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1 3rd mov
(BGM-Music Every Day(iphone5 CF Song, bgm은 끄셔도 내용과는 무관합니다.)(작가의 추천 음악일 뿐이에욯ㅎㅎㅎ) W. 두번째손가락 07. 진환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긴다리를 휘적이며 강의실을 나가는 준회를 쫓느라 애를 먹었다. 허겁지겁 짐을 챙겨 쫓아간 준회는 쫓아오는 진환을 흘끗보고 계속 걸었다.진환은 철저히 무시당한듯한 존재감에 주눅 들었지만 준회를 열심히 쫓아가며 말했다. " 저기, 아깐 고마웠어요. "" ...... "" 화도 많이 났었는데 덕분에 속 시원해졌어요. " 배려없이 앞장서던 걸음이 멈추었다. " 경합에서 증명해. "" ..... "" 내가 한 말 쪽팔리지 않ㄱ.. "" Hey!! Bro!!! " 기다란 몸뚱이가 갑작스럽게 달려든 누군가에 의해 반으로 굽혀졌다. 준회는 우악스럽게 자신에게 어깨동무라는 스퀸십을 해 온 존재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끼며 굽혀진 허리를 일으켰다.눈 앞엔 아니나다를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지원이 있었다. 한 대 치고 싶다. " 뭐야. "" 한빈인 전공수업 갔지 뭐야.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 "" 넌 수업없어? "" 미국 갔다온건 난데 형 동생 호칭이 사라진건 왜 너냐? 어릴 땐 형아~형아~ 잘 따라 다녀 놓고. "" 시끄러워. " 지원은 강의 시간표가 적힌 종이를 팔랑거리며 준회에게 건네주곤 앞에서 멀뚱하게 서 있는 진환에게 시선이 닿았다.진환은 뭔가 낯익은 지원의 얼굴에서 퀵보드를 떠올리곤 시선을 피했다. 그 때 퀵보드 타면서 소리지르던 미친 남자다. 이상한 사람일것만 같다. 진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 이 병아리는 누구야? "" 야. 너 음악사 들었어야 되잖.. 하.. 그럼 너랑 수업을.. 매주.. "" 응? 너랑 같은거야? "" 어. " 얘도? 하고 가르킨 지원의 손 끝에 진환은 몸을 떨었다. 준회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이자 지원은 또 뭐가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진환에게 손을 내밀었다.얼떨결에 지원의 손을 잡은 진환의 팔은 주체할 수 없는 지원의 텐션에 의해 이리저리 붕붕 휘날렸다. " 그래서. 요 쪼꼬만 앤 누구라고? "" 김진환... 김한빈이 피아노 후보라고 찍은 사람. "" 오오? "" 후보가 둘인데, 곧 있을 경합으로 결정하기로 했어. " 지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 한빈이가 찍었는데 뭐하러 경합을 해? "" ... 좀 문제가 있어서. " 그렇게 말하는 준회는 꽤나 곤란해 보였다. 아직도 납득할 수 없는 표정의 지원에게 진환이 말했다. " 제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 으응? "" 연습중.. 이에요. " 학교에서 본인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게 마냥 신기한 진환은 지원의 표정이 오히려 낯설었다.보통 이런 말을 하면 안쓰럽게 쳐다보거나, 의아한 표정을 짓는데 지원은 그렇구나. 하고 씩 웃었다. 비웃음은 분명 아니었다. " 한빈이는 옳으니까 괜찮아. "" ..... "" 앞으로 자주보겠네, 아가. 난 김지원이야. 팀파니과 2학년. "" ... 아가? "" 그치, 준회야? 완전 애기지? 한빈이랑 이런 애기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한빈이는 애는 못낳지만. "" .. 헛소리 하지마. " 진환은 두 사람의 대화를 1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귀엽다며 만지작거리는 지원은 둘째치고, 그걸 아니꼽게 힐끔대는 준회마저 불편했다.