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어리광
눈은 떴지만 정신은 없는..
지금 내 상태는 다들 아침마다 느끼는 상태일 것이다.
내 나이 또래 다른 학생들처럼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고
일찍 취업을 한 것도 아닌 나조차 이렇게 아침이 힘든데..
다른 학생들은 어떨까..
"주인! 일어나!!"
"시러어어..."
"..이.. 이렇게 앙탈 부리면.. 누.. 누가 더 재워줄 것 같아?!"
점점 사그러들던 종대는 대뜸 빽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움찔한 나는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오늘따라 더 일어나기 싫단 말야..ㅠㅠㅠ
"...주인.. 일어나아.. 응?"
"나 쪼금만.. 쪼오금만 더 자면 안돼..?"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푹 자! 찬열이는 내가 막아볼게!"
냅다 문을 닫고 나간 종대 덕에 편하게 잘까 했지만..
그 여린 아이가 어떻게 벌러지를 이길까, 란 생각이 박혔다.
에휴, 더 자긴 뭘 더 자. 그냥 일어나자.
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키고 창문을 열었다.
아침이라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열린 문 틈새로 들어왔다.
그래도 아침치고는 꽤 따뜻한 바람이었다.
스트레칭 겸 팔을 위로 쭉 뻗은 상태에서 왼쪽으로 기울이고
오른 쪽으로 기울이고 앞뒤로 허리도 돌렸다.
잠은 어느새 다 달아나 멀쩡한 정신이 돌아왔다.
거실로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는데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은?"
"잔데."
"... 안 깨우고 뭐하냐?"
"잔다잖아. 조금만 더 자게 둬."
"찬열이가 알면 가만 안둘껄?"
"아 몰라. 내가 막을거야."
어이구 귀여운 우리 종댘ㅋㅋㅋㅋㅋㅋㅋ
말투는 상남자이지만 분명 떨고 있겠지?
떨고있는 종대를 보려 문을 열었다.
음.. 뭐랄까.. 딱히, 소심한 모습은 아니었다.
소파에 불량하게 앉아있던 종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른 자세로 앉으며 말했다.
"주인 일어났어? 왜? 더 자지.."
.....? 약간 이중인격..?
모.. 모르겠다.
"아침 뭐 먹게?"
"민석이는 뭐 추천해주고 싶어?"
"...생선."
"아 뭔소리야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저번에 말했지 종대야.
민석이한테 너는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장난감보다는 먹이일려나..
민석이 고양이었을 적에 고양이용 참치캔 간식을 좋아했었지.
"민석이 니 입맛 말고. 내 입맛으로."
"그냥 반찬 꺼내 먹어. 귀찮게 뭘 아침부터 차려먹을려고."
식탁의자에 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세훈이를 보았다.
참, 말만 이쁘게 하면 좋으련만..
"뭘봐."
"너 본다. 뭐! 뭐!"
볼을 꼬집으며 말하자 어이가 없는지 날 내려다본다.
"놔라."
"싫다면?"
"놔라."
"싫어. 주인님, 놔주세요. 라고 하면 놔주지."
"야. 안놔?"
"뭘 바래."
손을 놓고 아침을 하러 가려는데 내 손목을 붙잡고 돌려 세우는 세훈이.
"뭐야."
"너 요즘 내가 귀여워 보이냐?"
"...? 너 원래 귀여웠는데?"
"안되겠어. 박력있는 남자가 되겠어."
헛소리를 한 세훈이는 곧 지 갈길을 갔다.
박력있는 남자보다, 제대로 이성을 갖추고 있는 동물이었으면 좋겠다.
"아아아, 귀찮아.."
"그래도 해 먹어."
...잔소리꾼.. 오늘따라 왜이리 일찍일어나서 날 괴롭히는 거야..
"차뇨라.. 귀찮아아.. 귀찮다아아..."
"뭐야, 해파리야? 왜이래."
"차뇨라아아아.. 나 진짜 귀찮아.. 대신 점심 많이 먹을게."
"주인 그러면 얹히잖아."
"...뭔 소리지? 전혀. 안 얹히는데?"
