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흐아암~~"
나른한 오후 2시.
식곤증까지 찾아와 자꾸 졸음이 쏟아져 꾸벅꾸벅 졸다가 온몸을 비틀며 기지개를 켰어.
얼마나 열정적으로 했는지 눈에 가득 눈물이 차올라 훌쩍거리기까지 했음 ㅋㅋㅋ
오늘도 역시 파견을 나왔고 그 곳은 바로 화장품 코너였어.
화장품 코너래서 레이를 떠올린 독자님들 있어?
미안하게 됐음...
내가 파견온 매장은 레이와는 가장 먼 곳이자 꺾여있는 구조라 보이지도 않아.. ㅠㅠ
가장 매출도 낮은 브랜드라 없던 손님이 더욱 없어서 졸음을 깨워줄 손님은 커녕 개미 한마리 코빼기도 안 비춤 ㅠㅠㅠㅠ
"오징어씨."
"꺅!"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부름에 순간 놀라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어.
뒤를 돌아보니 내 비명에 놀란 김준면 점장이 살짝 커진 눈으로 나를 보고 있네?
헉!
"점장님!"
"왜 그렇게 놀라요?"
"딸꾹. 갑자기 나타나시니까.. 딸꾹."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너무 강했던 탓이지..
더군다나 신비로운 점장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 귀신이 나타난 것보다 더 놀랐음.
딸꾹질을 해대며 차마 점장님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깐 채로 대답하자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와.
"일은 할만 해요?"
"네! 열심히 하고 끅.. 있습니다."
"괜찮아요? 쉽게 멈추지 않는 것 같은데.."
"아.. 딸꾹. 괜, 괜찮아요! ... 딸꾹."
딸꾹질이 쉽게 멈추지않자 김준면 점장이 날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등을 쓸어내리는데..
흐어억.. 진짜 순간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
호흡까지 멈추고 잔뜩 긴장해서 그런지 금방 딸꾹질이 멈췄음.
점장이 활짝 웃으면서 다행이라고 하는데 내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
저 희고 긴 손으로 인해 내 마음은 얼씨구나 하며 절구질을 해대고 있었으니.. ㅠㅠㅠㅠ
"힘든 일 생기면 바로바로 얘기하도록 해요."
웃으면서 은혜롭게 말하고 가는 김준면 점장.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아차하며 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꾸벅 인사를 했어.
난 이때 김준면 점장이 단순히 직원들에게 힘내라는 차원에서 마트 시찰하고 있는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이 사람... 잘 볼 수 없어 신비로은 존재라는 소문과는 달리 자주 내 눈 앞에 나타나잖아??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내가 있는 매장을 찾아오고 쉬는 시간에도 소리없이 나타나 몇마디 나누고 금새 소리없이 사라져.
오늘은 파견갈 일이 없어 캐셔로 서있었는데 어김없이 찾아와 얘기를 나누었음.
이번주는 오늘로 벌써 세번이나 보는거야 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오늘도 활기차네요. 보기 좋아요."
"감사합니다!"
계속 얼굴을 마주하다보니까 이젠 신같은 존재가 아니라 저 사람도 그냥 평범한 상사로 보여.
그래서 과감하게 먼저 인사도 하고 살갑게 농담도 던지며 얘길 나누기도 했어.
내 특유의 오지라퍼가 한몫하긴 했지만 점장도 생각보다 어려운 사람은 아니었음.
이제 편하게 김준면이라고 쓸게.
점장, 점장하는 것보다 이름 부르는게 더 친근하니까 ㅋㅋㅋ
사실 실제로도 점장님이 아닌 준면씨.. 라고 부르게 됐음.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할거임 ㅋㅋㅋㅋ
***
와인샵으로 파견을 갔던 날이었어.
원래 와인샵은 파견을 잘 요청하지 않는데 그날따라 와인샵 마스터와 직원, 두사람이나 자리를 비워야해서 어쩔 수 없이 파견 요청을 했다 들었음.
와인샵으로 파견 나간다해서 키가 굉장히 크고 화려하게 생겼던 마스터의 잘빠진 얼굴을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꿈일 뿐이었지.
거의 반나절동안 교육을 받고 오후 타임에 혼자 매장을 보게 됐는데 그닥 떨리지는 않았음.
워낙 고객이 없었기 때문에 긴장감도 없었음 ㅋㅋㅋ
어쩔 땐 한사람도 오지 않는다는 오전 담당 직원의 말어 그냥 시간만 때우다 가면 되겠구나 생각하며 와인 구경하고 있었지.
하지만...
"여기요."
헉... 교대를 하고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제대로 뒷통수 맞았음.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매장 앞에서 나를 부르는 사모님의 모습이 마치 저승길로 인도하는 저승사자 같아 ㅠㅠㅠㅠㅠ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쭈뼛쭈뼛 다가갔지만 고객 앞에서 만큼은 당당하게 허리를 곧게 피고 미소를 지어보임.
난 프로다 생각하면서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그런데 날 바라보는 사모님의 시선이 달갑지 않아 보였음.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사모님은 나에겐 볼일 없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어.
