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좋았던 건, 아팠던 건.
과거 이야기 풀었던 김에 더 과거로 가서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말해줄게
저번에 우리가 수능치고 만났다고 살짝 흘렸는데, 사실 첫만남부터 얘기하려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야 해
정확하게 종대 얼굴을 처음 본건 입학식이었지만, 사실 그 때 종대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강하게 남아있진 않아
대충 기억나는 첫인상은 이미지가 조금 차가웠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지금 이미지랑 생각하니까 조금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외, 외모만으로!
우리가 고 1 때 같은반이었는데, 물론 반에서는 지금이랑 비슷하게 목소리 커서 시끄럽고, 찡찡거리고..ㅋㅋㅋㅋ
그 모습이 너무 강하니까 첫인상이 흐릿해..졌나?ㅋㅋㅋㅋ
그리고 우리 학기 초에는 그렇게 친한 친구도 아니었어
우리 둘 다 이성 친구보다는 동성 친구랑 더 편하게 잘 노는편이라 별로 부딪힐 일도 없었고, 그냥 같은 반 친구.. 딱 거기까지 였거든
그러다 미칠 것 같던 야자에 나도 모르게 점점 적응해 가고, 빡빡한 스케줄도 어느정도 적응될 때 쯤, 우리 반이 자리를 바꾸게 된거야
원래 동성끼리 짝이었던걸 이번엔 이성끼리 하자고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도 난 무념무상이었는데, 정신차려보니 내가 김종대랑 앉아 있었지..ㅋㅋㅋㅋㅋㅋ..
내 머릿속에 김종대에 대한 데이터는
..시끄럽다, ..좋은 말로 활발함? ..박찬열이랑 다니는 애..
뭐 이정도였기 때문에 얘랑 짝된게 좋은건지, 나쁜건지..가늠이 안갔어
내가 워낙 잠을 못잤던 날이라 다크써클이 목 밑까지 내려와서는 짐 정리하는 애 멀뚱멀뚱 쳐다보니까
부담스러운지 하나 집어넣고 힐끔, 괜히 필통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힐끔.
엄청 눈치를 보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든 것 같은데 똑같이 멀뚱멀뚱 쳐다보다,
"어, ..음, ..안녕?"
어색한 손인사에, 어색한 웃음까지 지으면서 인사하는데 내가 당황해서 그냥 ..어, 어..응..하니까 민망한지 크하하하핳 웃는거야
어떡해에, 어색해에- 막 자기 볼을 손등으로 톡톡치면서 말하는데, 무슨 나보다 더 여고생같아서 웃으니까 야아, 웃지마아- 찡찡ㅋㅋㅋㅋ
한바탕 둘 다 실컷 웃어놓고는 금세 다시 어색해지고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어색한 것도 하루 이틀이었지, 우리 둘 다 친화력은 좋아서 금방 친해졌었어
둘 다 짝으로써 챙겨줄건 챙겨주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다만 둘 다 말이 조금 많아서 떠든다고 몇 번 혼난적은 있지만ㅋㅋㅋㅋ
유난히도 많이 떠들게 되던 쌤 시간이 있었는데, 평소같이 선생님이 맨날 너희만 걸린다고 잔소리 하시다, 갑자기,
"혹시 니네 둘 사귀냐?"
"..네?!"
"내가 아무리 관대해도 수업시간에, 이것들이..연애질을.."
"아, 선생님! 아니에요!"
손까지 내저으면서 부정하니까 애들이 오오- 거리는데, 괜히 아닌데 반 애들이 우르르 우리 쳐다보니까 민망한거 있잖아ㅋㅋ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라서 손으로 부채질하니까 애들이 덥냐? 왜 더워? 오늘 별로 안더운데? 하면서 막 놀리는데 작게 죽는다- 하고 막ㅋㅋㅋㅋ
오해하면 안되는게 우리 절대 그런사이 아니었어..그때는!ㅋㅋㅋㅋ
심지어 둘 다 여자친구 남자친구도 각자 있었고, 반 애들도 다 알면서 그런거였고ㅋㅋㅋㅋ
심지어 서로 한 번씩 투닥투닥 할 때 너 같은 남자는 안 만난다! 너 같은 여자는 안 만난다! 하면서 싸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에너지 낭비구나..ㅎㅎ..
