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연하남과 연애중
28 : 결혼식 뒷이야기
w.스노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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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 오라니깐”
“간다?”
“응. 나 밥 먹을거니깐 말 걸지말고 얼른 갔다와”
식이 끝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제공된 뷔페에서 음식을 한가득 접시에 담아와 행복하게 자리에 앉았다. 옆에 정국이도 앉을 줄 알고 편안하게 포크를 들었는데 정작 정국이는 잠시 와보라는 선배 선수의 손짓에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서는 날 한 번 보고 그 선배를 한 번 보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선배 부름이 먼저라고 생각한 내가 정국이의 접시를 받아 내려놓고 허리를 툭툭 쳤다. 그리고 또 새우를 입에 넣어 볼록해진 볼을 하고 갈팡질팡하는 정국이에게 어서가라고 인상을 쓰니 검지로 내 볼을 꾹 누르고 웃더니 자리를 떴다.
“여기 빈 자리에요?”
“네? 네!”
자리를 떠서 동료선수들과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보다가 들리는 높은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한 여자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접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앉았다. 앉아있는 테이블에는 거의 다 신랑측 지인들이 앉아 계셔서 내 앞에 앉아있는 여자분은 누굴까 싶어 빤히 바라보다 물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올린 여자와 갑작스럽게 눈이 마주쳐 잽싸게 접시로 시선을 깔아버렸다.
“그거 옆에 핸드폰 전정국꺼 아니에요?”
바지 뒷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다니더니 앉기 위해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던 걸 잊고 자리를 뜬 정국이 덕분에 핸드폰은 주인을 잃은 채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여져있었다.
“어,맞아요. 까먹고 안 챙겼나보네.”
그렇게 물건 좀 잘 챙기라고 했더니. 주인 잃은 핸드폰을 잡아 가방 안에 넣자 여자는 내 손을 붙잡았다.
“아니, 그거 왜 가져가세요?“
게슴츠레 뜬 눈으로 날 바라보는 게 핸드폰 도둑으로 의심하는 듯 보였다. 아, 내 입으로 여자친구에요, 라고 말해야하나. 민망한데.
“아, 제가 그…”
“설마”
“여자친구라서.. 챙겼어요!”
설마 때부터 이미 예상한 것 같지만 내가 또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길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여자는 손뼉을 쳤다. 역시나 여자분도 다른 분들처럼 날 하도 뚫어져라 바라 보시길래 민망해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아, 오해해서 미안해요! 제가 지금 와서 잘 몰랐어요-”
“아,아니에요! 괜찮아요”
한껏 울상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여자에게 손사레를 치고는 다시 정국이의 핸드폰을 챙겨 가방 안에 넣었다. 하, 조용히 밥이나 먹자. 근데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여자의 시선때문에 방금 씹어넘긴 음식이 도로 나올 기세였다.
“저한테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네? 많다고요? 이정도면 부담스러우니 그만 쳐다봐주세요, 를 잘 돌려말한거라 생각했는데 여자는 정말 내게 할 말이 많은지 의자를 당겨 고쳐앉더니 눈을 반짝였다. 나도 모르는 새에 경계를 세웠는지 여자는 자신은 지금 잠깐 교수님이 사정이 있어서 주치의로 대신 와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누굴까했던 여자는 주치의였다. 그러니깐 내가 그렇게 찾던 베일에 싸여있던 지민이 오빠의 썸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여자를 바라봤다.
“요즘 정국이랑 지민씨랑 엄청 자주 찾아오는데 알고 있어요?”
그동안 궁금했던 분이라 관찰 아닌 관찰을 하다 자신을 자주 찾아온다는 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주치의한테 자주 가는거면 어디 다쳤다는 소리 아냐. 다친데는 없냐고 물을 때마다 항상 없다고 하고 겉으로 보면 진짜 멀쩡해보여서 최근에는 물었던 적이 없었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니, 그럼 숨기고 있었다는 거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화가 나다 걱정이 되어 울상을 짓다가도 금방 인상을 찌푸리자 여자가 테이블을 약하게 두들겨 내 시선을 끌었다.
“그렇게 심각한 거 아니에요!”
“그럼요?”
간단한 테이핑이라는 말에 마음을 놨다가 예상도 못한 손이 베였다는 말에 놀라자 또 여자는 두 손을 휘저으면 아주 옛날 일이라서 이제는 괜찮다며 날 안정시켰다.
