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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분주히 전체글ll조회 1230l 2


 탕―!!! 이어피스도 체 꽂지 않았는데 달갑지 않은 총소리가 귀에 총알처럼 박혔다. 자칫하면 고막이 손상될 수도 있지만, 귀에 익어서 저절로 면역이라도 생긴 것인지, 어렸을 때 총탄이 터질 때마다 웅웅거리며 맴돌던 소리가 이제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낙엽이 진 들판에서 무심하게 과녁을 바라보는 하얀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졸린 듯, 생생하게 번쩍이는 눈은 항상 저렇게 과녁판을 오롯이 응시하고 있었다. 가을이 지나가는 들판이 너무 노리끼리해서, 저 창백한 얼굴이 오히려 은은하게 빛을 뿜었다.


 총이 다시 한 번 장전이 되고 과녁을 향해 총구가 겨누어지는 것을 보고는, 나 역시 총탄을 단단히 장전해놓고는 주머니에 걸었다. 어이, 김한빈. 내가 느긋하게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과녁판을 겨누었던 총구를 도로 밀어넣고는 내게 짧게 목례하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고는 손바닥에서 구르고 있던 이어피스를 집어던졌다. 재빨리 총을 내려놓고 두 손바닥을 펴서 이어피스를 받는다. 그리고는 과녁을 쳐다볼 때처럼 무덤덤한 눈으로 내 얼굴을 한 번 흘끗, 쳐다본다. 김한빈은 늘 말수가 적었다.



 "귀 상해."


 "……."


 "잘 해봐라."



 나는 짧게 말을 던지고는 그 옆을 스쳐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는 다시 탕! 하고 총탄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입을 다물고, 오직 제 본분만 묵묵히 다하는 것. 김한빈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것을 원칙처럼 떠받들며 살았다. 그것은 나에 대한 암묵적인 충정심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김한빈을 보아왔음에도.


 그것은 정말 오래 전의 일이어서, 나는 김한빈을 언제 처음 만났는지 가물가물했다. 주변에 주워 담아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태어난지 고작 한 해가 지났을 때 김한빈 역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갓난 아기로 이곳에 들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김한빈과의 첫만남 따위를 기억할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분명 언젠가부터 눈에 어른거리며 내 주위를 알짱거리던 김한빈을 의식하고 있었다. 내가 의자에 앉아서 식탁 위에 차려진 저녁을 먹을 때면, 김한빈은 저 먼 발치에서 바닥에 앉아 나를 힐끔거렸다. 나는 나를 돌보던 젊은 유모에게 물었다. 쟤는 왜 나를 계속 쳐다보지? 유모는 식탁 위의 반찬을 계속해서 치워주며 대답했다. 도련님이 식사를 다 끝내기를 기다리는 것이죠.


 내 식사? 내가 궁금한 듯 물으면, 유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친절하게 덧붙여주었다. 도련님이 식사를 다 끝내셔야 저 아이도 식사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 때 아직 작은 머리로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찝찝한 식사를 마치곤 했다. 내가 남긴 음식을 김한빈이 먹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차가운 바닥에서, 내가 입맛에 맛지 않는다고 밀어버린 반찬 그릇을 손에 쥐고 그 안에 든 음식이 꼭 그 하루의 단 한끼라도 되는 듯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김한빈을 보면서, 나는 문득 궁금해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답을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던 질문이었다.


 나는 학교에 가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학교라는 곳이 있는 지도 몰랐다. 필요한 것은 개인 교사로부터 직접 배웠는데, 그 개인 교사도 이곳 내부의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바깥에서 타인과 접촉해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은 이 안에서 벌어졌고, 나는 그것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나는 큰 건물 하나를 두고서 아버지와 달랑 둘이서만 생활했고, 내가 아는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건물에서 그들끼리의 생활을 했다. 모두 키가 훨친하게 크고, 광대뼈와 손등에 난 상처가 울거져서 흉측했고, 주머니에 총을 꽂고 칼을 휘두르면서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다만, 나와 우리 아버지에게는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나는, 얼굴이 창백하고 몸집이 작은 내 또래의 김한빈이 낯설게 느껴졌다. 애초에 이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나와 우리 아버지만이 있었던 이 건물에, 항상 김한빈이 그 내부 어딘가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 멀찍이 떨어져서, 말끔한 내 얼굴을 훔쳐보면서.


