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24 上
전봇대 브라더스와 김종인 씨는 거들 뿐!
번쩍번쩍 빛나는 거울 앞, 여왕 대관식처럼 겁나 기분 좋을 때 쓴다고 했던 앙증맞은 큐빅으로 장식 된 머리띠부터 분홍분홍 도경수 씨와의 커플 맨투맨까지 풀장착하고 내 상태를 살펴보았다. 비록 단둘이 가는 여행은 아니지만 도경수 씨랑 같이 가는 여행이~니~까~
설레는 마음에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엄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맨날 거울 앞에서 개코원숭이 표정하던 딸이 이쁜척을 하니까 적응이 안되나보다.
" 딸 누구랑 속초간다고했지? "
" ... "
사실 이번 여행 같이 가는 사람들이 죄다 남자라는 걸 말 할 수가 없어 멤버들 중 한 명은 여자로 둘러대야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 도경수 씨,도경수 씨 직장동료 김종인 씨랑 박찬열이랑... 같은 과 친한 여자애 한 명.. 세희... 오세희.. "
오세훈을 그만 여자로 만들어버렸다.
" 세희? 걔는 또 처음 들어본다. 이쁘니? "
.. 잘생겨서 연예인하는데..
" ㅇ..어 이뻐.. 우리 학교 퀸카야! "
는 히터대 아이스 프린스☆
" 어머~ 한 번 데려와봐! 이쁜 애 얼굴 한 번 보자 "
" .. 나중에.. ㅇ...어이구!! 시간 다됐다! "
엄마 미안, 나는 나쁜딸이야. 서둘러 입을 다물고 어젯밤 설레발치며 장장 두시간동안 싸두었던 캐리어 손잡이를 뽑았다. 정신없이 뭘 그렇게 많이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묵직한 캐리어에 놀란 것도 잠시 다시 팔에 단단히 힘을 주고 가방을 끌고 현관으로 발을 옮겼다.
" 갔다올게, 1박2일이니까 일요일 저녁쯤이나 돌아오겠다 "
" 그래, 도서방 있으니까 좀 안심이다. 가서 미친년마냥 옷도 제대로 안입고 바닷가 뛰어다니다가 감기 걸리지 말고 "
" 알았어~ 심심하면 옆집 민석오빠네 아주머니랑 나비소녀인가 하는 드라마 재방송 보고 "
" 얘는, 나비소녀 끝난지가 언제인데 요즘은 인어의 눈물이야 "
인어의 눈물이라면.. 그 등장인물이 차례대로 한명씩 죽어나가는 드라마 아니여..! 뭐 그런 드라마를... 엄마 취향도 참... 그래 취향존중, 개취존중.
다시 한 번 갔다올게~ 하며 문을 여니 말로는 도경수 씨가 있어 안심이 된다고는 하지만 표정에는 어디 전쟁터에 내보내는 것마냥 걱정이 가득 담겨있는 엄마가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허공에 대고 하- 하고 숨을 뱉으니 하얀 입김이 얕게 흩어졌다. 아직까지는 핫팩이 필요한 추운 날씨다.
도르르 캐리어를 끌고 항상 도경수 씨가 차를 세워놓는 갓길쪽으로 나가니 역시나 그의 간지터지는 벤츠가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좀 특별하게 우리의 하늘하늘 도경수 씨뿐만 아니라 김종인 씨와 박찬열의 모습도 함께 보인다.
" 야 뭐냐? 이사가냐? 무슨 캐리어까지 들고나와, 끽해봤자 1박 2일인데 "
내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는커녕 저번의 사과는 다 씹어먹어버린 박찬열이 시비를 털기시작했다. 도경수 씨만 없었으면 여기에 네 묘지가 생겼을거다. 이제 눈빛으로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되므로 닥치라는 눈빛을 쏘아주고 조용히 캐리어를 차 뒤쪽까지 끌고갔다.
" 도경수 씨 저 트렁크에 캐리어 좀 실어도 돼요? 자리 있어요? "
" 도와줄게요 "
검지손가락으로 콕콕 트렁크를 가리키자 도경수 씨가 냅따 달려와 작은 차키 버튼 중 하나를 꾹 누르니 스르르 뚜껑이 열렸다. 대박 쩐다...!!
하지만 트렁크 내부는 꽉 차서 캐리어가 안들어갈지도 모르겠다는 내 예상과 달리 텅텅 비어있었다. 있는거라곤 누군가의 백팩 하나, 그 이외에는 정말 하나도 없다. 하나도. 1도
" ..다른 사람들은 짐같은 거 없어요? 저 가방은 누구꺼에요? "
" 저 가방은 제 거에요 "
" 그럼 도경수 씨말고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안챙겨온 거에요? "
읏차, 무거웠을 내 캐리어를 나름 남자라고 대신해서 실어주고는 탁탁 손을 털던 그가 말했다.
" 네, 다 정말 아무것도 안들고 왔던데요 "
... 계획이 수상하다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던건데... 도경수 씨가 그냥 몸만 와도 된다고하니까 이 사람들 어쩌려고... 답이 없다..
정말 정말 아무 것도 안가져왔으려나~ 하고 길바닥에서 박찬열과 우왕! 신난다! 하며 잔뜩 흥겨움에 취해있는 김종인 씨를 힐끔 쳐다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다. 있어보이는 거라고는 털 달린 점퍼 주머니에 든 휴대폰하고 지갑? 저 주머니에 속옷을 가져왔을리도 만무하고..
문뜩 눈에 보이지않는 오세훈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도경수 씨에게 오세훈은요? 하고 물었다.
" 세훈군은 춥다고 차에 타고있어요 "
이런 의리도 없는 새끼가, 박찬열하고 김종인 씨는 또 도경수 씨가 나 기다린다고 나오니까 따라나와서 같이 있어줬구만. 그 잘난 얼굴 좀 보자는 심보로 뒷좌석 문을 벌컥 여니 곧바로 오세훈 얼굴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내 뒷좌석 방문에 오세훈이 화들짝 발작 일으키 듯 몸을 떨었다.
" 야,오세훈 이 의리도 없는 놈아 "
" 깜짝이야, 훈이 추우니까 문 닫아 "
" 넌 임마 좀 쳐맞아야돼 "
도경수 씨가 보지않는 틈을 타 오세훈의 팔뚝을 투닥투닥 때려주었다. 제대로 맞지도 않았으면서 으악!! 아!! 하며 소리지르는 녀석, 오랜시간동안 못보고 연예인물 먹어서 뭐가 좀 달라지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세훈은 오세훈이었다.
