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31 음악, 파불 뜨는 사진 다 재업했습니다! 원래 있던 사진과 다른 짤들도 있을 거예요. ^vT
크게 싸우는 거 보고 싶다는 소재를 받아서요! ㅎvㅎ 비도 오고 그래서... 써봤습니다...
5년째 연애 중
"야, 나 진짜 속상하다니까..."
"알아, 알아."
"이런 새끼랑 사귀는 나도 불쌍해... 아, 짜증 나."
철퍼덕, 테이블로 엎어지며 엉엉 울기 시작하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운 소리를 냈다. 많이 아플 텐데.
집에서 쉬는 도중 제발 자신의 얘기 좀 들어달라며 나를 술자리로 부른 친구는, 내가 갈 동안 계속해서 마시고 있던 건지 이미 만취한 상태였다.
남자친구와 싸워 나에게 욕을 하는데, 어쩌다 흘긋 본 친구의 핸드폰에는 이미 10통이 넘어가는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친구의 핸드폰을 가져가 하트로 범벅이 되어있는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죄송하다며 장소를 물어보았고, 나는 위치를 알려주며 친구의 남자친구가 올 때까지 친구를 달래고 있었다.
곧이어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이 도착하고, 제게 짧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긴 뒤 친구를 데리고 계산까지 끝낸 뒤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도 들어가야 하는데. 주머니를 뒤적거려 잠잠한 핸드폰을 꺼냈다. 익숙한 번호를 치고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순간 아차 싶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김재환과 나는, 싸운 상태인데. 큰일 날 뻔했다.
5년째 연애 중
"... 엄마 언제 오는데?"
-좀 늦을 거 같은데. 오늘 독서실 안 갔어?
"응, 피곤해서."
-그럼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엄마 금방 갈게, 우진이는?
"우진이 캠프 갔잖아."
-아, 그렇네. 네 아빠랑 같이 퇴근할 테니까 집에서 쉬고 있어. 알았지?
"응. 빨리 와."
전화를 끊은 뒤 작게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았다. 진짜 더럽게도 많이 온다... 저러다 천둥이라도 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고개를 젓고는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이렇게 하면 좀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잠깐 물을 마시려 부엌으로 가던 도중, 큰 천둥이 쳤다.
"아!"
나도 모르게 작게 소리를 질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비는 더 억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급해진 마음에 손까지 벌벌 떨어가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일 때문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눈물만 뚝뚝 흘리며 일어나지도 못한 채 가만히 있는데, 제 핸드폰에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아, 어. 미안. 어디야?
"집인데... 왜?"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수신인이 김재환인 것에 놀라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편안하게 통화를 하는 김재환 덕분에, 조금은 긴장이 풀려 울음도 그친 채 계속해서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하필 그 타이밍에, 또 한 번 천둥이 내리쳤다. 김재환에게 하던 말도 멈춘 채로 가만히 굳어있었다. 그 상태로 몇 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엄마인가 싶어 나가보려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두려워 굳은 채로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때였다.
-... 나야, 문 좀 열어줘.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은 휴대폰에서 나온 김재환의 목소리에, 나는 들고 있던 핸드폰도 놓친 채 정신없이 현관으로 달려갔다. 심호흡을 한 뒤 현관문을 열자, 머리카락이 조금 젖은 채로 현관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를 꽉 안아주는 김재환이다.
김재환의 품에 안기자마자 안심이 되었는지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고, 김재환은 괜찮다며 가만히 내 등을 토닥일 뿐이었다.
5년째 연애 중
보통 연인들처럼,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된 싸움이었다.
"너 진짜 왜 그래."
"뭐가."
"왜 말을 그렇게 해. 너 그러는 거,"
"아, 하지 마. 듣기 싫어."
"..."
"..."
"... 됐다. 나도 지쳐. 그만해, 그냥."
"뭘 그만해. 헤어지자고?"
