도 지민에게 가장 미안했다.
별것도 아닌 내가 노력으로 뭉쳐진 그의 자리를 뺏은 것만 같아서.
나는 솔직히 아직까지도 왜 지민이 아닌 내가 붙었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지민의 사기를 돋우기 위한 회사의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 덕에 지민은 아직까지도 불안함에 갇혀 살고 있으니까.
요즘은 꽤나 줄었지만, 음원이 나오는 날이나 음방에 나설 때, 난 자주 악플들을 보곤 한다.
처음엔 그저 나를 욕하는 사람들이 밉고 싫었는데,
요새 들어는 그런 말들에 대구 할 변명조차 없는 내가 눈에 들어와서 점점 더 허망감만 가득 차 갔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게 있다는 말이 자꾸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멤버들과 함께 글을 읽다 악플들을 발견할 때면 오히려 애써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거기서 화를 내거나 울어버리면 괜히 진짜 인정하는 게 될까 봐.
내가 못났고, 더 이상 노력해도 변하는 게 없다는 사실을 멤버들에게 들켜버릴까 봐.
그게 창피해서.
선생님들에게 혼나거나 힘든 일들이 있을 때, 매번 어두운 방 안이나 화장실 안에서 눈물을 터뜨리던 지민이 요즘 따라 이해가 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울다 보면 다른 때 보다 마음을 추스르는 게 쉬웠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며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더 심하게 감정을 터뜨리기도 했고,
그런 초라한 모습을 달래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우는 법을 배워간다는 게 어쩌면 아주 씁쓸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 방법은 확실히 그 어떤 것들보다
가장 나를 잘 이끌어주고 있었다.
D - 2
연습실 거울에 기대 붉어진 얼굴로 땀을 닦던 지민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인마. 너 그러다 내일 못 일어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잔뜩 인상을 찡그린 윤기의 얼굴에도 지민은 해맑게 웃으며 ’괜찮아요.‘ 한다.
우리 중 연습벌레를 꼽으라면 말했던 대로 당연 지민이었다.
다른 멤버들이 딱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연습을 한다면, 지민은 정말 쓰러질 때까지 발을 움직였다.
지민은 연습에 있어서 정도를 몰랐고, 그게 그의 장점이자, 또 지독한 단점이었다.
컴백을 위해 진한 갈색으로 염색한 지민의 머리가 땀으로 인해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그런 그를 바라보던 윤기가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지민은 아주 어렸던 연습생 시절부터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꼬리말을 달고 다녔었고, 윤기는 예전부터 그런 지민의 모습을 죽어라 싫어했다.
사랑이란 사랑은 다 받고 자란 것 같은 녀석이 왜 굳이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툴툴대던 윤기는
이번에도 불만 가득한 눈으로 지민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봤다.
지민 스스로는 팀에게 해를 끼치기 싫어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 멤버들 중에 그런 지민의 모습을 좋아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며칠 전 지민이 한 번 쓰러지고 난 후라, 멤버들의 표정이 더욱더 딱딱하게 굳어갔다.
지민이 형, 그럼 이번 딱 한 번만 다 같이 맞춰보고 끝냅시다.
늦게 자면 키 안 커요.
뚝뚝 떨어지는 땀으로 길을 만들며, 고집스레 다시 노래를 트는 지민의 모습에 옆에 앉아있던 정국 또한 장난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고,
제법 엄한 정국의 표정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지민의 모습에,
모든 멤버가 또 다시 거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땀에 젖은 티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얼굴들이 거울 위로 비쳤다.
‘와- 우리 이 얼굴로 컴백하면 팬들 다 떠나가겠다.’ 키득 웃으며 뱉어낸 태형의 장난스러운 말에 모두 한바탕 웃음을 쏟아냈다.
다시 날아오르기 2일 전이다.
D - 1
'석진아, 잘 지내고 있지?'
별거 아닌 말에 속에서 울컥하는 게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컴백 준비를 하다 보니 나도 많이 약해지긴 했나 보다.
세월에 젖은 목소리 하나에 마음이 아린 걸 보면.
네. 엄마는요? 덜덜 떨리는 모르시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시는 척해주시는 건지.
겨우겨우 뱉어낸 목소리에 옅은 웃음소리를 남기신 엄마가 엄마는 당연히 잘 지내지.라며 눈물 젖은 목소리를 꺼내 놓았다.