구준회에게 고맙다고만 전하려 했는데.. 상황이 왜 이렇게 된거지? 진환의 볼을 조물거리는 지원의 손을 제지한건 결국 준회였다.의외의 반응에 지원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준회를 쳐다봤지만 준회는 가볍게 무시했다. " 이봐. "" 네? "" 무대공포증 있다는 사람이 ppt 발표는 잘 할 수 있겠어? "" 아.. " 그러게요. 진환이 웅얼거리자 준회는 어이없다는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이만저만 성가신 사람이 아니다.준회는 갑작스럽게 굴러온 짐덩이에 난감함을 느끼며 아무 말 없이 한숨을 쉬었다. 그 꼴을 가만히 보던 지원이 말했다. 니가 도와주면 되겠네. " 병아리 공포증 있다며. 구준회 니가 발표 하는거 도와줘. "" 뭐? "" 네? " 동시에 육성으로 놀란 두 사람을 번갈아 본 지원이 유쾌하게 웃었다. " 구준회 많이 착해졌네. "" 좀 꺼져. 내가 왜 도ㅇ.. "" 착해진건지, 뭐에 끌리는건지. " 지원은 어깨를 으쓱하곤 먼저간다. 하고 팔랑팔랑 걸어갔다. 안봐도 뻔히 지휘과 건물에 가는거겠지만. 쓸떼없는 방향을 제시하고 간 지원이 두 사람은 마냥 야속했다. 누가.. 누굴.. 뭘 도와? 안절부절 못하는 진환과 jpg마냥 우뚝 멈춰 있는 준회는 어찌할지 모르는 마음을 매한가지였다.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원의 뒷 모습을 점점 멀어졌다. 이런 님이 18년도. " ... 야. "" 어어..? 아니, 네? "" 주제가 뭐야. " 네? 하고 되묻는 진환과 눈이 마주친 준회는 슬그머니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제가 뭐냐니까. 발표주제. " 아.. 아직 안정했.. 는.. 도와주게요? "" ...... " 진환은 고개를 돌려 뒷통수만 보이는 준회를 멀뚱히 쳐다봤다. 어딜보고 있는거지..? 대화는 저와 하면서 딴데 신경이 팔린걸 보니 역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없나보다.진환은 준회에게 짐이 되는것 같아 괜히 미안해졌다. 꼼질대던 손가락은 땀으로 젖은지 오래다. 진환은 이 상황이 숨막혔다. " 저.. 굳이 안도와줘도 되는데.. "" .. 어? "" 제가 자꾸 귀찮게 하니까.. 발표 정돈 혼자 할게요. "" 뭐? 아.. 아니.. " 어울리지도 않게 말까지 더듬은 준회는 뒤를 돌려는 진환의 팔을 붙들었다. 뭘 지멋대로 판단하는거야.진환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자 덩달아 놀라 급하게 손을 놓은 준회는 자신의 표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지만.도와줄 이유는 없지만, 도와주지 않을 이유도 없지. 허공에 붕 뜬 팔을 쳐다보던 진환은 준회의 표정을 살폈다. 왜 저렇게 당황한 거지?표정에 '무언가' 를 담은 준회는 낯설었다. 준회의 모습에 기분이 이상해지려던 찰나 준회가 입을 열었다. " ... 도와줄게. "" ...... "" 그.. 안귀찮으니까.. 도와준다고. "" 아.. "" 뭐해. 안가? " 턱짓으로 가자는 신호를 보내는 준회에게 진환은 멍청히 '어딜요?' 라고 물었다. " 도서관이든, 카페든. " 네가 편한 곳. 이라 중얼거린 준회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귀는 조금 빨개져 있었다. 그걸 본 진환은 날씨가 많이 추운가 하고 생각했다. 그다지 춥진 않은데.. " 가자. " 준회가 발걸음을 떼자 진환이 그에 맞추어 걸었다. 이번 준회의 걸음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 Honey. "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웅웅대자 한빈은 오한까지 느끼며 앞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미친!! 애 떨어질 뻔 했네!!개구리마냥 뛰어오른 한빈은 욕설을 내뱉고 소리의 근거지를 쏘아 보았다. 