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성찬 엑소
루시엔 전체글ll조회 1240l 1

 

 


다니엘이 한참을 뒤척이다 마침내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집어들었지만 어제 청승맞게도 노래를 틀어놓고 잔 탓에 베터리가 다 나갔는지 반응이 없다. 살짝 인상을 찌푸린 다니엘이 핸드폰을 집어던지곤 빈 옆자리를 보았다.

 

 

 "정말 안 들어왔다 이거지."

 

 

어제 알베르토와 그렇게 싸우고 혼자 방에 들어왔지만 내심 다니엘은 알베르토가 자신을 달래주러 따라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지 못하는 척 화해해 주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던 다니엘이 어린 애처럼 뭐하는 짓이야, 하고 혼잣말을 하며 방 밖으로 나갔다. 혹시나 했는데 거실에도, 부엌에도 알베르토는 없었다. 마음이 무거워진 다니엘이 한숨을 쉬며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발치에 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 나지막히 신음을 내뱉은 다니엘이 바닥을 보았다. 다니엘의 시야에 들어온 미지근해진 붉은 와인과 깨진 와인병이 어제의 일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렇게까지 화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 사람들 곁에있으니까 자신이 알베르토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했던 알베르토의 삶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또다시 복잡해진 머리에 다니엘이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샤워기를 틀었다.

 
대충 정리를 마친 다니엘이 호텔 방을 나서려고 문고리를 잡았을 때,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벌컥 열린 문이 다니엘을 밀쳤다. 깜짝 놀라 거의 뒤로 자빠지다시피 한 다니엘이 고개를 들자 창백한 얼굴로 오히려 더욱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일리야가 보였다.

 

 

 "뭐야?"

 

 

어딜 그렇게 급하게 뛰어갔다 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는 일리야에게 다니엘이 물었다.

 

 

 "잘 들으세요. 다니엘씨."

 

 

이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평소보다 더 진지하게 말하는 일리야에 다니엘도 표정을 굳혔다.

 

 

 

일리야가 설명을 마치자 넓은 호텔방 안에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힘든 결정인 것을 알기에 내내 단호한 표정이던 일리야가 잠시 표정을 풀고 다니엘의 눈치를 보았다. 의외로 다니엘은 별로 놀라지 않은 듯 평소의 나른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마침내 일리야가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여기까지 달려오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말을 내뱉었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생각하며 일리야는 질끈 눈을 감았다.

 

 

 "좋은 꿈에서 깨어난 걸로 생각할게."

 

 

 

다니엘이 담담하게 대답하자 일리야가 말없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

 

 

 

 

 "제길!"

 

 

폭주하는 사무실 전화기의 선을 뽑아버린 알베르토가 신경질적으로 욕을 내뱉었다. 하루만에 모든 것이 엉망으로 변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려 했지만 알베르토의 머릿속에 회사 앞에 잔뜩 몰려있는 기자들과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떠올라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기획사 사장과 연습생의 동성 스캔들이라니, 요즘 사람들이 딱 씹기좋은 소재인 것을,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어제 밤부터 알베르토의 이름이 인터넷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에서 내려가질 않는다. 불행중 다행인지 다니엘의 얼굴은 가려졌지만 언제 찍혔는지 모를 두 사람의 사진은 기사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니엘이 알베르토를 꼬셔 데뷔하려는 일종의 꽃뱀이라는 둥, 줄리안과 삼각관계라는 둥의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가 퍼졌고, 이전에 다니엘과 함께 작업했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증거랍시고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다니엘의 데뷔는 커녕 회사 전체의 이미지가 다시 바닥을 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알베르토가 초조하게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으며 블라인드가 쳐져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거짓투성이지만 분명히 사실인 부분도 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몇 시간째 생각하고 있던 의문을 다시한번 꺼내며 알베르토가 눈을 감았다. 대화라도 할 수 있으면 조금 마음이 편할 텐데, 다니엘의 전화기는 꺼져있어 연락이 닿질 않는다. 아직도 그 호텔에 있으려나, 찾아가보고 싶지만 회사 밖에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이 알베르토의 발을 묶어버렸다. 알베르토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발빠르게 기자들과의 연락을 차단한 일리야는 아까부터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다가 문 소리에 고개를 든 알베르토의 눈에 집에서 바로 왔는지 굉장히 편한 차림의 줄리안이 보였다.

