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처음 부분은 찌통 예약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글잡 무료 날에 괜히 신이 나서 올리는 글이라,
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나는 항상 나를 비난할 사람들에게 내가 당당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 만 배는 더 괜찮은 사람이다.' 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으려고 한다.
-RM
1-1
(女)
교복을 차려입은 한 여학생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왔다.
꺾어 신은 하얀 운동화와, 급하게 꺼내 입은 듯 잔뜩 구겨진 교복 치마.
거칠게 휘날리는 자신의 머리카락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있는 힘껏 다리를 박차고 뛰어가는 여학생의 이마 위로 작은 땀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진짜 이건, 말도 안 되잖아.
소녀의 조그마한 입술 사이로 중얼중얼 끊임없이 절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운동회 때에도 이리 열심히 뛰어 본 적 없는 소녀의 발이 조금 딱딱한 운동화에 눌려 고통을 호소했다.
재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다리 덕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금방이라도 굵은 눈물 한 방울이 툭 하고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애써 참아내는 감정들이 아프게 소녀의 목을 찔러왔다.
소녀의 여린 손에 꽉 쥐어진 핸드폰에는 미처 끄지 못한 검색창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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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설레는 마음으로 검색해 보던 이름이었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컴백의 하루 전날.
바닥에 고인 물을 보며 자신 또한 그 물처럼 증발해 버리고 싶다고 느꼈던 날에도,
한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마음이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을 때에도,
항상 자신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어 줬던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일찍 잠들었던 소녀의 다음날은 지독히도 잔인했다.
책꽂이 한 칸을 가득 메꿨던 그들의 사진이며, CD 등 모든 것이 어디로 증발이라도 한 듯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듣고 있던 그들의 노래 목록이 거짓말처럼 어딘가로 자취를 감췄으며,
사진첩 속에도, 컴퓨터 속에도 그 어디에도 그들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거짓말, 이럴 리가 없어.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재빠르게 코너를 돌아선 소녀가 순간 엇갈린 템포로 인해 쿵- 하곤 바닥으로 넘어졌고,
바닥에 쓸려 붉은 생채기를 띄는 자신의 무릎은 내버려 둔 채 재빨리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소녀의 손이
거칠게 나무로 된 문을 열어 재꼈다.
헐떡이는 소녀의 숨소리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소녀에게로 집중됐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터덜터덜 걸음을 내디딘 소녀가 곧장 자신의 친구에게로 다가갔다.
"...다연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에 되려 긴장한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를 부축했고,
왜, 무슨 일인데? 친구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결국 소녀가 울음을 터뜨려냈다.
붉어진 두 뺨이 안쓰럽게 일그러졌다.
"없어졌어. 없어졌다고."
친구의 앞에 핸드폰을 들이민 소녀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고,
그런 소녀의 모습에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친구가 한숨과 함께 소녀의 등을 툭툭 쓸어내렸다.
괜찮아. 괜찮아. 한숨과 함께 튀어나온 친구의 목소리가 소녀의 마음을 쿵쿵 두드렸다.
눈물에 젖은 소녀의 속눈썹이 무겁게 가라앉았고,
친구의 다정한 목소리에 물기 어린 두 눈으로 소녀가 자신의 친구를 마주했을 때,
"근데, 방탄소년단? 그게 뭔데?"
소녀의 세상이 내려앉았다.
소녀의 빛이,
그들이 진짜 사라져 버렸다.
1-2
(男)
16600원이요.
익숙하게 뱉어내는 목소리에 물건을 집어 든 손님이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편의점을 나섰다.
일주일. 그날로부터 딱 일주일이 지났고,
이제는 이 유니폼도 편의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무엇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몰랐다.
그저 24살의 방탄소년단 김석진은 컴백 전날 잠이 들었었고, 그다음 날 24살의 일반인 김석진으로 일어났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내가 무사히 대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하지 못해 방황하다 결국 죽어라 알바만 하고 있었다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지금 이곳엔 방탄도, 멤버들도 아무도 없었다.
몇 년 동안 살을 부대끼던 멤버들과, 끊임없는 노력을 쏟아부었던 방탄이란 이름이 사라진 게 처음엔 당황스럽고 허망했다.
