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어쩐지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온 세상이 다 떠내려가도록 서럽게 머릿속을 울리는 여자아이의 엉엉대는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를 무시하며 소리가 들리는 쪽을 등지고 걷다 문득 발에서 느껴지는 찰박거림에 아래를 내려다보면, 두 발을 디디고 있던 바닥은 물기가 가득히 축축한 상태였다. 지켜볼수록 점점 더 축축해지는 바닥에 고개를 들면, 줄곧 훌쩍대며 울던 여자아이가 내쪽으로 다가오며 말 그대로 '눈물바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점점 축축해지는 바짓단의 불쾌한 기분에 "저기요-" 하고 그 여자아이의 어깨를 잡으려하면, 거짓말처럼 내 두 손이 그 애의 어깨를 관통하는 탓에 잡히는건 오직 찬 공기 뿐이었다. 역시 사람이 아닌건가. 가까이 다가서서 얼굴을 자세히 볼래도, 그 애의 온 얼굴이 눈물자욱들에 축축하게 아로새겨진 탓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얼른 이 상황이 끝나길 바라며 그 애를 지나쳐 걸었다. 헌데 걸으면 걸을 수록, 차오르는 물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탓에 결국엔 몇발자국 걷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점점 쌓이는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 애가 서있는 쪽을 돌아보며 쏘아붙였다. "거참, 그만 좀 울지 그래?" 그리고 말을 끝냄과 동시에 나는 땅을 치며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훨씬 더 커진 울음소리는 그칠줄을 몰랐다. 어느덧 물은 내 가슴팍까지 차올랐고, 스멀스멀 풍겨오는 짠내와 함께 실감나는 물의 수위에 결국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죽어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든 순간, 분명 내게서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감음과 동시에 침대에서 눈을 떴다.
"제 한 좀, 풀어주세요."
그깟 꿈 따위. 헛웃음을 치며 생각에서 떨쳐버리겠다 결심한지 벌써 반나절이 훌쩍 지나, 졸지에 1교시부터 7교시 내내 멍하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하고 말았다. 분명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펼친 연습장 위에는, 복잡한 수학공식 대신 '여자' '눈물' '한' 등의 쓸데없는 단어들이 너저분하게 쓰여있었다. 연습장 위의 단어들을 읽다 문득 다시 생각나는 어젯밤의 꿈에 짜증이 치밀어 종이를 잡고 부욱 찢은 뒤 종이를 있는 힘껏 구겨버렸다. 그렇게 한이 맺혔으면 용하다는 무당들 꿈에나 나타나지, 왜 하필 내 꿈에 나타난단 말인가. 힘껏 던진 동그란 종이뭉치가 벽에 톡, 하고 부딫힌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서실 칸막이를 타고 조그마한 포스트잇이 넘어왔다.
조용히 좀 합시다.
샛노란 포스트잇에 마치 날 놀리듯 굵은 검정 네임펜으로 쓰인 그 글씨를 노려보다 머리를 쥐어뜯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 카페로 향했다. 쥐죽은 듯 조용한 독서실보다는 소음으로 웅웅대는 카페가 생각을 떨쳐내기에 더 적당하겠지.
사람들이 북적대는 카페는, 역시 고립된 느낌을 주는 독서실보다 내게 더 안정감을 주는 곳이었다.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가 사람들의 말소리에 섞여 생각을 덜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거야.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음료를 들이킨 후, 상쾌해진 기분으로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려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난 입에 머금고 있던걸 몽땅 뿜어낼 수 밖에 없었다. 푸우, 하는 소리와 함께 분무기에서 분사되듯이 힘차게 뻗어나가는 음료수와 함께 내 맞은편에 쥐도새도 모르게 앉은 여자가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ㅈ...제가 보이세요?" 놀란 토끼눈을 한 여자는 얼마나 놀란건지 손마저 벌벌 떨고 있었다. 보이냐고? 당연히 보이지.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려다 스치는 생각에 다시 그 여자를 못본 척 연습장에 코를 박았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제가 보이세요?" 같은 나사빠진 질문을 하진 않을거다. 그렇담 지금 내 앞에 앉은 이 미친 여자가 내게 저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저 여자는, 귀신이다.
"저 보이시죠." "저 볼 수 있는거 맞죠?"
