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연하남과 연애중
08 : 처음上
w. 스노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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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럴 일도 없겠다"
-왜, 이번에 가서 버스 타면 되지.
"그건 그냥 버스가 아니라 하굣길 버스라서 특별한 거지"
-하교 시간에 맞춰서 타자
"야, 넌 아직 학생이니깐 괜찮지, 난 이제 성인이라서 양심에 찔려"
아마 전화 너머 정국이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것이다. 변함없는 정국이에게 일어난 유일한 변화는 존댓말과 누나소리의 유무였다. 그런 변화를 일으킨 문제의 그 사건 이후로 절대적으로 자신이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을 극히 싫어했다. 난 내가 그런 말을 한 줄도 몰라서 그냥 생각없이 뱉은 말이었다고하니 그럼 무의식적으로 항상 그런 생각을 한거라며 논리적으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이제는 그냥 듣는 척이라도 해주는 게 어디나 싶었다.
“내일 언제 도착해?”
-짐 놔두고 바로 갈게
“피곤할 텐데 좀 자고 와.”
-방송 집중해서 안 봤어?
“알겠어, 너 후회하지 마라, 나 엄청 전속력으로 뛸 거야!”
정국이는 비행기를 타야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것도 참 익숙해질 만한데 끊을때마다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기쁜 소식은 이렇게 전화를 끊고 내일은 전화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찬바람이 새어들어오는 창문을 꽉 닫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닫고 수험생 생활을 접고나서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책상을 힐끔 쳐다봤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기서 앉아서 전화하다가 다시 공부하고 그랬는데. 아, 맞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나 맨 마지막 서랍장을 열었다. 몇 십장의 편지봉투들.
"와...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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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18살과 19살. 1월이 다시 다가오며 정국이는 남아있는 경기를 준비하는 데 바빴다. 그리고 난 이제 정말 막 살 수 없는 그 이름하여 고3 수험생활에 접어들었다. 우리의 공간인 학교가 방학을 하는 동안 학교 대신 나에게는 독서실과 집이 내 주 공간으로 정국이에게는 선수촌이 주 공간으로 대신했다. 경기를 앞둔 훈련이라서 그런지 일방적으로 오지 않은 연락에 알면서도 서운해지려면 그 낮은 목소리로 하루의 끝인 밤에 선물처럼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그 목소리를 들을 때는 얼마나 마음이 찣어지는지. 쉬엄쉬엄했으면 좋겠으나 운동선수에게 중간이 어디 있겠나. 3월 중반까지 계속된 경기에 지치지도 않는지 정국이는 대회가 끝난 며칠 후부터 칼같이 다시 학교를 꼬박꼬박 나오기 시작했다.
정국이가 학교를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반기는 마냥 눈에 보이는 곳곳마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하얗게 물들어 가는 풍경도 좋았지만 누가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저기 가볍게 떨어지는 벚꽃잎과는 다르게 마음은 무거웠다. 평소와 다르게 예쁜 뒷배경에도 빡빡한 학교의 규정은 피할 수 없어 그저 서로 손등만 살짝 시 스치며 벚꽃을 보며 교문으로 걸어내려갔다. 흩날리는 벚꽃잎들이 얄미울 정도로 예뻤다.
"으아...꽃놀이 가고 싶어..."
"시험 끝나고 가요"
"너도 있고 벚꽃도 있고 지금이 딱인데! 유일하게 내가 고3이라는 게 흠이다."
가볍게 말을 거내는 정국이와 대비되게 내 목소리는 축축 처져있었다. 고 3이 되면서 선택야자는 강제가 되며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다. 정국이가 학교를 꼬박꼬박 나와도 예전처럼 하굣길을 같이 걷지 못했다. 정국이가 학교를 나오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는 항상 정국이에게 미안해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냐며 내 머리를 헝클고 간 정국이는 그 다음날에는 아예 내가 그런 마음도, 말도 못 하도록 정국이는 점심까지만 학교에 있고 훈련을 가야한다며 오히려 내게 미안하다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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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느리게 이해하고 습득하는 난 항상 남들보다 더 긴 시험기간을 가졌어야했다. 머리가 안 따라주니 그렇게 노력이라도 해야지. 그렇게 다른 아이들보다는 일찍 책상에 앉아서 시작하려는 데 항상 뒤늦게 시작하던 친구도 아무런 걱정없어보이던 친구들도 다들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더 노력해서 이제까지 얻어온 성과인데 지금은 다 같이 노력을 하니 얼마나 치열하려나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움도 안 되는 고민에 시간을 허비한 탓에 오늘도 꼭 끝내기로 한 분량을 끝내지 못한 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는 울렸다.