"이렇게 거짓말이 티나도 되는 걸까? 주인은 어디가서 거짓말하지마.
그럼 아침 안 먹는 대신 뭐 해줄거야?"
"주인이 아침 안 먹는데 왜 너한테 뭘 해줘야함?
수작 부리지 말고 꺼져."
나를 옹호하고 나서는 백현이를 가볍게 무시한 찬열이가
나에게 눈빛을 보내왔다.
"..해줄 거 없어어..."
"저번에 약속 아직도 안 지킨 것 같은데?"
"아.. 아아.. 그거느은..."
"그 약속이란 것이 도대체 뭐야?
주인 나한테 왜 비밀 만들어? 왜 벌러지는 알고 나는 몰라? 응?"
삐져선 따지듯 묻는 백현이를 뚫어지게 보았다.
슬금슬금 눈을 돌리는 백현이.
그러다 다시 나를 똑바로 본다.
"아, 못해!! 아 몰라! 배째! 안 먹어!! 안 먹어어어!!!"
주저앉아서 찡찡거렸다.
귀찮다고오! 그런 나를 보며 가관이다.. 란 표정을 짓는 찬열이었고
함박웃음을 짓는 백현이었다.
"드디어 주인이 애같은 면을 보여줬어!!!"
쾌재를 부르는 이유가 저건가 보다.
아 몰라. 일단 나 겁나 귀찮아..
"아, 알았어, 알았어. 일단 일어나. 영차!"
내민 손을 잡으니 영차 하며 일으켜 주는 찬열이.
알았다 했으니까 나 딴 거 해도 되지? 란 표정으로 찬열이를 보니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린다.
"오예!!"
소파로 달려가 앉았다.
나를 따라온 백현이도 내 옆에 앉았다.
그런 백현이에게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 눈을 감았다.
편하다.. 역시 아침은 아무것도 안하는 거지.
"주인. 갑자기 이렇게 들이대면.. 나 매우 놀라는데."
고개를 들어 백현이를 보니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놀래라,
"가만있어. 지금이 딱 좋아."
완전히 편하게 기대었다.
백현이도 더 편하게 기댈 수 있게 어깨를 조금 내려주었다.
"야. 원래 개가 가장 무서운 거야."
민석이의 헛소리만 없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뒷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웬일인지 앞에 앉은 민석이는 그저 내가 먹는 모습만 빤히 보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다들 제 할일을 하거나 낮잠을 잤고,
이쪽엔 관심조차 없었다.
"그거 맛있냐?"
빤히 보다 나온 첫마디에 사례가 들렸다.
알게모르게 민석이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나보다.
물을 건네준 민석이가 다시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고기를 싫어하는 거냐, 좋아하는데 얼마 못 먹는 거냐?"
"아마도 후자."
"그냥 많이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
"저번에 그러다가 얹혔잖아."
"그러게 왜 아프고 난리야. 그 의사들 돌팔이 아니냐?
6년을 붙어 있으면서 고치질 못해."
내가 아프다고 뭐라하더니 바로 선생님들로 화살을 돌리는 민석이는
진짜 화가 나 보였다. 하긴, 너를 처음 만난 그 시기부터 난 쭉 아팠으니까.
"주치의 바꿔. 맘에 안들어 하여간.
맨날 지들끼리 뭐라하고. 우리를 관찰하지 않나."
"그래도 날 가장 오래 본 분들이잖아.."
"그렇게 오래 봤으면 빨리 고치든가.
맨날 불치병은 읍서요. 난치병만 있을뿐.
나도 그런 말은 하겠다."
"그래도오..."
"그리고 그 사람들 뭔가 이상해.
진짜 의사가 맞긴 해? 나중에 뭐 장기매매하는 거 아냐?"
평소보다 많이 격분한 듯 보였다.
가끔 주치의 선생님들에 관해서 불평은 좀 하던 편이었는데
오늘에서야 터졌나보다.
"그럴거면 벌써 했겠지..
그리고 너같으면 아픈애 장기를 팔고 싶겠어?"
"나는 너 안 아픈거 같아.
