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야 여주 ~ 나 대박 ! "
" 뭐가 ? "
" 나 얼마 전에 일본 여행갔다가 만나서 연락한다던 그 친구 있잖아. "
" 아 ~ 응응. 생각난다. 근데 왜 ? "
" 며칠 전에 걔 한국 와서 만났잖아 ! "
몇 달 전에 휴학계를 낸 여주의 친구는 줄곧 가고 싶다고 말해왔던 일본 여행을 몇주간 다녀왔다. 워낙에 일본의 문화도 좋아하고 관심이 많던 친구인지라 여행 도중에도, 후에도 여주에게 너무 좋다며 카톡으로 연락을 하곤 했다. 쿄토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만났다는 그 친구와 라인( LINE ) 아이디를 공유하고 그때부터 연락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줄은 여주도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그 친구가 한국에 여행을 와서 만났다니. 솔직히 속으로 조금 부러웠다. 이런 걸 펜팔친구라고 하던가. 이런 국제적인 우정... 왜 나는 없는거지 ? 친구의 말에 잘됐다고 대답은 하면서도 은근히 부러워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여주였다.
" 여주 너도 그런 친구 있으면 재밌을텐데. "
" ㅎㅎ... "
" 저번에 나 여행 갈 때 너도 같이 갔으면 딱이었는데. "
" ㅎㅎ...... "
" 아 ! 뭐 어플이라도 써 봐 ~ 재밌을 것 같은데 ? "
어플이라... 외국인 친구라는 것 자체가 여주의 20살 인생동안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것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어디를 여행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상황에서 여주에게 어플을 사용하는 것은 아주 딱 적합했다. 관심을 보이는 여주 덕에 친구도 덩달아 신나서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위한 어플을 마구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주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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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진짜 이 변태새끼들이...? "
친구에게 추천받은 어플을 실행해본 지도 벌써 이틀 째. 근데 도대체 어떻게 된 어플인지, 여주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족족 다 변태들 뿐이었다. 자기소개 칸 제일 첫줄에 ' NO PERVERT !!! ' 라고 보란듯이 적어놓기도 했지만 어떻게 된 사람들인지 여주에게 보내는 첫 인사라고는 ' Do you want suck my dick ? ' 같은 음란한 것들 뿐이었다. 아, 기분 확 상하네 진짜. 내가 이딴 소리나 들으려고 이러고 있는 것도 아니고 ! 펜팔 친구고 뭐고 그냥 확 그만 둬버려 ?! 여주는 이틀이나 지속된 변태들의 메세지에 열통이 이미 뻗칠대로 뻗쳐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하나 들었다. 내가 그렇게 부러워했던 일본인 친구...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일본은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시차도 안나고 딱 좋은데... 그러고보니까 일본인들은 카톡 안쓰고 보통 라인을 쓰지 ? 지금껏 딱딱해보였던 여주의 얼굴이 드디어 부드럽게 웃음을 띠었다. 그래, 이런 어플 같은 거 말고 바로 라인으로 시작해보자 ! 곧바로 라인 어플을 다운받고 계정까지 뚝딱 만들어버린 여주는 친구찾기의 검색란에 아무 이름이나 적어넣기로 했다. 조금 쓰레기같은 발상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상대도 관심이 없다면 무시할 것이고, 살면서 만날 일도 없을 상대가 될 것이므로 크게 개의치않았다. 그래서 어떤 이름을 적어넣었느냐 하면, 바로 유타 (YUTA) 였다. 왜 하필이면 유타냐고 ? 솔직히 별 이유 없다. 그냥 네이버에 ' 일본 남자 이름 ' 이라고 검색해서 나온 이름들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게 유타였을 뿐.
[ こんにちは ! ] (안녕하세요 !)
yuta1026 이라는 아이디를 사용 중인 일본인에게 여주가 밑도 끝도 없이 인사부터 들이밀었다. 자기자신도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지, 뒤이어 메세지를 더 보냈다.
[ 日本人の友達を探しています。] (일본인 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 友達になってくれませんか ?! ] (친구가 되어 주지 않겠습니까 ?!)
의외로 여주가 메세지를 보낸 상대는 여주가 마지막 메세지를 보내고 10초도 되지 않아서 메세지를 읽었다. 물론 호기롭게(게다가 나름 적극적이었음) 메시지를 먼저 보낸 건 여주였지만, 뭐라고 대답이 올지 너무 떨리는 바람에 자신이 보낸 메세지 옆에 ' 읽음 ' 표시가 뜨자마자 홈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때였다. 알림음이 울리며 여주의 핸드폰 화면 상단에 라인 메세지 미리보기가 뜨는 것이었다. 답장이 온 것이 확실했다. 여주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괴성을 질러댔다. 어떡해 ~!!
![[NCT/유타] YUTA - LINE !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8/20/19/e51710458cba73b70a9a9f4f121107a0.jpg)
中本 悠太
こんにちは (안녕하세요)
問題ありません ~ (문제 없어요 ~)
中本悠太と申します。(나카모토 유타라고 합니다.)
답장이 오고서야 뒤늦게 상대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자세하게 확인하는 여주였다. 이름은 나카모토 유타, 프로필 사진은 본인인지 어떤 일본 연예인인지 모를 상당한 외모의 남자였다. 어쨌거나 긍정적인 대답을 얻은 여주는 나름 꽤 한다 하는 일본어 실력을 가지고 통성명을 마친 후 유타와 대화를 이어갔다.
私は20歳だよ ! (나는 20살이야 !)
君は ？ (너는 ?)
![[NCT/유타] YUTA - LINE ! | 인스티즈](//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8/20/19/e51710458cba73b70a9a9f4f121107a0.jpg)
中本 悠太
23 !
born in 1995
ああ ~ (아아 ~)
会えて嬉しい !! (만나서 반가워 !!)
中本 悠太
ぼくも ~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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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유타는 한국어를 꽤 할 줄 알았으며, 이미 한국에 두번 정도 여행왔던 적이 있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유타와 여주가 라인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 지도 벌써 3개월 째. 그동안 많이 가까워진 둘은 서로의 이름 부르며 매일 편하게 라인을 주고받는 게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 야야야야 여주 !!! 지금 ▲▲에서 항공권 존내 쌈 ]
[ 너도 일본 한번은 가야되지 않겠냐 !! ]
[ 물론 유타상 보러 ^.^ ]
몇 달 전의 그 친구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거짓없이 털어놓은 여주는 아무 죄도 없이 친구에게 계속 ' 유타상 ' 이라며 놀림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서 중저가 항공사의 항공권 정보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고, 비행기라고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조차 타보지 못한 여주는 심각하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 여름방학인데 그냥 한번 가버려...? 항공권도 지금 싸다는데...! 어차피 나 지금 1학년이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 이런게 다 경험 아니겠어 ?! ← 물론 자기합리화적인 느낌이 조금 강하기는 했다. 그럴까 ? 이참에 일본여행 한번 가볼까 ? 가보고 싶긴 했었는데. 친구와 몇번 카톡을 주고받던 여주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가자. 일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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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메세지
中本 悠太
日本も雨がふる... (일본도 비가 내리네...)
傘を必ずチェックして、여주 ! (우산 꼭 챙기고 여주 !)
雨に濡れたらいけない。(비 맞으면 안 돼.)
유타 !!!
来週日本に行こうとして ! (나 다음주에 일본 가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