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키 : 짝사랑을 하면 입에서 꽃을 토하는 병
원작은 花吐き乙女
꽃잎이 나왔다.
일상적인 날이었다. 엄마가 직접 담근 배추김치를 잘게 찢어 고슬고슬 지어진 밥숟갈 위에 올려 크게 한입 가득 먹었다. 꿀떡 삼키고 나서 찰랑거리는 물로 입가심을 하려고 했다. 아빠와 새엄마의 재혼 이후로 이렇게 조용한 식탁은 일상이 되었다. 도자기 식기와 스테인리스 수저가 만들어내는 소음만이 집 안의 공기를 채울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옆자리에 앉은 동생과 같은 물 컵을 잡는 실수를 범한다.
켁.
갑자기 안쪽 깊숙한 곳에서 무엇인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꽃잎 하나가 흘러나와 식탁 위를 가로지른다. 살랑살랑 공기를 타고 움직이던 꽃잎은 새엄마의 손에 잡힌다.
“어, 어디서 흘러나왔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 정말 봄인가보다. 그치?”
교복은 팔꿈치를 덮고도 남아 손목을 널찍하게 가린다. 치마는 재질이 두꺼워 충분히 세찬 바람을 막고도 남는다. 니트 조끼와 교복 재킷을 입고서. 이마저도 추워 두꺼운 코트까지 덧입었다. 그건 내 동생도 마찬가지다.
“잘 먹었습니다.”
동생이 먼저 정적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처음 새엄마의 손을 잡고 우리 집 현관에 섰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것이 벌써 1년도 더된 일. 나는 아직도 많이 남은 밥을 들여다보다가 숟가락을 내린다. 먼저 학교 가볼게요. 식탁 밑에 내려놨던 책가방을 재빨리 메고 집을 나선다.
“어딜 도망가.”
배다른 남매. 이복남매. 뭇 아침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였다. 소설책, 만화책.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렁이는 속을 애써 잠재우며 겨우 뒤를 돌아본다. 역시나 동생이다. 양치한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 같더라니 소리를 듣고 바로 나온 것이 분명하다.
“아프잖아.”
동생의 손가락이 내 입을 벌린다. 참고 있었던 핏물이 입술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목을 타고 흐를세라, 동생이 손가락으로 핏줄기를 막는다. 당연스레 피는 동생의 손 안에 고인다.
괜찮아. 마법의 주문처럼, 나는 단번에 온몸의 힘을 풀어버린다. 목을 꿰뚫는 것 같은 고통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래도 멈출 수 없다. 내 의지로 하는 사랑이 아니다. 그저, 불치병에 걸린 것 같은 그런.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결국 꽃송이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한다. 백색의 꽃은 피에 물들어 붉은빛을 띠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싶을 즈음에야 동생은 피가 잔뜩 묻은 손을 내렸다.
“하루만 더 사랑하자. 그러다 너무 아프면 그때 그만두자.”
“더 이상은,”
“마음에 죄가 있는 게 아니잖아.”
“죄라서 이렇게 아픈 거잖아.”
“제발.”
하루만 더. 하루만 더. 어느덧 이렇게 1년.
“누나 언제까지 이렇게 미련하게 굴래. 피 토하다 죽어야 정신을 차릴래?”
“징그럽지.”
“누가 징그럽댔어.”
동생이 크게 한숨을 쉰다. 이에 질세라 다시 한 번 꽃잎이 흘러나온다. 재채기처럼, 애써 참아도 입 밖으로 흘러나오고 만다. 손에 잡고 있는 꽃송이를 내 앞으로 가져온다. 고통이 무색하리만큼 아름답다. 나의 사랑도 아름답게 비칠까,
“예뻐.”
“학교 가자.”
“나는 혼자서 사랑할 테니, 누나는 예쁜 꽃만 피워줘.”
“우린 더 이상.”
“난 이거면 충분해.”
동생이 꽃 위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댄다. 그리곤 짧게 입맞춤한다. 나는 그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두근거림에 설레어한다.
이것이 우리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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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딱히 없어요.
당신과 EXO 중 하나. 원하는 멤버로 생각해주세요.
저는 확실히, 명백한 트잉여라 하나하키물이 유행하기 시작할 즈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저는 정말 굉장한 트잉여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타임라인에 제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독자님이 추천해주셔서.. 이거슨 쓰라는 계시다. 운명이다 싶어 조금 끄적여 봤습니다
중간에 이러고 논 거 안 비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월의 예감은
시인 이현호님의 시, 13월의 예감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급하게 쓰느라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펌금지를 처음 사용해 보네요 ㅎㅎ;;
곧 더 예쁜 버전으로 수정하겠습니다.
근데.. 소책자로 만들어서.. 랜덤 혹은 전체 특전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하하.. 가격 흥정해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디서 캘리그라피 한다고 자랑도 못할 실력이다만 소장본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저 혼자의 힘으로 준비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소장본 제목은 제가 직접 써서.. 표지는 아마.. 아마x2342345
d이런 느낌?
수정 될 확률이 정말 150퍼센트지만 대충 말입니다.
그리고 특전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책갈피 후보는 대략..
이렇습니다. 저작권 free 이미지를 사용했어요
말했듯 성장통은 직접 쓴 글씨구요
제목이 성장통인 이유는 오라이 씨리즈! !!!! 라고 하기에는 여러분의 소중한 일코가 침해될 것 같아서..
'우리는 매일 한 뼘씩 성장한다.' 라는 소주제를 가진 타이틀 '성장통'입니다.
기승전소장본..;; 빨리 만들어진다 해도 11월이 될 것 같은 소장본이지만 혹 기다리고 계실 분들이 있을까 싶어서요..!
아무튼.. 조각을 가장한 공지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메코/아고물 쓰러 가겠습니다 ㅎ하하하..
하하..
하하..
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