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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
즐겁고 편안한 주말 보내셨나요~?
안녕하세요! 흰둥이입니다~
생각보다 늦게 와서 세번째 이야기 댓글에 답도 못하고 급히 왔어요!
오늘은 긴 인사없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고!!
아주머니께 부탁 드린 삶은 옥수수를 옆에 챙겨 두고 운동화 끈을 매던 태환은 또다시 혼자 대문을 나서는
아이를 놓칠세라 오늘도 신발 한쪽은 제대로 신지도 못하고 급히 뒤를 따랐다.
멀직이 앞장 서서 걸어가는 쑨양을 종종 걸음으로 뒤따르다 묶지 못한 끈 때문에 결국 한쪽 신발이 벗겨져 버렸다.
작은 돌이 박힌 발바닥을 털어내며 이 상황을 모르는지 여전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 그를 태환이 불러세웠다.
"쑨양! 잠깐만~"
다급한 그의 부름에 걸음을 멈춘 아이가 깽깽이 발로 서서 발바닥을 매만지고 있는 태환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갔다.
"어디..다치셨어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발 이곳 저곳 살피는 쑨양을 보던 태환이 억울하다는 듯 아이의 뺨을 쿡-찌른다.
"너 때문이야! 급하게 따라가다 이리 됐잖아."
"아........"
찔린 볼을 쓰다듬으며 퉁퉁거리는 그에게 쑨양이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러고는 멀찍이 떨어진 운동화 한짝을 얼른 주워 태환의 발 앞에 내밀었다.
다시 신발을 신는 소년의 손을 따라 아이의 시선이 하얀 운동화에 머물렀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모양의 신발.
자신이 신고 있는... 다 낡아 구멍까지 난 검정고무신과는 비교 되지 않는 멋진 그의 운동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말없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에 운동화를 신던 손을 멈추고 슬쩍 그를 올려다봤다.
자신의 고무신과 운동화를 번갈아 바라보는 쓸쓸한 눈빛에 태환은 뭔가 생각이 난 듯 묶던 끈을 다시 풀러 한쪽 신발을 아이의 발앞에 들이밀었다.
"신어봐."
발앞에 놓인 하얀 운동화를 본 쑨양이 깜짝 놀란 듯 손사레를 치며 한걸음 물러섰다.
이에 질세라 다시 아이의 발 앞으로 운동화 한짝을 밀어놓는다.
"얼~른~우리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신고 가자. 나도 그거 신어 보고 싶어."
아니라고 자꾸만 거절하는 아이의 한쪽 발에서 힘주어 고무신 한짝을 뺏어든 태환이 얼른 발에 끼워 넣고는 앞장서서 가버린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보다 쑨양은 곤란한 표정으로 그의 운동화 한쪽에 발을 넣었다.
얇고 딱딱한 고무신과는 다른 포근하고 푹신한 느낌에 쑨양은 자신도 모르게 희미하게 웃었다.
"오~잘 어울리네."
어느새 다가와 물끄러미 발만 보고 있는 아이의 신발 끈을 다정한 손길로 묶어준다.
"이거 내가 엄청 아끼는 신발이야. 난 하얀 운동화를 좋아하거든. 너니까 빌려주는거다~!"
정성스레 매듭을 짓고 몸을 일으킨 태환이 희미하게 웃고 있는 쑨양에게 환하게 웃어주고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됐다~가자!"
처음 신어보는 운동화가 어색한지 어정쩡한 걸음으로 끌려오는 쑨양을 바라보며 태환이 헤헤- 웃어보인다.
그러고는..
"오! 흰색 검은색! 바둑알 같다. 그치?"
라며 재밌다는 듯 웃는다.
그 웃음에 쑨양도 덩달아 밝게 웃어보였다.
"고무신~운동화~고무신~운동화~~"
중얼 중얼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한참을 혼잣말을 하던 태환은 구령에 맞춰 걸어보자며 큰 소리로 고무신~운동화를 외친다.
그러고는 따라하라며 쑨양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그렇게 두 아이는 손을 맞잡고 길고 긴 길을 구령에 맞춰...발을 맞춰...한참을 걸어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던 여름의 기억이 남아 있는데...
몇 년 만에 찾은 산 속 계곡엔 색색이 옷을 갈아 입은 가을의 풍경이 태환을 맞이한다.
아침 이슬을 머금어 미끄러운 비탈을 쑨양의 손에 의지해 걷던 그가 아직 지지 않은 야생화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춰섰다.
노랗게 빨갛게 물든 꽃잎에 코끝을 대고 향기를 맡는 소년.
꽃향기에 취한건지 떠날줄 모르는 그를 바라보다 쑨양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 몇개를 꺽어 줄기를 꼬물 꼬물 엮어나갔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져가는 화관을 발견하고는 태환이 어느새 쑨양의 옆에 다가와 앉았다.
