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첫사랑.
그래, 그때 그것은, 모두 그 해 여름에 있던 일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났다. 시간은 더뎠고 밤은 뜨거웠으며, 새벽은 찼지만 서로를 감싸는 품만큼은 따뜻했다. 우리는 친했다. 세상에는 우리 둘 뿐이라는 것처럼.
비록 우리는 태어난 곳이 꽤 먼 편이었지만 그것 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지내왔다. 지금 사는 곳이 먼 편도 아니었고, 친한 친구를 위해서라면 그곳이 어디가 되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시 그 해 여름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는 내게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리 사이에 어떻게 이럴 수가. 삼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읊조리며 휘청인다. 몸이 흔들리는 대로 물건들이 어질러지고 흐트러진다. 맹신했던 그였기에 나에게 있어 그 일은 더욱 더 큰 고통과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그를 밀쳐냈고, 그는 나를 끌어안았다.
이렇게 그는 내 안에 잠식하듯이 각인되었다. 문신을 새긴 듯, 혹은 그의 심장은 패였고 내 심장은 튀어나와 감합이 될 수 있는 그것이 되듯, 그가 나를 끌어안았을 때 고요히 맞닿은 가슴에 두근거리던 심장의 어떤 움직임이 크게 요동칠 때, 그때.
그땐 왜 몰랐을까. 그게 사랑인 줄도 모르는 채로 기분이 좋을 때마다 실컷 손을 잡아보고, 아쉬울 때마다 실컷 껴안아보고, 눈이 맞아 다시 심장이 요란하게 울리면 실컷 키스도 해보고, 그리고 마침내 헤어져 마음까지 산산조각이 나본 뒤에야 그것이 첫사랑인 줄 알았음을,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둘이 사귀어?"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던 우리 둘에게 날아온 한 마디의 장난으로 인해, 우리는 서서히 붕괴하고 있었다. 내게 찾아온 두려움이, 내게 고하지도 않은 채 그날 밤 너의 집에도 찾아갔었나보다.
믿지 않았던 첫사랑의 아픔이란, 그 당시 어렸던 나에게는 너무도 어려웠거나, 혹은 종이에 베인 상처처럼 아주 끝에, 상처가 벌어졌을 때에 알게 되는 징그러운 따끔함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를 못 잊었으며, 그는 나를 잊었다.
깊은 새벽에 너를 헤아려보다가 그제사 아, 내가 정말 많이 좋아했었구나, 생각했다. 막연히 주어가 없는 생각의 조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내 미련의 한 부분은 당연히 너를 반추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바쁜 일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너이지만, 한 때는 나의 하루를 오롯이 가져간 너였음을, 넌 알고 있을까, 아니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백업
원래 모커플링으로 썼던 건데
줄로로도 바꿔서 써봄...
여름도 지났고 주어도 없고 시점도 없지만
줄로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