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수호 : 오빠입니다
EP2. 세훈 : 오! 마이 로미오!
EP3. 종인 : 무지개같은 머스마
무지개같은 머스마 : 무지 개같은 머스마
두 마리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강의를 초인적인 힘으로 버텨낸 나는 다른 때보다 조금 이른 휴식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이주일 전만 같았어도 푸릇푸릇 샌애긔로서의 대학생활을 즐겨본다며 미친년마냥 어딘가 싸돌아 다녔겠지만 나를 기다릴 덕수 생각에 친구들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강의가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와버렸다.
오늘도 역시 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왕왕! 짖으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덕수. 하얗고 퐁실퐁실한게 언제나봐도 귀엽다. 엄마도 어디 외출했는지 모습도 안보이고 오세훈도 아직 학교에서 안 돌아온 모양인지 온 집안이 조용하다. 휑한 집구석에서 덕수 혼자 있을 걸 생각하니 안타까워서 눈물이 다 나네... 삼십만원까지 받아쳐먹은 못난 집사라서 누나가 미안해...
" 덕쑤~ 누나 기다렸어? "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있는 덕수를 격하게 쓰다듬어주고 방으로 들어가자 나를 쫑쫑 따라온다. 봉인되어있던 몸뚱이를 풀어주기 위해 양말부터 벗어던지는데 문뜩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바닥을 보니 덕수가 바작바작 비닐을 물어뜯고있다.
" 뭐해 덕수야, 이런 거 먹으면 안돼 "
쪼그만게 턱힘은 얼마나 좋은지 물고있는 걸 겨우 뺏고 보니 오세훈 친구... 어... 그래, 김종인이 저번에 왔을 때 놓고 간 간식이다. 수제영양두부스틱이라고 했던가. 입을 비죽이며 덕수를 내려다보자 간식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헥헥거린다.
" 간식? 간식 먹고 싶었어? "
그때에도 주던 거 잘받아먹더니 이게 입맛에 맞았나. 옷을 갈아입다말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봉지를 뜯어주자 좋다며 방방 뛰어다니는 덕수. 강아지가 먹기 좋게 쪼개놓고 가준터라 곧바로 조각 하나를 꺼내 입안에 넣어주니 찹찹 잘도 먹는다. 어휴 내 새끼는 아니지만 잘도 먹네 마니 머겅
헤헤 거리며 덕수의 귀여움에 빠져있는데 문뜩 충청도로 내려가있는 친구가 덕수의 소식을 궁금해하지는 않을까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던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앙증맞은 주둥이를 오물거리며 간식을 먹는 덕수에게 정확히 카메라 초점이 맞춰졌을 때, 닫힌 방문 너머로 경쾌한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 엄마? 오세훈?
하지만 곧 그런 고민따위는 할 필요도 없다는 듯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거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침에 굳이 방문을 열지 않아도 누가 들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 호우!!! 쏭 포 마 쥴리엣!!!! "
우리 집에서 나말고 박력터지게 문을 열고 들어와 소음 공해 수준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아무렴, 오세훈 밖에 없지. 갑작스럽게 터진 병신크리티컬에 놀란 나는 거실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 쏟아! 질 듯한 달빛! 역쉬 어두워어!!!! "
터질 듯!! 타는 횃불 너도 마찬가지히이!!! 노래는 계속 되었고 횃불말고 오세훈의 목청이 더 터질 것 같다. 고삼의 울분과 한을 노래로 승화시키는 오세훈의 즐거운 싱어송 타임을 방해하고 싶었지만 차마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고삼 때 저런 적 많이 있었으니까...얼마남지않은 간식을 마저 탈탈 털어 덕수의 입에 넣어주고 방문을 열려 살며시 엉덩이를 옮기자 거실 한중간에서 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야!!! 니 또 내 방에 숨어있지!!!! "
그러면서 오세훈 방쪽 문이 벌컹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저번에 내가 지 방 문 뒤에 숨어있던 것때문에 저러는 것 같다. 쫄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가만히있자 하하 없네, 하며 다시 문을 덜컹하고 닫는 소리가 들린다.뭐하는 거야 병신.. 괜히 깜짝 놀랐네... 멎을 뻔한 심장을 달래며 조심스레 문을 여니 교복도 안갈아입고 거실에서 두둠칫 춤을 추고 있는 오세훈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줄리엣 훠오!!!!!! 영혼을 바칠게요!!!오!!!! "
대체 왜 저러는 걸까?
