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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다니엘] 네가 불던 날, ep 02 | 인스티즈



멋있는, 우리 아저씨, 뒷 태.

.

.

.



BGM은 글의 분위기에 맞추어 한번 선곡해 보았습니다.

자동 재생은 아니니, 글에 몰입이 안되시는 분들은

굳이 안들으셔도 괜찮겠습니다.














.

"우와.."

아저씨는, 언젠가 같은 반 남자 아이 - 아주 똑똑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외고를 같던 걸로 기억하는데.. -의 꿈이었다.

독일계 기업의, 마케팅 매니저.



... 사실 마케팅 매니저가 뭔지 잘 모르겠다.

같은 반 남자아이 역시 내가 그때, '그게 뭐야?'라고 물었을 때, 한참을 멋있는 어휘를 써서 웅장하게 설명해줬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기도 했고.


하지만,

나와 다르게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이런 꿈을 키워오셨다고 했고, 독일 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후, 

한국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망설임 없이 바로 한국으로 오셨다 했다.


사실 나는 꿈이 없었다. 꿈이 없었다기 보단, 꿈이 생기는 동시에 숨기고, 단념하기 급급했다.

감히 내가 이런 꿈을 꿔도 되나 싶었고, 혹시나 엄마나, 언니에게 들킨다면 큰 부담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내가 유치원 때, 언니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언니가 한껏 들뜬 모습으로 학교가 끝나고 집에 들어왔다.

'나,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아마 담임 선생님이 피아노를 멋있게 쳐주셨던 거겠지. 처음 보는 언니의 똘망똘망한 눈빛에 어린 나는 '도대체 피아노가 뭐길래.'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한 창, 엄마와 아빠의 싸움이 절정이던 그 때, 언니는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잔뜩 기대 어린 눈빛으로 하교한 언니, 우리에게 등을 돌린 채 무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던 엄마, 나는 엄마의 반응이 궁금했다.




'응? 엄마, 나 피아노오-.'

'...'

'내 친구, 그 쩌-번에 같이 왔던 윤지, 윤지 다니는 학원에 다니면 된다는데...'

'...'

'...'




모녀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때 쯤부터 나는 착한 딸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도중에 잠시, 밴드부 친구의 공연에 초대 받아 갔을 때, 한번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레슨비만 한 달에 너네 집 5달 생활비야.' 라는 말에 일주일만에 접긴 했지만 말이다.




아저씨의 이야기, 그니까, 아저씨가 나만 했을 때, 공부의 모티브가 되어주었던 그 꿈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는 나에게 판타지였다.

아저씨의 눈빛은, 멋있었고 따뜻했다. 온 우주가 아저씨만을 비추고 있는 듯한 느낌.

동시에 이런 내가 너무 초라해보이기도 했다


"내려요, 여기가 내 사무실, 마케팅팀"

제법 큰 기업인지 큰 건물 한 채가 모두 아저씨네 회사였고 아저씨는 회사 내에서도 꽤 유망주로 손꼽히는 분인 듯 했다.

음, 왜냐면 여기는 그 높은 건물의 꼭대기 바로 아래층이었고 - 꼭대기층은 아마 사장실 인 듯 하다.- 들어서자마자 꽤 많은 여자들이 아저씨를 힐끔 거렸고,

몇몇 아저씨보다 젊어 보이는 '아저씨'들은, 아저씨에게, 아 그러니까. 우리 다니엘 아저씨, 아니 아니, 그냥 다니엘 아저씨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 뒤에 빗물에 젖은 축축한 신발을 신고 있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린데만, 저 아이는 뭐에요? 혹시, 숨겨둔 딸이라도 되는거야?'

'그러게요, 아니면, 혹시 다니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귀여운 스토커인가?'



창피한 마음에 아저씨 뒤에 숨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아저씨 주변의 사람들은 독일어로 무언가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왜 한국인인데 굳이?


'그런거 아니야, 신경쓰고 일이나 가서해. 늦어서 미안하고, 보고서는 점심 먹고나서 부터 보도록 할게.'