 나는 김한빈과 단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가끔 그 녀석이 나를 슬쩍 쳐다보면, 나도 고개를 돌려서 그 눈에 응답해준 것이 전부다.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지금은 안 돼. 하지만 나중에 좀 더 자라면, 저 아이는 네 것이 될 거야. 나는 김한빈이 '내 것'이 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파악하지 못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아버지께서 생일 선물로 사주신 삼천 파운드짜리 상아상? 그런 것처럼 내 것이 된다는 건가.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좀 더 길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지 않으셨고, 다만 짧게 모든 것을 요약해버리셨다.



 '네 앞에서 총을 잡게 할 거란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김한빈이 내 심복(心腹)이 될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와 나뿐인 건물 안에 김한빈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그래도 여전히 나와 거리감을 두고 있었던 것도 그제서야 모두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김한빈이 그 일생의 전부를 이곳에서 보내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누군가가 평생을 바쳐 나를 지킨다는 것이 가슴 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김한빈을 늘 마음 편하게 쳐다볼 수 없었다. 나는 그 녀석이 내 앞으로 뛰쳐나가서 나를 지킨다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도리어, 내가 그 창백한 얼굴의 앞을 막아서면 몰라도. 


 김한빈은 정말 이곳에서 평생을 보낼 운명인지, 한 번도 햇빛을 받은 적이 없는 것처럼 얼굴에 핏기가 없었다. 가끔씩 내가 흘리듯 밀어주는 따뜻한 차 한 잔에 입술에만 간간히 붉은 기운이 돌 뿐이었다. 늘 말이 없었던 그 녀석은, 총을 잡고 미친듯이 과녁에다가 쏘아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조금 더 나이를 먹어,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게 되면 김한빈을 나에게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마치 저 녀석이 숙명적으로 내 사람이 되어야하는 운명의 서(書)를 부적처럼 지니고 태어났다는 듯이, 아버지는 아주 당연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래서 오래전부터 궁금하게 여겼던 것을 아버지께 물었다.



 '저 아이는 대체 어디서 온 거에요?'


 '…….'


 '이곳 사람이 아니잖아요.'


 '차차 이곳 사람이 될 거란다.'


 '하지만 근본은 이곳이 아니잖아요.'



 아버지는 내 물음에 엄격하게 대답하셨다. 저 아이조차도 제 근본을 모른단다. 네가 알면 저 아이 역시 알게 될 것 같아서, 말해주지 않는 거란다. 아버지는 거기서 모든 대답을 마치시고, 내가 무언가를 더 꺼내기 전에 사라지셨다. 그래서 나는 그 후로부터 아버지께 아무 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아주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이곳에서 자란 아이지만, 뿌리는 이곳의 것이 아니다. 외부의 사람이지만, 자발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강제로 끌려왔다는 것인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곳의 구정물 같은 생활을 익숙하게 견뎌왔다는 것이 조금 걸렸다. 나에게는 있는 아버지가, 녀석에게 없다는 것도 의문이었다.


 내 심복이 될 아이라면서, 나는 정작 그 녀석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근본도 없는 녀석이 늘 무덤덤한 얼굴로 바닥에서 밥을 먹고, 바닥에 웅크려 자는 것을 보면 나는 심장이 깊은 물에 잠긴 것처럼 답답해졌다. 나중에 저 녀석이 나의 곁을 지킨다고 해도, 그것이 가슴이 끌리는 일이 아닌 머리가 시키는 의무로 여길 것 같다는 어떤 아슬아슬한 불길함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녀석에게, 어느 차가운 겨울날 이름을 주었다. 늘 유모에게 얘, 하고 불리던 그 아이에게, 나는 불쑥 이름을 건넸다.


 근본이 없으니 성도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내 멋대로 그 녀석에게 내 성을 주고, 내가 직접 만든 이름을 낙인처럼 가슴에 붙박았다. 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동생이 갖고 싶었을 때 내가 멋대로 지어놓은 예명이었다. 나는 그것을 대신 그 녀석에게 주었다.