" 줄리엣 훠오!!!!! 제발!! 날 받아 줘요오!!!!!! "
가만히 오세훈의 춤사위를 지켜보던 나는 문틈 사이로 덕수를 내보냈다. 간식도 먹었겠다 한층 기분이 업된 덕수는 쫄래쫄래 오세훈에게 달려갔고 생각보다 오세훈은 춤을 추다말고 반갑게 덕수를 맞아주었다.
" 오! 덕수야! 너 어디있었어 형이 오ㄴ, 에헷취!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킁 같이 춤출래? "
미친놈. 오늘 학교에서 엄청난 맴매를 맞아서 그 충격으로 머리가 헤까닥한게 아닐까? 오세훈은 덕수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비행기를 태워주기 시작했다. 여전히 줄리엣을 계속 부르면서. 지켜보다 보다 못한 나는 덕수를 구해주기 위해 방문 틈새로 입만 내밀어 말했다.
" 이거 놔, 또라이새끼야 "
예상대로 오세훈은 흥겨운 스텝을 멈추고 덕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뭘 봐, 꼽냐 "
" ... "
" 꼽냐고 개새끼야 "
" ㄷ..덕수 이 개.. "
오늘 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성적인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고 팔을 부들부들 떨며 덕수를 바라보는 오세훈에 나는 그만 대놓고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하냐 진짜ㅋㅋㅋㅋㅋ 덕수하고 싸우겠네 아주 그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쥴리엣 호우!!! 영혼을 바칠게요!!!오!!!! "
" 저 미친... "
" 쥴리엣!! 훠오!!!! 달콤히! 좀 더 달콤하게!!! "
깨발랄하게 깝치던 나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허겁지겁 덕수를 옆에 끼고 내쪽으로 뛰어오는 오세훈에 재빨리 방문을 닫아 잠궈버렸다. 몇번 철컥철컥 문고리를 돌리는가 싶더니 분함이 가득담긴 손길로 방문을 쾅쾅 내려치던 오세훈이 말했다.
" 열어라 "
" 싫다 "
" 열ㄹ, 에헷치!!!! 아 열라고!! "
" 싫다고 "
" 그럼 덕수 데리고 가 "
" 왜 아까처럼 춤이라도 같이 춰 "
어디서 수작질이야. 내 말에 아오! 하며 세게 문을 내려친다. 마음같아서는 에에에에엥~ 하면서 더 놀려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문을 부수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위협감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바닥에 뒹굴고있는 덕수의 빈 간식 봉지만 바라보았다. 내가 오세훈 누나라서 아는데, 쟤는 분명 내가 나갈 때까지 방문 앞에서 기다릴 애다. 지금은 아무소리도 안 들리는 것같아도 좀더 신경써서 방문에 귀를 기울이면 희미하게 들려오는 숨소리가 그 증거
" 우리 세니, 이 누나가 좋은게 아니면 니 방으로 좀 꺼져 "
" 나 진짜 오늘 학교에서 기분 좋았는데 너때문에 다 망했어 "
내가 뭘했는데.... 들어올 때부터 쏭 포 마 줄리엣!! 하고 쳐들어온게 누군데....귀여운 강아지 캐릭터가 그려진 봉지를 부스럭거리던 나는 방문을 사이에 두고 오세훈을 불렀다.
" 야 오세훈 "
" 말 걸지 마 "
" 어 "
말 걸지 말라면 걸지 말아야지. 순순히 말을 들어주자 우리 남매답지않게 비교적 무거운 정적이 가라앉는다. 친구한테 덕수 사진 보내줘야하는데...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가지러갈까, 자리에서 일어나자 오세훈이 야, 하고 날 부른다. 하여튼 싸가지는 더럽게 없어요.
" 왜 "
" 나 왜 불렀냐 "
" 그, 니 친구 "
" 내 친구가 한두명도 아니고 누구 "
한 명밖에 없었던 거 아니었음? ㅎ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 그.. 김종인인가 걔 있잖아, 좀 까맣고"
" ... 어 "
" 걔한테 저번에 가져온 간식 어디서 났냐고 물어봐주면 안돼? "
" ... 간식? "
" 덕수 간식, 덕수가 좋아해서 "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없는 오세훈에 으휴! 소리내어 한숨을 쉬자 어떻게 그건 들은 모양인지 쾅! 하고 문을 한 번 거세게 내려친다. 아 미친 깜짝이야.. 분노 조절 장애인가..