몇 년 간 뼈가 으스러져라 움직였던 몸은 갑자기 찾아온 휴식을 달가워하지 못했고,
매번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됐던 우리의 이름이 없어져 버렸다는 게 억울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죽을 것 같은 며칠을 견뎌냈을 땐,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마음이 평온해져 왔다.
사람들의 사랑보단 비난이 더 날카로워서,
남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보단 내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더 필요해서,
'응, 석진아. 왜 전화했어?'
수화기 너머로 넘어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그전보다 더 밝아진 것만 같아서,
어쩌면 지금 이 생활이 예전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잔인한 생각이 들었다.
꿈을 향해 놓인 하나의 길을 따라 걸어가는 그림자.
한없이 이어진 길을 보며 가끔 부질없이 외로워질 때가 있었다.
홀로 놓인 꽃 한 떨기가 미치도록 외로울 때,
혼자 먹는 밥 한 공기가 미치도록 허전할 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속마음이 미치도록 답답할 때.
이곳에는 그때처럼 나를 바라봐주는 수많은 팬들도,
핸드폰 연락처에 있던 수많은 번호들도,
내 곁을 지켜주던 회사 사람들도, 그 누구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보다 외롭지는 않았다.
오고 가다 마주치는 한두 명의 사람이,
핸드폰 연락처에 있는 몇 안되는 번호들이,
끝까지 나와 함께 갈 나의 가족들이.
어쩌면 나는 그것들이 더욱더 그리웠는지 모르겠다.
"석진 씨, 이거 돈 안 맞는데?"
옆에서 꼼지락거리며 돈을 세리다 안경을 추켜올리곤 나를 바라보는 사장님의 시선에
멍하니 굳어있던 정신을 차린 뒤, 당황한 표정으로 계산대 앞에 다가섰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진짜 안 맞아요?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돈을 들고 있는 사장님의 손만 바라보자,
심각한 표정으로 응, 안 맞는 것 같아.라며 인상을 찌푸리신 사장님이 다시 한 번 돈을 세리기 시작하셨다.
이상하다. 오늘 별로 왔다 간 손님도 없는데.
아침에 여학생들이 우르르 와서 컵라면을 사 갔고, 그 다음엔 남자들이 술을 사갔고,
그 다음에 누가 왔었더라...
"이거 봐, 딱 4200원 비네.
혹시 담배 사 가신 분 있어?"
사장님의 말씀에 음.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순간 떠오른 얼굴에 아! 하며 탄식을 뱉어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한 남자가 와서 담배를 사갔던 것 같은데,
돈을 받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김석진 진짜 미쳤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어떻게 여기서까지 이렇게 실수를 하냐.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쓸어넘기며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수그리자,
시야로 보이는 바닥 위로 풋 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났다.
"뭐야, 4200원이 뭐라고 고개를 숙여.
나 그렇게 좀생이 아니다?"
"...저, 그러니까."
"석진 씨, 담배 안 피지?"
엄청 혼날 줄 알았던 지라, 갑작스러운 질문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럼 내가 석진 씨한테 도시락 하나 산 걸로 하자."
사람 좋게 웃어 보이신 사장님이 괜히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요즘 점점 말라가는 것 같아. 밥 좀 챙겨 먹어.
다정스레 툭 던져 놓은 말에 괜히 코 끝이 찡하게 달아올랐다.
그래, 무엇보다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의 미숙한 나는 조금 틀려도,
조금 실수해도,
조금 잘못해도,
그저 미숙한 채로 흘러보낼 수 있으니까.
완벽을 추구하며 내 스스로 내 목을 졸랐던 그곳과는 달리,
이 곳에선 미숙하다는 한 단어로 위안받을 수 있으니까.
괜찮다.
괜찮다.
그 말을 뱉어 볼 수라도 있으니까.
아직 미숙한 아이일 뿐인 나는,
아마, 이런 따스함을 바라 왔던 것 같다.
1-3
(女)
햇빛을 마주보고 선 온 시야가 찡하게 흔들렸다.