"오늘도 밥 안 먹어?"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거다"
"야, 그거 그냥 나중에 해"
그냥 가라. 옆에서 끈질기게 급식을 먹으러 가자는 친구에게 손을 휘적거리고 다시 샤프를 붙잡았다. 다시 고개를 돌려 교실 뒤편의 시계를 봤는데 정국이가 훈련을 갈 시간이었다. 잠시 쉴 겸 창문을 바라보니 예상한 대로 급식실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사이에 노란 종이를 팔랑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정국이가 보였다. 수고해. 조용히 읊은 말인데 빈교실에 울려퍼져 뒤를 돌아 아무도 없는지 다시 확인하고 의자에 앉았다.
서랍에서 문제집을 꺼내려다 핸드폰이 손에 스쳤다. 훈련 가는 길이니깐 문자정도는 확인 할 수 있겠지. 핸드폰을 켜 정국이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보내고 나니 답장이 올까, 어떤 내용일까, 등 머릿속에 가득차 펜을 집었다가 났다를 반복했다. 아니, 근데 이놈의 답장이 오지 않았다. 뭔 일 있나. 다시 핸드폰에 손이 가려다 정신을 차리고서는 아예 신경도 안 쓰이게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펜을 잡았는데 어깨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놀라 펜을 떨궜다.
"아으!!....전..정국...?"
내 눈 앞에서 봉투를 달랑달랑 흔들고서는 앞자리 친구의 자리에 앉았다.
"못 볼 거 봤어요?"
"아니, 너 훈련 간 거 아니야? 너 교문으로 나갔잖아"
내 질문을 듣고는 있는 건지 정국이는 내 책상을 치우는 데 바빴다. 손에서 떨어진 펜은 필통 속으로 펄쳐있던 책은 덮어버리고 공책 위에 올려버리고 창문 틀 위에 올려버렸다. 순식간에 어지럽던 책상이 깨끗해졌다. 그리고서는 봉투에는 손을 집어 넣어 하나씩 꺼내 책상 위에 올려다놓았다. 봉투에 적힌 편의점 이름을 보니 왜 정국이의 앞머리가 갈려있었는지 깨달았다.
"오늘은 먹는 거 보고 갈 거예요"
"훈련 가면 모를 줄 알았나봐요"
정국이의 말에 조용히 알아서 삼각김밥 밑에 깔려있는 빵봉지를 잡아 뜯었다. 그냥 한 입 물으면 되는데 너무 적나라하게 먹는 것을 지켜보는 정국이때문에 고개를 돌려 한 입 물었다. 오물거리며 정국이를 보자 우유를 집어 빨대를 꼽아줬다. 빨대사이즈가 우유와 참 어울리지 않은 게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느껴졌다. 책상 위에 있는 것도 그렇고 일단 손에 잡히는 걸로 가져온 듯 싶었다.
"우유도"
혼자만 오물거리고 있는 게 뻘쭘해져 정국이게도 빵을 내미니 조금 뜯어가 입안으로 넣었다. 잘 먹는 정국이를 바라보다 갈라진 앞머리를 정리해주기 위해 손을 뻗자 닿은 손길이 기분이 좋았는지 정국이는 가만히 눈을 감아버렸다. 강아지같은 게 귀여워 실실 웃음을 흘리자 정국이가 눈을 슬며시 떴다.
"왜 자꾸 밥 안 먹어요."
"오늘만 안 먹은 거야~"
아마 며칠 동안 안 먹은 걸 들키면 맨날 이렇게 밥 먹는 걸 확인 당할 거 같았다. 근데 나 표정관리 잘하고 있지..?
"오늘만?"
"응!"
"아~ 오늘만 안 먹었구나"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은 거짓말이었다.
정국이의 눈이 어서 진실을 뱉어내라고 말하고 있었다.
"딱 3일!"
"3일? 이틀 아니었어요?"
"아~오늘 먹었으니깐 이틀이다!
첫째날은 급식실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왔는데 이건 모르나 보다. 그럼, 이건 거짓말인지 모르겠지. 아, 너무 완벽한 계산이었다. 거기다가 풀린 정국이의 표정이 더해져 모든 게 완벽했다. 정국이 덕분에 오늘도 그냥 지나치는 줄 알았던 점심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이것저것 가득찼던 머리를 텅 비우고 온전히 정국이만 머릿속에 가득 채워넣었다.
"아, 이러니깐 진짜 꽃놀이 가고 싶어...으..."
"그렇게 꽃놀이 가고 싶어요?"
입꼬리를 내리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문으로 보이는 흩날리는 벚꽃잎, 앞에 있는 남자친구 그리고 먹을 것까지. 누가봐도 꽃놀이를 위한 완벽한 요소들이었다. 사실 뭐 지금은 이 지긋지긋한 교실만 탈출 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정국이는 창문을 빤히 보고서는 자리에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갔다. 뭐지, 내가 뭐 말실수 했나. 아니면 이대로 훈련하러가는 건가 싶어 자리에 일어나 창문을 통해 밖을 보는 데 정국이가 없었다. 벌써 교문을 빠져나갈 일은 없는데.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뻗어 밖을 보는데 누군가 어깨를 쳤다. 고개를 빼려다 창문틀에 머리를 박아버려 박은 곳을 감싸며 고개를 들자 손에 벚꽃 가지를 든 채 토끼눈을 뜬 정국이었다.
