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연하남과 연애중
09 : 처음下
w.스노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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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바로 온다던 정국이는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가야할 거 같다고 연락이 왔다. 나라도 내 자식이 저렇게 큰 대회에서 금의 환향을 하고 돌아왔는데 당연히 먼저 든든하게 몸보신을 해주고 싶었을 거다. 그 마음을 한 번도 아니라 두번 세번 이해하기에 맛있게 먹고 천천히 와도 된다고 답장을 보냈다. 아마 점심은 해결하고 오는 거니 오늘도 바로 카페로 갈 듯 싶었다.
[집 앞이야.]
최근 들어 한 외출 준비보다 긴 시간 동안 준비했지만 남자친구 앞에서는 다르다고 어찌나 신경 쓰이는지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계속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엘리베이터 숫자가 0에 가까워지고 심호흡을 했다. 문이 열리고 살금살금 걸어나가 아파트를 빠져나오니 멀지 않은 곳에서 서 있는 정국이가 보였다. 정국이도 날 봤는지 웃고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거야. 걸어가다가 자신을 보자마자 뛰어오라는 정국이의 말이 떠올라 멈칫거리고서는 정국이를 보고 씩 웃은 뒤에 달려가 목을 꽉 안아버리자 뒤로 밀려나지도 않고 허리를 감싸왔다.
"전저엉국..."
"말 잘 듣네"
귀에 들려오는 나긋한 목소리에 눈물이 날 뻔 했다. 낮은 목소리가 목감기에 걸려 고생한 듯 싶었다. 그동안 또 얼마나 빙상장에서 훈련을 했는지 가늠이 안 갔다. 목에 감았던 손에 힘을 풀자 그제서야 제대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정국이를 보자 익숙한 듯 날 빤히 쳐다봤다. 내가 한 번 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진짜 안 다쳤다니깐"
"근육통도?"
생중계로 경기를 지켜봤을 때는 딱히 다른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거나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보이는 경기 외에서도 오는 근육통이라도 있을까 경기가 끝나도 맘을 쉽사리 놓지를 못했다. 그 날 경기가 끝나자마자 정국이에게 걸려온 전화에 다친 데는 없냐고 물으면 경기를 안봤냐며 말을 돌리는 터에 이렇게 꼭 직접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였다. 안 괜찮다고 말할 정국이가 아니지만 본인이 그렇게 얘기하는 데 이런 좋은 날에도 굳이 계속 말꼬리를 늘릴 필요는 없는 거 같았다.
"수고했어, 진짜."
"나 잘했어?"
"응응, 너무 잘해서 경기가 재미 없더라!"
재미가 없을 수가 없지, 누가 하는 경기인데. 내가 하는 경기도 아닌데 두 손을 꽉 잡고 경기를 봐야겠는데 제대로 볼 마음이 들지 않아 실눈까지뜨고 간절하게 봤다. 제발 넘어지지만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되새겼는지. 한껏 과장해서 쌍따봉을 들고 개구지게 말하는 내게 정국이도 활짝 웃어 보였다. 이렇게 힘을 주는 게 내 역할이었고 오늘도 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듯 했다. 정국이는 손으로 내 쌍따봉을 감싸고서는 춥다며 어서 카페에 들어가자고 손을 잡아왔다. 그래, 이거지. 날씨 때문에도 손이 시려웠는데 난 그것보다 맨날 정국이가 잡아주던 손이 몇 달간 부재중이라서 더 시려웠었다. 따듯해진 손의 온기가 타고 올라와 마음까지 다시 포근해지는 기분이었다.
"학생들 완전 오랜만에 오네?"
"잘 지내셨어요?"
익숙하게 핫코초 두 잔을 받아 2층을 올라가 앉았다. 아마 이곳도 작년 여름에 오고 처음 오는 것이었다. 그냥 서로 같이 있다는 게 좋은 우리는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항상 이곳을 아지트처럼 찾아왔었다. 이곳에서 정국이가 대회에 따온 메달도 보고 훈련을 간다는 소식도 들을 정도로 많은 추억이 쌓인 곳이었다. 맞은 편에 앉은 정국이를 보자 어제 발견한 편지봉투들이 생각나 꺼내서 정국이에게 건넸다.
"이게 다 뭐야?"
"어제 방송 보고 나니깐 옛날 생각도 나서 서랍장 열었다니 그대로 있더라고"
"난 뭔지 모르는데?"
"당연히 내가 쓴 거니깐 너는 모르지~ 이거봐 9월 20일부터 쓴거야"
아직도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는 게 까먹었나 싶었다.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지.