밝게 빛나던 건물들이 한순간에 일렁이며 검게 물들었다.
온통 흔들리는 시야 덕에 참고 있던 속이 답답해져왔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속이 금방이라도 헛구역질을 꺼내놓을 것만 같았다.
손을 들어 시야를 가린 소녀의 가녀린 어깨가 금세 부들부들 떨려왔고,
어둠으로 가려진 얼굴 끝에서 희미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검게 칠해져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앞이 두려웠다.
익숙했던 것들인데, 오랜만이라고 바보처럼 겁을 먹었다.
그들로 인해 채워졌던 모든 것들이 다시 다 어둡게 가라앉았다.
한때는 모든 것들 가져다줬던 그들의 노래를 아무리 흥얼거려봐도 울컥하는 마음은 가려지지 않았다.
희미해져 가는 멜로디를 끊임없이 쫓아가다 결국 자리에 주저앉았다.
괜스레 억울해졌다. 겨우 사는 게 즐거워졌다 생각했는데, 또다시 모든 걸 빼앗겨 버렸다.
무릎 위로 꽉 쥔 두 주먹 위로 결국 맑은 빗방울 하나가 뚝 하곤 떨어졌다.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를 시작으로 온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소녀의 세상은 어두운 암흑이었다.
밤만 되면 들려오는 잔혹한 비명 소리와 소녀의 다리를 붙잡는 말라빠진 손가락.
온통 멍으로 물든 하얀 몸과, 그런 여린 몸을 가차없이 짓밟는 거친 발길질.
제발 살려달라고 미친 듯이 빌던 소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여린 몸의 뜨겁던 사랑.
지독하게 비참했던 소녀의 어린 시절.
학교에 가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자신을 훑는 날카로운 눈빛들과 잔인한 말들.
차라리 혼자 남은 외로움을 그릴 정도로 힘겨웠던 친구들의 외면.
정말 딱 죽기 직전까지 도망갔었던 소녀를 살렸던 게 오직 그 노래밖에 없었는데,
아득하게 멀기만 한 길에서 홀로 남은 소녀의 손을 꽉 잡아 줬던 게 정말 단지 그 노래밖에 없었는데,
다시 홀로 남아버린 소녀의 손은 미칠 듯 안타깝기만 했다.
깊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소녀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 오는 가방을 고쳐맸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아팠던 소녀의 발걸음을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터덜터덜 아이들의 웃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멍하니 초점 없는 눈빛으로 걷는 소녀의 눈이 건조하게 말라붙었다.
정처 없이 걷는 발걸음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닿았다, 떨어졌고
진득하게 녹아버린 소녀의 마음도 툭 하고 떨어져 버렸다.
1-4
(男)
"오빠, 이거 얼마예요?"
"오빠 오빠, 오빠 몇 살이에요?"
"오빠! 번호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오빠, 오빠. 그놈의 빌어먹을 오빠.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여고생들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학교는 가는 건지 마는 건지, 아침부터 지겹도록 들었던 높은 옥타브의 목소리들이 귀에 아예 박혀버린 듯했다.
어리고 생기발랄한 얼굴을 뒤덮어 버린 화장이, 여름철 뜨거운 온도로 인해 보기 싫게 얼굴 위에 녹아 있었다.
예전에 팬싸에 왔던 팬들한테도 지겹도록 화장 좀 하지 말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역시 사람 취향이 어디 갈 리 있나.
두꺼운 이물질에 답답해하고 있을 맑은 피부가 안쓰러웠다.
"오빠, 제 말 듣고 있죠?"
얼굴을 밝게 붉히며 머리를 쓸어넘긴 학생이 초코우유 두 개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으며 배시시 수줍게 웃어 보였다.
오빠, 하나는 오빠 거고 하나는 내 거예요. 내 생각 하면서 먹어요. 알겠죠?
짧은 치마를 가만두지 못하고 만지작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동글동글한 눈에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타고 올라왔다.
나보다 훨씬 어린 것 같은데, 저런 오글거리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거야.
편의점에 오는 여학생들은 온통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건지 모를 오글거리는 말을 뱉어내기 일쑤였다.