" 짐까지 다 실었으면 가자, 고고고 "
빨리 가자며 재촉하는 김종인 씨때문에 뒷좌석에 밀어넣었던 몸을 빼고 살짝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그러자 타요. 하며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도경수 씨를 빤히 바라보며 살짝살짝 머리를 기울였다. 도경수 씨가 겁나 기분 좋을 때 쓰는 머리띠 쓰고 나오라면서요.
알아봐달라고 은근히 눈치를 주자 영 눈치꽝은 아닌 도경수 씨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어 내 머리띠를 쓰다듬었다.
" 이게 기분 정말 좋을 때 쓰는 머리띠에요? "
" 네, 반짝반짝. 괜찮아요? "
" 이뻐요. 머리띠도, 옷도, 신발도 다 잘 어울려요 "
데헷! 도경수 씨에게 듣는 이뻐요 라는 말은 엎드려 절받기지만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처음 들었을 때는 대체 이 사람 눈이 잘못된건가 싶었는데 계속 들으니까 적응도 되면서 괜히 기대도 하고..ㅎㅎ..
흐흥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수 씨의 안내에 따라 조수석에 올라탔다. 이어서 뒷좌석에 장정 세 명이 올라타 좁지는 않을까 했는데 다들 키만 무식하게 클뿐 덩치라고는 내 허벅지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어 자리가 꽤 여유가 있어보인다.
" 와 경수형, 역시 벤츠가 좋긴 좋나봐요. 옵션 쩐다, 간지 폭풍 "
가장 뒤늦게 차에 탄 박찬열이 우오왕! 하며 말했다. 예전에 술마셨을 때 켱수형 벤츠 타보고시포ㅠㅠㅠㅠㅠㅠ 하며 질질 짰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진심이었나보다.
" 저도 나중에 리터소프트 들어가면 벤츠 살 수 있어요? 영업부든 뭐든 할테니까 "
" ... 나도 리터소프트야 찬열아 "
터무니없는 박찬열의 말에 중간에 끼어있던 김종인 씨에게서 애잔 보스의 냄새가 난다. ㄱ..그렇지... 김종인 씨도 리터소프트지... 하지만 벤츠는..
언젠가 살 수 있을거에요.
마음 속으로 김종인 씨를 위로해주며 어느새 박찬열의 로망이자 도경수 씨의 애마인 벤츠는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잔뜩 기대에 부푼 나는 먼저 속초 맛집을 검색했다. 역시 여행은 맛집 아닌가요? 먹으러 여행가는거죠!
블로거들이 맛깔나게 찍은 여러가지 해산물과 먹거리들을 보니 현기증이 난다. 이제 이것들은 곧 내 위장에서 뛰놀 것이다. 내가 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 꼭.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단한 계획을 세우는 것 마냥 맛집을 훑어보는데 어디선가.. 익숙하고도.. 그지같은 잡음이 내 귀를 찌른다. 드르렁- 드르렁- 짐승이 거친 숨을 쉬는 소리라고 해야할까나..슬금슬금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살펴보니 차가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오세훈은 벌써부터 눈을 감고 잠을 잔다. 그것도 아주 편하게
룸미러로 힐끔 오세훈을 본 도경수 씨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
" 연예인 준비한다고 하더니 많이 피곤했나봐요 "
그냥 차에 타서 자는게 아닐까요..? 한 명이 자기 시작하니 옆에 있는 김종인 씨도, 그 옆에 있는 박찬열도 조금씩 눈을 천천히 꿈뻑거린다.
" 도경수 씨 차 너무 편한 거 아니야? 나도 졸린데.. "
" 맞아요.. 벤츠 진짜 쩌는 거 같아요.. 완전.. 침대가 날아다녀.. "
비몽사몽 점점 풀려가는 눈을 하는 두 명과 완전히 잠에 푹 빠져 입을 벌리고 자는 자칭 슈퍼스타 오세훈의 모습에 너무 웃긴 나머지 들고있던 핸드폰 인터넷을 끄고 카메라를 켰다. 대놓고 코 앞에 렌즈를 들이밀어도 졸려서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을 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열심히 찍었다. 찰칵찰칵
" 아 미친.. 찍지마라.. "
너무 셔터소리가 컸나, 힘없이 긴 팔을 휘적거리는 박찬열에 카메라를 살짝 뒤로 빼서 계속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오세훈의 코고는 소리는 동영상으로,
한동안 열심히 세 남자들을 찍고 갤러리를 확인하는데 따로 엽사 찍자고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엽사의 정석 사진이 나왔을까. 낄낄 거리며 사진을 보자 내게 관심을 가지는 도경수 씨
" 카메라 가져왔는데, 도착하고 나서 카메라 빌려줄까요? "
" 카메라요? "
" 옛날에 사놓고 안쓰는 카메라이긴한데, 그래도 어제 확인해보니까 쓸만하더라구요 "
" 저야 완전 좋죠, 언제 또 이런 조합으로 여행을 가겠어요!! 사진 많이 찍어놔야겠어요 "
그리고는 졸려서 눈이 뒤집혀 찍힌 세 남자 사진을 도경수 씨에게 보여주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 와 근데 진짜 가면서 신나게 떠들 줄 알았는데 다 자고 너무하네 "
" 놀려면 미리 자둬야죠, ○○씨도 눈 좀 붙일래요? "
" 저까지 자면 도경수 씨도 졸리잖아요, 옆에서 떠들래요 "
역시 나는 최강 배려녀^*^ 떠든다는 약속을 지키듯이 대게가 맛있대요. 관광수산시장은 어때요? 하고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야기의 대부분이 먹을 이야기이지만,
좋아 이 기세라면 속초 도착할 때까지 떠들 수 있ㅇ...
...
...
" 졸려요? 전 괜찮으니까 그냥 자도 되는데 "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점점 사라지는 나를 보는 도경수 씨. 아.. 안잔다고 했는데.. 진짜 너무 편하다.. 밀려오는 잠을 꾹 참고 억지로 눈을 뜨는데 자꾸만 스르르 풀리는 눈커풀에 괴로울 지경이다.
잠을 깨기 위해 찰싹찰싹 뺨을 때려보고 이마의 힘으로 눈을 크게 떠보기도 창문을 살짝 열어 찬바람을 쐬기도 했지만 밀려오는 잠은 도저히 참기가 힘들다.
" 자요. 도착하면 깨워줄게요 "
" ...안되는ㄷ..ㅔ "
도경수 씨는 내 고집에 푸스스 웃더니 다시 한 번 더 말했다.
" 잘자요 "
...
미안해요. 도경수 씨
아무래도 좀 자야겠어요..