김재환은 내 말에 멍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홧김에 나온 말인데, 김재환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좋으면 그렇게 해,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자신의 외투를 챙겨 나가는 김재환을 부르지도 못한 채,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냉전은 계속되었고, 사이가 나아지긴 커녕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 2-3일에 한 번씩은 얼굴 한 번 보자며 연락을 하던 다니엘은, 대충 눈치를 챈 것인지 만나자는 연락은 따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던 와중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고, 얘기를 들어주고. ... 어쨌든, 지금 나는.
어쩌다 보니 김재환의 자취방 앞에 도착해버렸다.
"... 이게 무슨."
무의식이 무서운 거라더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상황에 작게 웃음이 터졌고, 아까부터 조금씩 내리던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우산도 없이 집에 가기엔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김재환의 자취방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사람은커녕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도 보지 못 한 거 같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것이 몇 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한 사람이 우산을 쓴 채로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조금 무서워진 탓에 장소를 옮길까 싶어 일어서던 도중, 가까이 올수록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해 나도 모르게 몸을 굳힌 상태였다.
5년째 연애 중
"야, 나 진짜 속상하다니까..."
"알아, 알아."
"이런 새끼랑 사귀는 나도 불쌍해... 아, 짜증 나."
철퍼덕, 테이블로 엎어지며 엉엉 울기 시작하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운 소리를 냈다. 많이 아플 텐데.
집에서 쉬는 도중 제발 자신의 얘기 좀 들어달라며 나를 술자리로 부른 친구는, 내가 갈 동안 계속해서 마시고 있던 건지 이미 만취한 상태였다.
남자친구와 싸워 나에게 욕을 하는데, 어쩌다 흘긋 본 친구의 핸드폰에는 이미 10통이 넘어가는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친구의 핸드폰을 가져가 하트로 범벅이 되어있는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죄송하다며 장소를 물어보았고, 나는 위치를 알려주며 친구의 남자친구가 올 때까지 친구를 달래고 있었다.
곧이어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이 도착하고, 제게 짧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긴 뒤 친구를 데리고 계산까지 끝낸 뒤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도 들어가야 하는데. 주머니를 뒤적거려 잠잠한 핸드폰을 꺼냈다. 익숙한 번호를 치고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순간 아차 싶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김재환과 나는, 싸운 상태인데. 큰일 날 뻔했다.
5년째 연애 중
"... 엄마 언제 오는데?"
-좀 늦을 거 같은데. 오늘 독서실 안 갔어?
"응, 피곤해서."
-그럼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엄마 금방 갈게, 우진이는?
"우진이 캠프 갔잖아."
-아, 그렇네. 네 아빠랑 같이 퇴근할 테니까 집에서 쉬고 있어. 알았지?
"응. 빨리 와."
전화를 끊은 뒤 작게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았다. 진짜 더럽게도 많이 온다... 저러다 천둥이라도 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고개를 젓고는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이렇게 하면 좀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잠깐 물을 마시려 부엌으로 가던 도중, 큰 천둥이 쳤다.
"아!"
나도 모르게 작게 소리를 질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비는 더 억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급해진 마음에 손까지 벌벌 떨어가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일 때문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눈물만 뚝뚝 흘리며 일어나지도 못한 채 가만히 있는데, 제 핸드폰에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아, 어. 미안. 어디야?
"집인데... 왜?"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수신인이 김재환인 것에 놀라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편안하게 통화를 하는 김재환 덕분에, 조금은 긴장이 풀려 울음도 그친 채 계속해서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하필 그 타이밍에, 또 한 번 천둥이 내리쳤다. 김재환에게 하던 말도 멈춘 채로 가만히 굳어있었다. 그 상태로 몇 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엄마인가 싶어 나가보려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두려워 굳은 채로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때였다.
-... 나야, 문 좀 열어줘.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은 휴대폰에서 나온 김재환의 목소리에, 나는 들고 있던 핸드폰도 놓친 채 정신없이 현관으로 달려갔다. 심호흡을 한 뒤 현관문을 열자, 머리카락이 조금 젖은 채로 현관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를 꽉 안아주는 김재환이다.