명불허전 김지원. 뒤를 돌아보니 얼굴을 잔뜩 구기며 웃고 있는 지원이 여유롭게 손짓했다.강의시간전에 겨우 떼어냈는데 강의 끝나자마자 따라오는 꼴이라니.. 충견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거다.한빈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은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와 다를 바 없었다. 한빈은 그 꼴이 지겨우면서도 우스워서 허탈하게 웃었다. " 어! 웃었다! "" ...... "" 헤헤헤- " 한빈의 그 작은 모습까지 지원은 세상이 떠나가라 웃었다. 뭐가 그렇게 좋다고. 한빈은 연습실로 가려 꺄르르 웃는 지원을 지나쳤다. 그 뒤를 지원이 졸졸 쫓았다. " Honey. "" 아, 그렇게 부르지 좀 마요. "" 응? 그럼 Baby? "" ... 제발. "" 음- 그럼.. "" 휴.. "" 한빈아. " 갑작스럽게 들려 온 자신의 이름에 한빈은 빠르게 걷던 스텝이 꼬여 넘어질 뻔 했다. 워워, 하고 지원이 팔을 낚아채자 겨우 중심을 잡은 한빈의 표정은 수치로 물들었다.'나 지금 쪽팔려요' 라고 쓰여진 한빈의 얼굴을 본 지원이 킬킬 웃었다. 귀여워 죽겠다, 진짜. " 한빈아. "" 하지마요. "" 그럼 어떻게 부르라는거야! " 너무해 자기!! 하고 앙탈을 부리는 지원은 한빈을 부를때와 사뭇 달라져 한빈은 페이스를 되찾았다. 이 사람은 종 잡을 수가 없다. 매번 놀림당하는 느낌이다.겉으로 보기엔 지원이 매번 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안절부절 못하는건 자신이다. 한빈은 자꾸 다가오기만 하는 지원 덕에 벼랑으로 몰린 기분이었다.죽을래, 아님 나랑 같이 살래. 지원을 만날때마다 느껴지는 이 기분은 2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는 아직. 당신을 모르겠는데. " 아, 맞다. 나 오다가 병아리 만났는데. "" 병아리? "" 응. Honey가 찍었다는 피아노. " 병아리. 진환을 말하나보다. 지원이 그걸 어떻게 알지? 소문이라곤 귓가에 대고 말해도 안듣는 인간인데.설명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딱히 필요성을 못느껴 한빈은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신했다. " 근데 난 구씨가 그런 취향일지 몰랐어. "" ... 구? 구준회요? "" 잘 빠지고 쎄끈한 여자 만날 줄 알았는데. 그런 애기라니.. 변태같아. "" ? " 무슨 말을 하는건지. 진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한빈이 지원과 눈이 닿자, 지원의 눈은 그대로 숨어버렸다. 그 눈웃음이 숨이 막힌다.한빈은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저 웃음에 홀리지 말자. 어.. 그니까 구씨가 병아리를 만난다. 구씨는 구준회. 병아리는 김진환.구준회가 김진환을.. 만.. 난.. " 응? "" 왜? "" .. 둘이 친했나? " 한빈의 물음에 지원은 흠- 하고 뒷목을 긁적이더니 말했다. " 뭐. 진도 빼려면 한-참 먼 것 같지만. 둘 다 숙맥이라서. "" ..... "" 누구랑은 다르게 말야. " 흐흐. 한빈은 괴상하게 웃으며 허리에 손을 감아오는 지원을 툭 쳐냈다. 구준회가 누굴 좋아하던 당신보다 변태일 순 없어.지원은 가차없이 연습실로 가려는 한빈의 팔목을 잡아 돌려 세웠다. 오늘만 쉬고 나랑 놀아주면 안돼? " 응? " 우리 Honey 얼굴이 다 상했네. 그래도 예쁘지만. 하루만 쉬자. 코 끝까지 다가온 지원의 얼굴에 한빈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곤 말했다.키스할듯이 다가온 지원의 입술 근처에서 한빈의 입술이 움직였다. 닿을까 말까한 거리가 아슬하게 둘의 심장을 간지럽혔다. " 안돼요. "" ... 너무해. "" 연습해야 되요, 형도. 이제 우리 팀이니까. " 눈 하나 깜빡 않고 말하는 한빈은 단호했다. 