잘자라는 도경수 씨의 말을 끝으로 나또한 뒷좌석 세남자들처럼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
어젯밤, 그녀를 데려다준 후 집에 도착한 경수는 잠에 들기 전 대학생 때 몇번 메다가 옷장 깊이 쳐박아둔 백팩을 꺼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서류가방을 들고갈 수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넓은 방 한가운데 백팩을 내려다보며 멀뚱히 서있던 경수는 한참 고민하다 일단 방 한구석에 있는 서랍을 열어 속옷 한 벌을 챙겨넣었다. 그래 가서 안씻을 것도 아니니까 속옷이 가장 중요하지.
처음 누군가의 도움없이 가는 여행이므로 모든 준비는 경수, 철저히 자신의 몫이었다. 천천히 옛날에 해외여행 갈 때 무엇을 챙겼는지 생각해보았지만 엄마가 집안을 바쁘게 뛰어다니며 대신 챙겨주던 모습밖에 기억나지않았다. 그 때 챙기는 시늉이라도 할 걸...
그렇게 또 다시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데 벌컹 문이 열렸다.
" 아들!! 제주도에서 레드향이 올라왔는데 먹어봐!! "
갑작스러운 엄마의 방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경수는 살풋 미간을 찌푸렸다.
" 노크 하랬잖아 "
" 얘가, 노크 열 번은 더했겠다. 대답 안한건 너잖니 "
.. 너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던 터라 노크소리를 못들은 모양이다.
" 아무튼 이거 맛있더라 한 번 먹ㅇ. "
살랑살랑 방 안으로 걸어들어오던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경수의 발가에 떡하니 입을 벌리고 무언가 잔뜩 짐이 담겨진 백팩을 발견한 것이었다.
" 아들.. 이게 뭐하는거야?? "
" ... "
" 집이 싫니?? 근래 힘든 일 있어??? "
아차, 너무 신난 나머지 놀러간다는 걸 이야기 안했나보다. 엄마의 표정은 삽시간에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변했다.
" 아들.. 말 좀 해봐... "
" .. 주말동안 여행갔다올거야 "
여행이라는 단어에도 엄마의 울먹거림은 멈추지않았다. 여행이라니... 혹시 내적성숙이나 힘든 일로인해 정신을 환기시키려는 그런.. 고달픈 여행을 말하는거니..? 우리 아들 많이 힘들었나보구나... 머리를 부여잡으며 애달프게 아들을 부르는 엄마에 경수는 멋쩍게 턱을 긁적거렸다.
" ○○씨랑... "
" ㄷ..둘이..? "
" 김종인 씨랑.. 찬열군이랑..세훈군도 "
종인? 찬열? 세훈? 모두 처음 들어보지만 같이 여행을 갈 정도면 친한 사이임이 분명하리, 난생처음 들어보는 아들의 친구들 이름은 이쁘기 짝이 없었다.
" 어디로? "
" 속초 "
엄마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친구랑 여행은 커녕 노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는데 난데없이 속초로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 이런 신선하고도 긍정적인 충격은 다 며늘아가를 만나고나서부터였으니. 직접은 못전하지만 마음 속으로나마 고마움을 외칠 뿐이었다.
" 그래서 지금 짐 챙기는 거야? "
" 1박 2일이니까.. "
" 세상에..우리 아들.. 다컸어.. "
그 말을 통해 다시금 경수의 머리에 상기시키는 사실이지만 올해 자신의 나이는 스물 여덟, 다컸다는 말을 듣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 그건 나중에 먹을테니까, 우선 짐부터 좀 챙기고 "
" 알았어 아들, 화이팅! "
.. 대체 뭘 화이팅 하라는 건지, 묵묵히 엄마가 방에서 나가는 모습까지 보고나서야 경수는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보내기 전에 뭐 챙겨야할지 물어볼 걸 그랬나.아랫입술을 자근자근 씹으며 방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한동안 건드릴 일이 없었던 서랍장 맨 아래쪽이 경수의 눈길을 끌었다. 옛날에 사진작가들이 찍은 풍경 사진을 보다가 그게 너무 멋있어보여서 무턱대고 사둔 카메라 하나가 기억난 것이다.
반신반의하며 서랍장 앞에 철푸덕 앉아 구석에 쳐박힌 커다란 카메라를 꺼내 달칵달칵 무언가 조립하기 시작하는 경수, 카메라를 만진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손은 그 감각은 잊지 못했는지 금세 이쁘게 단렌즈가 장착 된 카메라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리저리 신나게 방 안을 찍어보다가 이 정도면 쓸만하겠다 싶어 얼른 카메라를 백팩 안에 집어넣고 경수는 침대 위에 앉아 다시 고민에 빠졌다. 예약해놓은 호텔에 세면도구는 있다고 했고... 옷을 챙겨야하나... 그럼 짐만 많아질텐데..
골이 아픈 나머지 그냥 생각나는 건 모두 챙기기로 했다. 칫솔도,대충 어디 나갈 때 애용하는 검은 모자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챙기고보는 타이레놀도, 양말도, 잘 때 입을 트레이닝 복도, 죄다 꾹꾹 눌러담은 경수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경수는 잔뜩 빵빵해진 배를 자랑하는 가방을 문가에 밀어놓고 주섬주섬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웠다.
도곤도곤 잠이 오지 않아 여행 생각 밖에 안나는 건지 여행 생각 때문에 잠이 오지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나쁘지않은 불면증은 오히려 가슴을 설레게 했다. 끌려다니는게 아닌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는 건 처음인 경수에게 내일 여행은 너무나도 큰 의미이니까.
말똥말똥 빛나는 두 눈으로 천장을 빤히 바라보던 경수는 몇번 눈을 깜빡 거리다가 꾹 눈을 감았다.
분명 첫여행은 재밌을 거야.
분명
*
.
.
.
" ㅇ.. ㄲ.. 잖ㅇ..ㅏ! "
...
" ㄱ..찮ㅇㅏ요! "
" ㅅ..ㄹ ㅣ 너무 크다!! "
창문에 머리를 박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갑자기 시끄러워진 주변에 귀가 먼저 깨어났다. 그리고 들리는 산만한 셔터소리. 설마하며 눈을 번쩍 뜨자 내 코 앞에 보란듯이 자리잡고있는 핸드폰 카메라 렌즈가 보였다.
