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08
"그래서 언제까지 거실에서 잘건데?"
"너도 날 사랑한다고 말할 때까지."
"밖에 추운 데 그냥 같이 자지?"
"나도 널 남자로 생각한 이상 날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랑 같이자기는 싫거든?"
다음 날 아침 틱틱거리면서 거실의 이불을 개는 나를 전정국이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솔직히 나랑 같이 자면 너무 설레서 못자겠어서 그렇지?"
"..."
"들켰네"
전정국은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런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전정국을 마구 노려보았다.
정말 사람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아 괘씸했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 거실에서 자라. 나도 자고있는데 또 강제로 뽀뽀당하긴 싫으니깐."
"악! 제발 그 얘기는 하지마!"
내가 몰래 뽀뽀한 사건은 전정국에게 최고의 놀림감이 되었다.
나의 죄책감과 자괴감을 저렇게 가지고 놀다니 정말 나쁜새끼임이 분명했다.
난 전정국을 피해 방으로 들어와 가방을 싸다가 책상위에 놓여진 종이 하나를 발견했다.
전정국 가방에서 나온 것 같은 데 작년 축제 때 이벤트에서 작성한 자기 소개서였다.
Q. 당신의 이름은?
전정국
Q. 좋아하는 것은?
게임
Q. 싫어하는 것은?
집안일.
정말 서툰 글씨로 하나하나 열심히 써내려간 게 귀여워서 키득 웃음이 났다.
그러다 한 문항이 내 눈에 쏙 들어왔다.
Q. 첫사랑은 몇 살때?
15살.
난 놀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내가 잘못본 게 아니었다.
난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전정국에게 가 종이를 내밀었다.
"사랑한 적 없다며!"
"없다고는 안했어."
전정국은 종이를 한 번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대답했고, 난 또 씩씩거리며 물었다.
"누군데?"
"안가르쳐줌."
난 기억을 뒤져 전정국이 15살에 만났던 여자들을 머릿 속에 그려봤다.
15살 쯤 부터 여자를 만나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신경쓰지 않았었기 때문에 도저히 찾아지지가 않았다.
"어떤 애였는데?"
"너랑 다르게 엄청 예쁘고, 착하고, 정말 순수했지."
"..."
"걱정마, 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깐."
'너랑 다르게' 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와 콕 박혔다.
이미 지나간 사랑이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저 천하의 전정국이 사랑한 여자라니 누군지 궁금하기도하고 화가 났다.
그러다 내가 지금 질투하고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알 수 없는 감정에 나는 말도 안하고 가방을 매고 학교로 향했다.
-
언제나 그랬듯 나는 지민이와 함께 옥상 벤치에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전정국을 좋아하는 걸 깨달았다는 말을 들은 지민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예쁘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전정국은 날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서 복잡한 마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지민이는 똑같이 에쁘게 웃었다.
그리고는 '전정국은 너랑 있을 때 제일 행복해보여' 라는 말로 날 위로해주었다.
그 말을 듣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지민이를 따라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때 한 여자애가 나에게로 다가왔고, 그 때문에 눈을 다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내려 그 여자애를 본 순간 든 생각은 '정말 예쁘다' 였다.
"안녕?"
"누구야?"
"나 최보나, 기억안나?"
'최보나'
그 이름을 듣자마자, 눈동자를 마주보자마자 어릴적 기억이 조합되어 떠올랐다.
지금은 나랑 전정국이 원해서 일반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중학교까지만 해도 부잣집자식들만 모여있는 사립중학교를 다녔다.
최보나도 분명 그 곳에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전정국이 자기 친구라며 나에게 최보나를 소개시켜주었고,
나는 그 때도 최보나를 보고 '정말 예쁘다' 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며칠 뒤 전교에 최보나와 전정국이 사귄다는 소문이 전교에 떠돌았던 것 또한 기억났다.
전정국이 여자를 사귀기 시작한 것은 15살 때 최보나가 처음이었다.
'너랑 다르게 엄청 예쁘고, 착하고, 정말 순수했지.'