가끔, 정말 가끔 엄청 아픈거 말고는 평상시에 괜찮지 않아?"
"...정확히는 나도 잘 몰라.
내 병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정확한 병명은 엄마랑 아빠만 알아."
"거기서 부터가 이상하다고.
니 병인데 니가 알아야지. 왜 넌 모르고 보호자만 아냐?
그것도 너 이제 성인이잖아. 안그래?
너는 니가 무슨 병인지 안 궁금해?"
"응. 안 궁금해. 그거 알면? 내가 충격받고 끝이잖아.
문득문득 생각들겠지. 만약 뭐, 정말 희귀병이야.
나아질 가망도 못 가진체 그렇게 살다가 죽는거잖아."
"니가 왜 죽어!!?
니가 죽을 확률은 개새끼랑 니가 사귀어서 애 낳았는데
내 이상형일 확률이야."
"형 그거 확률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내가 잘생기고 주인이 이쁘잖아.ㅎㅎ"
"뭔 지랄이야 시발. 나가 디져 개새끼야."
....마지막이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 걱정해준거지..? 아닌가..?
새벽
방금까지 거실에 대자로 뻗어 자다 일어난 나는
작은 시계바늘이 3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다시 자기를 포기했다.
옆에서 같이 자던 종대가 꿈틀거렸고 그런 종대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깼냐?"
"아오..! 놀래라."
"잘 자더라. 여기에 짐승이 몇 마리인데."
"짐승 아니지. 애완동물들."
손을 뻗으니 그런 내 손을 잡아 일으킨다.
"잠 안오겠다?"
"응.. 완전 푹 잤어.ㅎㅎ"
"니 옆에서 찬열이가 얼마나 잔소리 했는지 알아?
이렇게 자면 또 밤에 잠 못자고. 그러면 또 아침에 못 일어난다고."
"참나, 진짜 아주 지가 이집의 주인이지."
"아직 걔 잔다고는 안 말했는데?"
"....뭐..?"
"나 없을 때 나 뒷담까나봐 주인은?ㅎ"
무시무시한 찬열이 목소리에 종대 옆에 다시 누웠다.
"잠꼬대였나보다. 그치?"
경수의 재치있는 넘어감에 찬열이도 재치있게..
"잠꼬대 한번 거하게 한다. 그치?"
넘어가줬다..ㅎㅎ
"나 자러 갈게 주인. 또 뒷담화 해봐. 다 들려.ㅎㅎ"
자러 올라가는 찬열이에게 빠이빠이 해주었다.
도로 내려온 찬열이는 종대를 안아갔다.
입돌아간다나.. 2층 춥다며..
"입을 돌리러 가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수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하여간 아닌척 겁나 웃긴애닼ㅋㅋㅋㅋㅋ
"영화보려던 참인데. 같이 볼래?"
"그래!"
"오늘따라 귀엽네. 딱히 좋은 일 있던 것도 아니면서."
"나 원래 귀여웠어."
"...그래.ㅎ"
탐탁치 않은 웃음을 보이던 경수는 곧 장난스레 웃었다.
"경수야. 넌 뭔가 쥐치곤 잘생겼어."
"햄스터야."
"아무튼 잘생긴게 중요한거야."
"너도 이뻐."
"..그럴려고 말한 건 아닌데.. 일단 고마워."
형식적인 말인지 뭔지는 몰라도 일단 이쁘단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경수 옆에 앉아서 영화가 시작할때까지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 기분은 이어졌다.
"저번에 산책갔을때 준면이 형이 다큐 실행했다며."
"아, 어. 뭔 시덥지도 않은.."
"그거 나랑 같이 본 건데, 그걸 실행하다니. 그 형도 참 대단해."
그러게나 말이야. 정말 대단한 놈이야.
하여간, 어디로 튈 지 모르겠는 놈..
"가끔 낮잠 많이 자고 나랑 영화보자. 심심해."
"그래! 나야 좋지."
"내가? 아님 영화가?"
"둘다!ㅎㅎㅎ"
경수와 마주보며 히히 웃었다.
서로가 기분이 많이 좋았었나보다.
