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04
" 탄소야, 너 개강하지 않았어?"
" … …에."
"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 … … 지금 몇시야?"
눈 뜨자마자 보이는 지민이 얼굴에 한 번,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시간에 또 한 번.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심장에 타격을 입다니. 물론 두 개가 서로 약간 다른 타격이긴 하지만. 너무 방학에 익숙하게 살았더니 이제 개강했다는 사실을 자꾸 까먹곤 한다. 1교시 전 날 이렇게 술을 먹다니.
" 지금 출발해도 늦겠다. 1교시는 자체 휴강해야겠네."
" 좀 더 일찍 깨울걸 그랬나? 너 너무 곤히 자길래 구경 좀 하다가."
" 그걸 왜 구경해에. 일단 씻고올게."
" 씻기 전에 뽀뽀."
" 이 안닦아서 안돼."
" 그럼 볼에라두."
애교스럽게 볼을 톡톡 치는 지민이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후우, 이제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저럴 때마다 진짜 마동석 아저씨가 심장에 스파이크를 내려꽂는 기분이다. 박지민, 심장에 해로워…. 그렇게 샤워를 하면서 어제 일을 곰곰히 곱씹어보는데,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신경전은 박지민이랑 김태형이 하고있었는데 왜 취한건 나지. 나도 진짜 개노답이다. 흑역사를 하나 더 생성했다는 생각에 한숨 밖에 안나온다.
" 집에 계란 있길래 너 씻을동안 하울 밥 만들었다!"
" 우와, 토스트도 있네!"
하울 밥이 뭔가 했더니, 하울과 움직이는 성에서 나온 그 계란후라이와 베이컨이다. 원래 집에 딱 스팸, 계란, 참치. 이것밖에 안사놓는데 몇일전에 뭔 베이컨으로 만드는 음식이 맛있어 보이길래 사놓은게 꽤나 도움이 됐다. 집에서 베이컨 구워먹는 여자. 왠지 집에서 이런거 저런거 해먹는 가정적인 여자같잖아? 왠지 뿌듯해져서 씩 웃으며 식탁에 앉자, 지민이가 입을 열었다.
" 근데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 좀 버려야겠더라. 다 유통기한 지났더라구. "
가정적인 여자는 개뿔 … ….
* * *
" 데려다줘서 고마워. 추운데 빨리 들어가! 카톡할게."
" 응, 수업 열심히 듣고! 갈게."
아침을 먹고는 지민이와 투닥투닥 장난도 치고 조금 남은 시간동안 안고 잠들기도 했다. 그 탓에 하마터면 이 수업도 지각할뻔 했다. 김태형 전화 때문에 깨서 다행이지. 수업 같이 듣는 사람이 태형이밖에 없어서 얘 아니였으면 또 1시 쯤 일어나서 바닥치고 울뻔했다. 그렇게 겨우 학교에 도착해서 데려다준 지민이에게 인사하는데 …진짜 누구 남친이길래 저렇게 잘생겼다냐. 또 새삼스레 감탄하고는 뒤돌아 수업이 있는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오, 세이프했네. 지각할줄 알았는데."
" 정문에서 시간 보고 지금 개뛰어왔다. 힘들어죽겠어."
" 하여튼간. 예전부터 지각하는 데엔 뭐 있어, 그치?"
힘드니까 말걸지말아봐.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듯했던 시간 때문에 저 멀리있는 정문부터 뛰어오느라 죽을 것 같다. 태형이는 그런 내게 핀잔을 주는듯 싶더니 곧 내게 물통을 건네준다. 늘 이렇다니까. 맨날 뭐라뭐라 잔소리는 오질라게 하면서 챙겨줄건 다 챙겨주고. 그래서 예전에 '츤데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아, 김태형의 다른 말이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 강의 시작할게요."
