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주의
w.모르
* * *
"현우야. 모처럼 휴일인데 놀러가자."
날씨가 마침 화창하기도 하고. 라고 수현이 덧붙이며 웃었다.
"응, 형아!"
오랜만에 외출이라 기분도 좋고,
하루종일 형이랑 붙어 있어도 된다는 생각에 현우는
베싯, 웃음을 흘기며 좋아했다.
-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았다.
남자 둘이서 뭘 할까, 생각했지만 현우는 모처럼 날씨도 좋고,
몸도 좋아서 수현의 옷깃을 붙잡고 말했다.
"형아! 놀이동산!"
"아, 우리 놀이동산 같이 가본적 없지? 가볼까?"
진짜 기분이 좋은듯 팔짝팔짝 뛰는 현우를 보며 수현은 왠지
모를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처음 부모님이 이혼했을땐 수현이 고등학생, 현우가 중학생이었다.
술타령을 하며 자주 형제와 어머니를 구타하던 아버지는
상대적으로 몸이 약한 현우를 데려가고 싶어했다.
정말로 인간 말종이야, 마음속으로 더러운 놈이라며 욕을 해가며 수현은,
현우를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절대로,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고. 수현은 현우를 데리고 어린나이에 독립했다.
어머니란 사람은 두 아들을 짐짝처럼 여겨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자마자 다른 남자를 찾아 살림을 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글쎄. 그 뒤로 살림을 차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것 뿐이었다.
고등학생이였던 수현은 새벽에 신문배달, 학교가 끝난뒤엔 변변찮은 시급을
받아가며 죽도록 일하고, 휴일없이 매일매일 일했다.
그래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전교1등은 일상이었고, 결국엔 좋은 직장까지 구했다.
조금은 한숨 돌려도 되겠지, 라고 수현은 생각했다.
사랑도 하지 않고 일만 하며 산 이십여년은 외롭기보단 고달팠다.
고등학생이 된 현우만은 그때의 그 일들을 잊길 바라면서 수현은 악착같이 일했다.
-
놀이동산에서 한참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햇빛이 물러가고 점점 구름이 몰려왔다 곧 비가 쏟아내렸다.
수현은 겉옷을 벗어 현우의 머리 위에 덮어주곤 현우를 업었다.
"형, 형. 전화와!"
비가 우두둑 떨어지는데도 현우는 금세 형의 휴대폰 진동소리를 느꼈다.
비가 오지 않는 실내로 들어가서 수현은 숨을 고르다 전화를 받았다.
"네, 제가 그 사람 아들입니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수현은 무슨일이냐며 재촉하는 현우를 보며 머뭇거렸다.
현우는 머리위에 얹혀진 형의 겉옷을 바르게 접어놓고 팔에 걸었다.
천천히, 말할 시간을 주며.
"아버지가 돌아가셨대."
"뭐?"
"술 취해서 또 난동부렸나봐. 새 여자랑 싸우다가 그 여자 죽이고,
자기도 자살했대."
현우는 멍하니 수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 너머 창밖을 바라봤다.
우두둑 쏟아져 내리는 비. 음울한 날씨.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이야기.
아니, 의외로 허탈한 이야기. 새카만 어둠에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안 갈거지?"
문득 현우가 말문을 열었는데, 아주 조금 슬픈 눈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수현은 현우를 쳐다보다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라도 가봐야지."
그 결말이, 그 끝이 좋지 않더라도 어쨌든 아버지니까. 라는 말을 삼키며,
수현은 묵묵히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우는 머리를 쓰다듬는 수현의 손을 꼬옥 잡고 내렸다.
"가지마 형,"
현우는 숨을 들이마쉬다 쏟아내듯 이야기했다.
"그 사람이 뭔데 형이 가! 술 먹고 개되서 맨날 우리 패던 사람인데.
왜 우리의 행복을 방해해. 지가 뭔데! 이제 겨우 행복해지나 싶었는데, 이게뭐냐고.
뭐 때문에 형이 가. 사람도 아닌 개같은 새끼 명복 빌어주러? 웃기지말라그래!"
현우는 말하다가 눈물을 쏟아져나왔다.
수현을 꼭 잡은 손이 떨렸다.
그러다 수현의 손을 내팽겨치곤 비 오는 거리로 달려나갔다.
아, 오늘은 즐거운 날인줄 알았는데.
화창하던 마음이 다시 모습을 바꿔 구름이 드리워진다.
수현은 마음이 무거워져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현우를 찾으러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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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르입니다! 분위기 좋을만 하면 작가가 초를 치지요? 왠지 빨리 끝내기 싫어서 그런가봐요. 체육특기생 이야기도 조만간 들고올게요. 김수현님, 세모네모님, 엘모님 감사해요! 봐주신분들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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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이면 노산이라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