영화는 곧 시작했다.
굉장히 지루하고 따분한 내용이었다.
경수 보는데 방해될까봐 꾹꾹 참던 하품이 나왔고
그것은 경수도 마찬가지였다.
"ㅋㅋㅋㅋㅋㅋ재미없지?"
"응. 이건 나도 만들겠다. 딴거볼래?"
"응. 딴거 보자. 괜히 30분 날렸네."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던 경수가 아무데나 멈췄다.
액션영화였다. 소리를 조금 줄인 경수가 액션 좋아하냐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가리는 것은 없었다.
뭐든 아까 그거보다는 재밌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로 아까 그거는 진짜 별로였어..
한참 영화의 절정에 다다랐다.
옆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없던 경수의 머리가 내 어깨로 떨어졌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자고 있더라.
귀여워...ㅎ
경수가 편하게 기댈 수 있게 어깨를 올렸지만..
그래도 좀 불편해 보이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경수 신경쓰랴 자막 읽으랴 아주 바쁜 와중에
내 손에 깍지를 끼는 경수.
"깼어? 미안, 낮지..?"
"아니야.."
약간은 잠긴 목소리가 조금은 야하게 들려왔다.
...쥐주제에 왜 목소리가 야한거야..
"이거봐봐."
깍지 낀 내 손을 자기 가슴에 대는 경수.
"ㅁ..뭐야. 왜이래."
"빨리 뛰지?"
"어? 아, 어..ㅎ"
"왤까?"
"..모르지. 영화가 무섭나..?"
"액션이 무서워 넌?"
픽 웃은 경수가 나에게 더 다가왔다.
그에 따라 조금 더 빠르게 뛰는 경수의 심장.
표정은 아무렇지 않은데 심장만 빠르게 뛴다.
"난 왠지 알겠어."
"나아는.. 모르겠네.. 하하하.."
"너 진짜 거짓말 못한다."
코.. 코앞에서 웃지 말아 줄래..?
"너도 뛰어?"
반대쪽 손을 내 가슴에 대 보았다.
음... 응.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것 같긴해.
근데, 그렇다고 대답하면 내 예감상 큰일날 것 같거든?
그래서 그냥 아니라고 할래.
고개만 저으니 경수가 또 웃는다.
"너 거짓말 못 친다니까?"
"..뭔 소리야. 거짓말이 아닌데."
"정말?"
더욱 가까이 다가온 경수를 피해 몸을 뒤로 젖히는데
등을 받쳐 줄 만한 것이 없으니 그대로 누워버렸다.
일어나려는 내 어깨를 눌러 못 일어나게 만든 경수가 말했다.
"어쩌라는 거야?"
"뭘!!"
"나 오해해도 되는 거야?"
"아 꺼져!"
그저 실실 웃는 경수.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만있기도 싫어서 꿈지럭거리며
일어날 방법을 찾고 있는데 아직도 안 놓았던
깍지 낀 손을 그대로 잡아 일으켜 주는 경수다.
"다음부터 거실에서 누워 잘거야? 안 잘거야?"
"안 잘거야.."
"약속."
손을 놓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그 손가락을 잡고 복사에 코팅까지 마친 경수가 슬쩍 웃으며 말한다.
"삘 탔는데 오늘 같이 잘래?"
"경수야 잘자. 안녕."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미쳤나봐.
돌았나봐..
심장아 그만 나대...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3월 12일 목요일
날씨 : 모르겠음.. 아마도 맑음?
심장이 나댄다.
내 병명은 심장병이 분명해.
ㅅㅂ...
그 상황에 |
심장이 안 나댔다면 그게 더 큰 병일 것 같아.. 안 그러니..? 쓰면서도 겁나 좋았던 편 이었습니다.^^(흐뭇)(ㅇㅅㅁ)
암호닉입당!♥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부농/luci/알콩 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lobo12/그레이/젤리냠냠큥/똥잠/쪙만보/완치병/ 잇치/레몬빵떡/멍뭉이/세젤빛/백사장/#므ㅏ/워더/거뉴경/밍/퐆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