"괜찮아요? 아프겠다."
"어...어...괜찮은 거 같아... 너 훈련 간 거 아냐?"
내 말에 정국이가 손에 든 벚꽃 가지를 눈 앞에 흔들었다. 꽃놀이하려고 꽃 가지고 왔죠.
"어디서 가지고 온 거야?"
"경비 아저씨가 누가 꺾었냐고 물어보고 다니시길래.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받아왔어요"
"쓴소리 좀 들었겠네"
"꺾는 거보다는 낫죠"
그건 그렇지.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어서 가져왔다는 거 자체가 놀라웠다. 금방 갔다 왔으니 망설이지도 않았을텐데. 벚꽃가지를 이리저리 꺾더니 내 머리에 조심히 꼽아왔다. 점심시간마다 머리에 꽃을 하나씩 꽂고 올라오는 친구들을 보며 웰컴 투 동막골 여주인공 같으니 양심이 있으면 어서 빼라고 했는데 지금은 왜 꽂고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기분이 좋아져 턱을 괴고 있는 정국이를 따라 꽃받침을 해 눈을 마주치자 정국이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꽃놀이 왔어요"
"남은 거 줘봐"
우리가 꽃놀이를 왔으니 둘 다 꽃을 꽂아야지. 정국이 옆에 널브러진 벚꽃 가지를 집어갈려 하자 정국이가 잽싸게 뺏어가버렸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정국이의 손에 있는 벚꽃 가지를 뺏으려 의자에 일어나 손을 뻗었다. 닿으려고 하면 야속하게 정국이의 손은 멀어져 갔다. 아둥바둥하는 내 모습을 즐기는 듯해 보이는 정국이를 한 번 째려봤다.
"누나-"
째려본 이후 다시 한 번 팔을 뻗으려 가까워졌을 때 들리는 정국이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정국이가 다가오더니 너무 가까워져 초점을 잃었을 때 입술에 뭔가 엄청 짧게 스쳐지나갔다. 생애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놀라서 어정쩡한 자세로 움직이지 않자 정국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한 번 더 다가왔다. 이게 뭔지 알려주기 위해서인지 아까보다 더 길게 입술에 입술이 닿아있었다. 아, 나는 방금 뽀뽀라는 걸 한 것 같다.
계속해서 닿아있는 입술에 뭐지 싶어 눈을 떴다가 살짝 떠져있던 정국이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눈을 확 감아버리자 입술에서 정국이가 웃고 있는 게 느껴졌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부끄러움을 내가 대신 느끼고 있는 기분이었다.
쪽-
그 민망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제야 정국이는 입술을 뗐다.
혼은 이미 빠져나가고 몸에 남아있는 힘도 빠져나가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
"그렇게 보면 내가 죄 지은 사람 같잖아요."
"아니...너..잠시만..아.. 나 쳐다보지마..."
"왜- 나 좀 봐요, 응?"
머리 회로가 멈춰버린 건지 정국이의 말에 곧잘 힘없이 떨궜던 고개를 올렸다. 분명 정국이를 쳐다보는데 보이는 건 호선형을 띄고 있는 입술뿐. 아, 나 변태인가 봐.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 정국이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보니 아마 귀까지 빨개졌을 게 분명했다.. 자꾸만 따라오는 정국이의 시선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눈을 마주치자 나와는 다르게 지금의 상황이 부끄럽지도 않나보다.
"아니... "
"넌 왜 안 부끄러워해? 이거 완전 불공평해."
"그럼 이번에는 누나가 할래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나와는 달리 정국이는 능글맞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말을 술술 꺼냈다.
"미안해요"
거짓말 치네. 미안하다고 해놓고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잔뜩 섞여있었다.
"계속 참았는데"
"아까는 진짜 참을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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٩(๑'ㅅ'๑)۶스노우베리에여~ ٩(๑'ㅅ'๑)۶
연애를 시작했으니 뭘 해야겠어요, 진도를 빼야지.(단호)
오늘은 글의 시작부분과 에피소드는 관련이 없어요!
어...다음 화를 위한 부분이고...맞아여, 전 분량 조절에 실패했어요. 그래서 또 쪼개버렸죠~
그건 곧 금방 오겠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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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다들 확인 잘 하셨나요?
역시 완벽할 줄 알았는데..제가 그렇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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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은 평일의 끝인 금요일이에요!
저는 독자님들의 사랑받으며 힘을 으쌰으쌰 내고있습니다♥ |
우리 독자님들도 힘을 으쌰으쌰 내소서!♥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๑❛ڡ❛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