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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 김민규 짝녀하기 - 01
(부제: 미필적 고의)
1-1
"김너봉!"
"......아, 엄마. 왜 지금 깨워. 오늘 아직 방학...."
"방학 좋아하네. 오늘이 개학이니까 일찍 자라고 몇 번을 말했니, 내가!"
"에...? 그럼 지금 몇 신데요...."
"지금 여덟시거든!"
시계를 보니 정말 여덟시였다. 왜 일찍부터 안 깨웠냐며 엄마 핑계 댈 것도 없었다. 왜냐면 우리 엄마 성격에 날 일곱시부터 깨웠을 게 분명하니까. 나 어제 머리도 안 감고 잤는데.... 폐인 같은 몰골로 길거리를 다니는 게 익숙해졌던 나에게 개학은 헬게 오픈과는 다를 바가 없었다. 당연히 내일 개학인 줄 알고, 어젯밤도 수학 숙제를 마친 후에 우리 이그조 오빠들 영상 보고 잤지.... 설마 오늘이 개학일 줄 누가 알았겠냐고.
"와.... 면상."
"평소랑 똑같거든? 머리나 빨리 감아. 엄마가 밥 차려 놓을게."
"......밥 못 먹을 거 같은데."
"저 년이 진짜. 또 이엑스온가 이그존가 뭔가 하는 애들 보고 잤지?"
"아니거든요!"
몸도 못 씻고 머리만 대충 감은 뒤에, 양치질을 하려고 칫솔을 입에 무니 눈 앞에 보이는 건 당최 사람인지 좀비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물체였다. 와, 나. 진짜 남들 신경 안 쓰고 살았나 보네. 나 피곤합니다. 나 굉장히 인생이 짜증납니다. 라고 쓰여 있는 거 같은 얼굴.... 이게 도대체 뭐냐구요! 뭡니까.... 방년 십팔세,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가장 예쁜 나이라고 누가 그랬어요. 그거 순 지랄인데.
"엄마, 나 간다!"
"너, 너. 너 또 승관이 기다리게 했지?"
"아, 몰라! 간다!"
엄마는 정말 귀신이다. 부승관이 한번만 더 늦게 나오면 정말 그날부로 나랑 절연한다고 그랬었는데.
1-2
폭염주의보라고 오늘 뉴스에서 그랬던가. 뛰어갔더니 온 몸에 땀이 주륵주륵 났다. 버스 정류장 앞에는 딱 봐도 못마땅하단 표정을 짓고 있는 승관이가 보였다. 승관아.... 날 죽여 줘라.
"시간 개념이 없냐?"
"아니.... 헤헤헤. 미안...."
"늦게 온 주제에 또 고데기는 했냐?"
".......하하하."
"대박. 너한테 환멸 느끼는 거 아니?"'
"미안, 미안...."
내가 죽을게. 승관아. 먹히지도 않는 살인 미소(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치사율 99.171717%의 미소다. 죽여주는 미소.)를 지어 보이자 부승관이 신물 난다는 듯 인상을 썼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오.... 모두가 힘들~잖아요. 기쁨의 그 날 위해 함께 할...친구들이.
"쟤 너랑 같은 반 아니야?"
나는 노래를 정말 정말 못한다. 가창 평가에서 b 이상을 맞아본 적이 없다. 심지어 그 선생님은 아무한테나 a를 퍼주기로 유명한 선생님이셨다. 근데 나한테만큼은 아주 날카롭고 냉정하셨다. 그걸 노래라고 부르니? 장난하니? 넌 b다. 매우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도 노래 부르기를 쉽게 그만두지 않는 나였다. 그래서 승관이 귀에다 대고 노래를 불렀는데, 부승관이 누군가를 흘낏 바라보길래 노래를 멈췄다. 내가 노래 부르는 게 웃겼나. 상승하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는 거 같아 보이는 남자애...는. 우리 반이었다. 씨발....
"어.... 맞는데."
"근데 왜 인사 안 해?"
"......안 친해서."
"너가 안 친한 애도 있음? 너 이석민이랑 첫 날부터 이에 낀 고춧가루 트고 그랬...."
"닥쳐...."