지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원래 가늘었지만) 한빈을 쳐다보다 가까이 닿아있던 얼굴을 떨어뜨렸다.그리곤 큼지막한 손으로 한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심조심. 부서질세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손은 마치 값비싼 유리보석을 쓸어내리는듯 했다.그 손을 덥석 잡은 한빈에 지원이 잠시 놀란듯 숨어있던 눈동자를 비추었다. 그리곤 다시 샐쭉. " 연습하러 가요. "" 와, 진짜. " 지원은 졌다는듯이 웃으며 한빈에게 붙잡힌 손을 깍지 쥔 채 살짝 입맞추곤 말했다. " 진짜 섹시하다니까. "" ... 섹시는 무슨. "" 우리 자기는 꼬시기 어려워서 좋아. " .. 형이 더 어려워요. 한빈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깍지 낀 두 손은 연습실에 도착하기까지 풀리지 않았다.두 사람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훨씬 더 더디었다는건 안비밀. Student ID Name : 정찬우(Jung Chan Woo) Student ID : A06_0614Grade : 1Major : FluteClass : A 두번째손가락/암호닉시험은 왜 있는걸까요 여러분..? 대학와서도 시험의 의미는 찾을 수 없네요.ㅋㅎ그나저나 찬우가 없는데 찬우 프로필...별별 미안해 촤누야... Aㅏ.. 이번편은 오타가 많을지도 몰라요.. 지적해주시면 혼또니 감사합니다! 여러분 디비디는 사셨나요? 저 호갱은 다섯시 되자마자 예약했답니다. 개인적으로 랜카 지원이나 준회 나왔으면 좋겠네요.....(눈물)ㅠㅠ 댓글 달아주시는 비회원 독자분들 사랑해여.. 전 비회원때 댓글 진짜 안썼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암호닉] : 항상 감사하고, 항상 받고 있답니다! 매화 암호닉분들이 늘어나네요ㅠㅠ감동..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 보나,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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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추천 음악일 뿐이에욯ㅎㅎㅎ)
W. 두번째손가락
07.
진환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긴다리를 휘적이며 강의실을 나가는 준회를 쫓느라 애를 먹었다. 허겁지겁 짐을 챙겨 쫓아간 준회는 쫓아오는 진환을 흘끗보고 계속 걸었다.
진환은 철저히 무시당한듯한 존재감에 주눅 들었지만 준회를 열심히 쫓아가며 말했다.
" 저기, 아깐 고마웠어요. "
" ...... "
" 화도 많이 났었는데 덕분에 속 시원해졌어요. "
배려없이 앞장서던 걸음이 멈추었다.
" 경합에서 증명해. "
" ..... "
" 내가 한 말 쪽팔리지 않ㄱ.. "
" Hey!! Bro!!! "
기다란 몸뚱이가 갑작스럽게 달려든 누군가에 의해 반으로 굽혀졌다.
준회는 우악스럽게 자신에게 어깨동무라는 스퀸십을 해 온 존재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끼며 굽혀진 허리를 일으켰다.
눈 앞엔 아니나다를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지원이 있었다. 한 대 치고 싶다.
" 뭐야. "
" 한빈인 전공수업 갔지 뭐야.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 "
" 넌 수업없어? "
" 미국 갔다온건 난데 형 동생 호칭이 사라진건 왜 너냐? 어릴 땐 형아~형아~ 잘 따라 다녀 놓고. "
" 시끄러워. "
지원은 강의 시간표가 적힌 종이를 팔랑거리며 준회에게 건네주곤 앞에서 멀뚱하게 서 있는 진환에게 시선이 닿았다.
진환은 뭔가 낯익은 지원의 얼굴에서 퀵보드를 떠올리곤 시선을 피했다. 그 때 퀵보드 타면서 소리지르던 미친 남자다.