" 부탁을 할 때에는 공손히 얼굴을 보고 해야지 "
" 뭐? "
" 문 열어라 "
... 이 찌질이 새끼가 진짜.. 엄마가 올 때까지 문을 열지 않는게 내 계획이었지만 하필 거지같은 타이밍에 맞춰 방광이 가득 차버리는 바람에 부탁할 것도 있겠다, 이를 악물고 슬며시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오세훈의 매서운 눈매, 19년을 같이 산 내 동생이지만 언제나 무섭다. 적응해도 무서워
" 세니, 누나 때릴거야? "
" 어 때릴거야 "
그리고는 문을 벌컥 열어 꽉 쥔 주먹으로 내 팔뚝을 세 번 연달아 때리는 오세훈.
" 아! 개아파! "
" 구라치지 마 "
들킴ㅎ 내 오묘한 표정변화를 느꼈는지 도끼눈을 하고 나를 내려다보다가 제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내 부탁에 대한 대답은? 다급하게 야, 야! 하고 외치며 뒤를 따라가자 아까에 대한 복수라도 되는 모양인지 무심하게 문을 닫아버린다.
" 야! 어딜 들어가, 물어봐줄거야 말거야!! "
" 뭘 자꾸!! "
" 김종인한테 덕수 간식 어디서 났냐고 물어봐준다며 "
그리고 또다시 한참을 그놈의 대답을 기다린다고 방문만 노려보았다. 방에 들어가서 돌연사했나...
*
" 김종인한테 덕수 간식 어디서 났냐고 물어봐준다며 "
제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던 세훈이는 김종인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와이셔츠를 들고있던 손을 멈칫하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오늘따라 왜 이러지, 종인이는 누나 찾고 누나는 종인이 찾고. 한 번밖에 만난 적 없으면서... 둘 다 혹시 진짜...
.
.
.
" 맞다니까? "
" 그건 좀 아니야 "
" 맞아, 오세훈 너도 들었잖아. 누나가 나보고 무지개같다고 한 거 "
아침 조례 시간이 끝나고 학교에 도착한 종인이는 처음 세훈이의 집에 놀러간 날 이후부터 계속해서 세훈이에게 말을 걸었다. 뭐 누나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 같다나 뭐라나. 예전에는 말 시켜도 더럽게 대답 안하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지... 줄리엣을 보러가야하는데 끝까지 놓아주지않는 종인에 성질이 뻗친 세훈이는 아니라니까!! 하며 소릴 쳤다.
세훈이가 아니라고 단언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날 종인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누나가 저 개같은... 무지 개같은 놈... 하고 중얼거린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종인이에게 누나가 너보고 개같대!!! 라고 할 수도 없어 그저 아니라고만 뻐기고 있는데 점점 인내심에 한계가 드러날 지경이다.
" 그럼 아닌지 맞는지 확인해보면 되지 "
" 어떻게 "
" 오늘 학교 끝나고 너네 집 갈래 "
... 얘가 원래부터 이런 집착 쩌는 캐릭터였던가, 세훈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누나가 뭐가 좋다고 그래 "
" 매력이 쩔잖아 "
" 머리 안감아도? "
" 머리 너무 자주 감아도 안좋대 "
" 개망나니 같아도? "
" 개망나니? "
개망나니?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종인에 세훈이는 이거다 싶어, 그래 개망나니! 하고 외쳤다.
" 그게 바로 누님의 다채로운 무지개같은 매력 중 하나지, 망나니보다 이왕이면 내츄럴함이라고 해 "
" ... "
" 나도 무지개같고 누나도 무지개같고 "
옆에서 둘을 조용히 지켜보던 백현이는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에 내심 자존심 상했다. 가뜩이나 요즘 종인이가 세훈이만 찾아서 찐따같은데 단둘의 비밀이라니... 백현이는 투닥거리고있는 종인이와 세훈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 뭔데 그래? "
" 아니 김종인이 자꾸 우리 누나가 좋대, 그게 뭐가 좋다고 "
세훈이의 말을 듣던 종인이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갑자기 가소로운 듯이 픽, 하고 재수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 야 너 혹시 시스콤 있냐? "
" 시스콤? "
" 시스터 콤플렉스, 누나나 여동생한테 막 집착하고 그런ㄱ "
" 아! 개소리 하지 마! 미쳤냐, 내가 집착할 게 없어서 "
" 그럼 누나는 조용히 나한테 넘겨 "
또또 모르는 이야기다. 백현이는 애꿎은 콧볼만 긁으며 종인이의 눈치를 보았다. 대체 이것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종인이가 세훈이 누나한테 관심이 있는데 아까 전 무지개 같다는 소리는 또 무슨 소리지. 세훈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백현이가 물었다.