김재환의 품에 안기자마자 안심이 되었는지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고, 김재환은 괜찮다며 가만히 내 등을 토닥일 뿐이었다.
5년째 연애 중
보통 연인들처럼,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된 싸움이었다.
"너 진짜 왜 그래."
"뭐가."
"왜 말을 그렇게 해. 너 그러는 거,"
"아, 하지 마. 듣기 싫어."
"..."
"..."
"... 됐다. 나도 지쳐. 그만해, 그냥."
"뭘 그만해. 헤어지자고?"
김재환은 내 말에 멍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홧김에 나온 말인데, 김재환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좋으면 그렇게 해,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자신의 외투를 챙겨 나가는 김재환을 부르지도 못한 채,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냉전은 계속되었고, 사이가 나아지긴 커녕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 2-3일에 한 번씩은 얼굴 한 번 보자며 연락을 하던 다니엘은, 대충 눈치를 챈 것인지 만나자는 연락은 따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던 와중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고, 얘기를 들어주고. ... 어쨌든, 지금 나는.
어쩌다 보니 김재환의 자취방 앞에 도착해버렸다.
"... 이게 무슨."
무의식이 무서운 거라더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상황에 작게 웃음이 터졌고, 아까부터 조금씩 내리던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우산도 없이 집에 가기엔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김재환의 자취방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사람은커녕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도 보지 못 한 거 같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것이 몇 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한 사람이 우산을 쓴 채로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조금 무서워진 탓에 장소를 옮길까 싶어 일어서던 도중, 가까이 올수록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해 나도 모르게 몸을 굳힌 상태였다.
5년째 연애 중
"야, 나 진짜 속상하다니까..."
"알아, 알아."
"이런 새끼랑 사귀는 나도 불쌍해... 아, 짜증 나."
철퍼덕, 테이블로 엎어지며 엉엉 울기 시작하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운 소리를 냈다. 많이 아플 텐데.
집에서 쉬는 도중 제발 자신의 얘기 좀 들어달라며 나를 술자리로 부른 친구는, 내가 갈 동안 계속해서 마시고 있던 건지 이미 만취한 상태였다.
남자친구와 싸워 나에게 욕을 하는데, 어쩌다 흘긋 본 친구의 핸드폰에는 이미 10통이 넘어가는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친구의 핸드폰을 가져가 하트로 범벅이 되어있는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죄송하다며 장소를 물어보았고, 나는 위치를 알려주며 친구의 남자친구가 올 때까지 친구를 달래고 있었다.
곧이어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이 도착하고, 제게 짧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긴 뒤 친구를 데리고 계산까지 끝낸 뒤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도 들어가야 하는데. 주머니를 뒤적거려 잠잠한 핸드폰을 꺼냈다. 익숙한 번호를 치고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순간 아차 싶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김재환과 나는, 싸운 상태인데. 큰일 날 뻔했다.
5년째 연애 중
"... 엄마 언제 오는데?"
-좀 늦을 거 같은데. 오늘 독서실 안 갔어?
"응, 피곤해서."
-그럼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엄마 금방 갈게, 우진이는?
"우진이 캠프 갔잖아."
-아, 그렇네. 네 아빠랑 같이 퇴근할 테니까 집에서 쉬고 있어. 알았지?
"응. 빨리 와."
전화를 끊은 뒤 작게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았다. 진짜 더럽게도 많이 온다... 저러다 천둥이라도 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고개를 젓고는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이렇게 하면 좀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잠깐 물을 마시려 부엌으로 가던 도중, 큰 천둥이 쳤다.
"아!"
나도 모르게 작게 소리를 질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비는 더 억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급해진 마음에 손까지 벌벌 떨어가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일 때문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눈물만 뚝뚝 흘리며 일어나지도 못한 채 가만히 있는데, 제 핸드폰에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아, 어. 미안. 어디야?
"집인데... 왜?"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수신인이 김재환인 것에 놀라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편안하게 통화를 하는 김재환 덕분에, 조금은 긴장이 풀려 울음도 그친 채 계속해서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하필 그 타이밍에, 또 한 번 천둥이 내리쳤다. 김재환에게 하던 말도 멈춘 채로 가만히 굳어있었다. 그 상태로 몇 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엄마인가 싶어 나가보려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두려워 굳은 채로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때였다.
