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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흰둥이입니다.
'우리가 있던 시간' 을 끝낸지 얼마 안됐는데...이리 빨리 찾아왔습니다.
전 밀당 따위 할 줄 모르는 바보인가봐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실은 추석때 엄마께 들은 짧은 이야기가 있어서......소나기 생각도 나고....
두 남자를 엮어보니 뭔가 그림이 나오길래 며칠 곰곰히 생각하다 이렇게 던져봅니다ㅎㅎㅎ
생각지도 못한!!!!! 메일링을 신청하신 분들도 계시기에 작은 공지 겸...새로 연재할 글 맛보기 겸...
오늘 살짝 풀어볼까 합니다.
준비되셨나요~?
오늘도 막상 던지려니 자신이.......자신이 없지만!! 일단 투척해보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어허...이 녀석이 또 어딜 간게야?"
싸리빗자루로 마당 한켠을 쓸던 사내가 지금쯤이면 나타나야할 녀석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구기고는 뒷마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늘 숨어 앉아 있던 장독대 뒤에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동네 떠돌이 개를 따라 어디론가 놀러를 간 모양이다.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쯧쯧- 혀를 차고는 돌아오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사내의 시야에 집 뒤 작은 동산 비탈에 앉아 있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손을 꼼지락 움직여 나무 밑에 나있는 풀 한잎을 꺾어 입술에 가져다 대자 싱그러운 풀내음이 코끝에 닿는다.
후--하고 작은 숨을 내쉬자 붉은 입술 위로 여린 잎이 파르르 몸을 떨며 재미난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마냥 재미진지 아이가 픽- 웃음을 짓고는 또다시 숨을 내뱉는다.
제법 가을이 여물어 푸른 잎도 슬슬 사라지고 어느새 차가워진 흙바닥에 뾰족뾰족 성이 난 밤송이들이 제법 굴러다닌다.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줄무늬가 선명한 다람쥐들이 이것 저것 먹이를 줍느라 바삐 움직이고
아이가 앉은 머리 위로 솔방울을 까먹고 던지는 청솔모 녀석도 제법 눈에 띈다.
입에 대고 불어대는 풀피리 소리가 거슬렀는지 자꾸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솔방울 껍데기에 아이가 벌떡 일어나 나무를 걷어차버렸다.
"이놈-!!!"
어디선가 아이를 부르는 벼락 같은 소리에 흠칫 놀라 돌아보니 귀신보다 무서운 아저씨가 싸리빗자루를 들고 잰걸음으로 다가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게야? 내가 시킨 일은 다한거야?!"
꽁꽁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멈춰서서 고개만 푹-숙이고 있는 아이의 머리 위로 따가운 잔소리가 쉼없이 들려온다.
싸리빗자루를 거꾸로 들어 매섭게 휘두르는 사내의 성난 손짓에 아이의 엉덩이에 짝-하는 소리가 울렸다.
매서운 체벌에도 여전히 입은 꾹-다문채 바닥만 바라보는 아이의 여린 귀를 잡아 당겨 비탈 밑으로 끌어내는 사내의 손길이 거칠다.
"오늘 서울에서 아기 도련님 온다 하지 않았어? 어찌 이리 말을 안 듣는게냐!!"
다 큰 어른의 보폭에 힘겹게 끌려가면서 벗겨진 고무신을 겨우 손에 쥐고 집 마당까지 끌려온 아이는 발바닥에 생채기가 난 줄도 모르고 그저 혼이 날 뿐이다.
요란법석한 사내의 꾸지람에 안에 계시던 집안 어르신이 뭔 일인가 하고 고개를 내밀자 맨발로 혼이 나고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자네. 그만 하시게. 한참 뛰어 놀 나이가 아닌가. 곧 우리 손자 올 시간이니 마저 정리나 하시게."
차분한 그의 말에 아이를 쓱-흘겨 본 사내는 어른께 고개를 조아리고 뒷 마당으로 사라졌다.
사내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입을 꾹 다문채 멀뚱히 서있는 아이.
그가 하얀 턱수염을 쓱-쓰다듬고는 아이를 불러세웠다.
"이리 와보거라."
그의 부름에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쭈뼛쭈뼛 곁으로 다가간 아이는 아까보다 더 긴장한 표정으로 조그마한 입술만 오물거렸다.
"자...잘못..했습니다. 쪼...쫒아..내지만...마세요...."
생채기가 나 붉은 피가 베어 나오는 엄지발가락만 하염 없이 쳐다보던 아이가 처음 꺼낸 말에 그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찌 내가 쫒아낼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나는 너를 혼내려 하는 것이 아니다. 부탁 하나 하려고 하는 것이지."
부탁...이라는 어르신의 말에 깜짝 놀란 듯 바닥만 주시하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오늘 서울에서 너만한 아이가 온단다. 며칠 지낼터인데...말동무가 되어 주겠느냐?"
다정한 물음에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하얀 얼굴에 꾀죄죄하게 검댕이를 묻히고는 활짝 웃어보이는 아이의 미소에 그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새 친구를 만나려면 단정해야겠지? 얼른 세수부터 하려므나."
떨어질 듯 고개를 끄덕여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얼른 가보라며 손짓을 했다.
손에 쥔 고무신을 바닥에 내려 신은 아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급히 마당 뒤로 사라졌다.
점점 해가 짧아져 석양이 나뭇가지 사이에 걸릴 쯤 대문 밖으로 요란한 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고는 '오셨나보다' 하더니 분주하게 일을 마무리한다.