흐아, 이제 시작이구나. 노트를 펴고는 간만에 공부 좀 하려고 필기 하는데 옆에서 김태형이 노트 한 장을 북 찢어 뭐라뭐라 쓰더니 내게 넘긴다. 아니, 이게 신성한 강의 중에 뭐하는 짓이라니. 뜬금없는 쪽지에 인상을 찌푸리고 김태형을 바라보니 김태형은 마치 답장해줘ㅡ 라는 듯한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선 날 바라본다. 별거 아니기만 해봐라.
' 어제 잘 들어갔어?'
… … 역시 별거 아니였구나.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다시 필기를 하려는데 김태형이 다시 종이에 뭐라고 쓰고는 또 내게 건넨다.
'씹~지~마~.'
'잘들어갔음. 쪽지ㄴㄴ 공부ㄱㄱ'
진짜 답장 안하고 공부하려했는데, 또 무시하면 계속 이럴것같아서 필기하던 펜을 들고는 공부하라고 한 자 한 자 똑바로 적어서 보내자 김태형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끄적끄적 필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제는 좀 열심히 강의를 듣나 싶더니, 5분도 채 안지나 내 자리로 쪽지 하나가 더 넘어온다.
' 어제 니 남친이 나에 대해 뭐라고 안해?'
' ㅇㅇ 너 계속 만나도 된대.'
" 뭐?!"
아씨, 깜짝이야. 갑자기 뭐? 라며 큰소리로 말하는 김태형 때문에 강의실의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했다. 아, 이게 뭔 …. 옆에서 죄송합니다, 라고 연신 사과하던 김태형을 모른체하며 필기하는 척을 하고있는데, 이 자식은 눈치도 없이 다시 말을 걸어온다.
" 도대체 왜? 왜 만나도된대?"
" 나야 모르지. 만나지말라고 하는것보단 낫잖아. 다행이지, 뭐."
왜 저래. 내 말에 대답도 하지않고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김태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 필기에 집중했다. 하여튼간 특이해, 김태형.
* * *
" 아니 대체 왜? 야, 이만하면 잘생기지 않았냐?"
" …이 새끼 원하는 답이 뭐야, 대체."
호석은 머리를 감싸쥐고는 속으로 '스트레스!'라고 내내 외쳤다. 태형과 탄소와는 7년 조금 넘는 기간동안 친구인 그였다. 그렇기에 그 둘의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 또한 호석이었다. 어제는 뭐 손도 잡고 나가고하길래 태형이 말했던 맞바람인가, 뭔가가 잘 해결됐구나 라는 생각에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었다. 탄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남자친구도 별로인 것 같았는데 그 점도 잘됐고, 이제 김태형이 와서 징징대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에 홀가분했었던 그였는데….
"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질투하는게 당연한 비주얼 아니냐? 왜 나랑 만나도 된다고 했냐고. 자신이 그렇게 넘쳐?"
갑자기 알바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찾아오더니 또 징징이 모드다. '그래, 너 잘생겼어.'라고 대답해주면 '근데 왜?' 라는 말만 반복하고, '너 안잘생겼어.' 라고 대답하면 ' 나 정도면 잘생긴거지!' 라고 받아치고는 다시 '그런데 도대체 왜?' 다. 무한루프처럼 빙빙 도는 태형의 질문에 호석은 당장이라도 탄소에게 달려가 '제발 태형이랑 사귀어줘.' 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빌고싶은 기분이었다.
" 그래서 니가 원하는게 뭔데? 그 남자친구 분이 너 만나지말라하면 그게 더 안좋은 상황 아니냐?"
" …음, 그게. 이렇게 말하면 내가 못된 놈 같은데."
" 벌써부터 못된 놈 같아. 뭔데?"
" 이제 걔가 김탄소한테 나랑 만나지말라하면 김탄소가 알겠다고 하진 않을거잖아."
" … …뭐, 그렇겠지? 일이년 친구도 아니니까."