종대는 내가 알기론 고 1 마치기 직전에 헤어졌던걸로 알고, 나는 1학기 기말고사 전에 해어졌었어
종대한테는 그 때 공부 잘 안되서 헤어진거라 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우기고 있지만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종대때문이었어
내가 짝사랑 했으니까..ㅎㅎ..
처음엔 마냥 해맑아서 쫑알쫑알대는게 그냥 여자친구같이 느껴져서 아, 이성 '인' 친구가 있을 수 있구나. 했거든. 선생님한테 사귀냐는 말 들으면서 혼날때도ㅋㅋㅋ
종대한테도 대학생 때 나 남자없으면 니가 책임지고 소개 시켜달라고까지 했었는데, 그랬던 내가 갑자기 생각이 바뀌게 된 날이 있었어
그 때 시험 성적 떨어지고, 몸은 몸대로 힘들고, 갑자기 뭔가 확 밀려오는 느낌에 우울감은 정점을 찍고.. 결국 감기몸살에 걸려버린거야
엄마도 아침에 내 상태 보더니 안되겠다고, 학교 가지말라고 했는데
개근상에 대한 집착과 떨어진 성적때문에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는지 결국 고집대로 학교에 갔었어
그 와중에도 다른애들 피해주긴 싫어서 마스크하고ㅋㅋㅋㅋ..지금보면 참 미련한데, 그 땐 왜 곧 죽어도 학교에서 죽어야한다고 생각했는지..
학교가서도 시간표에 놓치면 안되는 시간 체크해두고 아닐땐 자고, 시간되면 체크해야지.. 하고 부지런히 오른손 움직여봤는데,
근데 그것도 한시간 하고 나니까 못하겠는거야
열은 더 오르는 것 같고, 기침은 계속 나오고, 교실은 팽팽 돌아가는 것 같고.
안되겠다, 오전만 듣고 조퇴하고.. 그냥 필기는 빌려야겠다. 수업시간에 체크하다 손 놓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무말없이 내 책을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더라
"그러니까 공부 하라할 때 좀 열심히 하지,"
"...."
"꼭 뒷북을 쳐요, 뒷북을-"
"..야, 그냥 내ㄱ.."
"필기 내가 할테니까 자고 빨리 집에 가-"
나는 보지도 않으면서 얘기하는데, 김종대 말투도 똑같고 못난 글씨도 똑같은데 뭔가 기분이 묘한거야
고마운가보지, 미안하고. 멍하게 생각하면서 두 개인 책 때문에 배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종대 손 보는데,
꾹꾹 펜 누르면서도 웃으면서 야, 글씨 나도 못난거 알아- 그만 쳐다보고 자- 하더라
언제 빌린건지 서랍에서 담요까지 꺼내서 살포시 덮어주는것도 아니고 파묻듯이 덮어버리면서 계속 자라길래 억지로 엎드렸는데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굳이 김종대가 고생 안해도 되는데, 그냥 나 책 빌려가서 집에서 정리만 해오면 되는데..
눈까지 꼭 감고서 자는척을 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다시 일어나려고 혼자 낑낑대고 있는데 한 손으로 내 머리를 꾸욱 누르는거야
"너 집에서 엄마 말도 안듣지-"
"..아니거든.."
"그럼 나는 만만해서 그래?"
"..아니거든.."