“다른 데는요? 아니, 진짜 어디 다쳤다는 소리를 안 해요”
“걱정할거라고 말 안하다더니 진짜 안 하나보네”
“맨날 안 다쳤다고 하니깐 계속 물어볼 수도 없고”
“뭐, 정국이 정도면 다치는 것도 아니니깐 너무 걱정하지마요. 운동선수들은 인대파열 이정도 되야 걱정거리니깐요”
틀린 말 하나 없어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다치면 마음이 쓰이는 걸 어쩌나. 그 이후로 대화에 물꼬가 트여 여자분은 내가 알 수 없는 선수촌 생활에서의 정국이를 얘기를 해주기도 했는데 어느정도 듣고나니 항상 밤마다 전화통화로 정국이가 내게 보고한 하루의 일과랑 별 다를 게 없었다.
“근데… 운동선수랑은 어떻게 연애해요?”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왠지 지민이 오빠를 염두하고 물어본 질문같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뭐라 말해야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해요”
“에이, 거의 못 만나면서”
처음부터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아요 하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나 또한 조심히 대답을 했는데 지민이 오빠 썸녀께서는 그저 입맛을 다시고 흥미가 떨어진 듯 포크로 애꿎은 고기가 쿡쿡 찔렀다. 아, 망했다. 뭔가 더 판타지스러운, 자극적인 게 필요해.
“그럼요, 그리고 하계훈련 같이 오래 기다리는 건 그냥… 군대를 쪼개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돼요"
“아, 그런 마인드로-“
“지민이 오빠는 메달 따서 군면제잖아요.”
아, 망할. 촐싹거리는 입은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지민’이라는 이름을 뱉어버렸다. 흥미가 없어 보이던 여자는 갈수록 격양되는 내 목소리에 집중을 하며 빠져들더니 마지막에 ‘지민’이름을 듣자마자 정신이 들었는지 뭔가 들킨 사람처럼 눈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물 한 컵을 원샷해버렸다.
“뭐에요, 여기 여자들 모임이에요?”
내 말 덕분에 한바탕 태풍이 지나간 듯 고요해진 우리 테이블에 또 새로운 태풍이 나타났다. 아까 로비에서 인사를 했던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분께서 지민이 오빠 썸녀 옆에 앉더니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여자들만 모인 이 자리가 흥미롭다는 듯이 웃으셨다. 지민이 오빠 썸녀는 그 분이 구면인 듯 인사를 하더니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동생은 어딨냐고 묻자 여자분은 저기 아이를 안고 있는 수트를 입고 계신 한 남성분을 가르켰다. 아, 쌍둥이였구나.
“나 이런 모임 진짜 하고 싶었는데”
“저는 와이프도 아니고 여자친구도 아닌데요?”
“주치의 자격으로 참석하는 거지, 뭐”
“안녕하세요, 형수님”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려 급하게 고개를 올렸더니 짧은 목례를 하는 정국이가 서 있었다. 애타는 내 눈빛을 읽은 건지 웃더니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더니 의자에 앉았다. 드디어 아군이, 아니 뭐 그렇다고 다른 분들이 적군이라는 건 아니지만 혼자였다 내 편이 생겼으니 몸에 줬던 힘을 풀었다. 정국이는 내 접시를 한 번 보더니 새로 가져온 거냐고 물었다. 새로 가져오기는 지금 먹은 것도 소화 안되게 생겼는데.
“천천히 먹고있었어”
“아이스크림 맛있다는데, 갔다줘?”
“아니, 이거 먹고 후식으로 먹을래”
“이거 뭔 서러워서, 도담아 아빠 데리고 올까?”
아이는 어느새 잠이 깼는지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고있었다. 아이와 눈이 마주쳐 눈에 힘을 줘 깜빡이자 그게 재밌는지 꺄르르 웃더니 내게 두 팔을 내밀었다.
“도담아-“
“이게 그렇게 좋아?”
덕분에 지금은 도담이는 내 무릎 위에 앉아서 꺄르르 웃고 있는중이다. 질리지도 않는지 눈을 꾹 감았다 뜨면 좋다고 또 꺄르르 웃는다. 어떻게 이 조그만한 아이가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싶어 꼭 안아버렸다.
“정국아, 너도 해봐”
찝찝한 표정을 한 정국이가 고개를 갸웃더리니 도담이를 제 무릎에 앉히더니 그 큰눈을 꾹 감았다가 뜨는데 도담이는 그저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설마 했는데 웃지 않은 도담이가 웃겨 정국이의 팔을 치면 웃자 본인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다시 한 번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하지만 도담이에게는 소나무같은 구석이 있는지 또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진짜 나한테만 웃어주는 건가 싶어 도담이와 눈을 맞춰 똑같이 눈을 꾹 감았다 뜨자 언제 그랬다는 듯이 꺄르르 웃었다.
“ㅋㅋㅋ 너 싫나봐”
“와, 뭐야. 도담아, 삼촌 한 번 봤잖아”
“언제 봤어?”