" 그럼 이제 둘이 그걸로 다투지않을까 … 하는."
" 오 … 진짜 쓰레기같은 생각이네."
내 말 좀 들어봐. 라며 손사레를 치는 태형을 호석은 진짜 싫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호석 또한 지민이 별로 마음에 들지않았고, 오랫동안 짝사랑을 해온 태형이 탄소와 잘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탄소도 본인의 친구이기 때문에, 탄소가 좋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억지로 훼방을 놓으려는 태형의 이야기가 마음에 안들었을 터였다. 그리고 그런 호석을 잘 아는 태형이기에 태형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진짜 어제까지만 해도 걔네 둘 사이를 건든다기보단 이 기회에 내가 좋아한다는 것만 알려두려고 했거든."
" … …."
" 원래도 올해 고백하려했는데 남자친구 생겨서 또 접었었잖아."
" 그랬었지."
" 근데 생길거면 좋은 놈을 만나던가, 맨날 마음고생이나 시키는 놈을 만나가지고는."
" … …."
" 누구는 11년째 소중해서 말도 못꺼내고있는데, 나한텐 그런앤데."
" … …."
" 그래서 어제 그 새끼가 다른 여자랑 있는거 보고 생각했지."
" 뭐라고?"
" 무슨 수를 써서든 내가 데리고온다."
그러니까 나 좀 응원해줘, 응? 울상을 하고는 이야기하는 태형을 바라보며 호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한결같이 오랫동안 좋아하는게 가능한걸까? 예전부터 태형은 늘 이랬다. 탄소의 일이라면 뭐든 먼저 뛰어갔고, 본인에 대한 일은 그냥저냥 넘어가면서 탄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뭐, 이런 태형 때문에 조용히 넘어갈 일이 커진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말이다. 왠지 새록새록 떠오르는 옛날 기억에 새삼 태형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호석이었다. 그렇게 호석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던 태형은 곧 창가를 바라보고는 어!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왜? "
" 그 여자다."
" 뭔 여자? "
" 어제 김탄소 남친이랑 같이 있던 그 여자."
" 아, 저여자야? 예쁘게 생겼네."
" … 가서 물어볼까? "
" 뭘, 전화번호를? "
" 미쳤냐? 김탄소 남친에 대해서 물어보게."
" 뭐야, 그 날 저 여자 제대로 까였다며. 그런데 물어보면 너무 실례 아니냐?"
" 몰라, 근데 그 새끼 평소에 김탄소 놔두고 어디서 뭐하고 돌아다니는건지 물어봐야겠어."
아, 또 시작이네. 그 여자분한테 물어봤자 그 분이 뭘 그렇게 잘 알겠냐고. 호석은 본인의 말은 듣지도 않고 나가버리는 태형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고는 따라나섰다. 호석은 생각했다. 나라도 가서 말려야지. 또 김태형 때문에 일이 커지는게 아닐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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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젤봉임니다(^ ^)(_ _)
저번에도 재밌다고 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많은 독자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흐아, 정성스럽게 달아주신 댓글들을 볼 때마다 피드백도 많이 되고 응원받는것 같아서 기분이 넘 죠아요:D
그나저나 꽃샘추위 때문에 요새 날씨 엄청 쌀쌀하던데, 독자님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ㅠㅠ)!
그럼 다음화에서 뵈어요! 다들 알랍알랍이에용 ~~ ♡
제 사랑 암호닉분들 :-D
ㄷ
대추차
ㅂ
바다코끼리, 복치, 복쯍아망개
ㅅ
숙자,섞진
ㅇ
열렬, 요정, 울샴푸
ㅈ
정꾸, 자몽망고, 정국오빠 애인
ㅊ
침침이, 찬아찬거먹지마
ㅋ
쿠크바사삭, 캔디
ㅌ
태랑둥이, 태태베리
ㅎ
하설, 황막꾹
ㄸ
땅위, 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