굳게 잠겨진 빗장을 걷어올리고 문을 연 사내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했다.
난생 처음 보는 커다란 검은 차에서 내리는 사람.
아니..소년.
아이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린다.
"아이고~오셨습니다. 도련님!"
소년의 손에 들린 작은 가방을 받아 든 사내가 굽신 굽신 허리를 숙이며 그가 차에서 쉽게 내릴수 있도록 도왔다.
단정하게 흘러 내린 앞머리 아래로 깊고 까만 눈동자.
앳된 얼굴 가득 담긴 예쁜 미소에 아이의 시선이 멈췄다.
초라한 자신의 행색과는 정반대로 곱고 예쁜 옷을 입은 소년은 가방을 들어준 사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고는 대문안으로 들어서다가 따갑게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아! 이놈아! 인사를 드려야지. 인사를..!!!"
멍하니 소년만 바라보는 아이의 머리를 억지로 누르는 사내의 거친 손길에 그제서야 고개를 숙여보였다.
숙여진 시선 끝에 닿은 소년의 때묻지 않은 하얀 운동화.
난생 처음 보는 신발에 아이의 시선이 떠날 줄을 모른다.
"괜찮아요~ 근데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작은 웃음 뒤에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에 운동화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걸음을 옮겨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소년의 뒷 모습에 아이는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이...또래 답지 않은 사뿐한 발걸음이...
처음 들어 보는 맑은 목소리가...아이의 눈에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자신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에게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네며 활짝 웃어보이는 미소.
그러다 여전히 대문 앞에 멍청히 서있는 나를 돌아보며 웃는 소년의 예쁜 얼굴 때문에 그를 넋놓고 보던 아이의 뺨이.....
석양 빛에 붉게 물들어버렸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기척이 없다.
저녁상을 물린 뒤 방으로 들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서울 소년이 궁금해져 괜히 시키지도 않은 빗자루질을 하며 그 방 앞을 서성이는데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잔뜩 화가 난 사내가 아이의 머리에 딱밤을 놓는다.
"뭘 꼬물거리는 게야? 니가 할 일이 이게 다 인줄 알아? 하루 종일 일거리가 쌓였단 말이다."
사내의 매서운 손이 지나간 자리를 어루만지며 잔소리를 듣던 아이가 슬그머니 열리는 문소리에 얼른 고개를 들었다.
아직 씻기도 전인데 어제와 같이 단정한 모습의 소년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들린 소란에 잠을 깬 모양인지 여전히 잠옷을 입은채 멀뚱히 서있던 소년이 문을 완전히 열고 나와
아이의 등을 떠밀며 소리 낮춰 잔소리 하는 사내를 불러세웠다.
"아저씨. 오늘 이 아이 할 일이 많은가요?"
입가에 예쁜 미소를 매달고 묻는 소년의 말에 사내가 얼른 고개를 숙이고는 어쩐 일로 그걸 물으시냐며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멀뚱히 서있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는 알아 들을 수 없는 신호를 보낸 소년이 흠흠-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오는 곳이라.....제가 지내는 동안 저 아이가 길동무, 말동무가 되어줬으면 해서요"
"예...? 아............"
"안될까요~?"
곤란해하는 사내의 입을 완전히 막기 위함인지 두 손까지 얼굴 앞으로 모으고 활짝 웃는 소년의 간절한 부탁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의 등을 떠밀어 방문 앞에 밀어 놓는다.
그러고는 별 탈 없이 잘 뫼시라고 조용히 속삭인 뒤 뒷 마당으로 사라졌다.
사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소년이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와 섰다.
그러고는 대청마루 끝에 걸터 앉아 두 눈만 꿈벅이는 아이를 한없이 바라보기만 하다 눈앞에 하얀 손을 불쑥 내밀어 보였다.
"난 박태환이야. 넌 이름이 뭐야?"
하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름을 물어오는 그에게 우물쭈물 아무말 못하고 서있던 아이가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재차 물어오는 질문에 겨우 입을 떼었다.
"ㅆ....쑨..양......."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내뱉은 이름.
지금껏 누가 묻지도...불러주지도 않아 자신에게 마저 낮설어진 이름 때문에 아이는 얼른 입을 다물어버렸다.
입속으로 삼키며 웅얼거리듯 겨우 꺼낸 이름을 소년은 용케도 알아 들었는지
"아~쑨양? 쑨...양...이름이 특이하네?"
라며 웃어보인다.
그 미소가 싱그러워...아니...자신조차도 잊고 지낸 이름 두 글자가 소년의 예쁜 입에서 불러진게 기분 좋았는지 아이도 슬며시 웃음 지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자신의 이름이었다.
***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대강 어떤 내용인지 알아채셨을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네요ㅎ
크게 구도는 잡혔는데 세세한 내용이 어떻게 연결될지는 미정이랍니다.
전 연재 글을 보시고 수채화 같다고 칭찬해주신 분이 계셔서 이번 글은 작정하고 그런 느낌으로 가볼까 합니다.
응원 많이 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이번 '하얀 운동화'가 끝나면 '우리가 있던 시간'과 함께 묶어 메일링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모든 분께 다 드리지는 못하고...첫 연재글부터 아낌없는 응원주셨던 분들과 암호닉 신청해주신분들께만 보내드리겠습니다.....ㅠㅠ
되도록 빨리 빨리 연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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