이상한 사람일것만 같다. 진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 이 병아리는 누구야? "
" 야. 너 음악사 들었어야 되잖.. 하.. 그럼 너랑 수업을.. 매주.. "
" 응? 너랑 같은거야? "
" 어. "
얘도? 하고 가르킨 지원의 손 끝에 진환은 몸을 떨었다. 준회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이자 지원은 또 뭐가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진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지원의 손을 잡은 진환의 팔은 주체할 수 없는 지원의 텐션에 의해 이리저리 붕붕 휘날렸다.
" 그래서. 요 쪼꼬만 앤 누구라고? "
" 김진환... 김한빈이 피아노 후보라고 찍은 사람. "
" 오오? "
" 후보가 둘인데, 곧 있을 경합으로 결정하기로 했어. "
지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 한빈이가 찍었는데 뭐하러 경합을 해? "
" ... 좀 문제가 있어서. "
그렇게 말하는 준회는 꽤나 곤란해 보였다. 아직도 납득할 수 없는 표정의 지원에게 진환이 말했다.
" 제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
" 으응? "
" 연습중.. 이에요. "
학교에서 본인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게 마냥 신기한 진환은 지원의 표정이 오히려 낯설었다.
보통 이런 말을 하면 안쓰럽게 쳐다보거나, 의아한 표정을 짓는데 지원은 그렇구나. 하고 씩 웃었다. 비웃음은 분명 아니었다.
" 한빈이는 옳으니까 괜찮아. "
" 앞으로 자주보겠네, 아가. 난 김지원이야. 팀파니과 2학년. "
" ... 아가? "
" 그치, 준회야? 완전 애기지? 한빈이랑 이런 애기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한빈이는 애는 못낳지만. "
" .. 헛소리 하지마. "
진환은 두 사람의 대화를 1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귀엽다며 만지작거리는 지원은 둘째치고, 그걸 아니꼽게 힐끔대는 준회마저 불편했다.
구준회에게 고맙다고만 전하려 했는데.. 상황이 왜 이렇게 된거지? 진환의 볼을 조물거리는 지원의 손을 제지한건 결국 준회였다.
의외의 반응에 지원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준회를 쳐다봤지만 준회는 가볍게 무시했다.
" 이봐. "
" 네? "
" 무대공포증 있다는 사람이 ppt 발표는 잘 할 수 있겠어? "
" 아.. "
그러게요. 진환이 웅얼거리자 준회는 어이없다는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이만저만 성가신 사람이 아니다.
준회는 갑작스럽게 굴러온 짐덩이에 난감함을 느끼며 아무 말 없이 한숨을 쉬었다. 그 꼴을 가만히 보던 지원이 말했다. 니가 도와주면 되겠네.
" 병아리 공포증 있다며. 구준회 니가 발표 하는거 도와줘. "
" 뭐? "
동시에 육성으로 놀란 두 사람을 번갈아 본 지원이 유쾌하게 웃었다.
" 구준회 많이 착해졌네. "
" 좀 꺼져. 내가 왜 도ㅇ.. "
" 착해진건지, 뭐에 끌리는건지. "
지원은 어깨를 으쓱하곤 먼저간다. 하고 팔랑팔랑 걸어갔다. 안봐도 뻔히 지휘과 건물에 가는거겠지만. 쓸떼없는 방향을 제시하고 간 지원이 두 사람은 마냥 야속했다.
누가.. 누굴.. 뭘 도와? 안절부절 못하는 진환과 jpg마냥 우뚝 멈춰 있는 준회는 어찌할지 모르는 마음을 매한가지였다.
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원의 뒷 모습을 점점 멀어졌다. 이런 님이 18년도.
" ... 야. "
" 어어..? 아니, 네? "
" 주제가 뭐야. "
네? 하고 되묻는 진환과 눈이 마주친 준회는 슬그머니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제가 뭐냐니까. 발표주제.
" 아.. 아직 안정했.. 는.. 도와주게요? "
진환은 고개를 돌려 뒷통수만 보이는 준회를 멀뚱히 쳐다봤다. 어딜보고 있는거지..? 대화는 저와 하면서 딴데 신경이 팔린걸 보니 역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없나보다.