작은 손이 어찌나 야문지 꽃과 잎을 적절히 섞어 만들어내는 화관에 태환의 입이 떡- 벌어진다.
"우와~솜씨 좋다. 이거 나 주려는 거야~?"
신나서 묻는 태환의 목소리에도 묵묵히 줄기만 엮어가는 아이.
한참을 꼬물거리며 만든 완성이 된 화관을 아무말 없이 태환의 머리에 얹는다.
향기 가득한 화관을 쓴 서울 소년.
그 모습이 여느 소녀보다 예쁘다고...쑨양은 생각했다.
하얗고 보드라운 얼굴에 까맣고 동그란 눈매...아침 햇살이 물든 그의 붉은 머리카락.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화관의 꽃향기보다 서울 소년의 맑은 웃음이 더 향기롭다고........아이는 생각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 손을 잡고 걸었던 그곳이 맞다고 신이 난 태환을 바라보던 쑨양이 돌 위에 젖어 붙어버린
나뭇잎을 치우려 먼저 징검다리로 올라섰다.
하나 하나 발을 옮겨가며 그가 잘 따라오는지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바짝 달라 붙어 있는 나뭇잎을 열심히 떼어낸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총총 걸음으로 징검다리를 건너는 태환.
혹시나 자신의 움직임에 화관이 떨어질까 양손으로 꼭- 붙들고 열심히 아이의 뒤를 따른다.
그의 모습을 힐끔 힐끔 확인하며 열심히 길을 내던 아이가 뒤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신음에 깜짝 놀라 가던 걸음을 멈췄다.
"아얏-"
축축히 젖은 돌 위에 발을 잘못 디뎠는지 여린 발목이 꺽이며 소년이 징검다리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소리에 놀란 쑨양이 한참을 앞서 걷던 돌다리 위를 급하게 돌아서 달려 온다.
다친 그 때문에 놀랐는지 급히 서두르던 쑨양의 발이 미끌어지며 그대로 물속으로 빠졌다.
기온이 떨어져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쓰고도 오로지 다친 소년 걱정뿐인지 시린 물속을 개의지 않고 거슬러 태환에게 다가 오는 아이.
접지른 발목이 아픈지 커다란 눈에 그렁그렁 매달린 그의 눈물에 아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느새 발갛게 부어오르는 그의 발목을 감싸 쥐고 어쩔줄 몰라하던 아이가 물가를 가리키며 외치는 다급한 소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따라 저멀리 떠내려가는 하얀 운동화 한짝과 화관.
그제서야 한쪽 발이 허전해진것을 깨달은 쑨양이 물살에 떠내려가는 운동화를 건지려 몸을 돌렸다.
"가지마!"
돌아서려는 아이의 옷자락을 쥐고 놓지 않는 태환.
젖은 머리카락에서 쉴새 없이 떨어지는 물기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쑨양이 다시 몸을 돌리려 하자
다시 힘을 주어 아이의 옷자락을 잡는다.
"괜찮아. 그냥 둬...위험해."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계곡 물이 두려운지 태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운동화를 찾으려는 아이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러고는 다시 통증이 느껴지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흘러가는 운동화와 아파서 울상 짓고 있는 태환을 번갈아 보던 쑨양은 징검다리 위로 올라서서
한쪽 발에 남겨진 고무신 한짝을 바지춤에 넣고는 태환의 앞에 등을 보이고 앉았다.
"나 무거워. 못 업을걸?"
미안한 마음에 애써 거절하는 태환의 마음을 안다는 듯 아이의 등을 밀어내는 그의 작은 손을 힘을 주어 당겼다.
"얼른요...얼른 치료해야 해요."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자꾸만 부어오르는 발목이 결딜 수 없이 아픈지 흠뻑 젖은 아이의 등자락에 태환이 힘없이 몸을 기대었다.
으차- 힘을 주어 일어난 아이가 조심 조심 산비탈을 걸어 내려간다.
괜찮으냐고 수시로 물으며 태환의 상태를 살피던 쑨양은 산을 벗어나고 나서야 평평한 길을 힘차게 내달렸다.
도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사내에게 맞을 뭇매보다 다쳐서 울상 짓는 태환이 더 걱정스러워 그는 발걸음을 멈출수 없었다.
얼굴로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맨발로 거친 바닥을 내달리는 아이의 작은 발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나 그가 내달리는 길고 긴 길에 붉은 핏자국을 남긴다.
***
오늘은 피아노 연주곡 대신
유리상자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로 비지엠을 깔아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곡이기도 하고....
이번 에피소드에 어울릴 것 같아서요~
참...언제 들어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곡이네요..
다음이야기 얼른 들고 올께요~!
좋은 밤..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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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이 예전에 배우들이랑 일하고 후기 쓴거 여기에 조진웅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