 

 

 "형, 이게 무슨 소리야!"

 

 

 "......진정해."

 

 

흥분했는지 제멋대로의 호칭으로 소리치는 줄리안에게 알베르토가 나지막히 대꾸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인정해야지."

 

 

 "미쳤어요?? 그럼 사람들이 박수치면서 응원해 줄 것 같아?! 무조건 아니라고 해야죠!"

 

 

 "사실이잖아, 아니라고 해도 믿을 사람들이 아니야."

 

 

알베르토의 말에 줄리안이 기가 찬 듯 헛웃음을 터트리며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지금까지 형이 만들어온거, 한번에 무너질 수 있어요. 그 중에 나도 있고."

 

 

말을 하는 줄리안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결정했다고 생각했던 알베르토의 머릿속이 다시 어지러워졌다. 맞는 말이다. 한 사람을 잃는게 두려워서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것을 지키는 게 맞는 것일까. 생각하며 알베르토가 빈 유리잔을 움켜쥐었다.

 

 

 

 

*

 

 

 

 

일리야의 말에 알베르토가 말문이 막힌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제부터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신만 바보가 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지금, 인터넷 기사를 점령하며 알베르토를 괴롭히고 있는 사건이 모두 다니엘의 자작극이 되었다고? 알베르토가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되뇌어 보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멍하니 있는 알베르토에게 일리야가 친절하게도 인터넷 창을 띄워 보여준다.

'연습생 A군, 양심고백! 노이즈 마케팅 위해 사장님 속여 자작극 벌여......'란 제목의 기사가 보였다. 대충 전문을 읽어본 알베르토가 떨리는 손으로 일리야의 멱살을 잡았다. 다니엘 혼자 이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다. 이렇게 한다면 당장 알베르토는 구설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지만, 다니엘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데뷔역시도.....힘들다 못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뭐하는 짓이야!!"

 

 

 "현재로선 최상의 방법입니다."

 

 

소리치는 알베르토에도 눈 하나 깜짝않고 대답하는 일리야가 이젠 무섭기까지 했다. 또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계산하고 또 계산해 이런 대응을 했겠지, 항상 놀랍도록 냉철하고 이성적인 일리야가 이젠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이 제안을 들었을 때 다니엘이 뭐라고 대답했을까, 알베르토는 다니엘이 보고싶었다.

 

 

 "다니엘 지금 어디있어."

 

 

알베르토가 일리야를 벽으로 밀치며 말하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받아보십시오."

 

 

가슴을 누르는 압박감에 인상을 찌푸린 일리야가 말했다. 알베르토는 일리야를 잡고 있던 손을 거칠게 놓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알베르토의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 어제부터 계속 듣고싶었고 또 보고싶었던 다니엘이다.

 

 

 -지금 어디야, 만나서 얘기하자.

 

 

 -만날 수 없어. 놀라게 해서 미안해.

 

 

 -.....어처피 대중들은 금방 잊어, 다시 시작하자. 할 수 있어.

 

 

애원하듯 다니엘을 달래는 알베르토에 다니엘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니, 지금까지 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해.

 

 

 -왜 그랬어.

 

 

 

 -너에게 짐이 되고싶지 않아.

 

 

따듯하지만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을 저리게 하는 말에 알베르토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런 말 밖에는 해줄 수가 없을까.

 

 

 

 -또 상처줘서 미안해.

 

 

 -너가 나에게 준 건 상처가 아니라 희망이야.

 

 

나긋한 다니엘의 말 끝이 웃음인지 흐느낌인지 모를 것으로 흐려졌다. 그에 알베르토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자, 다니엘이 담담한 척 다시 말을 잇는다.

 

 

 -일리야 자르지 마, 영리한 사람이야.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

  넌 가끔 너무 공격적이야.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어.

 

 

무엇인가를 정리하려는 듯한 다니엘의 말투에 알베르토의 마음이 불안해졌다.

 

 

 -이런 말 왜 하는거야...지금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 내가 네 옆에 있다면.......키스해 줄거야?

 

 

말꼬리를 늘리며 다니엘이 애써 장난스럽게 묻는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고있을 다니엘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아니, 절대 안 보낼 거야.


 

 

 -알베르토,

 

 

 -.......

