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당신의 잠든 연애세포를 깨워드립니다
양요섭&정은지 - Love Day (inst.)
오랜만에 강당에서 듣는 아침조례에 졸음이 밀려들어왔다. 이럴거 알았으면 좀 더 자고 2교시쯤에 올 걸.
아침에 학교 같이가자던 네 문자만 아니었어도 더 잤을텐데.
찌뿌둥한 몸을 쭉 피면서 쪽잠이라도 자보려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숙였는데 누군가가 손으로 내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
짜증나는 표정으로 그 손의 주인을 쳐다보는데 앞에 앉아있던 네가 의자까지 뒤로 옮긴 채 의자에 턱을 받치고 할 말이 있다는 듯 보고있었다.
" 뭐야, 왜. "
" 야, 영화보러갈래? 영화 개봉했어. "
" 내가 너랑 왜 가, 집가서 잘거야. "
너는 내 손을 들어올려 제 손으로 꼭 잡고서는 한 손으로 제 머리를 쓸어넘겼다.
오빠가 같이 가자면 감사합니다. 하는거다.
지랄.
까진 이마에 꿀밤을 놓고서는 발로 의자를 앞으로 밀어버렸다.
아니, 밀어내려고 했는데 너는 까딱도 하지 않았다. 남자긴 한가보네.
" 아! "
나를 잡고있던 네 손을 깨물자 네가 소리를 지르면서 팔을 빼냈다.
" 이상 마치겠습니다. "
조례가 끝나고 강당을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틈에 묻혀 도망칠려고 했는데 후드티의 모자가 잡혀버렸다.
켁, 아, 목! 놓으라고-.
그대로 잡혀서 네 팔이 내 어깨로 오는 것을 허락해버렸다.
어릴때는 내가 때리면 울면서 집에 갔으면서 이제 지가 키도 더 크다고 부심부리는거냐.
" 야, 이석민. 이따가 점심 때 축구나 하자. "
웬 남자선배가 그의 어깨를 툭 치고 가면서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하면서 이미 선배가 지나간 후인데도 소리를 쩌렁쩌렁 지르는 너때문에 귀청 떨어질 뻔했다.
얘 성량 이렇게 좋은데 누가 연습생 좀 시켜주시길.
" ㅇㅇ야, 오랜만이다? "
" 헐, 선배. 안녕하세요. "
" 옆에는 남자친구? "
지수선배였다. 세월이 지나도 존잘이십니다.
남자친구는 무슨,
네 팔을 던지듯 내려놓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몸을 베베 꼬면서 선배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묻자 너는 옆에서 못볼꼴을 본다는 듯이 가만 쳐다보고 있었다.
" 몇개월 사이에 살빠졌나봐, 엄청 예뻐졌는데? "
" 와, 진짜요? 선배는 항상 잘생긴 것 같아요. "
" 저기, 나도 있는데… "
넌 (비속어) 눈치도 없냐.
속으로 왜저래, 하면서 너를 보고 있는데 선배가 미안하다는 듯 표정을 지으면서 내 등을 떠밀었다.
이제 가봐, 다음에 또 보자.
예쁘게 손을 흔들며 웃는 선배를 보면서 감격하고 있는데 네가 뒤에서 저기, 하고 다시 내뱉어온다.
욕을 한 바가지를 부어버릴까 하다가 네 표정이 너무 안쓰러워서 말았다.
" 나는 하고싶었는데. "
영혼없는 것 같은 기분인 이유 좀?
영화 결말이 뭐 저래?
컵에 남은 얼음 몇개를 입에 넣고 씹으면서 네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재밌던데.
그래. 니가 뭘 알겠니.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데 영화얘기밖에 안했던 것 같다.
그럼 그 남자는 대체 무슨 역할이었냐, 알고보니 이랬던 것 아니냐. 그게 복선이었네 아니네. 어쩌구
퇴근길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가득 들어찬 지하철 안에는 겨울임에도 열기가 가득했다.
히터의 답답함에 사람들의 부딪힘까지 짜증났다.
아 씨,
자꾸만 옆의 아저씨가 부딪혀오는 느낌에 옆으로 피했는데 다시 이쪽으로 오길래 아저씨의 옆을 보니 공간이 꽤나 있었다.
" 이쪽으로 와. "
문 쪽에 기대어있던 너는 한발짝 비켜서더니 나를 끌어당겨 제 앞에 두었다.
아저씨와 부딪히지 않아서 좋긴 했지만 바로 고개를 들면 보이는 네 얼굴에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어,
지하철이 멈추고 출발할 때 마다 휘청거리는 나를 한 팔로 잡아서는 고정시킨 너는 정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얘가 이런거 하면 정말 1도 안 설렐 것 같았는데 무슨 향수를 뿌린건지 은근하게 나는 네 향에 좀 설레는 것 같기도 했다.
새삼 손이 이렇게 예뻤나 감탄하기도 했고.
" 너 향수 뭐쓰냐. "
" 안쓰는데? "
에, 진짜?
네 손목에 코를 대고 킁킁대는데 정말 이건 손목에서 나는 향이 아니라 네게서 나는 향이었다.
10년 넘게 친구였는데 지금알았다. 너한테 너무 관심이 없었나보다, 물론 지금도 없지만.
이번에는 네 옷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나를 보고 너는 내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강아지같다, 너.
" 혹시 장래희망이 비만이신지. "
" 뒤진다. "
역시 이래야 이석민답지,
고개를 끄덕인 후 너를 쫓아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 안 자리에 앉았다.
라면을 기다리는 동안 입에 이미 삼각김밥 하나를 쑤셔넣고는 우걱우걱 씹었다.
역시 삼각김밥은 전주비빔!
목이 막히면 우유를 먹고 또 먹고 반복하다가 3분이 다 된 것 같아서 라면을 열고 흐흐, 웃고 젓가락을 들어올리는데
" 잠깐만. "
하고서는 내게 얼굴을 들이미는 너를 정면으로 보자니 너무 당황스러워서 고개를 돌리고서는 너를 살짝 밀어냈다.
왜이래, 여기 편의점인데….
너는 내 코에 묻은 음식자국을 닦아내고서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닌데? "
" 누가 뭐래? 왜 편의점인데.. 시비거냐고.. "
" ... "
음란마귀는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라는 짤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다녔다.
음마야, 이렇게 아무때나 나오면 어떡하니? 나 당황스럽게.
쪽팔려서 죽을것 같아서 라면 용기를 들고 국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아, 뜨거워-.
라면이 뜨거운 것도 잊은채 들이마신 탓에 혀가 뜨거워서 네 물을 가져와 마셨다.
하. 오늘 미친짓을 몰아서 하는구만.
너는 그런 내 모습을 빤히 보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혀가면서 웃었다.
" 진짜 존나 귀여워, 어떡하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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