 '잘 부탁해, 김한빈.'



 그것이 저를 칭하는 말인 것을 알고, 김한빈은 처음으로 흐리멍텅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성을 주고, 어쩌면 내 동생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죽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아이에게 줄 이름을 대신 그 녀석에게 주었다. 내 피붙이처럼, 내 곁에서 나를 지켜달라는 정중한 부탁이자 은밀한 강압이었다. 


 그렇게 말하며 꽁꽁 언 김한빈의 작고 하얀 손에 내가 내민 것은, 총탄으로 장전이 된 총이었다. 지금까지도 김한빈이 가슴에 품고서, 과녁을 향해 뻗는 그것.





***





 허리춤에 꽂아넣었던 총을 재빨리 쳐들고 문을 몸으로 밀었지만, 방 안에는 이미 피비린내를 즐비하게 풍기는 시체들만 그득했다. 뒤를 따라오던 윤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곳에 미리 사람들 풀어두었을 리가…. 나는 윤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멱살을 잡고 물었다. 한빈은? 윤형은 재빨리 한빈은 이곳 담당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내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윤형을 윽박지른 것을 후회했다. 한빈이 이곳 담당일 리는 절대 없었다. 그 녀석은 그 어느 곳도 맡지 않았다. 김한빈이 늘 초점을 맞추고 있어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나는 조바심에 윤형에게 총탄을 더 장전하라고 당부한 뒤, 급하게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예상대로라면 한빈은 건너편의 건물에 있을 것이다. 딱히 제한해놓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빈은 늘 그곳을 서성거렸다. 그러니까―그것은 일종의 예상 경로였다. 내가 늘 걷는 통로을 일컫는 것이었다. 나는 급하게 발걸음을 놀려 굳은 쇠문에 달린 인식기에 손가락을 갖다댄 후, 건물을 빠져나갔다. 저곳에 있어야 할텐데. 나는 혹시 몰라 허리춤에 도로 차려했던 권총을 바짝 장전시킨 채로 그러쥐었다. 시스템이 엉망이군. 나는 혼잣말로 속삭이며 구두를 카펫에 문질렀다. 윤형이든 누구든, 수장들을 시켜 여태 B구역을 맡았던 간부를 찾아내야 할 것 같았다. 피를 뒤집어 쓴 시체들 가운데에서는 낯익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니, 내빼고 도망쳤을 것이 뻔했다. 아직 건물을 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외부로 달아나서 모든 것이 털린다면 끝장이다. 찾아내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총살을 해야겠다.


 나는 옆 건물의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댄 후,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레베이터를 타는 것이 역시 빠른 편이겠지만, 나는 일부러 계단을 선택했다. 김한빈이 주로 기웃거리는 곳은 딱 두 군데였다. 하나는 3층이었다. 한 면이 온전히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김한빈이 그곳을 통해 바깥을 정찰했다. 또 하나는 꼭대기층이었다. 그곳은 내가 늘 머무는 곳이었다. 한빈은 딱 그 두 층을 이용했다. 나는 특별히 김한빈을 위해 사격장을 야외에서 3층으로 옮겨주었다. 김한빈은 그 외에는 관심 밖이었다. 김한빈은 절대로 이곳의 경비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 녀석의 정신은 머리에 몰린 피처럼 온통 나에게로 쏠려있었다. 김한빈은 조직의 안전과 나의 안전을 명백하게 다른 것으로 간주하고 구분했다.



 "김한빈."



 나는 다행히 꼭대기층에서 김한빈을 찾아낼 수 있었다. B구역의 경비에 구멍이 나서 기밀 정보가 유출될 뻔했음에도, 김한빈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3층의 통유리를 통해 모든 것을 저지할 수 있었음에도, 한빈은 그 무엇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자신이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완벽하게 갈라놓았다. 나는 여태 김한빈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 녀석은 말 그대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이었고, 나는 거기에 다른 것을 덧붙일 생각이 없었다. 가까운 심복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내 밑바닥에는 약간의 죄책감이 남아있었다. 김한빈이 모든 것을 진작에 알았다면 내 밑으로 기는 대신 내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갈수록 불길한 기운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나는 김한빈이 조금 더 포괄적으로 생각해주기를 바랐다. 내 존재 자체가 아닌,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겨주기를 바랐다. 제 목숨보다도.