"너랑 나랑 헤어질뻔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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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정국이는 작년처럼 선발전을 치렀다. 시즌도 마무리 되고 선발전도 끝나 여유로워진 정국이는 내게 방해가 되지 않을 선에서 옆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게 눈에 너무 보여서 고마워 힘을 더 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근데 그것도 아직 현실을 직면하기 전이니 즐길 수 있는 거였다. 작년처럼 하계훈련이 다가오자 정국이는 선수촌에 들어가게 되었고 나는 황금기회라는 여름방학 동안 공부에 찌들어 살았다. 이번에는 올림픽 준비라고 저번보다 더 훈련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했는데 그만큼 내 생활도 동일하게 힘들어졌다. 그게 정국이게 비할지는 모르겠지만.
수시를 준비하는 난 그냥 이것저것 신경 써야할 부분도 많았고 걱정이란 모든 세상의 걱정을 짊어져 말도 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냥 현실도피랄까? 갑자기 한 순간에 아무것도 하기 싫고 생각하기도 싫어졌다. 그 날 밤에도 항상 그랬듯이 정국이에게 전화가 왔다. 올림픽 출전을 앞둔 시즌 국가대표라서인지 전화를 하는 수는 드물어졌고 그러니 다음 연락이 언제일지 모르기에 제때제때 받아야만 했다. 정국이가 나보다 더 바쁘니 내가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응...응"
-누나
"응..."
-누나!
"어?"
평소와 같은 대화인데도 자꾸만 대답이 짧아지고 다른 생각에 머리가 사로잡혀있었다. 이럴거면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나.
그러기에는 힘들게 시간을 내 연락을 해온 정국이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근데 오히려 지금은 차라리 연락을 안 받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인 것 같았다.
-뭐 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아니.. 너랑 통화하고 있지"
-나랑 통화 중인데 왜 집중을 못해요.
"그랬어? 미안해"
전화 너머에는 정국이의 한숨이 들려왔다. 우리 대화가 자꾸만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알고 있구나.
-하... 요즘 왜 그래요?
"응? 나 아무 일도 없는데.
-근데 왜 그래요? 나 이제 싫어요?
요즘 내가 계속 그랬구나. 나도 모르는 새에 정국이에게 그랬나 보다. 처음에는 그냥 둘러대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쌓여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분명 그냥 걱정시키지 않도록 내 선에서 해결하려고 해왔던 말들을 정국이는 그렇게 받아들이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제야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아니! 아 그냥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그러니깐 그 생각하는 게 뭐냐고 묻잖아요.
"그냥, 뭐...아니야! 신경 안 써도 돼"
-왜 내가 신경 안 써도 되는데요?
"넌 잘 모르는거니깐.."
화가 난 걸까. 차갑게 식어버린 목소리에 나오는 말이 귀에 딱딱 꽂혔다.
-내가 누나한테 선수생활 얘기하는 것도 누나가 알아서 얘기해요?
"..."
-여자친구니깐 서로 털어놔도 된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그럼 난 누나한테 그 정도도 안되는 거네요?
정국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내 딴에는 배려라고 했던 행동이 정국이에게는 내 예상과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에 속상해져왔다.
마지막 말에 속상한 감정이 격양되버렸다. 내 배려가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걸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그래 나도 힘들어, 천국이랑 지옥을 수십 번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야"
"너가 어려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난 적어도 너랑 통화할 때는 그런 생각 안 해도 되니깐 좋아서 망치기 싫었을 뿐이야"
"근데 그게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해?"
-...
결국은 속에 담아두었던, 입에 맴돌던 말을 뱉어냈다.
무슨 소리를 했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그냥 순간적이었다. 그리고 정적.
"먼저 끊을게"
전화를 끊는 그 순간까지 정국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라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맨날 괜찮다며, 아무런 일 없다며 말하던 내가 갑자기 너무 많은 말을 꺼냈으니 당황했겠지. 그리고 나도 생각에 빠졌다. 훈련을 받는 정국이가 힘들 거라는 사실은 뻔했다. 그래서 나라도 그 힘을 더 빼는 존재가 아니라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근데 나도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에 힘을 주는 건 버거웠다. 나도 힘이 필요하니깐. 창문에서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에 흥분됐던 마음이 차분해지니 후회가 밀려왔다.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한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힘들게 했으니 정국이에게 내가 참 미워 보이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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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했던 것만큼 정국이게도 그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그 다음 날 밤을 기다렸지만 정국이에게 끝내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낮에는 바쁜 하루를 지내고 밤에는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으나 정국이게는 전화는 계속 오지 않았다. 먼저 전화를 하려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큰소리친 사람은 나이기에 다시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리고 모든 원서접수가 끝나면서 텅 비어버린 낮 시간에는 아직도 마저 끝내지 못한 정국이와 일에 관한 생각으로 채워갔다.
"보고싶다"
"보면 되지"
"그게 맘대로 되면 이러고 있겠냐..."