나름 미친 친화력을 자랑한다는 나는 저 남자애랑 단 일말의 대화도 나눈 적이 없다. 왜냐면 난 쟤가 무섭다.... 멀대처럼 큰 키는 나에게 위압감을 주기 충분했고, 무표정이 주는 특유의 쎄함은 나로 하여금 입을 다물게 했다. 그냥 존나 냉정한 놈 같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애 같고.... 맨날 자리도 내가 1분단이면 쟤는 4분단이고.... 그랬으니까. 대화할 만한 건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저 아이랑 안 친하다. 그리고 별로 친해지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무서우니까.
"너 나랑 쟤랑 중학교도 같이 나왔잖아."
"근데 왜 넌 안 친하냐."
"저 새끼가 내 체육복 잃어버려서 2달째 대화 안 하기로 약속했음."
"......."
"키는 존나 큰 게 내 체육복을 왜 빌려가가지고. 아직도 생각나네. 5부 바진데 핫팬츠 되는 줄 알았다니...."
역시 부승관-얄미움=0 이다. 바로 옆에 당사자가 있는데 빈정대며 말하는 꼴 하고는.... 결국은 그 아이의 날카로운 눈빛에 입을 싹 닫아버리는 승관이었다. 아, 근데 왜 버스 안 오냐고! 지각하겠다고!
"나 55분까지 안 가면 청소야...."
"어쩌라고."
".......씨발놈."
"응, 아니야."
씨발 새끼. 제발 부승관 좀 죽여 주세요. 부승관 삼수했으면 좋겠다. 마음속으로 우리 경수 오빠를 그리며 도경수를 세 번 외쳤더니 버스가 왔다. 내 주변에 경수 오빠 같은 남자들만 있으면 학교에서 막노동을 시켜도 좋아라 할 텐데.... 인생은 너무나 힘들고 좆같다. 이건 다 내가 귀여운 탓이겠지? 온갖 생각들을 하며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우리반 아이가 날 가로막고 먼저 버스에 올라탔다. 오오.... 새치기인 건가. 그래도 무서우니까 할 말은 많은데 하지 않겠다(사실은 못 하는 거다....). 근데.
'잔액이 부족합니다.'
"........어?"
'잔액이 부족합니다.'
".......아, 씨."
"학생, 어떡할 거야. 내릴 거야? 현금 없어?"
오, 저 자식.... 정말 죽여주는 놈일세. 이번 버스를 놓치면 정말 주옥 되는 거라고. 우리 담임 선생님에게 핑계는 먹히지 않는단 말이다. 그러면 자동 청소다. 위풍당당한 뒷모습과는 다르게 그 아이의 교통카드는 상큼하게 잔액이 없음을 알렸다. 나 타야 되는데.... 타야 되는데. 당황한 건지 그냥 어버버 거리는 저 아이가 답답할 지경이었다. 나 이번에 엑소 콘서트 가려고 돈 존나 모으는 중인데.... 천원 쯤이야....
"아저씨, 그냥 쟤 거 까지 다 내 주세요. 학생 두 명이요."
"어어."
피같은 돈.... 저 천원이 모여 오빠들의 굿즈가 되는 것인데.... 눈물을 머금고 친하지도 않는 아이를 위해 헌신을 했다. 서로 도우며 살아 가야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는 법이지. 계속 벙 찐 채 서있는 저 아이가 정말 답답할 지경이었지만 무서웠기에 급히 부승관이 있던 자리에 가려고 했으나, 만석이었다. 서서 가야 되네. 하하하. 내 옆에 서 있는 운동매니아로 추정되는 아저씨의 암nae를 맡으며.... 학교에 가야 하는 거구나. 속으로 씨발을 다섯 번 외치며 버스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내 옆에, 쪼르르 와선 덩달아 손잡이를 잡는 그 아이었다.
"야."
"......버, 버스비 때문에 그러는 거야?"
"......."
"그, 그런 거면! 뭐 쪼잔하게! 서, 서로 돕고 사는...거지! 난 괜찮아! 갚을 필요 없어! 괜찮아!"