진환은 준회에게 짐이 되는것 같아 괜히 미안해졌다. 꼼질대던 손가락은 땀으로 젖은지 오래다. 진환은 이 상황이 숨막혔다.
" 저.. 굳이 안도와줘도 되는데.. "
" .. 어? "
" 제가 자꾸 귀찮게 하니까.. 발표 정돈 혼자 할게요. "
" 뭐? 아.. 아니.. "
어울리지도 않게 말까지 더듬은 준회는 뒤를 돌려는 진환의 팔을 붙들었다. 뭘 지멋대로 판단하는거야.
진환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자 덩달아 놀라 급하게 손을 놓은 준회는 자신의 표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지만.
도와줄 이유는 없지만, 도와주지 않을 이유도 없지. 허공에 붕 뜬 팔을 쳐다보던 진환은 준회의 표정을 살폈다. 왜 저렇게 당황한 거지?
표정에 '무언가' 를 담은 준회는 낯설었다. 준회의 모습에 기분이 이상해지려던 찰나 준회가 입을 열었다.
" ... 도와줄게. "
" 그.. 안귀찮으니까.. 도와준다고. "
" 뭐해. 안가? "
턱짓으로 가자는 신호를 보내는 준회에게 진환은 멍청히 '어딜요?' 라고 물었다.
" 도서관이든, 카페든. "
네가 편한 곳. 이라 중얼거린 준회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귀는 조금 빨개져 있었다. 그걸 본 진환은 날씨가 많이 추운가 하고 생각했다. 그다지 춥진 않은데..
" 가자. "
준회가 발걸음을 떼자 진환이 그에 맞추어 걸었다. 이번 준회의 걸음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 Honey. "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웅웅대자 한빈은 오한까지 느끼며 앞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미친!! 애 떨어질 뻔 했네!!
개구리마냥 뛰어오른 한빈은 욕설을 내뱉고 소리의 근거지를 쏘아 보았다. 명불허전 김지원. 뒤를 돌아보니 얼굴을 잔뜩 구기며 웃고 있는 지원이 여유롭게 손짓했다.
강의시간전에 겨우 떼어냈는데 강의 끝나자마자 따라오는 꼴이라니.. 충견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거다.
한빈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은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와 다를 바 없었다. 한빈은 그 꼴이 지겨우면서도 우스워서 허탈하게 웃었다.
" 어! 웃었다! "
" 헤헤헤- "
한빈의 그 작은 모습까지 지원은 세상이 떠나가라 웃었다. 뭐가 그렇게 좋다고. 한빈은 연습실로 가려 꺄르르 웃는 지원을 지나쳤다. 그 뒤를 지원이 졸졸 쫓았다.
" 아, 그렇게 부르지 좀 마요. "
" 응? 그럼 Baby? "
" ... 제발. "
" 음- 그럼.. "
" 휴.. "
" 한빈아. "
갑작스럽게 들려 온 자신의 이름에 한빈은 빠르게 걷던 스텝이 꼬여 넘어질 뻔 했다. 워워, 하고 지원이 팔을 낚아채자 겨우 중심을 잡은 한빈의 표정은 수치로 물들었다.
'나 지금 쪽팔려요' 라고 쓰여진 한빈의 얼굴을 본 지원이 킬킬 웃었다. 귀여워 죽겠다, 진짜.
" 하지마요. "
" 그럼 어떻게 부르라는거야! "
너무해 자기!! 하고 앙탈을 부리는 지원은 한빈을 부를때와 사뭇 달라져 한빈은 페이스를 되찾았다. 이 사람은 종 잡을 수가 없다. 매번 놀림당하는 느낌이다.
겉으로 보기엔 지원이 매번 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안절부절 못하는건 자신이다. 한빈은 자꾸 다가오기만 하는 지원 덕에 벼랑으로 몰린 기분이었다.
죽을래, 아님 나랑 같이 살래. 지원을 만날때마다 느껴지는 이 기분은 2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는 아직. 당신을 모르겠는데.