"손 한 번 더 움직이는 것보다 옆 사람 아픈거 보는게 더 힘들어-"
"..자라면서 말 계속 왜 걸어,"
"아,"
잔소리 하길래 다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하니까 작게 한숨쉬더니 조근조근 말하는데
기분이 더 이상해져서 고개 돌리고 자라면서 말 계속 왜 거냐고 하니까 깨달은듯이 탄식 내뱉더니 미안하다고 하더라
속도 안좋고 머리도 아프니까 잠도 안오는데, 그냥 눈만 꾹 감고 있었거든
몇 분을 그렇게 있으니까 종은 치고 교실은 시끄러워지는데 ..조퇴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끙끙 앓으면서 일어나니까 종대가 자기가 더 인상쓰면서 괜찮냐고 물었어
대충 끄덕이면서 가방 챙기다 몸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한숨 쉬었는데, 갑자기 종대가 아무말없이 자기 손 내 이마에 대보는거야
"야, ..너 열 진짜 많이 나"
"..아니, 뭐, ..집엔 갈 수 있.."
"멀어? 얼마나 가는데?"
"..금방 가.."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몸 뒤로 빼면서 대답하니까 나 가방 챙기는거 계속 진지하게 보는데,
부담스러운 마음에 얼른 마무리하고 ..먼저 간다, 필기 고마워. 인사하면서 일어서니까 나랑 눈 마주치면서,
"병원 꼭 가,"
"..어.."
"내가 확인할거야, 알았지?"
내가 고개 끄덕이니까 아프지마아, 안 어울려어- 걱정반, 장난기반 섞여서 웃는데 순간적으로 멍해지더라
대답도 제대로 안해주고 그냥 ..갈게, 하고 피하듯이 나와선
정신없이 병원들렀다, 집에 도착해서 약먹고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웠는데 내 기억으론 그 상태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아
저녁에 엄마가 죽이랑 약이라도 먹고 다시 자라고 하는 목소리에 겨우 눈 떠서 그제서야 교복 갈아입고 그냥 눈에 보이는 가방 집어들고 이것저것 보는데,
종대가 필기해 준 책 보니까 내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거야
하나 하나 차근차근 보는데, 중요한거에 동그라미랑 별은 엄청 그려놓고 이거 시험나온대! >_〈 이런 것도 적혀있고..ㅋㅋㅋㅋㅋㅋ
분명 문자인데 음성으로 들리는 것 같아서 괜히 픽픽 웃으면서 보는데, 그 날 진도 마지막 페이지에 깨알같이 뭘 써놓았더라
[ 그만큼 아프려면 도대체 뭘 해야 해?
내일 나아서오면 음료수 사줄게ㅜㅜㅜ 아프지마 ]
옆에 조그맣게 알약 모양도 그려놓고 병원 십자가 표시도 그려놓고..ㅋㅋㅋㅋ
보고 나도모르게 배시시 웃다 순간 책을 확 덮어버렸어
..아, 나 약도 먹었는데 왜이렇게 열이 오르지..
멍하게 벽만 쳐다보다 잠, 잠이나 더 자야겠다!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리는데 기분은 계속 묘한거야
생각해보면 내 몸 챙겨준건 나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고, 김종대였던 것 같고..
아니, 뭐, 원래 남 잘챙기고 그런 성격이니까.. 혼자 합리화하면서도 조용히 티안나게 챙겨주고 했던 온갖 행동들 나도 모르게 생각나니까 갑자기 설레더라
그 날 되게 뒤척이면서 잠에 들었는데, 또 낮에 잠을 너무 많이 자서 그런거라고 스스로 변명하기 바빴어
근데 막상 다시 학교가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고 그냥 친구지, 그냥 친구. 하고 있었는데,
한 번 설레고 나니까 챙겨줄 때 마다 티는 안내도 맥박 빨라지는게 느껴져서 밤마다 그거 생각하면 어떡해야하나, 고민이 많아지는거야
종대도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나도 남자친구가 있는 시점이라 내가 종대한테 설레어한다는 자체가 죄짓는 기분도 살짝 들고, 내가 나쁜일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마음 접자니 얘가 여자친구 얘기할 때마다 속에서 고양이가 긁는 느낌이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동안 오히려 좋아하는 감정은 더 커져서,
결국엔 서로 소홀해진 남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나는 조용히 티도 못내는 짝사랑을 시작했지..ㅎㅎ..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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