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암." 늘어지게 하품을 쩍 하곤 피곤이 다닥다닥 붙은 눈두덩이를 손등으로 대충 문질렀다.오늘따라 왜 이리 조용해.따분함을 느끼곤 발 밑으로 펼쳐진 휘황찬란한 도시의 야경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잠시 자켓 주머니를 뒤적거려 도통 울릴 생각이 없어보이는 핸드폰을 꺼내 멀뚱히 바라보다 이내 도로 주머니 속에 찔러넣고는 가볍게 기지개를 폈다.도시 외곽 언덕 위에 위치한 낡은 교회의 시계탑 꼭대기에 아슬하게,그러나 미동없이 사뿐하게 선 채로 언덕 능선을 타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찾았다." 찰나의 순간에 아주 희미하게 스쳐지나간 비릿함. 인간이 눈을 깜빡이는 시간만큼의 아주 짧은 순간에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쳐지나간 것이었지만,그것은 분명 피냄새였다.보고를 위해 서둘러 주머니에 짱박아두었던 핸드폰을 꺼내들고 바로 주소록으로 직행했다.그런데 어째 아무리 찾아도 원하는 이름이 보이지가 않는다.설마 아니겠지 하며 오만상을 찌푸린 채 검색칸에 조심스레 하트를 입력했다. '태형선배♥' 허.액정에 떠오른 네글자와 새까만 하트 하나를 보며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작게 실소를 터뜨리곤 기억을 되짚어보았다.전에 구경을 핑계로(허락없이) 내 핸드폰을 가져갔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분명 그때 제 멋대로 바꿔논게 틀림없었다.이걸 진짜....선배라고 욕도 못하고 참.누구맘대로 하트야,하트는. 잔뜩 불만스런 얼굴을 하고 중얼거리는데,조금전보다 훨씬 짙은 피냄새가 훅 끼쳐왔다.아 맞다.나 지금 이럴때가 아니지.퍼뜩 정신을 차리곤 황급히 통화버튼을 눌렀다.신호음이 두번도 채 울리기 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어,찾은거야?" "코드네임 'A.r.m.y',목표물을 발견했습니다.26-2번지 소원상가 오른쪽 골목입니다.아직까진 피냄새가 옅습니다." "잘했어!내가 정국이한테 위치 보낼테니까,단독으로 행동하지 말," "그럼 피해자 죽습니다.지금 저 먼저 갈께요." "..어?ㅁ,뭐?야 잠깐,잠깐..!" 뚜- 멋대로 이름을 바꿔놓은 게 괴씸해서 보이지도 않을 김태형에게 실컷 메롱을 해 보이곤 미련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핸드폰을 주머니에 대충 밀어넣고는 교회 아래로 가볍게 점프했다.그리곤 오로지 후각에 의존하며 점차 짙어지고 있는 피냄새를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비릿한 향기에 서서히 가까워 질 수록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 "와 이씨....그래도 내가 선밴데..!" "시끄러워.그래서 어딘데." 소원상가 옆 골목이요.태형이 단호한 윤기의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답했다.그런 태형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윤기가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헝클이며 커다란 스크린에 띄워진 지도를 정국의 번호로 전송시켰다.또 멋대로 혼자 출동하셨겠다..?윤기가 이를 빠득 갈며 임무수행이 끝나면 이번에야말로 단단히 경고를 주리라 다짐했다. - "그러게 내 관할 구역에서 멋대로 식사를 하시면 쓰나." 살벌하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멱살을 잡고있던 손을 휘둘러 길다란 몸뚱이를 힘차게 시멘트 바닥에 내리꽃았다.피해자인 여성은 정신을 잃은 듯 보였지만,다행이도 반항을 시도하다 손등을 긁혀 조금 찢어져 피가 흐르는 것 빼고는 별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아마 본격적인 흡혈에 들어가기 전에 기절을 했을 것이었다. "너..너....뭐하는 자식이야..!" "나?" 내 손에 의해 온 몸이 상처 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거리던 남자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소리쳤다.주머니에 양 손을 꽂아넣은 껄렁한 자세로 그런 남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느릿하게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상체를 숙여 시선을 맞춰보이곤 눈을 반달로 접어 환하게 웃어보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뱀파이어 헌터." 퍽! 빠르게 다리를 휘두름과 동시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목이 저만치 나가떨어져 뒹굴었다.쯧.무심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 가볍게 혀를 차곤 다시 느긋한 동작으로 허리를 폈다.주먹을 쥔 손으로 허리를 통통 두들기다 차갑게 식은 남자의 몸뚱아리 앞으로 걸어가 섰다.그리곤 신발 끝으로 툭 하고 차며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뱀파이어." 깜깜한 골목 가득히 옅은 피냄새가 진동했다.팔을들어 기지개를 켜다 문득 드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민선배가 나 혼자 온거 알고 또 한바탕 하겠네.아아,본부로 돌아가기 싫다.잔소리 듣기 싫다아-뒤늦게 도착한 정국이 그런 내 칭얼거림을 듣고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후배님은 다 좋은데,그 급한 성격이 문제라니까요." 나는 대답대신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보이곤 고개를 들어 까만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달이 밝네." 어스름한 달빛을 받은 두 눈동자가 붉은 빛으로 또렷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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