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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394l
정말 별 생각도 없이 그러자고 얘기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알파 자취방에 오메가가 가는 건 나 잡아드셔, 하는 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찬열이가 그럴 애는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냄새 나나? 하고 팔에 코를 묻고 킁킁댔지만 오메가인 제가 오메가 냄샐 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주기를 확인해보니 일 주일이 남긴 했는데. 좋아! 가장 정확한 척척박사 인터넷에게로. 

 

 

 

남자친구가 자취를 하는데요 놀러오라고 하네요 알파구요… 

별 일 없겠죠? 

 

 

질문을 올리자 마자 웅웅 울려대는 알림을 확인해보니, 

 

Re. 즐섹. 

Re. 남자친구 자취방이라면 빼박이네 잘 하고 와 

Re. 응 커플 꺼져~ 

 

 

… 전혀 도움이 되지를 않았다.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으악! 침대 위에서 베게에 얼굴을 묻고 버둥대다가 결국 몸을 일으켰다. …뭐 별 일 없겠지? 없을거야. 없어야만 해… 으헝헝. 

 

 

 

 

찬열이의 자취방 앞에 도착해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얼마 있지 않아 편한 사복 차림인 찬열이가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 왔어? 

 

- 응응. 뭐 하는 중이었어? 

 

- 경수 생각?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웃는 게 이렇게 심쿵할 일인가요. 어쩜, 누구 건지 이렇게 멋있대. 327번째 반함을 체험한 후 소파에 앉으니 솔솔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났다. 

 

- 음식해? 

 

- 너 먹이려고. 나 요리 진짜 잘 하니까 걱정 마시고 공주는 티비나 보고 계세요. 

 

말도 예쁘게 하지. 찬열이가 만든 음식을 먹을 생각에 들떠서 티비를 틀었다. 틀자마자, 

 

- 으흥, 아, 오빠아… 

 

화면을 가득 메운 살색과 거친 숨소리가 나를 당황시켰다. 허허 무슨 같이 열심히 수영이라도 하셨나. 당황해 있는데 찬열이가 갑자기 리모콘을 낚아채서 채널을 인강 채널로 돌려버렸다.  

 

- 뭐야 방금. 너… 혹시 밤에, 

 

- 하하, 저게 왜 나오지… 예능 할 시간인데 예능 봐, 예능. 

 

우리 찬열이도 남자구나… 생각하며 빨개진 얼굴을 바라보다가 귀여워서 그냥 넘어가주기로 했다. 그럼. 대한민국의 건아가 밤에 야한 거 좀 볼 수도 있고 그런 거지. 그럼 그럼. 애써 합리화 하며 다른 채널을 전전했지만 내 얼굴도 찬열이만큼이나 빨갰다. 

 

 

밥은 성공적이었다. 자취 경력이 있어서인가. 혼자서도 잘 챙겨먹겠거니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뭔가 아들 키우는 느낌인데.  

 

- 내일 토요일인데, 자고 갈래? 

 

- …어? 

 

많은 위험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지만 이상하게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찬열이는 그런 생각도 안 하는데 나만 이상한 걱정하는 건지도 의심스러워졌다. 결국 자고 가기로 했는데… 스읍. 나 내일 집에는 잘 갈 수 있나. 

 

 

찬열이는 나더러 먼저 씻으라 했다. 찬열이 옷을 하루만 빌려 입기로 했고. 씻으면서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묘하게 들떴다. 찬열이랑 같이 자는 거… 아아아. 너무 이른 건 아닐까. 

 

 

- 뭘 그렇게 떨어. 내가 잡아먹어? 

 

둘이 눕기에도 좁지 않은 사이즈의 침대를 원망하며 먼저 누워있었는데 샤워를 끝내고 머리까지 말린 찬열이 제 옆으로 와 저를 끌어안았다. 아닐거야, 라는 말을 몇 백번이나 속으로 외쳤는데도 긴장이 되었다.  

 

- 경수야. 

 

- 응. 

 

- 내가 많이 좋아해. 

 

- … 

 

- 대답은. 

 

- 나도. 나도 찬열이 많이 좋아. 

 

- 나는 경수가 손 대면 사라질 거 같고, 안으면 바스라질 거 같아서 조심스러워.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싫어할까 계속 신경 쓰고 있고. 

 

- … 

 

- … 그러니까, 그만 떨라고. 내가 짐승 새끼도 아니고, 경수가 싫다는 데 손 안 대. 응? 

 

- … 

 

멍청이. 멍청했다. 내 상상 속에서 추악하게 그려졌던 찬열이에게 미안해 견딜 수 없었다. 배려 따위 없이 제 마음대로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녹아내리고 왈칵 눈물이 났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서럽게 끄윽끄윽 우니 찬열이가 나를 당황해 끌어안고 달랬다.  

 

- 무서웠어? 많이 겁 났구나. 미안해. 내가 미안해. 

 

- 끄윽, 니가, 왜애... 흐끅. 

 

- 경수 눈에 눈물 나게 해서 미안해. 무서워하게 해서 미안하고. 나는 내려가서 잘까? 

 

- 아니이. 아니야. 

 

- 그럼 좀 떨어져서 자? 

 

- 싫, 어어. 옆에 붙어서. 안겨서 잘래. 

 

품에 얼굴을 부비적대자 얇은 잠옷 티셔츠 아래 단단한 몸이 느껴졌다. 악착같이 다리까지 허리에 감은 후 딱 붙어버리자 찬열이가 많이 당황스러워했다. … 싫은가.  

 

- 가지 마. 싫어. 안구 잘래… 

 

- 나도 나름대로 너 지키겠다고 노력하는데, 너도 나 미치지 않게 지켜줘야지. 

 

머리를 쓰다듬다 볼에 쪽 뽀뽀하더니 내 다리를 떼어내고 그냥 품에 안기게끔만 했다. 너른 품에 안겨 있으니 좋아 죽을 거 같았다. 그게 찬열이라는 게 더더욱.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꼭 끌어안고 잤다.  

 

 

 

 

- 스읍, 너 손 떼라. 

 

- 아, 경수야. 우리 일주일 째인 거 알아? 뽀뽀도 못하게 하면 나 어떻게 살라고.  

 

- 누가 나 아프게 하래. 앞으로 일주일 더 남았거든. 

 

- 아아,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애인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도? 

 

- 나도 힘들, 야, 야! 

 

 

 

- 몰라. 너 미워. 진짜, 진짜 미워. 

 

- 내가 잘 할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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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귀여웤ㅋㅋㅋㅋㅋㅋ 마지막 투닥거리는거 너무 예쁘네요!! 잘 보고갑니다!
7년 전
독자2
둘이 투탁거리는 귀여워요. 둘이 계속 오래가기좋겠네요.
7년 전
독자3
투닥거리는 거 너무 귀여워요 잘 보고 갑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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