" 아, 맞다. 나 오다가 병아리 만났는데. "
" 병아리? "
" 응. Honey가 찍었다는 피아노. "
병아리. 진환을 말하나보다. 지원이 그걸 어떻게 알지? 소문이라곤 귓가에 대고 말해도 안듣는 인간인데.
설명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딱히 필요성을 못느껴 한빈은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신했다.
" 근데 난 구씨가 그런 취향일지 몰랐어. "
" ... 구? 구준회요? "
" 잘 빠지고 쎄끈한 여자 만날 줄 알았는데. 그런 애기라니.. 변태같아. "
" ? "
무슨 말을 하는건지. 진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한빈이 지원과 눈이 닿자, 지원의 눈은 그대로 숨어버렸다. 그 눈웃음이 숨이 막힌다.
한빈은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저 웃음에 홀리지 말자. 어.. 그니까 구씨가 병아리를 만난다. 구씨는 구준회. 병아리는 김진환.
구준회가 김진환을.. 만.. 난..
" 응? "
" 왜? "
" .. 둘이 친했나? "
한빈의 물음에 지원은 흠- 하고 뒷목을 긁적이더니 말했다.
" 뭐. 진도 빼려면 한-참 먼 것 같지만. 둘 다 숙맥이라서. "
" 누구랑은 다르게 말야. "
흐흐. 한빈은 괴상하게 웃으며 허리에 손을 감아오는 지원을 툭 쳐냈다. 구준회가 누굴 좋아하던 당신보다 변태일 순 없어.
지원은 가차없이 연습실로 가려는 한빈의 팔목을 잡아 돌려 세웠다. 오늘만 쉬고 나랑 놀아주면 안돼?
우리 Honey 얼굴이 다 상했네. 그래도 예쁘지만. 하루만 쉬자. 코 끝까지 다가온 지원의 얼굴에 한빈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곤 말했다.
키스할듯이 다가온 지원의 입술 근처에서 한빈의 입술이 움직였다. 닿을까 말까한 거리가 아슬하게 둘의 심장을 간지럽혔다.
" 안돼요. "
" ... 너무해. "
" 연습해야 되요, 형도. 이제 우리 팀이니까. "
눈 하나 깜빡 않고 말하는 한빈은 단호했다. 지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원래 가늘었지만) 한빈을 쳐다보다 가까이 닿아있던 얼굴을 떨어뜨렸다.
그리곤 큼지막한 손으로 한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심조심. 부서질세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손은 마치 값비싼 유리보석을 쓸어내리는듯 했다.
그 손을 덥석 잡은 한빈에 지원이 잠시 놀란듯 숨어있던 눈동자를 비추었다. 그리곤 다시 샐쭉.
" 연습하러 가요. "
" 와, 진짜. "
지원은 졌다는듯이 웃으며 한빈에게 붙잡힌 손을 깍지 쥔 채 살짝 입맞추곤 말했다.
" 진짜 섹시하다니까. "
" ... 섹시는 무슨. "
" 우리 자기는 꼬시기 어려워서 좋아. "
.. 형이 더 어려워요. 한빈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깍지 낀 두 손은 연습실에 도착하기까지 풀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훨씬 더 더디었다는건 안비밀.
Name : 정찬우(Jung Chan Woo)
Student ID : A06_0614
Grade : 1
Major : Flute
Class : A
시험은 왜 있는걸까요 여러분..? 대학와서도 시험의 의미는 찾을 수 없네요.ㅋㅎ
그나저나 찬우가 없는데 찬우 프로필...별별 미안해 촤누야... Aㅏ.. 이번편은 오타가 많을지도 몰라요.. 지적해주시면 혼또니 감사합니다!
여러분 디비디는 사셨나요? 저 호갱은 다섯시 되자마자 예약했답니다. 개인적으로 랜카 지원이나 준회 나왔으면 좋겠네요.....(눈물)
ㅠㅠ 댓글 달아주시는 비회원 독자분들 사랑해여.. 전 비회원때 댓글 진짜 안썼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암호닉] : 항상 감사하고, 항상 받고 있답니다! 매화 암호닉분들이 늘어나네요ㅠㅠ감동..
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 보나, 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