'밥은 꼭 잘 챙겨 먹고, 잠도 틈틈이 자 두고.
아프지 말고. 잘할 수 있지, 우리 아들?'
끄덕끄덕, 말없이 전화기를 꽉 쥔 채 끄덕이던 고개가 잘 할 수 있지? 한 마디에 멈춰 섰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도 잘 모르는 시점에서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보채고 싶어졌다.
지금 내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거냐고, 여기서 더 어떻게 해야 나는 비난받지 않을 수 있는거냐고.
조용해진 수화기 너머로 내가 울고 있다고 생각하신 건지,
애써 더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놓던 엄마도 한순간 조용한 정적을 흘려보내고,
'우리 막내, 파이팅.'
결국 울먹이며 끊으신 어머니의 목소리 끝으로 한참을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다.
딱딱한 핸드폰으로 한동안 그리워했던 그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고개를 파묻다, 실소와 함께 머리를 쓸어넘겼다.
많이 약해졌다 싶으면서도,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난 잘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또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컴백 하루 전, 지독한 연습이 필요했다.
한계치를 넘은 연습량에 떨리는 온몸을 겨우 붙잡은 채 연습실로 향했고,
땀에 젖은 손으로 연습실 문을 열자마자 무언가 불길한 느낌과 함께 쿵 하며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문에 전선이 걸리는 느낌과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생생하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느낀 감정은 딱 하나였다.
아, 피곤하다.
아무 대처도 없이 멍하니 문을 붙잡곤 뻑뻑한 눈을 깜빡거리며 몽롱한 정신으로 앞을 보려 노력하는데,
오히려 더 놀란 듯한 멤버들의 목소리가 후끈하게 달아오른 연습실을 가득 울렸다.
'전정국!'
'정국아, 괜찮아?'
'다들 호들갑 떨지 말고 전정국 다리 좀 들어 봐.
괜찮은지는 확인해야 할 거 아냐.'
안무가 형의 침착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고 그제야 두어 번 세차게 흔든 머릿속으로 정신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연 문에 걸린 전선과 그런 전선에 걸려 넘어진 정국이.
붉어진 눈으로 바닥에 연습실 바닥에 쓰러져 잘못 접지른 듯한 다리를 꽉 붙들고 있는 정국을 본 두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 아. 제대로 된 말도 내뱉지 못하고 얼어붙은 입이 어눌한 목소리를 뱉어냈고,
참 이기적이게도 그런 정국의 모습에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정국이의 아픔 정도가 아닌,
이로 인해 내가 받을 피해였다.
컴백 전날, 다리를 다친 정국과 거기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친 나.
만약 정국의 부상이 심하다면, 그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야 하는 거지.
정국의 상처가 크다면 도대체 난, 어떻게 해서 그 피해를 메꿔야 하는 거지.
잔인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헤집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결국 두려움으로 인한 눈물이 뚝뚝 하고 바닥 위로 떨어졌다.
너무나도 많은 게 변했다.
나는 자꾸 이상해져 가는 것만 같은데 사람들은 우릴 보고 잘하고 있다 하고,
나는 정말 힘들어 죽을 것만 같은데 사람들은 우릴 보곤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잘할 수 있지, 우리 아들?'
방금 전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고,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 속에 얼굴을 박아버렸다.
이게 진짜 잘하고 있는 걸까, 엄마.
D - Day
아- 더워.
잠을 자는 도중에 알람 소리보다 먼저 더위가 찾아왔다.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눈앞이 컴컴한 듯한 걸 보니 아직 한밤중인 듯 했다.
피곤에 찌든 몸이 노근 노근하게 이불에 달라붙었고, 그런 이불이 내게 주는 감정은,
피로 해소에 대한 만족감이 아닌, 그저 진득진득한 불쾌감이었다.
분명 어젯밤에 에어컨을 키고 문까지 활짝 열어놓고 잤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리 더운 바람이 부는 걸 보면 범인은 둘 중 하나였다.
뛰어난 절약정신 때문에 습관적으로 에어컨을 끄는 호석,
아니면 밤중 화장실을 다녀오다 방 문을 닫아버린 윤기.
