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별빛은 이제 막 데뷔를 앞둔 젤리피쉬 연습생이야. 나이는 95년생, 19살이고 160에 45kg으로 아이돌에 최적화된 몸을 가지고 있어. 긴생머리에 옅은 웨이브 진 검은머리에 하얀얼굴, 올망졸망하게 생긴 이목구비 덕분에 어딜가도 빠지는 외모라는 소리는 들은적 없어.남탕 소속사 답게 여자 연습생들이 고작해봐야 5명인데 이중에서 메인 보컬과 막내를 맡고있었어. 힘 있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음색이 좋고 곡 해석력도 뛰어나서 매달있는 월말평가에선 언니들 다 제치고 매번 1위를 독차지하기도 했어. 너는 요령껏 쉬는 법도 모를정도의 소문난 연습벌레였고, 연습기간이 2년쯤 지났을 때 드디어 너에게 연습생이 아닌 가수의 기회가 주어져.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줄 알았는데 솔로가수가 된다는거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과 같이 연습한 연습생들에 대한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지. 이미 황세준 대표님과 강이사님이 타이틀곡과 뮤직비디오 컨셉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은 다 짜 놓은 상태이기때문에 너는 데뷔날짜를 통보받은 몇일전부터 숙소와 연습실만 오가면서 타이틀곡 연습에 한참이었어. 그때 강이사님이 찾으신다는 사무실 언니의 말에 강이사님의 방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어. ㅡ똑똑 "이사님, 저 별빛인데요." "아, 별빛아. 얼른 들어와." 평소 이사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블랙과 화이트톤의 조합은 괜히 너를 위축시키게 만들고 너는 당당한척 이사님 앞으로 가. "별빛이 연습은 잘되가니?" "아,네 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사님 앞에 앉아있는 남자는 몇달전 같은 소속사 선배인 빅스 쇼케이스에서 본 기억이 있는 남자야. "별빛아 인사해. 오늘부터 너 전담매니저인 정택운이야." "안녕하세요, 별빛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오늘 무대 너무 멋있었다는 인사를 하려고 빅스 대기실에 찾아가서 얘기를 하고있었는데 그런 너는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멤버들을 데리고 나가서 넌 무안하게 그 자리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어. 그래서 첫 인상이 진짜 안좋았지만 그래도 이제 계속 봐야되는 매니저니까 싱글벙글 웃으면서 인사를 했지. "하하, 택운이가 원래 말이 좀 없어. 그래도 경력도 많고 빅스도 다 택운이가 키우다 싶이 한거니까다 오히려 너한텐 더 좋을꺼야." 90도로 인사했는데 안녕하세요는 커녕 고개도 까딱 안하는 매니저의 태도에 기가 차지만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는 이사님만 쳐다봤어. "그럼 내일부터 녹음 들어가는걸로 하고, 별빛이 너도 연습생 숙소 나와서 새로운 집 들어가야하니까 짐 정리도 좀 하고있고. 택운이 니가 좀 잘 챙겨줘. 아직 어려서 정신 없을거야." 드디어 30분에 걸쳐서 이사님과 면담이 끝났지만 그 30분동안 내 매니저가 한 얘기라고는 네, 아니요, 글쎄요,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4마디 밖에 없어. 연습생 시절부터 늘 매니저가 생기면 정말 살갑게 지내야지라고 생각했던 너라 지금 택운이의 반응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속상해. 부모님도 외국에 있는 너라서 더더욱 믿을껀 매니저뿐인데 말이야. 이사님방에서 나오자 그제야 꾹 참던 눈물이 나와. 다행이 매니저는 이사님이 할 얘기가 있으시다고 해서 붙잡아 놓으셨지. 매니저가 안나온게 얼마나 다행인지 나왔으면 정말 민망했을거야. 너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비상계단쪽으로 자리를 옮겨. 계단에 앉으니까 더 서러운것 같아. 왜 하필 남자 매니저인거고, 왜 하필 저 사람인건지도 서럽고 같이 연습하던 언니들이 자신을 보고 쑥덕이던 것도 생각나고, 부모님도 보고싶고 모든게 복합적으로 섞이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지. 이제 더 이상 눈물이 안나올정도로 울었을 때 너 앞에 휴지가 보여. 그 손을 따라가니까 매니저가 있어. 민망하기도하고 어색하기도해서 얼른 휴지를 받고 눈물을 훔쳐내니까 위에서 뚫어져라 널 쳐다보고있어. "울지마" 너에게 하는 목소리는 처음 듣는것 같아서 괜히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흐르는데 또 쪽팔려서 다시 고개를 푹 숙이니까 택운이가 너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등을 살살 쓰다듬어줘. 그게 또 아빠 손길같아서 더 눈물을 흘렸지.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택운이가 조용히 뭐라고 해. "..아니 그니까" "네? 뭐라고요?" 무슨 소리인지 안 들려서 코 막힌 소리로 다시 물어보자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다시 말을해. "학연이가 원래 처음엔 이렇게 해야지 데뷔하고나서도 말 잘 듣는다고해서.. 그니까 미안." 이러면서 고개를 푹숙이는데 넌 상황판단이 안되. 알고보니 빅스 리더인 학연이 오빠가 매니저가 새로운 애를 맡는다니까 초장부터 기를 팍 죽여놔야한다고 택운이 오빠한테 세뇌 시킨거였어. 원체 말이 없긴 하지만 아예 대꾸도 하지말라고 했다는거야. 어이가 없기도 하고 너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푹 숙이고 있는거 보면 또 웃기기도해서 너는 그제서야 얼굴 표정을 풀어. 자리를 일어서서 엉덩이를 툭툭 털고는 너보다 키가 20cm는 더 큰것같은 택운이를 보며 손을 내밀어. "다시 인사할게요. 잘 부탁드려요, 진짜 누구보다 유명하고, 노래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어요. 오빠가 저 잘 보살펴주세요." 택운이는 너의 손을 꽉 잡고는 고개를 끄덕였지. 아무말없었지만 오히려 너는 그게 더 진정성 있어 보였어. 그리고 넌 다짐했지. 혹여나 차학연을 본다면 가만히 안 납두겠다고 말이야. ㅡ 1.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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