자꾸만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여자의 말소리에 짜증이 나 고개를 끄덕이려다 말고 펜을 더 세게 쥐어잡고 문제를 풀었다. 무시해야 한다, 무시해야 한다. 자꾸만 머릿속으로 혼자 되뇌이는 바람에 내가 무얼 공부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무시하지 않는다면 귀찮은 일에 휘말릴지도 몰라. 홀로 나자신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며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힘을 주며 글씨를 써내려갔다. 결국 연습장 몇개를 찢어버리고 나서야 가방을 싸서 카페 밖으로 나갔다. 카페를 뒤로하자마자 분명 엄청나게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전의 그 여자는 내가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내 뒤에 꼭 붙어 서있었다.
"아 그만 좀 따라다니라고!" 치밀어오르는 짜증에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버스 정류장에 서있던 사람들이 나를 미친놈마냥 쳐다보기 시작했다. 결국 마치 날 해괴한 것마냥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탓에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정류장에서 벗어났다. 정류장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는 인적 드문 골목길에 들어서서, 여전히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그 여자를 마주보고 섰다. 왜 자꾸만 나를 따라오는거야. 내 말이 나가기도 전에 여자가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만났었죠?" 기억해요? 내 얼굴 바로 앞에 제 얼굴을 들이대며 천진하게 묻는 여자의 모습에 기가 차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부터 자꾸만 미친 소리를 하는데, 우리가 만나긴 어디서 만나요." 내 단호한 말에 여자는 내게 더욱 밀착하며 은근한 시선을 주었다. "에이, 왜그래요. 다 기억나면서. 그 쪽, 내 눈물에 익사해 죽을 뻔했잖아요." 여자의 말에 사고회로에 무언가 끊긴 듯, 어디선가 뚝 하는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들며 혈압이 급격하게 오르는 게 느껴졌다. 눈물? 익사? 그럼 어젯밤 꿈에서 울어제끼던 미친년이...
"너야?"
내 표효와 같은 질문에 여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 그때는 너무 서러운 나머지 제가 조절을 못했지 뭐에요." 넉살좋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그 여자의 모습에 홀린 듯 손을 맞잡으려다 사람의 체온 대신 느껴지는 공기에 이성을 되찾으며 여자의 멱살을 잡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래서, 어젯밤 내 꿈에 나온 이유가? 내 물음에 여자는 아, 맞다! 하며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꿈에서 말했었죠. 제 한 좀 풀어주세요." 그녀의 말에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넌더리를 치며 대답했다. "한을 풀고싶으면 용한 무당들한테나 가봐요." 내 말에 여자는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치만, 그쪽도 나같은 존재를 볼 수 있는거잖아요." 그래, 볼 수는 있지. 고개를 끄덕여보이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 해도 한 따위를 풀만큼 대단한 몸은 아니에요. 뭔가 착각했나본데, 얼른 다른 사람 찾아가봐요." 귀찮게 하지 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골목 밖으로 나서는 내 앞을 가로막으며 여자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 쪽도 가뿐히 할 수 있는, 그런거란 말이에요." 네? 한번만, 한번만 들어주세요. 간곡하게 부탁하는 여자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그 얼마나 거창한 한이길래.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있는 내 모습에, 미소를 되찾은 그녀가 갑자기 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게... 제가 열아홉이 될 때까지 연애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수줍게 말을 끝맺는 그녀의 모습에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 날더러 뭘하라는 말인가. "거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그럼 이만."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를 쓰며 여자에게 비켜달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런 내 반응에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인 그녀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 내 앞에 대고 흔들어보였다. "도와줄 수 있는 일이잖아요. 네?" 귀신치곤 퍽 간절해보이는 그 표정에 이 상황에 회의감이 들어 바람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그대로 제 말을 무시하고 가려는 내 행동에, 여자가 이번에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요. 저 연애 못하면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그 말에 목까지 올라온 "그치만 이미 죽었잖아요" 하는 말을 삼켰다. 아무리 미친여자라도 상처는 받을 터. "산 사람하고 죽은 사람이 장난을 치면 쓰나. 허튼 짓 말고 동료 귀신들이나 꼬셔보던가 하세요." 손을 단호히 내저으며 말하는 내 모습에 여자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여전히 내 앞을 가로막은 채, 꺽꺽대는 울음소리 사이로 고함치는 여자의 말에 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제발 이게 꿈이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그치만 그쪽이 내 평생의 이상형이란 말이에요!!!!"