“백일때였나? 그때 선수촌 한 번 왔었어”
백일? 어후, 잘도 기억하겠다. 이번에는 검지손가락을 내밀자 그걸 또 작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검지손가락을 감싸쥐었다. 너무 귀여워 고개를 푹 숙여 끙끙 앓았다. 아, 진짜 도담이는 천사인게 분명해.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손등에 입을 맞추자 도담이는 간지러웠는지 반달처럼 눈을 휘었다. 그렇게 도담이와 단 둘의 세계에 빠져있다 가방 속에서 진동이 울리길래 확인하기 위해 잠시 시선을 뗐는데 아까까지만해도 따듯했던 검지손가락이 허해져 고개를 돌리자 정국이는 도담이 손에 대신 막대과자를 쥐어줬다.
“뭐야?"
“도담이가 먹고싶대”
하지만 내 눈 앞에 있는 도담이는 손에 힘을 푼 채 막대과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도담이가 먹고싶어했다고?”
“아니, 누나 편하라고 잠시 뺴준거잖아. 전화 안 받아?”
시선을 피한 채 말을 중얼거리는 정국이를 흘겨보고 놀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리도 자리고 일단 가방 안에 아직도 울리고 있는 전화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잠시 참기로 했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결혼식장 오기 전에 고민을 함께해주던 친구여서 아주 순탄하게 잘 흘러가고 있다고 간단한 말이라도 해줘야할 거 같아서 자리에 일어나 로비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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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완전 성공적”
-지금은 뭐하는데?
“이제 거의 다 끝나가, 밥 먹고 있어”
-끝까지 긴장 놓지말고 잘하고 와라
“옙, 장군-”
친구에게 중간보고를 마친 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자리에 돌아가려는데 멀리서 정국이가 앉아있어할 곳에 정국이가 없길래 걸어가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웬걸, 도담이를 안고서 아이스크림 기계 앞에 서있었다. 누가 그랬지, 아이와 남자의 조합은 옳다고. 멀리서 흐뭇하게 바라만 보는데 한 손은 도담이를 안고 있느라 불편했는지 정국이는 섣불리 움직이지를 못했다. 도와줘야 할 것 같아 급하게 뛰어가다가 놀래켜 볼 심산에 조용히 다가갔는데 그새 도담이가 날 발견하고 꺄르르 웃는 탓에 허무하게 들켜버렸다.
“누나?”
“콘 줘봐, 아이스크림 내가 할게”
“와, 웃길래 설마했는데 진짜 누나네”
“초코, 나한테는 그렇게 안 웃어주더니”
“울지 않는거에 감사해”
초코아이스크림을 담은 콘을 정국이 손에 쥐어주며 도담이를 보며 또 눈을 꾹 감았다 뜨자 또 꺄르르 웃는데 정국이는 어이가 없는지 뚱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 크게 한 입 물었다. 다시 자리에 돌아가려다 다 같이 나눠먹을 과일이라도 들고 갈까 싶어 과일코너로 걸어갔다.
“팔 안 아파? 내가 도담이 안고 있을까?”
“별로, 나 수박”
“많이?”
들려오는 대답이 없어 뒤를 돌아보자 가만히 망부석처럼 서있길래 뭐하냐고 입을 열려하자 정국이는 도담이를 가르키더니 손바닥을 귀에 대고서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 도담이 잔다고. 어느새 도담이는 잠이 들었는지 정국이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 눈을 감은 채 움직임이 없었다. 그런 도담이를 깨울까봐 겁이 났는지 아이스크림도 채 다 먹지 못하고 가만히 들고 있었다. 정국이가 힘들까 대충 과일을 담고 자리로 돌아는데 다른 선수분들과 앉아계시던 도담이 아빠되시는 선수분이 정국이 품에 안겨있는 도담이를 발견하고서는 한걸음에 달려와 도담이를 받아가셨다.
“수고했어"
“땀나는 거 같아”
어깨를 두들겨주자 목이 뻐근했는지 목을 이리저리 돌리고서는 날 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아니, 나는 아들 낳으면 같이 운동도 하고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데"
“하면 되지”
“그랬다가는 아들한테 누나를 뺏기겠어”
“아니, 누가 아들 낳아준데?”
“그럼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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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없이 집 나간 28화를 데리고 온 스노우베리입니다!
또 독자님이 던져주신 소재가 들어갔어요! 찾아봐랏!
그리고 침침의 썸녀 = 주치의 맞습니다.^ㅁ^
‘도담’이라는 애기 이름은 제가 좋아하는 단어에요. •̀.̫•́)✧
뭔가 ‘도담’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나요?ㅠㅠ
심지어 뜻도 ‘야무지고 탑스럽다’ 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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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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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끝나려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번 해에 가장 잘한 일은 글잡에서 쇼트트랙 글을 쓴 게 아닌가 싶네여!
남은 4일도 따듯하게 잘 보내세요❤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๑❛ڡ❛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