무심결에 흘린 말에 짝꿍이 대답했다.
그러게, 단순 명료한 말처럼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보고 싶으면 보는 거지, 야 너도 편지 써"
"벌써 쓰기 시작해?"
나와 짝꿍을 포함한 무리들 중에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위해 위로 겸 격려차원으로 편지를 쓰자고 먼저 제안했던 짝꿍은 벌써부터 쓰고 있었다. 별명이 문방구인 친구는 벌써 문방구를 털어서 종류별 편지지를 사와서 하나씩 꺼내서 써 내려가는 중이었다. 나도 편지지 하나를 받아 친구 이름을 쓰고 글을 써내려가려는데 이놈의 머리가 정국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니 뭔 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까먹었는지 한참 샤프로 점만 찍어댔다. 그러다가 짝꿍 서랍을 힐끔 보니 이거 한 장쯤은 가져도 될 것 같아 친구 이름을 지우개로 지운 뒤 전정국 석 자를 썼다. 그러고 나니 점만 찍던 샤프는 어느새 한바닥을 다 채워서 뒷장을 넘어가고 있었다.
꾹꾹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다 내가 너무 미운 짓을 한 것 같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짝꿍은 놀라서 우냐며 숙인 고개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야..."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다시 마음이 누그러져 숨을 골랐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짝꿍에게 도저히 나 혼자 생각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답을 못 찾을 거 같아서 어제의 상황을 설명해줬더니 짝꿍은 내 등에 스매싱을 날렸다. 아프다며 쳐다보는 내게 매정하게 맞아도 싸다며 다시 샤프를 들었다. 다른 사람이 봐도 내가 잘못한 거니깐 진짜 큰 실수를 했구나 싶었다.
"애초에 그러면 전화를 받고 나 힘들다! 오늘 통화 못하겠다고 말하면 되잖아."
"그러면 미안하잖아.."
"너 남자친구가 그거 하나 배려 안 해주겠냐?"
맞다, 정국이는 그럴 애가 아닌데.
짝꿍은 그날 바로 집에 가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라고 했지만 막상 통화 버튼만 누르려고 하면 망설여졌다. 그렇게 망설인다고 보내는 시간동안 그 날 그 날마다 꼭 정국이에게 하고 싶던 말들은 잊지 않도록 편지지에 써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모인 편지봉투가 열 장이 넘어갈 때 조금씩 용기가 생겨 정국이에게 통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오늘 훈련 힘내라고. 근데 아직까지 마주할 용기까지는 안 생겼는지 보내놓고 핸드폰을 꺼뒀다. 헤어지자고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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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종일 짝꿍에게 그런 문자를 보냈다고 된통 혼이 났다. 사과를 하라했더니 그렇게 어물쩡하게 넘어갈 생각이었냐며 나한테 나쁘다고 구박을 해왔다. 야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뜬금없는 문자였나 싶어져 머리를 뜯으면 난리를 치면 걸어갔다. 나도 이런 적이 처음이라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모든 게 처음인 거 투성이인데. 집에 가기 위해 놀이터를 지나치는 데 어디선가 소리가 들여왔다. 늦은 시간이라 놀라서 조용히 놀이터 쪽을 보니 그네에 누가 앉아있었다. 그저 보이는 건 뒷모습이었을 뿐인데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몇 주만에 보는 정국이었다.
정국이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돌아서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그대로 그네에 일어나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구별이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얼마 안 가 정국이가 뒤쫓아와 내 팔을 잡아 돌려세웠다. 아, 잡지마. 안돼.
"왜 도ㅁ.."
"미안해, 정국아. 제발, 응?"
"제발 헤어지자고 하지마..응? 제발? 미안해."
고개를 숙여 신발 앞코에 시선을 박은 채 눈을 질끈 감고 뱉어냈다. 헤어지자고 할까 봐. 그 한마디 하러 왔을까 두려워 도망가 버렸다. 이렇게 도망가서 그 말을 못하도록 전화로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만큼 우리 관계의 끝에 도달한 듯한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다. 항상 마주한 건 웃는 표정뿐이었는데 오늘은 공허한 표정이어서 더 마주하기 겁이 났다.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꼭 해야 할 말은 제대로 전하고 싶어 울음을 꾹꾹 눌렀다.
"..."
"그 날 다른 생각한 거 미안해"
"내 마음대로 화내서 미안해"
"그리고... 진짜... 내가 다 미안해"
목이 타들어 가는 기분에 꾸역꾸역 말을 뱉어냈다. 횡설수설하지만 꼭 다 말해야겠다는 의지로 또 잊은 게 없을까 시선을 바닥으로 고정한 채 생각했다. 근데 내가 잘못한 건데 눈물이 고여와 앞이 뿌예져 뚝뚝 떨어졌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신발코에 닿으려는 순간 아무 말 없이 정국이가 끌어안아줬다. 마지막 포옹일까. 내가 더 꽉 끌어앉아 빈 공간도 없는 그 틈을 더 메꾸려했다.