-... 나야, 문 좀 열어줘.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은 휴대폰에서 나온 김재환의 목소리에, 나는 들고 있던 핸드폰도 놓친 채 정신없이 현관으로 달려갔다. 심호흡을 한 뒤 현관문을 열자, 머리카락이 조금 젖은 채로 현관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를 꽉 안아주는 김재환이다.
김재환의 품에 안기자마자 안심이 되었는지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고, 김재환은 괜찮다며 가만히 내 등을 토닥일 뿐이었다.
5년째 연애 중
보통 연인들처럼,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된 싸움이었다.
"너 진짜 왜 그래."
"뭐가."
"왜 말을 그렇게 해. 너 그러는 거,"
"아, 하지 마. 듣기 싫어."
"..."
"..."
"... 됐다. 나도 지쳐. 그만해, 그냥."
"뭘 그만해. 헤어지자고?"
김재환은 내 말에 멍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홧김에 나온 말인데, 김재환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좋으면 그렇게 해,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자신의 외투를 챙겨 나가는 김재환을 부르지도 못한 채,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냉전은 계속되었고, 사이가 나아지긴 커녕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 2-3일에 한 번씩은 얼굴 한 번 보자며 연락을 하던 다니엘은, 대충 눈치를 챈 것인지 만나자는 연락은 따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던 와중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고, 얘기를 들어주고. ... 어쨌든, 지금 나는.
어쩌다 보니 김재환의 자취방 앞에 도착해버렸다.
"... 이게 무슨."
무의식이 무서운 거라더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상황에 작게 웃음이 터졌고, 아까부터 조금씩 내리던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우산도 없이 집에 가기엔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김재환의 자취방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사람은커녕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도 보지 못 한 거 같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것이 몇 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한 사람이 우산을 쓴 채로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조금 무서워진 탓에 장소를 옮길까 싶어 일어서던 도중, 가까이 올수록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해 나도 모르게 몸을 굳힌 상태였다.
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우산을 쓰고 오면서도 머리가 젖은 것인지, 뒷머리를 털며 가까이 오는 김재환은 그제야 나를 발견한 것인지 순간 발걸음을 멈춘다.
그러다가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가는 김재환이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김재환과 친구로 남을 수는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지난 날들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친구는 무슨,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거 같은데.
괜히 자존심을 세워서, 이렇게까지 최악인 상황을 예상한 건 아니었는데.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실감이 나기 시작하니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눈물만 뚝뚝 흘리던 중, 등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곧이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내 어깨에 걸쳐진 외투에 놀란 눈으로 김재환을 쳐다보자, 김재환은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작게 한숨을 쉬고는 내 손을 잡는다.
"... 춥잖아."
"..."
"일단 들어가자."
5년째 연애 중
김재환과 손을 잡은 채로 거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나는 언젠가 꺼내야 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혼자 집에 있을 때가 있었거든. 부모님은 우진이랑 잠깐 어디 나가고."
"응."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엄청 내리던 날이었어. 거실에서 티비 본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갑자기 정전이 된 거야."
"... 응."
몇 번 있던 일이니까, 나는 익숙하게 두꺼비집을 찾으려고 일어났다. 하필 그 순간에 천둥이 크게 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친 천둥 탓에 두려움이 온몸을 감쌌다.
다행이게도, 그 순간에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현관문으로 뛰어갔지만, 쎄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가족 중에서 초인종을 누를 사람이 없는데.
"계속해서 틀린 비밀번호를 치는데... 너무 무서운 거야. 자기 마음대로 안 풀리는지 현관문 두드리기도 하고."
"..."
"... 나중에, 알고 보니까 옆집 아저씨가 술이 많이 취하셔서 집이 헷갈린 거 같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셔서 잘 풀렸는데. 나는 아직 그때만 생각하면..."