"크리스 어딨죠?"
"... 네?"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내가 얼이 빠져 멍청하게 물으니 사모님이 작게 혀를 쯧쯧 차더니 다시 마스터에 대해 물어.
"크리스군 불러줘요."
"아.. 마스터께선 오늘 휴가 중이시라 자리를 비우셨습니다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는데 내 대답에 사모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어쩔줄모르고 잔뜩 긴장한 채로 눈치를 살폈지.
사모님이 정색을 하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언성을 높이기 시작함.
"얘 도망갔어. 당장 잡아와."
사모님의 마지막 말에 내 눈은 커질대로 커짐.
아까 크리스를 찾던 걸 보면 크리스가 도망갔다는 얘기인데 당장 잡아오라니...
크리스가 이 사모님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한걸까..?
전화를 끊고 나를 다시 바라보는 사모님에 괜히 나에게도 불똥 튈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최대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서있었는데
그마저도 마음에 안들었는지 사모님의 얼굴이 차가워졌음.
"신입사원인가보죠?"
"아.. 네. 그렇습니다만..."
"내가 누군지 들어본 적 없나요?"
"네? 아.. 그게..."
자신을 모르는게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묻는데 할말이 없음...
모든 사원이 알아야할 만큼 중요한 고객인건가?
혹시 교육 때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나 싶어서 그때부터 식은 땀이나고 똥줄이 타드러가기 시작했어...
저분은 누구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미치겠는데 날 뚫어져라 직시하는 그 표정이 나를 더 미치게해ㅠㅠㅠㅠㅠㅠ
그때 저 멀리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음.
"어머니!"
"...?"
목소리에 반응해 나도 사모님도 고개를 돌렸는데 김준면이 다급하게 걸어오고 있었어.
잠깐... 어, 어머니...?!
절로 동공이 확장되어서 김준면과 사모님을 번갈아 보는데 눈가가 시큰거리는게 눈깔 빠져나오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뭐하시는거에요?"
"왜 그렇게 뛰어와? 내가 못올데라도 왔니? 크리스 데리러왔는데 얜 어디간거야?"
"크리스가 분명하게 싫다고 말했잖아요. 괜히 힘빼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김준면이 한숨을 작게 쉬면서 사모님과 대화하는데 나한테 부드럽게 말하는 것과 달리 좀 딱딱하게 느껴졌음.
아들이라 그런건가??
그런 것 치고는 더 거리감 있어보이는 말투에 약간 의문을 가지면서 쥐죽은 듯이 조용히 서있는데
김준면이 날 보더니 더 표정을 굳히고 급히 어머니를 데리고 자리를 떴음.
두 사람이 멀어지는 모습을 넋이 나가서 보고있다가 겨우 한숨 돌리는데 잠시 후에 김준면이 다시 날 찾아왔어.
"어머니가 무슨 말 했어요?"
"아.. 그냥 마스터 찾으시길래 대답해드렸습니다."
"그래요? 미안해요. 신경쓰지 말아요."
"미안하긴요?! 저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
손사래치며 김준면의 사과를 기겁해했더니 김준면이 잠시 말없이 날 바라보더니 뜬금없이 물었어.
"저녁에 약속 있어요?"
"네?"
"없으면 나와 저녁 같이 먹어줄 수 있어요?"
"아... 약속이 없긴 한데.."
"그럼 그래줘요."
그 얼굴로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보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 것 같음?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준멘...
반짝이는 눈동자에 그대로 홀려 고개를 끄덕이니 화사하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데리러 온다는 말과 함께 사라진 김준면이야.
저 얼굴을 마주보고 밥을 제대로 입으로 먹을지 아니면 코로 먹을지 모르겠지만 뜻밖의 상황에 내 마음은 이미 파도가 일렁이는구나 ㅋㅋㅋㅋ
그때부터 괜히 긴장되서 한눈도 팔지 않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음.
주임이 잠깐 다녀갔는데 아주 열심히 하고있다고 칭찬할 정도였음 ㅋㅋㅋㅋㅋ
***
일을 마치고 이제 김준면을 기다려야하는데 그냥 데리러 온다고만 했지 어디로 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어디서 기다려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주의라 한참 고민하다가 뭔가 기분이 묘해져서 받아버렸음.
"여보세요?"
[김준면입니다. 끝났어요?]
"아! 네. 방금 마쳤습니다!"
다행이었지? 무슨 촉인지 몰라도 김준면의 전화인걸 느꼈나봐 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무섭다는 여자의 직감인가?
[어쩌죠. 제 일이 좀 덜 끝나서..]
"아,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ㅎㅎㅎ"
[... 그러지말고 여기로 올라올래요?]
"여..기요?"
[사무실로 올라와요.]
"괜찮은데... 여기 카페도 있고.."
[그러지말고 올라와요.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까.]
"...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감함에 땀이 삐질 흘러나온다.
갑작스럽게 점장 사무실 방문이라니...
소문으로도 듣지못한 곳을 이렇게 쉽게 가도 되나 싶어 한참을 망설이다 김준면이 오라고 했기때문에 긴장한 채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음.