 

 

 

 -.....사랑했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지 않는 다니엘이 원망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평소 그렇게 싫어했던 질문에 먼저 대답해주는 다니엘에게서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끊어진 전화를 들여다 보며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알베르토의 눈에서도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

 

 

 

 

 

요즘 너무 바빠서 이제야 쓰네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올리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쓰니까 더 글이 안써져서 더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하고...

ㅠㅜㅠㅜㅠㅜ자세히 쓰고싶은데 저의 능력이 부족하네요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던 부분인데도 마음처럼 쉽지않아요.

아마 다음 편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끝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은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힝ㅜㅜㅜ 알베ㅜㅜ 다니엘 꼭 잡아요ㅜㅜ
9년 전
독자2
이대로 알베르토가 다니엘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ㅜㅠㅠㅠㅠ 자의가 아니라 남의 악의로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건 마음이 아프니까요. 다시 가까워져서 만났으면 힙니다 ㅠㅠㅠ
9년 전
루시엔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죠....ㅠㅜㅠ 자의가 아닌 악의라....그렇게 들으니 정말 슬픈 이별이네요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루시엔
저도 아마 여기에서 일리야라는 캐릭터가 가장 현실적으로 자신의 일을 잘 하고 있지않나 싶어요.....ㅜ긴 댓글 감동입니다!
9년 전
독자5
이렇게 떠나버리는 건 말도 안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까지 사랑한다고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다니엘이 너무 안타까워서 ㅠㅠㅠㅠㅠ 알베르토가 짐작하고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워서 ㅠㅠㅠㅠㅠㅠㅠ 이대로 끝나는건 아니겠죠 ㅠㅠㅠㅠㅠㅠㅠ 아니길 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비정상회담 [타쿠안] J의 기억 (2)8 쭝꿔짱위안 03.21 18:50
비정상회담 [타쿠안] 달이 지는 시간3 03.20 23:32
비정상회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4 쟈몽 03.20 12:51
비정상회담 [타쿠안] 전지전능 타쿠야 15 ^.ㅡ^ 03.18 22:53
비정상회담 [알독] beautiful_116 루시엔 03.17 00:35
비정상회담 [줄로] 타락천사 11 (完) 3 내마음 03.15 21:36
비정상회담 [줄로] 타락천사 10 1 내마음 03.15 19:28
비정상회담 [비정상회담] 젠틀스윗과 젠틀댄져 마지막 7 千愛 03.15 19:24
비정상회담 [타쿠안] J의 기억 (1)5 쭝꿔짱위안 03.15 03:29
비정상회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7 타쿠안왔담 03.15 02:06
비정상회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0 타쿠안왔담 03.15 00:22
비정상회담 [줄로] 타락천사 9 1 내마음 03.15 00:00
비정상회담 [일레어] 무 감정의 시대11 카풰라떼 03.14 18:05
비정상회담 [줄로] 타락천사 8 1 내마음 03.13 21:43
비정상회담 [줄로] 타락천사 7 1 내마음 03.10 19:06
비정상회담 [줄로] 타락천사 6 1 내마음 03.10 03:05
비정상회담 [비정상회담] 젠틀스윗과 젠틀댄져 9편 3 千愛 03.09 12:30
비정상회담 [비정상회담/일레어/타쿠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연애사 ep316 Ping-Pong 03.09 00:12
비정상회담 [줄로알] 장미의 이름 10 ㅣㅏ 03.08 20:08
비정상회담 [일레어] 대디와 파파 2 12 09 03.07 22:46
비정상회담 [줄로] 타락천사 5 2 내마음 03.07 22:30
비정상회담 [비정상회담] 젠틀스윗과 젠틀댄져 8편 4 千愛 03.07 19:30
비정상회담 [알독] beautiful_104 루시엔 03.06 23:30
비정상회담 [탘블] 어떤 일진의 속사정 25 탁구야김탁구 03.06 20:10
비정상회담 [비정상회담] 젠틀스윗과 젠틀댄져 7편 3 千愛 03.04 20:45
비정상회담 [비정상회담] 젠틀스윗과 젠틀댄져 6편 2 千愛 03.02 15:51
비정상회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 루시엔 03.02 00:20
전체 인기글 l 안내
4/29 9:44 ~ 4/29 9:4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