" 흐아악!!!!!! 뭐야!!!!!!!!! "
괴성을 지르며 놀라니 뒷좌석으로부터 뻗어나온 팔또한 흠칫, 발작을 일으키며 쥐고있던 핸드폰을 내 허벅지에 떨어뜨렸다. 핸드폰의 주인은 팔 길이만 셀카봉만한 박찬열, 재빨리 내 통실통실한 허벅지에 안착한 핸드폰을 채서 대체 뭘 그렇게 찰칵 거렸나 살펴보니 죄다 내 사진이다. 그것도 완전히 잠에 뻗어 반시체상태로 자고있는 얼굴만 가득
" 아.. 깼다... 조용한 카메라 쓸 걸 "
" 형이 소리 너무 크다고했잖아 "
" 박찬열 진짜 뒤..아니 죽을래? "
" 왜 너도 우리 찍었잖아 쌤쌤이지 "
그래도 어떻게 여자사진을 이딴식으로... 다방면으로 엽기적으로 찍힌 내 사진을 미친듯이 삭제하니 박찬열이 으아아악!! 안돼!! 하며 소리쳤다. 안되기는 무슨, 돼!
" 많이도 찍어놨네.. 끝이 없어 끝이!! "
" 양심적으로 한 장은 남겨놔라 "
" 미안 나는 양심이 없어서 "
다른 때에 찍은 내 엽사까지 안지운 걸로도 고마운 줄 알아라
이미지 따위는 갖다버린지 오래, 핸드폰을으로 팍씨! 하며 박찬열을 위협하다가 서서히 속도가 느려지는 차에 문뜩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니 여행의 꽃,
휴게소가 보였다.
" 잠깐 쉬었다가 갈게요 "
조용히 눈동자를 굴려서 운전석에 앉아 주차를 위해 한 손으로 능숙하게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는 도경수 씨를 보니 새삼 멋있기도 하고.. 역시.. 하는 표정으로 도경수 씨만 쳐다보니 뒷좌석에 있는 남자들이 오히려 더 아우성이다.
" 훈이는 빨리 차에서 내릴래, 커플냄새에 숨 막혀 죽을 듯 "
" 열이도 "
" 형도 "
시동을 끄자마자 누가 출발! 이라고 외친 것도 아니고 정신없이 우르르 차에서 뛰쳐나간 세 남자들을 보다가 도경수 씨하고 키득거리며 뒤이어 차에서 내렸다.
익숙하게 도경수 씨와 손을 잡고 휴게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 점심인데 배는 안고파요? "
도경수 씨의 말에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막 자고 일어난 터라 가만히 입맛만 다시는데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 조금 고파요 "
" 그럼 밥 먹고 갈까요? "
순간 멋대로 좋아요!!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도착하면 먹을게 천지일텐데
" 밥은 도착해서 먹고, 간단한 거 아무거나 먹을래요 "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뭘 먹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입에 물고있거나 들고있는 걸 살펴보는데 도경수 씨의 표정이 심각하다. 왜 그러냐고 툭 치며 묻자
" 아무거나요..? "
한다. 인터넷에서 남자들이 아무거나 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건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 할 줄은.. 나는 그냥 생각없이 한 말인데..
" ..통감자 먹고싶어요 "
사실 딱히 땡기지는 않지만 지나가는 아저씨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대충 통감자라고 둘러댔더니 다시 얼굴을 피는 그.
도경수 씨와 룰루랄라 함께 스낵코너로 향하는데 저멀리 옹기종기 모여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가 했더니..
" 아흐, 핫초코 존맛ㅇ, 어 경수형! "
온 얼굴로 핫초코가 존맛임을 광고하던 오세훈은 매의 눈으로 나와 도경수 씨를 불렀고 입에 핫바 하나씩 물고있던 김종인 씨와 박찬열이 일제히 뒤를 돌았다.
" 둘도 배고파서 왔구나! "
" 어딜 그렇게 뛰어가나 했더니 여기서 만나네요 "
" 애들이 배고프다고해서, 우리 아침 안먹은 사람들도 많은데 밥 먹는 건 어때 "
우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으로 밥을 먹자고 은근히 꼬셔오는 김종인 씨
" 무슨 밥이에요, 속초 도착하면 먹을게 얼마나 많은데 "
" 지금도 먹고 속초 도착해서도 먹을 수 있잖아, 안그래? "
ㅇ..안..ㄱ.. 차마 부정하기에는 내 양심이 완전히 소멸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걸렸다는 듯이 짝 박수를 친 김종인 씨는 하얀 이를 드러냈다.
" 도경수 씨는? 먹을거지? "
" 네, 그럼 저도 "
힐끔 내 눈치를 보고 대답을 하는 그. 미안해도 도경수 씨 사실 제 위장은 무한대로 늘어나요...
다시 5명으로 완전히 합체한 우리는 비장하게 푸드코트 안으로 들어가 열심히 메뉴를 스캔했다. 앞서들어간 세 명은 나는 순두부 찌개! 나는 라면!하며 빠르게 메뉴를 골랐지만 나와 도경수 씨는 꾸물딱꾸물딱 뭘 먹을지 생각하기에만 바빴다.
" 도경수 씨는 뭐 먹을거에요? "
" .. 못정했는데.. ○○씨는 정했어요? "
" 저는.. 우동이랑 돈까스 중에서 고민중이에요 "
마음 같아서는 둘다 먹고 싶은데...하나를 포기해야한다는 가슴 아픈 현실에 깊게 고민을 하니 나긋나긋 말해오는 그
" 제가 우동 시킬테니 ○○씨는 돈까스 시킬래요?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
" 오 정말요? 저때문에 괜히 먹기 싫은 거 먹는 거 아니죠? "
" 아니에요 "
예스!! 한순간에 내 고민을 덜어준 도경수 씨에 화색을 하며 함께 계산대로 향하니 미리 주문을 하고 있는 세 남자가 보였다.
" 굴 해물 순두부 찌개랑,능이버섯 소고기국밥이랑 떡만두 라면이요 "
긴 메뉴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주문을 하는 김종인 씨의 옆에서 카드를 내미는 도경수 씨가 이어서 말을 덧붙였다.
" 거기에 우동이랑 수제돈까스까지해서 한꺼번에 계산해주세요 "
" 뭐야 도경수 씨, "
이번에도 역시나 감동받은 김종인 씨가 이제 속아넘어갈 사람도 없을 화내는 척을 했다. 이젠 안속아요. 또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겠ㅈ ..
" 사준다고 미리 말했어야지! 잠시만요!! 소고기 국밥을 더덕 황태구이 정식으로 바꿔주세요 "
...
ㄷ.. 더덕 황태구이 정식? 그게 뭔가하고 메뉴판을 보니 만 이천원짜리... 이 곳에서 가장 비싼 메뉴다.