최고층에 자리한 점장 사무실 문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용기내어 노크를 하니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쭈뼛쭈뼛 들어갔는데 책상에서 정신없이 서류를 확인하던 김준면이 나를 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웃어보임.
"왔어요?"
"네.."
"미안해요. 거기 앉아서 좀 기다려 줄래요?"
"네, 그럴게요."
책상 앞에 있는 테이블 소파에 가만히 정자세로 앉아 책상에서 앉아 일을 하는 김준면을 바라봄.
근데 하... 코피 나올 것 같아...
아까와는 달리 정장쟈켓을 벗고 와이셔츠 소매를 두번 정도 말아 올려 머리를 쓸어넘기며 서류를 획획 넘기는 모습이..
왜이렇게 섹시한거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그대로 홀려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때 김준면이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꽉 조여있던 넥타이를 스르륵 느슨하게 푸는데...
하.............
크리티컬 x 100000000000000 임...................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울먹거린 채 옆으로 철푸덕 쓰러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강한 충격에 꺼이꺼이 몸이 들썩이는 것을 겨우 진정시키고 있는데 김준면이 그런 날 알아차렸는지 놀란 목소리로 물었어.
"왜 그래요?"
근데... 뭔가 소리가 가까워진 느낌을 받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는데...
"혹시 어디 아파요?"
............................ 그대로 멈춰라........?
하얗고 작은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낫닝겐데th.....
얼굴과 얼굴 사이가 불과 10센티도 안되는 거리에 숨을 멈추고 들어올리던 상체를 꼿꼿하게 버티며 세우고 있었어.
슬슬 한계가 찾아와 목부터 천천히 새빨게지는 것 같음.
으우워워어어.....
그와중에 표정관리까지 해가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그것을 알리가 없는 김준면이 내 이마에 손을 턱 올림.
털썩... 그대로 힘이 빠져 내 몸이 다시 쓰러졌음.
신이시여. 저에게 왜이러시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저 괜찮으니까 저리... 저리 가주시면... 안될까요...?"
"...?"
"..민망해서 그래요..."
내가 차마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김준면에게 부탁했음.
기어가는 목소리였지만 내 절박했던 심정이 통했는지 김준면이 떨어져 어디론가 사라지더라.
겨우 추스리고 다시 똑바로 앉긴 했는데 사라진 김준면에 혼자 덩그러니 사무실에 앉아있으니 뭔가 싶어서 볼만 긁적거림.
5분쯤 지났을까 돌아온 김준면 손에는 두 잔의 종이컵이 들려있었음.
하나를 건네주기에 받았는데 커피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유자차였어.
향긋한 냄새에 코를 가까이 하고선 맡는 내 앞에 김준면이 앉아.
잔에 든 차를 홀짝이고 있다가 김준면을 보니 달짝지근한 미소를 지어보여.
"끝난거에요?"
"아무래도 내일 해야할 것 같아요."
"왜요? ... 혹시 저때문이에요?"
"네. 아무래도 오징어씨가 신경쓰여서 말이죠."
"아... 죄송해요. 전 다음이라도 괜찮은데..."
"음... 그게 더 신경쓰일 것 같은데요?"
"..."
나때문에 일 못하는 거라면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신경쓰일 것 같다는 김준면이라 그러지도 못하고 풀이 죽어 울상을 짓고서 있었어.
"아, 오해는 말아요. 앞에서 날 보는 오징어씨때문에 떨려하는 내탓이니까."
순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네?" 하고 물었음.
결국 나때문이라는 건가?
그런데 김준면은 대답도 안해주고 그새 차를 다 마신건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내게 손을 내밀며 가요. 하는데 그 왜 주님의 손길같은 느낌에 멍하니 덥썩 잡아버림 ㅋㅋㅋㅋㅋㅋ
왠지모르게 구원받는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
"배고프죠?"
"아니ㅇ.. 꼬르르..."
"..."
"..."
푸핫, 김준면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시에 내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못난 배를 움켜쥐었음.
아놔 ㅠㅠㅠㅠㅠㅠㅠ
이 미련하게 솔직한 배때기야 ㅠㅠㅠㅠㅠ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렇게 눈치없게 굴기 있냐 ㅠㅠㅠㅠㅠㅠ
"얼른 가요. 더 늦기전에 ^^"
"네... ㅠㅠㅠㅠ"
그래도 내가 민망할까봐 조용하게 웃던 김준면이었지만 쉽게 가시지 않는 민망함에 울상을 지으며 김준면의 뒤를 쫓았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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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승꺄꺄 / 큥 / 하트 / 매력 / 메론빵 / 큥큥큥큥 / 모카 / 에쏘 / 용용 / 종대맛춥파츕스 / 둥이탬 / 엑소영 / 보시엔
김준면점장 얘기 쓰다보니 뒷얘기가 아직 남아버렸네..ㅋㅋㅋ
그건 다음기회에!!!
최대한 빨리올게~ ㅁ7ㅁ8
그럼 오늘도 댓글 달아주기 ♥♥♥♥♥
아, 암호닉은 따로 신청받지 않고 매회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