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09
너가 처음에 전정국을 남자로 인식하지 못했듯이
전정국이 널 여자로 인식하지 못하는건 너희 둘은 이미 서로한테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일거야
그러니깐 둘의 익숙했던 것들을 바꿔보는 거 어때?
'전정국 꼬시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을 때 지민이가 내게 주었던 답이었다.
이 답을 듣고 하교해서 집에 있는 동안 나 자신을 관찰해보니
쌩얼에 뿔테 안경을 쓰고,
떡진 머리를 대충 하나로 올려묶고,
한 3년째 입고 있는 것 같은 잠옷을 입은 채,
과자를 꽉 껴안고, TV를 보며 크게 웃으며 누워있었다.
방에서 씻고 나온 전정국이 내 옆에 앉아 날 신경도 쓰지 않고 같이 TV를 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갑작스레 인식되자 지민이의 말이 다시 떠올랐고,
이 내 추한 모습도 전정국에겐 그저 익숙한 것일 뿐이고,
이런 모습으로 인식 된 나는 전정국에게 절대 여자로 보여질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누구보다 최고로 여성스러웠던 최보나의 얼굴까지 오버랩 되자
나는 그자리에서 과자봉지를 든 채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전정국이 화들짝 놀라 날 바라보았다.
"아- 깜짝이야. 왜? 똥마려?"
"무, 무슨! 나 똥같은 거 안싸거든?"
"뭔 소리야 어제도 변비약 사오라고 난리치던애가"
"아니야!!"
나는 후다닥 내 방으로 들어갔고, 전정국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이상형말해봐."
"뭐?"
"너가 나 좋아하게 만들라며! 이상형을 말해보라고!"
한가로운 토요일 낮.
이제 막 잠에서 깨서 까치머리를 하고 있는 전정국은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 전정국에게 다가가 말하자 전정국은 폰을 내려놓고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일단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막 윽박지르는 여자는 딱 별로야."
"그런거 말고! 청순 섹시 큐티. 이 셋 중에 골라봐."
"섹시."
"그, 그건 절대 못해. 다른 걸로 골라."
"왜 골라도 안된다고 하냐?"
"아 빨리 다른 걸로 골라"
"큐티."
나는 큐티라는 말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었다.
배에 손을 얹은 뒤 있는 힘껏 말하였다.
"꾸가 나 배구빠여! 꼬기묵짜 꼬기!"
전정국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거 어떤 새끼가 가르쳐줬어?"
"...박지민"
"십새끼"
역시 박지민 말을 듣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밤새 연습했는데 반응이 이따구라니.
"섹시 선택했으면 뭐였는데"
"그건 절대 안돼!"
"궁금하니깐 보여줘, 내가 그거보고 너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
난 전정국의 말에 흔들렸다.
절대 섹시만은 하지 않길 바랬는 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있는 전정국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전정국의 얼굴에 내 얼굴을 더 가까이 했다.
전정국도 갑자기 내 얼굴이 다가오자 당황한 듯 흠칫했다.
내 입술이 전정국의 귀에 닿을 듯 했고, 나는 귀에 작게 속삭였다.
"오늘 밤 라면 어때?"
내 속삭임에 전정국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날 밀쳤고, 나는 뒤로 쿵하고 넘어졌다.
"악! 아파!"
"와 진짜 소름끼쳐. 야 이게 섹시냐? 호러지? 그리고 대사가 뭐 그따구야? 정신나갔어?"
"난 그냥 순수하게 라면 먹자고 한거야!! 씨, 박지민이 이렇게 하면 너 백퍼넘어올거라고 했는데"
"너 그 새끼랑 당장 절교해라."
"됐어. 나와서 밥이나 쳐먹어."
한 달 안에 전정국꼬시기는 불가능한건가?
나는 깊은 고민에 빠져 힘이 쭉 빠진 채 부엌으로 향했다.
---
"힌트라도 줘"
"뭐?"
"너가 나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 힌트라도 달라고! 진짜 어렵단말이야!"
식탁에 앉아 마주보고 밥을 먹는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내가 어렵게 입을 열었고,
내 말에 전정국은 살짝 놀라서 날 바라보았다.
"갑자기 내가 너 좋아하게 만드는 거에 엄청 집중하는 것 같다? 뭔 이유라도 있어?"
난 차마 니 첫사랑인 최보나한테 널 뺏길까봐 무섭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꿀꺽 삼켰다.
"진짜 나 좋아하나보네?"
전정국이 피식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처음엔 장난인지 아닌지 헷갈렸는데."
"장난 아니야! 나 너 진짜 좋아해!"
"..."
"내가 너랑 너무 가족같이 지내왔어서 너한테 갑자기 예쁜 척하고 여자다운 척 하고 그런 것도 잘 못하고,
좋아하는 마음 표현도 잘 못하지만,
나 이제 너만 보면 지금도 막 가슴이 두근거려!
쉽고 단순하게 결정한 마음 아니고 진짜 진심이야!"
"..."
"그러니깐.... 힌트라도..... 좀 달라고...."
또 내 마음을 갖고 놀려는 듯한 말투에 울컥한 내가 나름 마음에서 우러나와 간절하게 말을 내뱉었다.
너무나도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이기에, 내가 뱉어놓고도 1초만에 내가 놀랐다.
창피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괜히 이런 말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마음이 마구 복잡해졌다.
얼굴이 새빨개져 손에 쥐고 있는 애꿎은 숟가락만 더 꾸욱 붙잡았다.
전정국이 그런 나를 보고 살짝 웃음지었다.
"난 지금 너 모습이 제일 좋아."
"..."
"지금까지 내 옆에 있던대로 그냥 너같이 계속 그렇게 있어줘"
나는 전정국의 말에 새빨개진 두 볼이 더 뜨끈뜨근해지는 걸 느꼈다.
더 잘보이고 싶어서 바뀌고 싶은 마음뿐이었는 데 그대로 있으라니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고, 이상하게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
전정국이 씨리얼을 떠먹으면서 내게 살짝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베시시 웃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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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전정국쓰><
이번주는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 화목토일 올 예정입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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