등 뒤를 타고 흐른 땀방울이 눅눅하게 이불 위를 적시고,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이리저리 걷어차봐도 변하지 않는 꿉꿉한 공기가 피로한 몸을 괴롭혔다.
띠띠-
설상가상으로 벌써 5시가 된 건지 커다란 알람 소리가 방 안에 가득 퍼졌다.
2시간가량 밖에 자지 못한 머리가 깨질 듯 울려오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베고 있던 베개로 힘껏 두 귀를 막았다.
야, 민윤기. 일어나서 알람 좀 꺼.
잠에 취한 목소리가 베개 속에 억눌려 낮은 목소리를 이끌어내고, 조용해진 주변에 잔뜩 찡그렸던 미간 사이를 펴고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지만
삐삐-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귓등을 때렸다.
유독 잠이 많은 윤기가 세상모르고 자고 있을 게 뻔했다.
결국 짜증스레 몸을 일으켜 뻐근한 팔을 움직이고 나서야 겨우 시끄러운 소음이 멈췄고,
괜스레 짜증이 나, 윤기가 누워있을 침대 쪽으로 힘껏 베개를 집어던지며 일어나라고 힘껏 소리치면,
툭- 하고 이질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이 부족해 퉁퉁 부은 눈을 옮겨보면, 작아진 시야 앞으로 보이는 벽이 텅텅 비었다.
윤기뿐만 아니라, 그의 침대도, 하얀색 벽지도, 아무것도 없다.
숙소의 것과는 달리 베이지색을 띠는 벽지와, 침대는커녕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바닥.
뭐야, 여기 어디야.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다 갑작스레 떠오른 건 정국의 얼굴이었다.
그 새벽에 눈물 젖은 얼굴로 덜덜 떨며 응급차 위로 올라타던 정국.
다친 다리를 붙잡고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하던 정국.
그런 정국을 걱정하다 늦은 새벽에 잠들었던 멤버들의 얼굴들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곧바로 옆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침에 꼭 연락을 줄 테니 걱정 말고 자라고 했던 안무가 형의 말과는 달리
메시지 함에 안무가 형의 문자는 없었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연락처를 눌렀을 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결국 핸드폰을 툭 하고 떨어뜨리고 말았다.
당황함으로 인해 확장된 눈이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봤고,
그제야 주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낯선 방과, 아무도 없는 공간.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샀던 화려한 옷들이 아닌 조금은 낡은 듯한 옷이 걸려있는 옷장.
멤버들의 번호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핸드폰.
이게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일에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고,
그때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장승훈]
낯익은 이름에 두 손이 덜덜 떨려왔고,
여보세요? 떨리는 목소리에 밝게 웃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야, 김석진. 아직도 자고 있으면 어떡해.
어머니한테 전화 왔더라, 너 어제부터 연락 안 된다고.
술을 마실 거면 좀 작작 처마시든가.
너 오늘 알바 아침 타임이라며. 빨리 일어나서 튀어 나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생각할 틈도 없이
다다다 쏘아붙이는 말에 멍하니 굳어있던 얼굴로 울컥하는 눈물이 차올랐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이름.
야, 김석진. 듣고 있어?
활동으로 인해 연락이 끊겼던,
아주 그리웠던 친구의 목소리.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았다.
*
저 또 사고쳤네요. 이 글은 정말 나중에 올리려고 했던 글인데,
결국 이렇게 참지 못하고 가져와버렸어요.
이 글은 요즘 따라 제가 크고 작은 슬럼프들을 느끼면서, 방탄에게도 슬럼프가 온 적이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이랍니다.
꿈을 향해 달려나가던 중 그 꿈이 점차 힘겨워 지는 시점에서 만약 그 꿈이 사라져버린다면 어떨까.
힘겹게 걸치고 있던 꿈이라는 게 사라져 버리면 마냥 기쁠까, 아님 허전하고 슬픈 감정만이 가득 채워질까. 이런 생각이랄까.
0회는 앞서 말했 듯 석진의 시점으로 된 글이고,
다음 화부터 여주의 시점이 나올 것 같은데, 그 글이 언제 나올지... 하하
오직 여주만이 방탄을 기억하는 시점에서 서로의 상처를 하나둘 보듬어 가는,
그런 흔한 힐링글 하나 써보고 싶었던 작가가
충동적으로 올린 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 오늘 하루도 마무리 잘 하시고,
다음 글에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