들어서자 맞이해주는 예쁜 안내원 언니, 쾌적한 에어컨 바람, 날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바빴던 사람들, 그리고..



"미안, 미안. 정신없지. 음, 어떡하죠? 옷이 너무 젖었다. 추울텐데."

이런 나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다니엘 아저씨가 내 앞에 있다.



"일단 따뜻한 거 더 줄게요. 감기 안걸리려면 뭐라도 먹여야 하는데. 아 어떡하지."

꿀차를 타면서,


"아 맞다 맞다, 나 저번에 여기 회사 트레이닝 복 놓고 갔어요. 그거 입으면 될꺼고.'

계속해서 꿀차를 타면서.


'근데 바지는 좀 클텐데, 잠깐만, 시은씨- 저번에 야근할 때 입었던 그 트레이닝 복 있어요? 앗! 뜨거!'

그러다 손에 꿀 차를 조금 엎은 아저씨가,





.

.

.

'옷 감사합니다. 꿀차도 감사하고, 근데. 저 이제 학교 가볼게요. 죄송해요. 진짜... 다 감사합니다.'





이런 아저씨한테 더 큰 폐를 끼칠 순 없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게 익숙치 못한 내가, 아니, 그냥 감히 내가, 다니엘 아저씨한테, 어떻게 이래.

무작정 비상구로 뛰어가서 내달렸다. 1층까지, 빠르게.






"앗뜨뜨, 네? 어? ㅈ, 정상! 정상! 어디가요!"



뒤에서 날 부르는 아저씨의 목소리, 날 귀신보듯 쳐다보는 마케팅부 직원들. 아까 지나쳤던 예쁜 안내원 언니까지.

그래, 이거 다 꿈이야, 정상아. 응.

너는, 오늘 아침에 그냥 학교 땡땡이 치다가, 학교로 돌아가는 거고, 아무일도 없었어.

처음 본, 나보다 10살 많은 외국인 아저씨한테 한 눈에 반한 오늘의 나는 없었다, 라고 애써 기억을 지우며 회사 정문으로 냅다 달렸다.

그냥 왠지 눈물이 흐르는데. 모르겠어. 만난지 5시간도 안된 이 아저씨를 내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사랑에 빠지겠어.

받기엔 부담스러운 마음이라, 그러니 어떤 여지도 남겨두진 않으려고 내 심장이 다 서늘할 만큼 차갑게 하긴 했는데,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멀리서도 나를 쫒아오다가, 헥헥 거리며 나만 바라보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저씨 표정을 보다가,

한참동안 어딘지도 모르게 길을 걷다가, 비로소. 내 마음 속 정답을 알 수 있게 됐어.


0.1초 차이로 내 눈앞에서

문이 닫힌 집으로 가는 마지막 지하철을 놓쳐버렸을 때의

그 막막한 기분....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밀어낼 수 없어, 아예 등 돌릴 수밖에 없었던,

밀어내려고 할수록, 성큼 더 다가오던,


그런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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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진짜 이 글 너무 사랑해요ㅠㅠ 고맙습니다!
9년 전
독자2
헐 쓰니야 왜 이제와쪙ㅜㅜ 얼마나 기다렸는데!
9년 전
독자3
끙 ㅠㅠㅠ대박이야진짜ㅠㅠㅠㅠ뭔가 그 먹먹한 아슬아슬한 심리상태도 잘 드러나있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ㅠㅠㅠㅠ비같은 글인거같아 막 오다가 그치면 그립고 그런글 ㅠㅠㅠ
9년 전
독자4
헐..신알신할게요 ㅠㅠㅠㅠ 이런거너무좋어요
하 ㅠㅠㅠ

9년 전
독자6
아련해요 ㅠㅠ 작가님 정말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ㅠㅠ 진짜 글 속에 빠져들어서 감상하게 된 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정말 감사드려요 ㅠㅠ
9년 전
독자7
작가님 아직도 이 글 기다리고 있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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