꽃봉오리 |
망할놈+못된작가+무능력자=저입니다 제발 저를 죽여주세요....
회장님 지금 내용전개에 첫번째 고비가 왔습니다... 그래서 그 언덕을 넘는 중인데.. 정말정말 생각보다 너무... 오래걸리구 있어요...ㅜㅜㅜ 이제 문단 두개만 더 쓰면 됩니다만... 우리 꽃님들 너무 기다리는 중이시죠...ㅠㅠㅠㅠ 저는 죽어도 쌉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지루하지 마시라고 그냥 짧게 올려봅니다...
귀신을 보는 이지훈... 낙화기의 얼음킹 지훈이 맞습니다. 그러면 빨리빨리 회장님 데리구 오겠습니다! |
꽃님들♡♡♡ |
11지훈22/ 모시밍규/ 이지훈제오리/ 히아신스/ 마그마/ 감자오빠/ 박제된천재/ 디켄 전원우향우/ 반달/ 삐뿌삐뿌/ 일공공사/ 절쿨/ 이다/ 비타민/ 밍뿌/ 버승관과부논이 우지/ 태후/ 채꾸/ 0103/ 새우양/ 또렝/ 쫑/ 권호시/ 케니/ 레몬유자/ 최허그/ 0320/ 햇살 남양주꼬/ 새싹/ 투녕/ 단오박/ 키시/ 별림/ 사향장미/ 닭방/ 하롱하롱/ 애인/ 권수장/ 쪼꼬베리 샘봄/ 별/ 돌하르방/ 담요/ 목단/ 아글/ 닭키우는순영/ 꽃밭/ 만떼/ 호시주의보/ 눈누난나/ 오투 울보별/ 조끄뜨레/ 에네/ 핫초코/ 라별/ 뿌뿌뿌뿌뿌/ 뀨뀨/ 초록별/ 한라봉/ 여름비/ 새벽세시 세봉설♡/ 차니/ 둥이/ 호시기두마리치킨/ 조아/ 칠봉뀨/ 호시시해/ 비글/ 아이닌 봉1/ 솔솔/ 양셩/ 붐바스틱/ 복숭아덕후/ 흐헤헿헤/ 17라뷰/ 우리우지/ 뿌블리랑갑서예/ 지훈이넘나뤼귀엽 토깽이/ 수달/ 지하/ ♡ㅅ♡/ 지하/ 늘부/ 서영/ DS/뀨잉/ 1600/ 쏠라비타민/ 불낙지/ 귤멍멍/ 반짝별♡ 뿌꾸뿌꾸/ 자몽몽몽/ 밍블리/ @핏치@/ 천사가정한날/ 민구팔칠/ 숨/ 황금사자상/ 케챱/ 피치 자몽몽몽몽몽몽/ 눕정한/ 붉을적/ 호시 부인/ 명호엔젤/ 늘보하뚜/ 전주댁/ 찬아찬거먹지마/ 르래 짝들/ 한드루/ 호시홍시/ 마망고/ 꽃신/ 황금사자상/ 급식체/ 밍꾸/ 쀼뀨쀼/ 치자꽃길 민꾸꾸/ 최허그/ 요량이/ 느느나/ 흐갸흐갸/ 캐럿봉/ 우양/ 차니차니/ 여우비/ 형광운동화 11023/ 권햄찌/ 규애/ 제주소녀/ 문홀리/ 뿌듯/ 원더월/ 봉봉봉/ 순영일이삼/ 고리/ 부둥/ a.k.a혜미넴 팽이팽이/ 사빠딸/ 말미잘/ 찬둥둥이/ 찰캉/ 귀찌/ 설피치/ 너누야사랑해/ 삼다수/ 돌체비타/ 셉요정 나이키/ 뚜뚜루뚜뚜뚜키싱유베이베/ 0815/ 흐른/ 새벽/ 심장셉틴대란/ 꼬솜/ 호시탐탐탐 제주감귤체/ 빙구밍구/ 순영바/ 반지꽃/ 햄찡이/ 잎사귀/ 볼살/ 크롱/ 세맘/ 뿌존뿌존/ 치킨반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