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 정말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의 예쁜 댓글이 제게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ㅠㅠ엉엉
오늘은 슬픈 조각 하나 뿐이지만......
껄껄......비도 오고 재현이도 정글에 있는데 우리 같이 웁시다..
1. 혼삿날 결정된 이동혁 X 몸종 김시민
시민이는 동혁이의 몸종. 아주, 아주 어릴 적 부터 동혁이의 몸종이었음. 그도 그럴 것이, 시민이네 엄마가 동혁이네 어머니가 시집 올때 같이 왔고, 동혁이네 아버지네 집에서 일하던 시민이네 아버지랑 눈이 맞아서 결혼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시민이도 당연히 천한 신분.
동혁이는 막 천재에 수재 막 이런 소리를 듣는 아이는 아니지만, 성격 좋지, 다정하지, 잘생겼지 뭐 이런 이유로 주변 낭자들의 구애가 엄청 남. 물론 그런 구애를 다 거절하는건 시민이 역할. 죄송해요 아가씨, 오늘 도련님이 사냥을 가셔서. 죄송해요, 이건 잘 전해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는 시민이는 가슴이 너무 아프지. 오늘도 또야? 시민이가 특산물이나 연서 같은걸 잔뜩 들고 들어오면 동혁이는 꼭 시민이를 제 옆에 앉히곤 편지는 다 버리고 안에 들어있는 귀한 음식들을 꼭 시민이에게 건내줘. 여기서 먹어. 나가서 먹다가 들키면 우리 다 곤란해지잖아.
시민이는 계속 부정해. 아니, 이건 내가 동혁 도련님이랑 오래 지내서 그런거야. 이건 그냥 정이 든거야, 하지만 매일 밤 잠든 동혁이의 방 앞에 앉아서 몰래 잠든 동혁이의 얼굴을 훔쳐보거나, 동혁이가 건넨 조그만 선물에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부정하긴 힘들지. 그렇다고 동혁이가 시민이에게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매일 보면 마음이 생기는게, 자기가 준 조그만 선물을 보면서 좋아하는게 귀엽기도 하고, 도련님, 도련님, 하면서 따르는게 고맙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 동혁이는 멀리 나갈때면 시민이를 자기 가마에 태워. 두사람이 타기엔 턱없이 비좁고, 천인이 양반이랑 같은 가마를 탄다는 걸 주변사람들이 알게 되는 날엔 손가락질 할게 뻔하지만, 자기 혼자 편하기는 왠지 마음 한 쪽이 불편한 동혁이야. 여튼 그렇게 둘이 낑겨탄 채로 가마가 출발하는데, 시민이는 계속 안절부절하지. 도련님, 제가 여기 탄걸 마님께서 알게 되시면..! 시민이가 계속 그렇게 말하는데 들은 채도 안하는 동혁이. 아직 갈길이 머니 어서 눈 좀 붙이거라. 그렇게 말하고 동혁이는 괜히 눈을 감지. 근데 눈을 감고 팔짱을 낀 동혁이의 옆선이 너무 예쁜거야. 노을 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저녁이라 그런가, 아니면 내가 도련님이랑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서 그런가. 시민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동혁이만 계속 보고 있었지. 동혁이는 또 그걸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아직 한참 남았다니까, 어서 자래두. 이러면서 눈을 떠. 그럼 시민이는 볼이 빨개져서 급히 자는 척을 하지. 그런 시민이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동혁이야.
동혁이 가마를 든 사람만 해도 4명인데 시민이랑 같이 탔다는 사실이 동혁이의 아버지 귀에 안 들어갈리가 없지. 왜 아침부터 대감마님이 도련님을 부르나했더니, 대감마님의 방 안에서 큰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의 이유가 자기때문인걸 알아버린 시민. 동혁이도 화가 난 듯이 안에서 큰 소리가 막 나는데 차마 더 엿들을 용기가 없는거야. 그래서 동혁이 방 뒤쪽에 있는 자기 방 안으로 막 뛰어들어가. 제발, 도련님 얼굴을 더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대감마님이 날 다른 집으로 보내지 않게 해주세요, 하면서.
아버지한테 불려간 동혁이는 아버지에게 뺨을 맞았어. 왜 자꾸 혼사를 미루나 했더니, 왜 자꾸 학문에 매진하지 않나 했더니 겨우 저런 몸종 하나 때문이었냐고. 아버지는 동혁이가 그런게 아니라고 부인하길 바랐는데, 동혁이는 그러지 않았어. 예, 제가 연모하는 여인입니다. 뺨을 맞고도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하는 동혁이를 보고 아버지는 더 화가 나버리지. 집안에서 동혁이한테 거는 기대가 컸으니까. 그래서 아버지는 동혁이한테 이렇게 말해버려. 혼삿날을 잡아야겠다고. 저 몸종도 혼수로 보내줄테니 어디 한번 잘 해보라고.
멍해진 동혁이가 밖으로 나왔는데, 보통때라면 도련님, 괜찮으세요? 하고 물어와야할 시민이가 없으니까 당황스러운 동혁이. 벌써 어머니나 아버지가 어떻게 해코지를 해버린건가, 싶어서 이성을 잃은거지. 그래서 시민아! 하면서 시민이 방 문을 열어젖힘. 시민이 방이 있는 곳은 몸종들이 묵는 곳이어서 동혁이가 잘 오지도 않는 줄 알았는데, 자기 방 문을 확 여니까 놀란 시민. 우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말야. 사실 동혁이는 시민이가 도련님 주무세요, 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갈때 몰래 훔쳐보곤 했거든.