" 가장 비싼 거 먹어보고 싶었어, 잘먹을게 도경수 씨 "
..김종인 씨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전봇대들 하고 쿵짝이 잘맞는 거겠지...? ^^
음식을 가져오기 좋게 주방이랑 가장 가까운 곳에서 편 가르듯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와 도경수 씨, 그 맞은 편에는 차례대로 박찬열,김종인 씨, 오세훈 이렇게 자리를 잡고 음식이 나왔다며 띵동 울릴 번호판만 기다렸다. 어휴 이렇게 기다리는데 밥 먹지 말자고했으면 큰일날 뻔
가장 첫번째는 박찬열의 떡만두라면이었다. 분식 코너에서 띵동- 뜨는 자기 번호에 우와왁!! 하며 순식간에 눈 앞에서 박찬열이 사라지자 한식쪽에서 오세훈의 굴 해물 순두부 찌개가 나왔다며 벨이 울렸다. 두 명의 음식이 나오자 조금 더 다급해진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다리를 떨었다.
아 내 돈까스..
박찬열이 신나게 떡만두라면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올 때 쯔음엔 김종인 씨의 가장 비싼 정식이, 그리고 도경수 씨의 우동, 내 돈까스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수제돈까스라더니 돼지를 잡아서 만드나..
" 야 라면 비쥬얼 봐라, 존박 "
" 존박? "
" 존나 대박 "
이런 c.. 잔뜩 굶주린 나를 놀리듯이 라면을 한 젓가락 들어올려보이며 호로록 흡입하는 박찬열. ㅎ..현기증.. ㄴ..나도..!!
여기저기 가까이서 음식 냄새를 풍겨오니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할 때였다.
비로소 내 돈까스가 나온게.
나는 절로 나오는 미소를 숨기지 못한 채 재빨리 강력한 비쥬얼을 뽐내는 돈까스를 들고 다들 모여있는 자리로 가자 카페에서마냥 벌떡 일어나 쟁반을 받아주는 도경수 씨
음식을 보자마자 더 요동치는 내 위장을 달래주기위해 아무말 없이 거칠게 돈까스를 썰어 입 안에 밀어넣는데 다소곳이 수저 위에 오동통한 우동 면을 올려놓은 그의 손이 허공에 멈춰있다. 우물우물 마저 입 안에 있는걸 다 씹어넘기니 조용히 수저를 내 입가로 내민다.
우동까지 자동적으로 입을 벌려 받아먹고 도경수 씨에게 썰어놓은 돈까스 하나를 건내니 군말없이 먹어준다.
" 돈까스도 괜찮은데 우동도 맛있는 것 같아요 "
" 그럼 우동 좀 더 먹을래요? "
비록 이런저런 말은 없지만 다정한 우리의 행동에 앞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던 오세훈이 이내 순두부 찌개를 크게 푸더니 한 손으로 뺨을 수줍게 감싸고 옆에 앉은 김종인 씨에게 수저를 내밀었다.
" 종인 씨~ 순두부 찌개 한 번 먹어봐요 "
열심히 더덕을 뜯던 김종인 씨는 갑작스러운 오세훈의 행동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곧 페이스를 찾고 아 하며 받아먹었다.
" 오때요? 훈이가 주는 거라 더 맛있쬬? "
아 왜 저래..약 빨았나
아무런 반응 없이 묵묵히 황태구이를 집은 김종인 씨가 갑자기 씨익 불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 하하 아무렴 훈이가 주는 순두부찌개가 제일 맛있고 말고 "
" 꺄~ 그럼 훈이도 아- "
염병.. 이건 진짜 오바가 아니라 진심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소름이 돋았다. 경악을 금치못하고 잔뜩 인상을 찌푸리니 김종인 씨가 준 황태구이를 짭짭거리며 씹던 오세훈이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열심히 라면을 흡입하던 박찬열은 터져버린 웃음과 입안을 가득 메운 만두때문에 킁킁 거리며 웃을 뿐
깊은 빡침에 포크를 꼭 쥐고 돈까스를 찍는데 도경수 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시 우동이 담긴 수저를 내밀었다.
" 안통할 줄 알았어, 헛수고 하지말고 밥이나 먹자 세훈아 "
" 와 이게 어떻게 안통하지, 역시 사랑꾼 경수형 "
엿이나 먹어라. 보란 듯이 도경수 씨가 주는 우동을 먹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 뭐야, 그러고보니 도경수 씨랑, ○○씨 그거 커플티야? "
밥을 먹다말고 재수없게 젓가락으로 나와 도경수 씨를 번갈아가며 삿대질을 하는 김종인 씨
" 색이 달라서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까 디자인이 똑같네 "
" 뭐라구요 형? 이 커플 안되겠네!! 완전 염장 지르려고 작정하고 왔네? "
이제야 우리의 커플티를 알아본 안타까운 중생들이 테이블을 탕탕 치며 난리가 났다. 여전히 평온보스인 나는 또 도경수 씨에게 돈까스를 먹여주고 도경수 씨는 맛있게 받아먹고
" 운동화도 똑같습니다 "
딱히 말 안해도 되는데..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테이블 밖으로 다리를 살짝 내밀어 자랑하는 도경수 씨. 아무래도 염장 지르는 것에 재미가 들렸나보다.
" 그냥 커플들 빼고 여행 왔어야겠어, 괜히 같이 오자고... 우리는 우리끼리 따로, 커플들은 커플끼리 따로 "
그 말에 도경수 씨는 음, 하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말했다.
" 그것도 괜찮았겠네요 "
...
아
잠깐만요. 잠깐. 타임
..
나만 대왕음마 들린 거 아니죠? ㅋ..커플들은 커플끼리 따로 라는 말에 그것도 괜찮았겠다니...큼큼 헛기침을 하며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내적 쑥스러움을 타는데 김종인 씨가 들고있던 젓가락으로 계속해서 도경수 씨에게 삿대질을 했다.
" 이거 봐 이거!! ○○씨!! 도경수 씨가 이런 사람이라니까?? 아주 그냥 음흉해!! "
" 뭐가 말입니까 "
도경수 씨는 후룩 우동을 먹다가 면을 끊고 뻔뻔한 얼굴을 들어보였다.
" 뭐가 말입니까? 모르는 척하지마!! ○○씨 잘들어! 나중에 도경수 씨가 같이 섬으로 여행 가자고하면 꼭 미리 배 시간표 확인 해! 혹시라도 같은 방 쓰게 되면 마카 꼭 들고가서 선 넘지말라고 방에 줄도 그어놓고! "
아휴, 우리 엄마도 안하는 그런 걱정을...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음란마귀를 자극하는 수위 높은 충고에 얼굴이 터질 것 같다.