생각해보니 예쁘고 착하고 순수하고. 그 말에 딱 부합하는 건 최보나 그 자체였다.
난 순간 그 첫사랑이 최보나라는 것에 확신을 했다.
그러자 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잠깐 저쪽에 가서 나랑 얘기할 수 있을까?"
"그냥 여기서 얘기해."
"그... 결혼 얘기라서 그러는 건데."
사립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나랑 전정국이 결혼한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지민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꺼내는 '결혼'이라는 단어에 흠칫 했지만, 난 괜히 지기싫어서 괜히 고집을 부렸다.
"얘는 내 친구라 다 알아, 그냥 여기서 얘기해"
"아... 그래. 나 너랑 정국이랑 결혼한 거 알아."
"응. 사립중 나왔으니 당연히 알겠지."
"그래서 너한테 허락맡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뭘?"
"나 정국이랑 사겨도 될까?"
나와 지민이는 놀라서 순간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정말 예상 밖에 말이었다.
더 짜증나는 건 정말 순수하고 진심으로 묻는다는 점이었다.
"나 정국이 중학교때부터 좋아해서 이 학교 따라서 전학왔어. 어차피 다른 여자애들도 정국이랑 사겼던 걸로 알고 있어.
그래도 난 그 여자애들이랑 다르게 너네가 혼인신고한 사이란 거 알고 있으니깐, 너한테 미리 말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묻는거야."
"사귀지 말라하면 안사귈거야?"
"굳이 그래야겠어? 어차피 너희 둘이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
"뭐?!"
"어머, 미안. 기분나쁘라고 한 얘기는 아니야... 그냥 사실이잖아."
난 저게 진짜 순수해서 저러는 지 순수한 척 하는건지 햇갈렸다.
그게 뭐든간에 진짜 짜증나는 건 확실했다.
"그래, 마음대로해. 근데 전정국이 사겨준데?"
"그건 아니지만, 나 정국이 정말 많이 좋아해. 꼭 사귈거야."
"걔랑 사겨봤자 결혼 못하는 거 알면서 왜 그렇게 사귀고싶어하는데?"
내 말에 최보나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살짝 미소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글쎄? 정국이가 날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할 수 없을까?"
"...""
"쨌든 허락해줘서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최보나는 씽긋 웃으며 옥상을 나갔다.
설마 저 의미는 전정국이 자기를 사랑해서 나랑 이혼까지 해서 자기랑 결혼할 수도 있다는 얘긴가?
나는 저 요염한 웃음을 보며 저 안에 여우가 있다고 확신했다.
-
"최보나 전학왔더라?"
"어, 우리반으로 전학왔거든."
"너네반이었어? 그 부잣집 아가씨가 왜 굳이 우리학교로 전학을 오셨대?"
"사립학교만 쭉 다니다보니깐 일반고등학교도 다녀보고 싶었대."
"부잣집 아가씨가 참 대견도 하시네"
"너도 부잣집 아가씨잖아."
어느새 해가 지고 하굣길에 학교를 나서면서 난 전정국에게 최보나에 대해 열심히 물었다.
하지만 차마 그 애가 너가 말한 첫사랑이냐고는 묻지 못했다.
정말 그 애가 첫사랑이라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걔랑 사귈거야?"
"뭐?"
"너 원래 예쁘면 사귀잖아!"
전정국은 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미소지었다.
"한 달 뒤에 결정할게"
"뭐?! 뭔 개소리야?"
"내가 널 사랑하게 만들기로 하기로 했잖아.
한달동안만 너 지켜보고 진짜 내가 너 사랑하게 되면 걔랑 안사귀고 너랑 사겨야지."
저 음흉한 미소에 나는 기가 막혀 얼굴을 찌푸렸다.
첫사랑에게 갈 기회를 막았으니 다행인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대체 어떻게 한달안에 사랑하게 만들라는 건지 참 막막했다.
내가 어려워하는 걸 보는 게 재밌는 지 전정국은 킥킥 웃어대기만 했다.
난 그런 전정국을 한 대 걷어 찬 뒤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갔고 전정국은 여전히 웃으며 내 뒤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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