시민이 방을 확 열어젖혔는데, 시민이가 그 안에서 울고 있으니까, 뭔가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또 화도 나는 동혁이. 그래서 버럭 화를 내버려. 너는 왜 말도 없이 사라지냐고, 왜 날 두고 사라져버리냐고. 시민이 18년 살면서 동혁이가 화내는걸 처음봤지, 그래서 죄송하다고 막 그러는데 아차, 싶은 동혁. 내가 얘한테 무슨 짓을. 그래서 미안하다고 막 울먹거리면서 시민이를 안아줌. 사실 둘이 껴안은것도 처음이라, 서로 심장소리가 터질 듯이 들리는데 이게 누구의 심장소리인지 서로 가늠도 못 한채로 그렇게 껴안고만 있었지. 동혁이가 시민이 어깨에 턱을 얹은 채로 웅얼거려. 우리, 도망갈까? 그렇게. 그렇지만 시민이는 대답을 안 해. 동혁이가 성인이 된 후에, 자기가 족쇄가 될 수는 없으니까.
다음 날, 동혁이랑 시민이가 껴안고 있는 걸 본 몇몇 몸종들 때문에 집안이 또 발칵 뒤집어지지. 동혁이는 아버지에게 반대편 뺨을 또 맞았고, 시민이는 시민이 어머니에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지. 왜 그랬어, 마음을 품었어도 숨겼어야지, 하면서. 그런데 평소에 종아리를 이렇게 맞았다면 아프다고 소리질렀을 텐데, 동혁이가 너무 걱정되서 아프다는 느낌도 안드는 시민. 그리고 동혁이도. 서로를 걱정하느라 아픈 티도 안 내니까 각자의 부모님들은 더 화가 나버리지.
한창 시민이가 맞고 있는데, 마님이 직접 여기까지 오셔서 시민이 엄마를 불러. 그리고, 다시 들어온 엄마가 자기 앞에서 무너지는 걸 보고, 동혁이와의 이별을 직감한 시민이는 그 길로 자기 방으로 뛰어가서 짐을 막 싸. 동혁이가 대감마님 방에서 막 돌아왔을 때, 난 이 자리에 없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짐이라고 할 것도 없어서 조그만 보자기 하나에 다 짐이 싸지지. 그리고 그걸 들고 동혁이 방을 앞을 지나는데, 자기가 처음 글을 배웠을 때, 이동혁 이 석자를 써준 걸 보고 좋아하던 동혁이도 생각 나고, 자기 한테 약과를 먹여주며 좋아하던 동혁이도 생각나는 시민이. 부디 행복하세요 도련님,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감마님이랑 동혁이랑 같이 있는 대감마님의 방문과 널브러져있는 동혁이의 신을 마지막으로 시민이는 영영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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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년 정도가 지났지. 시민이도 동혁이를 완전히 잊지는 못 했지만, 자기처럼 쫓겨난 노비신분인 친구들이 모여사는 마을에서 살게되었고, 또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어. 이름은 나재민. 한없이 다정하고, 항상 웃게해주는 사람이었어. 동혁이랑은 조금 다른 사람이었지. 가끔 재민에게서 동혁이가 겹쳐보이지만 애써 떨쳐내려고 하는 시민이. 가끔 부모님은 어떻게 지내시나, 동혁이는 과거 급제는 했으려나, 혼사는 잘 치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오늘은 재민이랑 저잣거리에 나갔어. 시민이는 이미 머리를 틀어올려서, 댕기 같은건 필요도 없는데, 가판대에 놓여진 빨간 댕기를 보니까 동혁이가 또 떠오르는거야. 저잣거리 나갔다가, 네가 생각나서. 네 댕기 말야, 많이 헤졌잖아. 하면서 수줍은 미소를 짓던 동혁이가 떠올라서. 시민이가 그 댕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재민이가 어깨에 손을 두르면서 물어. 너랑 정말 잘 어울리겠다. 라고. 나 댕기 이제 못 하는데 얘가 뭔 소리야; 하는데 또 실없이 껄껄 웃는 재민이. 그럼 빨간 비녀 할까? 하면서 재민이가 비녀를 손에 쥐어주는데 말했잖아, 도망친 노비들이 밭을 일구면서 살아가는 조그만 마을이라고. 우리가 이거 살 돈이 어딨어. 하는데 주인 아줌마가 젊은 부부가 안됐네, 하면서 빨간 비녀를 시민이 손에 쥐어줘. 괜찮은데..! 시민이는 사양하지만, 재민이가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시민이의 등을 떠밀지. 네가 착하게 살아서 복 받은거야 하면서.
그렇게 둘이 잘 놀러다니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사람들이 막 몰려오는게 보여. 원님이라도 행차를 하나, 하고 옆으로 물러나면, 이 맞아 죽을 놈들!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막 끌려오고 있지. 그리고 그 가장 선발대의 손에는 시민이가 5년 전까지 모시던 대감마님의 머리가 들려있어. 시민이는 놀라서 죄수들이 타있는 수레로 막 다가가지. 대감마님이 저기 왜? 재민이가 뒤에서 왜 아는 사람이야? 하면서 시민이의 눈을 막 가려주지만, 시민이는 봐버리고 말아. 입술이 터진 채 자길 보고 있는 동혁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