" 잠시만 설마, 도경수 씨 숙소 두 개로 잡아놓은 건 아니지? 한 방에 막 우리 몰아넣고... "
" .. "
도경수 씨는 한동안 입을 꾹 다물다 다시 젓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
" 아쉽게도 그건 아닙니다. 큰 스위트룸 하나만 예약했는데 "
ㅇ..아쉽...아쉽게도..?
" 원하신다면 지금 전화해서 방 하나 더 잡을 수도 있습니다 "
" 됐어, 아무튼 도경수 씨 진짜 무서운 사람이야 "
그리고 김종인 씨는 내게 속닥속닥 조심하라는 말까지 해주었다. 박찬열하고 오세훈은 오히려 자기들 얼굴이 더 빨개져서 금방이라도 체할 것처럼 얼굴을 그릇에 박고 입안 가득 밥만 우물거린다.
지금 내 기분을 좋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민망하다고 해야할지...
민망하고도 의미심장한 대화로 가득찬 식사를 끝낸 뒤 식후땡이라며 맥반석 오징어를 사러간 오세훈과 박찬열에게 호두과자를 부탁하고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나오니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도경수 씨의 동글동글한 뒷통수가 보였다.
몰래 다가가 손을 잡으니 나를 보자마자 이쁜 하트입술을 보여주는 그
" 다 차에서 기다린다고 갔어요. 더 먹고싶은 건 없어요? "
이미 도경수 씨는 내 위가 무한정 늘어난다는 사실을 아는 듯 싶다. 하지만 또 먹겠다고 달려들면 안될 것 같아 꼭 잡은 손만 재촉했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도경수 씨가 열어준 문을 통해 차에 올라타 뒤에 앉아 오징어를 뜯고있는 박찬열에게 손을 내밀었다.
" 줘 "
" 뭘 "
아니 이 shake it가?
" 내가 호두과자 사달라고 돈까지 줬잖아 "
" ... 아 "
" 줘, 오천원에 스무개니까 하나라도 비면 진짜.. 쳐ㅁ.. 아니 때릴거야 "
박찬열은 내 협박에 하하, 억지 웃음을 지으며 옆에 있는 호두과자 봉지를 내밀었다. 근데 호두과자 봉지가 좀 많이 가벼운건 내 착각이니? 불길한 느낌에 봉지 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호두과자 개수를 세어보니 하나, 둘,셋,넷..... 여덟 개..?
" 야 열두 개 어디갔냐? "
" .. 그러게.. 어디 갔지.. 종인이 형 호두과자 봤어요? "
" .. 아니.. 나도 못봤는데.. 어디갔을까.. "
하... ㅁl치겠ㄷr 별들ㅇr...☆ 두세개면 그냥 귀엽다하고 넘어갔을텐데 반이 넘은 열두 개나 증발해버렸다. 분명 네 개 씩 각자의 뱃 속에 들어있겠지... 호두과자 봉지만 하염없이 내려다보고있는데 막 차에 타서 안전벨트 끈을 늘리던 도경수 씨가 벨트를 손에서 놓더니 훅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유명한 벽치기 자세처럼 왼손을 나의 등 뒤 안전벨트 쪽에 놓고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처럼 가까운 도경수 씨의 얼굴에 흡,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 안전벨트, 해야죠 "
... ㅎ.. 해야죠...
하지만 하려고해도 도경수 씨에게 포박 당한 나머지 호두과자 봉지를 찢을 듯 꽉 쥐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있으니 그런 내 얼굴이 재미있는지 낮게 웃고는 다시 몸을 뒤로 빼며 길게 뽑은 안전벨트를 착,하고 채워주었다.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던 뒷좌석 세 남자는 흡,하고 자신들이 나인 것 마냥 숨을 참더니 이내 무언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ㄷ..도경수 씨가 왜 이러지.. 어디서 진도 나가는 방법이라도 배웠나...
" ... 다 먹어 "
도경수 씨의 안전벨트덕분에 한순간에 온순해진 나는 흔쾌히 호두과자를 뒷좌석에 투척해주었다. 기분이다.
그렇게 밥에다 간식까지 잔뜩 배가 부른 우리는 아까 전처럼 병든 닭마냥 졸기는 커녕 더 신나게 떠들며 속초로 향했다.
.
.
.
" 와 바다 냄새 나는 것 같다, 경수형 창문 열어도돼요? "
" 바람이 좀 셀텐데 괜찮으면 열어요 "
매일 서울에만 틀어박혀있다가 오랜만에 바다내음을 맡아보는 우리는 창문에 다닥다닥붙어서 여기저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해도 춥다고 문닫으라던 오세훈은 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창문을 열었고 그와함께 따귀를 때리는 차가운 바람에 나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 야!! 바람!! "
" 이럴 때 바람 쐬는거지 낭만이 없어, 저건 "
한참 문을 닫을 줄 모르는 오세훈 덕분에 만신창이가 된 머리로 창밖을 바라보는데
차는 어느덧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고 도경수 씨를 제외한 우리는 조금씩 보이는 거대한 호텔에 입을 다물지못했다.
" 거의 다 도착했네요 "
" 도경수 씨 혹시 숙소를 호텔로 잡았어? "
" 여기가 제일 낫더라구요 "
" 다른 싼 펜션도 많은데 돈 너무 많이 쓴 거 아니야? "
나도 뭐 작은 펜션이겠지 했더니... 연신 대박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우리들에 비해 도경수 씨는 뭐 이정도야, 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했다.
차에서 내려서도 대박, 넓디넓은 호텔 로비로 들어가서도 대박,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대박, 카드로 방 문을 열 때에도 대박, 거기다 더 대박인건 오션뷰라는 것이었다.
룸에 들어서자마자 다이렉트로 보이는 발코니에 방을 구경할 틈도 없이 캐리어를 현관에 두고 미친듯이 뛰어가 구경하는데 뒤늦게 도경수 씨가 내 옆에 섰다.
" 열심히 골랐는데,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어요 "
" ㅇ..아니 진짜,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진짜 완전! 마음에 들어요!! "
격한 감정에 마구마구 소리치며 내가 이만큼 기쁘다!!!!라는 티를 팍팍 내주니 도경수 씨는 뿌듯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말 많이 신경 썼구나 하며 괜히 찌잉- 밀려오는 감동에 조용히 그의 손을 잡는데 미리 방을 구경하던 오세훈이 내가 있는 발코니 쪽으로 소리쳤다.
" ○○○! "
..