무섭게 말 걸지 말아라.... 난 너 같이 생긴 남자 고등학생들을 무서워하는 병이 있어.... 눈도 안 마주치고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다. 그랬더니 조용해지는 그 아이였다. 정말 돈을 안 갚겠다는 거구나. 하하. 그래.... 너에게 돈을 받아내려면 나는 엄청난 용기로 무장해서 너에게 말을 걸어야 할 거야. 근데 그러고 싶지는 않은 걸.
1-3
오, 정말 좆같은 걸요. 왜 오자마자 자리를 바꾸.... 바꾸냐고! 제발 걔랑은 안 되게 해 주세요. 제발요.... 오빠들 콘서트 못 가는 거만큼 싫어요.... 잘 지냈냐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선생님이 칠판에다 좌석배치도를 그리셨다. 오오.... 제발 여자애랑 짝꿍되게 해 주세요. 아니면 혼자 앉게 해 주세요. 이만큼 심장 쫄깃해지는 순간이 없었다. 평소엔 신경도 안 쓰이던 그 애가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건지.
"너봉이도 이제 뽑아."
"네엡...."
"몇 번인지 불러."
"17번이요."
오, 17. 뭔가 숫자가.... 불길한 걸. 맨 뒷자리네. 난 뒷자리 싫은데. 다행히 내 짝꿍은 반장이었다. 나랑 단란하게 잘 지내 보자. 너의 앞에 그 아이가 있다는 게 다소 위압감이 들지만, 나는 너와 함께라면 뭔들 좋을 것만 같다구!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자, 갑자기 반장이 곤란하단 표정을 짓더니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 김민규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여서요...."
"아, 그래? 그럼 민규랑 앞 뒤 자리 바꿀래?"
"......너 앞에 갈 거야?"
"너봉아, 미안해."
".......오오."
인생 한 방이라고.... 인생 한 방이다. 순식간에 저 아이는, 내 짝꿍이 돼 버렸다. 와, 나.... 대박. 이 기분은 뭐야, 어떡해.... 정말 아주 나이스 그 자체인걸.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 옆에 앉더니 의자를 뒤로 제끼고 다리를 쭉 뻗는 김민규였다. 나 진짜.... 너가 너무 무서운데 내가 비정상인 걸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놨음에도 불구하고 등 뒤에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오늘 짝꿍은 당분간은 안 바꾼다."
"........"
선생님 정말 너무해요.... 침을 꼴깍 삼키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나 공부 진짜 열심히 해야지....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공부만 해야지. 2학기를 말아 먹으면 정시도 답이 없는 나에게 미래는 없을 텐데.... 아무 말 없이 필통을 꺼내고 수업할 준비를 했다. 방학 잘 보냈냐는 주변 애들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오늘부터 정말 열심히 살 거야. 공부만 하면서 살아도 답이 없는 나에게 너희들과의 친목 도모 등등은 사치였어. 난 대학에 갈 거라고....
"야."
"......."
"야."
"........어, 어? 나?"
"응."
왜 나를 불러? 왜, 불러.... 왜애 불러....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학교에서 도른자로 불리는 애들하고 엄청 친하기로 유명한 김민규였지만 관심이 별로 없었던 애라 어떻게 노는지 활발한지 조용한지 하나도 몰랐었는데, 이거 하나만큼은 알겠다. 정말 무서운 아이라는 점.... 김민규가 야, 하고 나를 부르자마자 애들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랑 김민규를 바라봤다. 나 이런 류의 관심 싫다? 무섭다? 부담스럽다? 제발 불렀으면 대답이라도 해 줘.... 나한테 왜.
"너 되게 귀엽다."
"......어? 무...뭐?"
"나는 되게 좋은데, 너랑 짝하는 거."
"......."
"너는 싫어?"
"......."
"응? ##세봉아."
이 날부터 내 인생은 정말 주옥되기 시작한 거 같다.
쿱데포드레를 마치자마자 새 글로 돌아왔어요 !! 아재개그 열일 중..!!
프롤로그로 한번 뱉은 적이 있었던... 흔하디 흔한 학원물입니다 ! 클리셰 덩어리라 하셔도... 전혀... 이상한 점이 없는..헤헤
이번에도 함께 같이 달려 보아요 ! 암호닉 신청은 다음 화부터 받을게요 ~
아 그리고....... choi 0 준.................................. 퇴사길만 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