"내가 왜 헤어지자 해"
"나 아직 누나 많이 좋아하는 데"
"왜 내가 그런 말을 해"
규칙적으로 토닥여주는 손길, 그렇게 듣고 싶었던 나긋한 목소리와 따듯한 단어들.
그렇게 한참을 품 안에 있다 진정이 되어 규칙적으로 숨을 쉬며 기대있었다.
"난 항상 누나 옆에 못 있잖아"
"누나 위해서 뭐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매일 생각하는데"
"난 누나가 말해주지 않으면 오늘은 어땠는지, 뭘 했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더라"
"그러니깐, 오늘처럼 나한테 조금만 힌트를 줘"
내게 한 발자국 떨어져 허리를 굽혀 눈물자국을 닦아줬다.
"고마워, 먼저 문자 보내줘서"
고마워, 먼저 찾아와줘서.
나보다 더 큰 용기를 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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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헤어져"
"헤어져가 아니라~ 헤어질! 뻔했다고"
"헤어질 뻔도 안했어"
칼같이 부정해오는 정국이에 대답에도 불구하고 내게 있어서 그날은 모든 게 처음으로 가득찬 날이었다. 냉전, 사과 그리고 화해. 그때는 처음이라서 많이 서툴렀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또 다시 떠올리며 그냥 힘들다고 하면 될걸, 잘못했으면 그냥 바로 사과하면 될 걸 같은 막상 그때로 돌아가면 행동으로 옮겨보지도 못할 시나리오들을 머릿속에 써내렸다. 그날 이후로 난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속상했다고 표현 중이었다.
"졸업식 날 남자친구 있는 애들은 서로 꽃다발도 주고, 사진도 찍고 그러는데"
"속상했어?"
"솔직히 난 그 날 전화라도 올 줄 알았다."
"미안해-, 경기 시작도 안 했는데 전화하면 집중 못 할 거 같았어"
"뭐..그건 그렇다 치고"
이건 당연히 내가 이해해야 하는 일이니 딱히 속상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날 느낀 엄청난 쓸쓸함에 대해 털어 넣고 싶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말하면 다들 당연시하는 분위기라 아무도 내게 공감을 가져주지 않아 안 그래도 서러운데 내가 못된 여자친구라도 된 기분이라 더 서러웠었다. 아직도 뽀로통한 표정을 풀지 않는 날 보며 정국이는 내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너 이제 나 대학 가서 아싸 되면 책임져야 해!"
눈을 똑바로 뜨고 말하자 정국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경기 본다고 오티 못 갔단 말이야..."
"오티? 그거 어차피 술 마시는 거잖아"
"허..참, 누가 그래? 그냥 미리 친구들 얼굴 익히러 가는 거지!"
뭐, 술은 겸사겸사 딸려오는 거지. 여튼 내 목적은 정말로 미리 친구를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오티라는 단어를 듣자 정국이는 표정에 힘을 풀었다. 머그컵을 들더니 날 가소롭게 보며 웃었다. 이거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누나야"
"내 주위에 대학생들 널리고 널렸어"
까먹고 있었다. 정국이는 일반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나이로는 내가 성인이고 정국이가 미성년자이지만 살아온 인생을 보면 정국이는 이미 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저 교복만 입은 성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티는 어차피 못 갔을 걸"
"못 가기는! 내가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구먼!"
"나 보내 줄 생각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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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베리입니다!ʕʘ̅͜ʘ̅ʔ
예... 오늘은 착 가라앉았어여...
이런 적도 있어야지 어떻게 항상 달달할 수 있겠어여(새침)
아마 통화 부분에서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제가 처음에 저랬거든요..ㅎ...ㅎ(묻지않았으나ㅎㅎ)
여튼 분명 금방 온다 했는데 아 진짜 이런 착 가라앉은 건 잘 쓸 자신이 없어서 계속 수정하고 수정했어요.
그러다보니 맨날 임시 저장만 누르고...그냥... 이제 달달한 것만 쓸래...(절레절레)
요새 답글 못 달아 들여서 미안해요๑o̴̶̷̥᷅﹏o̴̶̷̥᷅๑ 진짜 시간 날때마다 틈틈이 읽고 있어요!
아 진짜 이 망할 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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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받지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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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여러분 지진 났다고 하는데 모두들 조심하세요!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는 거 같아요ㅠㅠ 이러다가 뭔 일 날까 무섭무섭
그리고 해피 추석이 다가옵니다! 조금만 힘을 내서 현생을 버팁시다!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๑❛ڡ❛๑
(♥모니생일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