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찬우는 떠올렸다. 나는 왜 김동혁과 친구가 된걸까? 찬우와 동혁이 소속된 YG엔터테인트는 찬우와 동혁 외에도 많은 아티스트가 소속되어있다. 물론 찬우는 제 또래의 가수 하이, 수현과도 친하지만 동혁과는 특히 친했다. 연예계 사람들도 인정하는, 절친 하면 꼭 나오는 두 이름이 정찬우와 김동혁이였다. 사실 찬우는 동혁과 같은 소속사 연예인,이라는 점만 빼면 접점이 0에 가까웠다. 심지어 한명은 배우, 한명은 아이돌이여서 사옥 빼고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찬우와 동혁이 친해진 이유는. 찬우가 동혁의 은밀한 사생활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 그날은 빽빽한 스케줄 없이 한가한, 찬우에게는 얼마 없는 소중한 휴일이였다. 하릴없이 사옥을 거닐던 찬우는 쇼핑이나 갈까 하던 차에 배가 고파짐을 느꼈다. 찬우는 YG의 자랑, 선배가수보다도 언플을 많이 해주는 사옥 내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찬우는 계단으로 내려가던 중 뜻밖의 인물을 발견했다. 아이콘의 멤버, 김동혁이였던 것이다. 저와 동갑인, 아이돌 그룹 막내. 요즘 그룹 활동 외에도 드라마 ost를 부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찬우와 제법 친분이 있는 악동뮤지션의 수현에게 이야기를 듣자 하니 성격이 유하고 착하고, 약간은 물렁물렁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시'발 김진환. 나쁜놈... 내 반지 어디다가 숨긴거야... 나랑 싸웠다고 시위하는거야 뭐야 지금.." 나도 똑같이 해주겠어.6개월간 모아둔 네 아가들. 이젠 이 세상에는 없는거야. 동혁은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김진환이 그동안 모아온 치킨쿠폰(그렇다!김진환은 쿠폰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그것도 6개월간이나!)을 갈기갈기 찢었다. 찬우는 충격을 받았다. 찬우에게 있어서,그건 엄청난 문화충격이였다. '6개월이나 모아온 치킨 쿠폰을 찢다니... 자기도 인간이면서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하지만 충격적인 일은 이것 뿐만이 아니였다. 동혁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찬우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그걸 지켜보고있었다. 보들보들 느낌이 좋아보이는 저 물체는 수면바지였다. 찬우는 코디누나 옆에서 보던 믹스앤매치 미공개영상을 떠올렸다, 분명 저건 아이콘 김진환의 애장품이였다. 코디누나 말에 의하면, 김진환이라는 사람은 저걸 꽤 자주 입고,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동혁이 가지고 있었다. 찬우는 이젠 몸까지 덜덜 떨었다. 동혁은 마스크를 쓰고 성냥을 하나 꺼냈다. "너는 왜 김진환 수면바지로 태어나서는... 안타깝다. 다음생애에는 내 수면바지로 태어나렴." 말을 마친 동혁은 성냥을 켜더니 수면바지에 불을 붙였다. 불은 잘 타오르다가 더이상 태울 물체가 없자 스스로 꺼졌다. 수면바지는 이제 쿠폰의 잔해와 함께 이 세상에서 실체를 감췄다. 더는 찾아볼수 없었다. 동혁이 마스크를 벗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시.발 존나 덥네..." 동혁은 말을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방금 전의 잔인한 모습은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예뻐서 찬우는 또 한번 놀랬다.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였어...놀라워.. "어... 찬우씨? 지금 나 본거죠?" 아뿔싸. 찬우는 들켜버렸다. 그의 범죄현장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찬우는 덜덜 떨며 말했다. "아니 저 아무것도 못봤어요 동혀..ㄱ...씨..."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한 짓 다 보셨잖아요." 아니면 왜그렇게 떠는거에요? 동혁이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영화에서 봤던 악역들이 사냥감을 죽이기 전에 지었던 미소를 떠올리게 해서 찬우는 더 벌벌 떨었다. 뭐라도 말해야했다. "절대로...김진환씨에게 말하지 않을게요..." "그걸 제가 어떻게 믿죠?" 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 거봐 다 봤잖아. 봤으면서. 찬우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하지만, 호랑이는 치킨 쿠폰이라던가, 형의 애장품을 태우는 녀석보다는 분명 더 착한 놈일게 뻔했다. 아... 아.. 어쩌지? 그때, 찬우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꼬르르르륵. 멍청한, 생체시계 같으니라고! 찬우는 고개를 숙였다. 배꼽시계가 이때 울릴게 뭐람. 동혁이 깔깔대며 웃었다. 찬우씨, 배고팠어요? "그럼 우리 같이 밥먹으면서 얘기해보죠." 말을 마친 동혁이 찬우의 팔을 붙잡고 식당으로 이끌었다. 이것이 지금 절친으로 불리는 김동혁과 정찬우의 첫만남이였다. *
"어..어떡해..우리 동혁이..막...막내야..어떡해..."