아무튼 내가 도경수 씨랑 잘되는 꼴을 못 봐
꼭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도경수 씨를 끌고 룸 안으로 들어오자 막 구석방에서 튀어나오는 오세훈
" 방이 두 개야!! "
" 근데 "
" 한 방은 트윈침대, 다른 방은 더블침대 "
" 아 근데! "
" 뭘 근데야!! 너 어디서 잘거냐고!! "
...맞다. 내가 지금 멤버들 중 유일한 여자라는 사실을 잠깐 깜빡했다. 이런 제기랄... 아무리 김종인 씨가 여자취급은 도경수 씨한테만 받으라고는 했지만
" 그럼.. 나는 트윈..? "
" 안돼 트윈은 이미 훈이하고 찬열이하고 종인이 형이 쓰기로 했어 "
... 그럼 왜 물어봤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입만 우물거리며 서있자 옆에서 내 얼굴을 보던 도경수 씨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는가 싶더니 현관에 있던 내 캐리어를 더블침대가 놓여진 방으로 끌고들어갔다. 그리고 나와서 하는 말이
" 저 방 ○○씨 혼자 쓰면되겠네요, 여자니까 "
?
" 도경수 씨는요? "
" 저는.. 거실에 쇼파도 있고.. "
???????????
아련하게 뒷쪽에 위치한 기껏해봐야 3-4명이 낑겨앉을 수 있는 쇼파를 쳐다보는 도경수 씨
" 야... 어떻게 여기까지 데려와준 경수형을 쇼파에 자게하냐, 훈이 가슴이 다 아프다 "
" 우리 방은 침대도 다 꽉차서 같이 데리고 잘 수도 없고 "
" 그러게 ○○씨, 도경수 씨가 아무리 남자친구라도 불편한 건 알겠는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
잠시만요, 휴게소에서 밥 먹을 때 도경수 씨 조심하라고 한 건 김종인 씨거든요???? 순식간에 나를 남자친구를 쇼파에 재우는 나쁜년으로 몰아가는 세 남자에 할 말을 잃었다.
" 도경수 씨도 누군가의 귀한 아들래미인데.. "
" 경수형은 너 하나 좋다고 맨날 아까운 기름 써가며 데려다 줘, 점심에는 샌드위치까지 사다줘.. 근데 너는 그 남자친구 쇼파에서 재우냐 "
" 아아아아!! 알았어!! 알았어요!! 도경수 씨랑 나랑 같이 더블룸 쓸게!! "
한마음이 되어 공격하는 세 남자에 못당한 내가 어영부영 외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입을 다문다.
" ..ㅋ "
그리고는 성공했다는 듯이 먼저 쿡쿡 의미심장하게 웃는 박찬열에 기분이 나빠진 내가 이번에 현관 쪽에 고이 놓여진 도경수 씨의 백팩을 들었다.
" 이거 도경수 씨 가방 맞죠? "
" 어어, 괜찮아요. 카메라 때문에 무거울텐데 "
" 됐어요.. "
계속해서 나와 도경수 씨를 쫓는 세 남자의 시선에 도망치듯 후다닥 가방과 함께 방으로 들어서자 이어서 도경수 씨도 머뭇머뭇 따라들어왔다.
" 정말 안불편하겠어요? 저 정말 쇼파에서 자도 괜찮은데 "
정말 기쁜 표정하면서 그런 말 하지 마시죠...^^
" 쇼파에서 자기는 무슨.. 어떻게 그래요 "
명색에 남자친구인데...
도경수 씨가 미리 옮겨놓은 내 캐리어를 방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있는 커다란 침대 바로 옆으로 끌어놓고 바닥에 앉아 짐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호기심 가득어린 시선으로 내려다보던 그도 이내 나를 마주보며 바닥에 앉았다.
" 다 뭐에요? "
" 챙기다보니 짐이 많더라구요. 휴대폰 충전기부터, 잠옷, 세면도구 이런 거 챙기니 금방 꽉 차던데요 "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는데 잠깐 옆에 꺼내놓은 내 화장품 파우치에 관심을 보이는 도경수 씨
" 이건 제 변신키트, 이제 더 돌아다니려면 선크림 또 발라야하는데 도경수 씨는 발랐어요? "
그러자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안발랐으면서 나보다 좋아보이는 이 피부는 뭘까..?
" 선크림을 발라야 피부가 빨리 안늙는대요, 겨울에도 꼭 챙겨발라야하는 건데, 서울 올라가면 도경수 씨 선크림부터 사야겠다 "
파우치에서 선크림을 꺼내 그의 곱상한 왼쪽 손등 위에 아낌없이 짜주자 눈을 동그랗게 뜬다.
" 발라요. 바다도 가고, 여기저기 돌아다닐건데 발라야죠 "
내 말에 도경수 씨는 한동안 빤히 손등 위에 있는 선크림을 쳐다보다가 검지로 콕 찍어 볼에 고양이 세수하듯이 바르는 둥 마는 둥한다.
" 지금 개그해요? "
답답한 나머지 직접 도경수 씨 바로 앞으로 가서는 빠르게 선크림을 이마,볼,코,턱에 푹푹 찍어 발라주니 곤히 눈을 꼭 감는다. 내 얼굴도 이렇게 꼼꼼히 안바르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중도 눈꼬리도 싹싹 펴발라주는데 그게 나쁘지는 않은 듯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뜨는 그
" 선크림 바르는 거 생각보다 괜찮네요 "
" 그럼 서울 올라가면 꼭 선크림부터 사요 "
눈을 감아보라며 눈, 하고 작게 말하니 다시 꼭 눈을 감는다.
뭉친 곳까지 깔끔하게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주고 목에도 선크림을 발라주기 위해 손을 가져다대는 찰나
" 밥 먹으러 갑시다!!! "
오세훈이 벌컥 방문을 열었다.
...
" 지금 뭐하는거야? "
" ... "
" 훈이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이러기 있기? "
내가 ㅁ...무슨 짓을 한다고 이러기 있기야..
" 찬열아!!!!!!종인이 형!!!!!!!!!! "
ㅇ으아아아아악!!! 미친놈아!!!!!!
오세훈의 외침에 방에서 왜왜!! 하고 뛰어나오는 박찬열과 김종인 씨한테까지 본래 의도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민망한 상황으로 딱 걸리고 말았다.
" .. ○○씨.. 그렇게 같은 방 쓰기 싫다고 하더니 이거 봐 이거, 어? 이렇게 좋아할 거면서 "
" 그런 거 아니거든요? "
내가 언제 같은 방 쓰기 싫다고 했나...그냥.. 그런거지...
방 문 앞에서 나란히 모여가지고 바닥에 앉아있는 도경수 씨와 나를 구경하는 세 남자들 덕분에 내가 뭘 해야할지도 까먹고 억울한 표정만 짓는데 도경수 씨가 마저 발라달라는 뜻인지 선크림이 묻은 내 손을 자신의 목쪽으로 이끌었다.