 나는 손에 들었던 총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창 밖을 주시하고 있던 김한빈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나는 김한빈에게 당당한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아니, 명령보다는 일종의 응급 처치같은 것이었다. 김한빈이 내게 총을 겨누는 것은 별로 두렵지 않았다. 나는 언제든지 김한빈보다 한 발 빨리 장전을 해서 녀석을 쏴죽일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쉽게 그러하지 못하는 것이 흠이었다. 나는 내 심신을 단단히 굳히는 것보다, 김한빈에게 동물적인 일관성을 심어주는 것이 더 빠르다고 보았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짓이며, 김한빈에게 내가 몇 번의 죄를 되풀이하는 것인지 알았다. 하지만 나는 조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정당화시켰다. 그리고 그 뻔뻔한 범죄는 청부 살인보다도 짜릿했다.



 "B구역이 뚫렸어. 경비가 허술했지."


 "알고 있습니다."


 "넌 내려오지 않았어."


 "제 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답이 즉각 나왔다. 나는 눈썹을 비릿하게 치켜뜨고, 벽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골프체를 가져왔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이것을 김한빈의 뒤통수에 후려칠 수도 있었다. 김한빈도 그걸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다. 이것은 내가 김한빈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저 녀석은 조직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뿐이었다. 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모가지를 사형대에 드리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는 이 기회에, 그 마음을 더 단단하게 얼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골프체 끝으로 김한빈의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꿇어, 정중하게. 단호하게 내뱉은 말에, 김한빈은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한쪽 무릎을 굽혀 바닥에 뉘였다. 나는 중심을 받치고 선 다른쪽 무릎 위에, 내 발을 올려놓았다. 내 구두 밑창에 묻은 흙이 깨끗하게 검은 바지 위에 더러운 자국을 벌여놓을 것이었다. 그리고 김한빈은 상관하지 않을 터였다.



 "난 말이지, 네가 조직을 위해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해."


 "……."


 "이 조직을 분리해서 보지 말라고. 아버지께서 직접 세우신 것이고, 또한 내가 물려받을 곳이기도 하지. 이 조직이 곧 나야. 네가 그 경계를 조금도 소홀하게 할 이유가 없어. 알아들어?"


 "예."


 "네가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보았으면 좋겠어. 네 명줄을 자르기 전에 말이야. 난 널 죽이고 싶지 않거든."


 "알겠습니다."


 "그래, 알아서 잘 기어보란 말이야. 이 조직을 위해 뭐든 다 내놓으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뭐든, 내놓아. 나는 뒷말을 되뇌이며 곱씹었다. 김한빈은 고개를 숙여, 핏방울로 조금 더러워진 내 신발 위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그제서야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문득 드러난 셔츠 안 김한빈의 뒷목에, 난자한 혈자국이 묻은 것을 보았다. 방금 전에 옆 건물 B구역에서 본 어지러운 시체들이 떠올랐다. 누가 죽였는지 알 수 없는 그들. 김한빈도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잘못 짚은 것일까? 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칭찬도 없이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김한빈을 조금 더 완벽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지원아, 여기 들어온 것은 그 무엇도 내보내서는 안된다. 나는 그 표면적인 의미를 뚫고 들어가, 밑바닥에 진하게 깔린 이물질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그 말에 동조했다.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을 터였다. 확실하게, 내 밑에 엎드리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방금 김한빈의 정중하고도 고결한 복종이 마음에 들었다.


 고귀한 총잡이의 셰퍼드처럼 내 발에 키스하는 김한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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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분주히님 ㅠㅠㅠㅠㅠㅠ 발에 키스하는 충견같은 김한빈 ㅠㅠㅠ
9년 전
독자2
이거 너무 제 취향을 저격한 글ㄹ인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뻐서눈뭏ㅎ난다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작가님 텍스트파일 요청해도 될까요?? 완전 제 취향인디 너무 좋은데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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