"찬우씨...찬우씨가 가보면 안돼요..?" 우리 동혁이 혼나는거 무서워하는 아이란 말이에요... 찬우는 멋쩍게 웃었다. 걔가요? 그럴리가요. 찬우는 윤형과 진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별일 없을거에요. 별일이라면 나중에 저 포토그래퍼분께 있지 않을까. 문제의 첫만남 이후 동혁은 찬우에게만큼은 가면을 벗어던졌다, 착한 말투와 행동을 집어 치우고 말이다. 둘은 제법 빠르게 친해졌고, 다른 직업을 가진걸 제외하고는 공유하고있는 취미 등 공통분모가 많아서 사적으로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그때문에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됐는데, 찬우는 동혁이 잘생긴 남자면 사족을 못쓴다는걸 알아차렸다. '그것도, 쌍꺼풀 없고, 섹시하게 생기고, 피부가 하얀사람이면.' 슈퍼패스. 올턴. All kill. 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포토그래퍼는 분명 동혁의 취향이다. 아마 지금쯤 제 친구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것이다. 한껏 우울해보이게, 유약해보이게. 동혁은 제가 우는 모습이 예쁘다는걸 잘 아는 친구이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아마, 아니 확실히ㅡ포토그래퍼도 동혁에게 마음이 있을것이다. 아까 저를 심각하게 경계하던 모습이나 제가 불러온 출장뷔페에는 손도 대지 않는 모습을 보면 짐작이 갔다. 또,가장 결정적인건. 아까 화장실에서 그와 잠깐 마주쳤을때... "혹시 동혁이 좋아하세요?" "아니, 나 동동이 모르는데?" 이건 빼박이였다. 빼박cannot. 아 그러세요. 찬우는 씩 웃었다. * 한편 동혁은 아직도 준회의 어깨에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이는 동혁의 모습이 비맞은 오리새끼 마냥 떠는거 같아서 준회는 동혁을 더 세게 안았다.
"이제 그만 울어요, 응?" 동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준회는 입 밖으로 내밀지 못했던 말을 속으로 말했다. 아 울지마 동동아. 울면 오빠 맴찢. 마음이 찢어져요...더쿠사살 다메요... 아 왜 지금 카메라가 없는거지. 이건 움짤로 남겨야해. 김동동 눈물... 씹덕... 내 눈이라는 렌즈는 동동이를 담기에는 부족해.. 부족하다고. 준회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뱉었다.
"...진짜 작가님 너무하셨던거 알아요..?" 왜 말안했어요 왜... 동혁이 준회의 가슴을 톡톡쳤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준회는 눈이 휘어지도록 웃었다. 그러게 그냥 말해버릴걸 그랬나보다. 왜 안말했을까. 동혁은 눈가를 톡톡 두드리면서 중얼거렸다. "화장 다 지워졌잖아..." 잉... 걸스데이 혜리의 특급 애교를 눈앞에서 본 군인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준회는 생각했다.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요.. 최소 잔다르크.. 준회는 동혁을 다시 끌어안았다. "괜찮아요 예쁜데 뭐. 이제 그만 울고 촬영 마저 하자." 안무섭게 할게. 약속. 준회는 동혁의 등을 토닥였다. 동혁이 제 어깨너머에서 친구와 입모양으로 말하고있다는것도 모른 채로 말이다. '나한테 넘어왔다.' 동혁이 눈웃음을 치며 유리문 넘어로 자신을 보고있는 찬우를 향해 입모양으로 말했다.
"아..-" 하여간, 진짜 못말리는 녀석이라니까. 찬우는 뒤를 돌아서 아직도 동혁이를 걱정하고 있는 진환과 윤형에게 말했다. 이제 잘 끝났나봐요! 동혁이 촬영 얼른 끝내고 저녁밥도 먹으러가요 형들. 제가 쏠게요. 아, 저 두사람은 아마 같이 안갈것 같지만요. 찬우는 눈치있게, 이 말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 죄송합니다... 많이 죄송해요... 너무 늦었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독자님들... 제가 진짜 면목없습니다... 두번 죽어 세번 죽어도 마땅해요ㅜㅜㅠㅠ 사실 이 글은 정말 대책없게 그냥 더쿠 준회가 보고싶다는 열망 하나로 쓰게 된지라, 시놉시스 조차도 써놓지 않고 막 써서... 콱 막혀버렸어요. 하하. 또한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다른 글이라던가 홈이라던가... 다른걸 구상하느라 시간을 허비해버려서ㅠㅠ 정말 늦어버렸네요 10편... ㅜㅜ 암호닉 ♡ [슬기],[오레오즈],[다람],[구십칠],[파랑짹짹이],[망고],[원],[보라돌이,[애봉이],[입술],[수박],[더럽],[형냄],바비야밥이나먹자],[꽃],[코랄][초코콘][쪼요쪼요]♡사랑하는 암호닉 분들...(혹시 암호닉 빠진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바로 수정하겠습니다!)♡그리고 독자분들..이제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하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