" 문제있습니까 "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김종인 씨를 올려다보는 도경수 씨. 나는 그저 군말없이 발라달라니까 해주는데... 구경거리가 된 나머지 집중을 못하겠다. 흘끔흘끔 방문을 의식하는 걸 내 눈을 느낀 그가 입을 열었다.
" 방해 되네요 "
" 예예, 방해꾼들은 물러나겠습니다 "
그리고 스르르 닫히는 문과 함께 틈사이로 김종인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 밥 먹으러 가게 적당히 하고 나와 "
겨우 속에서부터 열이 뻗쳐오르는 걸 참고 있구만...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며 선크림 때문에 턱을 살짝 치켜올린 도경수 씨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 자기들은 선크림 못발라서 질투나나봐요 "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조용히 하고 얼른 밥 먹으러 갑시다..
그저 카페 노예의 손길이 너무나도 좋은 도경수 ♥ 여러모로 수난을 겪은, 그리고 겪을 카페 노예
*
사담 必필필필필필독!!!!!!!!!!!!!!!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이번 편은.. 좀 늦었죠..영국 출국이 바로 내일입니다.. 하하ㅜㅜ 영국에서 설까지 쉬고 오니 도부자 다음 편이 나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듯 싶네요. 그때까지 우리 독자님들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도부자 잊지 말아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꼭 돌아올겁니다 꼭!!!!!!!!!!!!!!!!!!!!!!!!!!!!!!!!! 진짜 꼭 돌아올테니 꼭 기다려주세요ㅠㅠㅠㅠㅠ!!!!!!!!!!!!!!!!
그리고 오늘은 포인트가 15에다가 24 上 으로 되어있는데요. 네, 원래 여행편은 한편으로 끝낼까 했지만 전체적인 진행이나 스토리에 타격을 주지않을 만큼 여행 에피소드 분량을 늘리기로 했답니다!! 이게 상중하가 될지 상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행 에피는 적지않은 분량으로 찾아뵐 예정이니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용
근데 여러분.. 여행간다니까.. 왜 다들 단둘이 여행 안보내주냐구...단둘이...
응큼해
.. 내가 불맠은 번외로 한다고 했짜나여!!!!!!!!!!!!!!!!!!!!!!!!! 으흉 무튼 우리 독자님들 대왕음마인 거 알아줘야한다니까
번외 보고싶다면 도부자 끝까지 함께 달린다고 약속을 해라!! (빵칼을 휘두르며 위협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튼 저 없는 동안 도부자 잊지 말아주세요!! 저도 영국에서 독자님들 생각 많이 날거에요...흐규... 댓글보는 낙으로 살았는데.. 와이파이존에서 살아야하나.... 그리고 영국 이층버스 후기 부탁하신 독자님!! 꼭 이층버스 후기 찌겠슴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독자님들 제가 요즘 미친스케쥴에 일일히 댓글은 다 못달아드리지만 여러분들을 아끼고 싸라하는 제 마음만은 꼭 알아주세요!! 댓글 하나하나 다 챙겨보고있습니다!!! 이건 진심이에요. 혼자 가만히 앉아 댓글보고 웃고있으면 남덩생이 뭐하냐고 물어본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웃자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활력소 여러분들 항상 사랑하구 우리 남은 도부자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
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모나리자님/쀼님/2평님/맴매맹님
꽯뚧쐛뢟님/이웃집여자님/제인님/베이비파우더님/데후니님/안녕님/안열님/랭거스님/6002님/사랑둥이님
부릉부릉님/전봇대님/딸기님/설렘사님/소녀님/제이너님/경수하트워더님/민속만두님/시카고걸님/모카님
찬효세한님/마름달님/세시님/로운님/스누피님/언어영역님/모찌님/블리님/도즈님/SH님
메리미님/쉬림프님/박력탬님/드보봅님/프라이빗님/타오네엄마님/씽씽카님/됴로롱/됴숭됴숭님/거뉴경님
카푸치노님/으니님/고구마님/툐툐님/세젤빛님/율스루님/뽀로로님/시나몬님/청담동앨리스님/우럭우럭님
꾸르렁님/똥잠님/하트입술님/개구리님/슈웹스님/퐁당스님/그린티프랍님/포카칩님/빠밤빠밤님/초코에몽님
솔라씨님/스티치님/유레베님/시나문님/갭주네님/자이스토리님/요맘떼님/독영수님/추천요정님/뾰롱웬디님
멍뉴님/메론방구님/슬리퍼님/초코아몬드님/스윙칩님/까만원두님/( ͡° ͜ʖ ͡°)님/뿌링클님/색연필님/칭칭님
아디다스님/눈누님/가락님/시우버섯님/스노우윙님/에베베님/결혼할과님/헤이호옹님/슈슈님/밤밤이님
이엘님/오궁이님/제이크님/자이스토리님/시동님/쿠몬쿠몬님/핫뚜님/밤이죠아님/라엘님/겟또겟또님
수능특강님/아탕님/미니미니님/빨강큥님/별빛님/민트초코님/브릴리언트님/현복님/하트굥수님/퐁당스님
밀크티님/똥백현님/우리니니님/꽃순이님/아카님/라즈베리님/기린뿡뿡이님/얍얍님/무민님/세젤냬님
땅콩빵님/허니님/초코나무숲님/두유님/Believer님/아퀼라님/츄파츕스님/티슈님/까꿍님/잼잼님
찰떡님/0227님/파파이스님/됴아됴아님/니나노님/으하힝님/공듀님/꽃돼지님/피타츄님/메추리알님
된장찌개님/고고싱님/부릉님/버들님/스무디님/세로고님/강남김송이님/붕붕이님/종인씨는제게와요님/에베베님
젤리냠냠큥님/피클님/연어덕후님/공공칠빵님/낑깡님/반시님/요다댥님/두부님/꼬르륵님/리잰님
아쿠님/혹시몰라경고하는니니님/백허그님/윤아얌님/Joboo님/레몬사탕님/타앙슈욱님/종인미인님/자몽님/테라피님
쭈꾸미님/콩이님/얼음팩님/도른도른님/Mercy한양갱님/언더더씨님/징니님/쯔덩님/워니님/찌통님
졸업사진님/후니발렌님/슈스엠님/치즈케이크님/섭씨님/됴블리즈님/뭉이님/진달래꽃님/모미님/세니다니님
방부제님/투투붓님/망고주스님/현화님/애국경영합격님/같이의가치님/메리메리님/기린그린님/고로지님/꽃무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