남들이 들으면 별거 아닌 일 같지만, 나는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비가 오는 날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천둥 치는 날이면 더더욱.
그 당시에 일이 계속 떠올라 말을 잇지 못한 채로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김재환은 그런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주었고, 가볍게 등을 토닥여주었다.
"울지 마."
"..."
"나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마. 괜찮아."
내가 진정이 될 때까지, 김재환은 아무 말없이 나를 꼭 안은 채로 놓지 않았다.
5년째 연애 중
"..."
"... 뭐, 마실 거라도 줄까."
"..."
"녹차?"
집에 들어오긴 했지만, 막상 들어오니 어색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말없이 몇 분이 지났을까, 김재환은 내게 마실 것을 준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다.
"재환아."
"어, 어."
내 부름에 김재환은 당황을 한 듯하다. 김재환은 내 쪽을 돌아보았지만, 나는 김재환의 눈을 피해 고개를 푹 숙였다.
"... 미안해."
"..."
김재환의 시선이 느껴졌다.
"... 일주일 동안 생각해봤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못해준 거 같아서. 연애하면서 잘해준 거 하나 없어서 미안해."
"..."
"그냥, 다 미안해. 싸울 때마다 자존심 세운다고 상처만 주고. 이번 일은 내가 진짜 심했다는 거 다 알아."
"..."
"... 그래도. 나,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
"..."
"잘 할게. 내가,"
얘기를 꺼내면서도, 울컥한 나머지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진짜 꼴사납겠다.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괜히 눈가에 맺힌 눈물만 벅벅 닦을 때도, 김재환은 말 한마디 없다.
아무 대답 없는 김재환에 체념을 했다. 아, 진짜 끝인가 보다. 나한테 이미 마음 떠난 애 붙잡고, 뭐 하는 짓이지. 그런 생각이 들어 더는 할 말이 없었다.
"... 미안."
"..."
"괜히 와서 민폐만 끼치고, 미안해."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말이 없는 김재환을 지나쳐 현관을 향할 때였다.
어느새 현관 앞까지 온 김재환은 나를 붙잡았고, 그 순간 울음이 터진 나는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쓸어넘겨주는 김재환을 꼭 끌어안았다.
"재환아."
"응."
"미안해."
"오늘 그 말만 백 번은 들은 거 같다."
"... 백 번까지는 아닌데."
내 말에 김재환은 장난스레 웃으며 나를 끌어안는다. 김재환의 품으로 더 파고들자, 그런 나를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더 꽉 끌어안는 김재환이다.
"나도 미안."
"...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너 두고 갔잖아."
"내가 말 심하게 한 건 사실이니까."
"고개 들어 봐."
"응?"
뜬금없이 고개를 들어보라는 김재환의 말에 고개를 들자 김재환은 고개를 숙여 짧게 입을 맞대고 떨어진다. 그런 김재환을 가만히 올려다보자 김재환은 장난스레 웃으며 내 볼을 쿡 찌른다.
"또 반했네."
"나와. 나 나갈래."
"싫어."
그렇게 장난을 치던 것도 잠시, 김재환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응."
"나 좋아하지."
"... 응."
"대답 늦었어."
"좋아해."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널 많이 좋아해."
"..."
"욕 해도 좋고, 다른 말 다 괜찮으니까. 이제 서로 끝내자는 말만 하지 말자."
조곤조곤 얘기하는 김재환에, 주책맞게 또 눈물이 나왔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김재환은 울보가 다 됐다며 나를 놀리면서도,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푹 자자."
"... 응."
김재환은, 잠들기 전까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암호닉 ❤ㅎvㅎ❤
샘봄
우지니최고야
으건츄
지재
균킹
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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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덩율곰
선물
우즈
포뇽이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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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뽀뇨
피치
다민
오니오니
환바라기
애플파이
0303
0128
감자도리
풍차소년
강낭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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튭튭
배나뮤
우뇨뇨
❤누텔라❤
윤맞봄
푸린
째니
rice road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8월이네요 ^vT... 8월에도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vㅎ
녀러분 화요일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