속으로는 질린 표정으로 허를 차면서도 오른손을 들어 앞에 놓인 초코 우유를 집어 들었다.
"고마워, 잘 마실게."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고, 학생들을 빨리 보내기 위한 노력이라면 작은 노력이었다.
방긋 웃는 얼굴을 보며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던 학생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재빨리 편의점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제야 한숨과 함께 다시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았다.
처음엔 손님이 없어서 좋았는데, 요새는 서 있을 일이 늘어났다.
힘들긴 힘든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를 웃음이 풋 하곤 튀어나왔다.
평범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게,
사람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는 게,
남 시선 걱정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게.
남들은 지겹다고 할 그 평범함이 달콤한 휴식과 같이 느껴졌다.
딸랑-
노곤하게 의자에 기대어 있던 몸이 익숙한 소리에 다시 곧게 일어났고,
맑은 소리에 어서 오세요. 하며 시선을 돌리자 아까 나간 학생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조그마한 소녀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섰다.
아까 걔 친구인 건가, 하면서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작은 몸을 지켜보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길게 늘어뜨린 치마를 꽉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무릎에는 빨갛게 작은 생채기가 나있었다.
앞이 보이기는 하는 건지 푹 숙인 고개로 멍하니 멈춰 서 있던 학생이 조금 느린 템포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집요한 시선으로 소녀의 발끝을 쫓았다.
한 바퀴, 두 바퀴. 하릴없이 소녀는 편의점 안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작은 발이 작은 보폭으로 쫄쫄거리며 느릿하게 움직였고, 그런 이상한 소녀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려 할 때쯤
멈춰 선 소녀가 집어 든 건 짤랑거리는 병에 든 술이었다.
대범하게 교복을 입은 채로 술병을 집어 든 조그마한 몸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는데,
아무렇지 않게 커다란 가방 안에서 꼭 자기 같은 지갑을 꺼내 든 소녀가 천 원짜리 몇 장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붉게 물든 두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고,
순간 울렁이는 감정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이, 학생."
왠지 모르게 울컥이는 마음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소녀를 부르자,
소녀의 시선이 움찔 떨렸다.
그럴 마음은 아니었는데, 겁을 먹은 건가 싶어 괜히 멋쩍은 눈길로 소녀를 바라봤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겁에 질린 건 아닌 듯 싶었다. 이상했다.
연갈색으로 물든 두 눈동자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떨려왔다.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웅얼거리던 소녀가 치맛자락 옆에서 파르르 떨리던 두 손을 꽉 쥐었다.
"학생한테는 술 안 파는데?"
순간 이상해진 기류에 한 손을 들어 목을 긁적이며 조그마한 소녀를 내려다보자,
내 말을 알아듣기는 한 건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소녀의 두 눈 위로 순식간에 그렁그렁한 눈물이 차올랐다.
당황한 마음보다 먼저 찾아든 건 또다시 울컥이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듯 눈물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동자를 지그시 응시했고,
그제서야 떨리는 소녀의 입술 새로 여린 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 그러니까..."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작은 음성이었다.
"...왜."
점차 작아지는 소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소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봤고,
"왜, 왜 여기 있어요?"
소녀를 바라보던 두 눈이 방금 전 소녀가 그랬던 것처럼 파르르 떨려왔다.
"...왜."
"왜 이렇게 갑자기,"
"...사라져버렸어요?"
나를,
우리를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
글잡 무료 마지막 날이네요! 오늘 1편을 들고 올 수 있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 가져오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이제 글잡 무료 날도 끝났고 다시 웨일리언52를 써 내려가야겠어요.
암호닉은 일단 받기로 결정을 했구요.
지금까지 신청해주신 분들은 모두 다음 회에서 정리해드릴게요.
이번 화에서 시점이 계속 바뀌어서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실 텐데,
(女) ,(男) 표시만 잘 봐주시면 아마 괜찮으실 거예요!
오늘 뭘 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벌서 이렇게 하루가 끝나가네요ㅎㅎ
다들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하루 마무리하시고, 좋은 꿈들 꾸세요!
그럼 다음 글에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