" 세훈이 누나? 이뻐? "
" 존나 못생김 "
" 존나 매력터짐 "
한 질문에 상반된 대답이라... 세훈이와 종인이는 서로의 눈이 삐었다며 으르렁거렸고 머릿속에 혼돈의 카오스가 찾아온 백현이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하나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답답함에 열변을 토하던 세훈이는 끝끝내 가방에 넣어두었던 제폰을 들었다.
" 사진은 없는데 영상은 있어, 백현이 너가 보고 판단해봐 "
화면을 키자마자 안된다며 먹이감을 채가는 독수리처럼 세훈이의 핸드폰을 날쌔게 채가버리는 종인이.
" 뭐하는거야 내놔 "
" 안돼, 그 영상은 나만 볼 수 있어. 어딜 함부로 "
할 말을 잃은 얼굴로 멍하니 종인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세훈이는 내적 한숨을 쉬었다. 집에 있는 잉여 하나가 남자애 하나 조져놓는구나... 울상을 짓던 백현이는 종인이가 중간에 핸드폰을 채가버린 바람에 휑한 손을 까딱거렸다.
" 왜 그래, 나 진짜 궁금하단 말이야 "
" ... "
" 세훈이 누나는 종인이 거 "
" ... "
" 세훈이 누나 하트 김종인 "
백현이가 몇번이고 눈치껏 세훈이 누나 하트 김종인을 외치고 나서야 종인이는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거리며 영상이 켜진 핸드폰을 건내주었다. 대체 어떤 여신이길래 김종인이 이토록 열광하는가. 숨을 죽이고 유심히 영상을 보던 백현이는 생각보다 너무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한 세훈이의 누나에 흠칫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법규까지 보고 억지 웃음을 지었다.
" ㅁ.. 매력있으시네 "
" 그치 "
매력있다는 백현이의 말에 세훈이는 빈말인 줄 모르고 2차 쇼크를 받았다. 언제부터 머리 안감고 망나니처럼 다니는게 매력이 됐을까? 실실 웃던 종인이는 핸드폰 모서리로 세훈이의 이마를 콩하고 찧었다.
" 아무튼 누나 나한테 넘겨 "
" 뭘 넘겨. 와서 데리고 가던가, 데리고 가서 내 눈 앞에서 보이지만 않게 해라 "
" 진짜? 나 오늘 너네 집 간다? "
그건 좀... 농담삼아 한 말이지만 불도저같은 종인이의 태도에 세훈이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전에 말한 시스콤? 시스터 콤플렉스와는 거리가 멀지만 알 수 없는 꽁기꽁기함 때문이랄까. 평소에 개무시하던 누나였는데 이렇게 대놓고 좋다고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런가.... 쓰읍, 하며 목덜미를 쓸던 세훈이는 이걸 도와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문뜩 외로움에 몸서리치던 누나 생각에 슬쩍 입을 열었다.
" 오늘 누나 학교에서 늦게 오니까.. 내일, 내일 와 "
내일? 오늘이 아니라서 아쉽긴 하지만 오라고 하면 가주는게 인지상정. 종인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콜을 외쳤다.
" 누나는 이제 곧 내 무지개같은 매력에 빠질 거야 "
.
.
.
줄리엣과 같이 하교하겠다는 세훈이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해주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온 종인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게 달려오는 개 세마리에 함박웃음을 가득 띄웠다. 몽구,짱구,짱아야!!!!!! 학교 가기 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봤으면서 고작 몇시간 떨어져있던 걸로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한 마리, 한 마리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종인이
" 밥은 다 먹었어? "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멍멍! 소리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어떻게 알아듣고는 오구오구 잘했어~ 하며 받아준다. 쯋쯋 소리를 내며 손장난을 하다가 내일 세훈이의 집에 놀러갈 생각에 붕붕 뜨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한 종인이는 일제히 개 세마리를 모두다 꽉 끌어안았고 때마침 방에서 과제를 하다 나온 종인이의 형, 종대는 혐오에 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 야 뭐하냐 "
대놓고 자신을 디스하는 형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개들과 교감을 나누는 종인이.
" 너는 나중에 결혼하지말고 개만 기르면서 살아도 되겠다 "
그 모습을 보던 종대가 부엌에서 물을 꼴꼴 따르며 말하자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던 종인이는 순간 정색을 했다. 그리고는 무슨 소리야. 하며 따지듯이 말하는데 이제 열아홉, 십대의 끝자락이라고 폭풍성장을 한 동생의 압도적인 포스에 짓눌린 종대는 말이 그렇다는 거지.. 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생각해보면 그동안 종대가 종인이에게 너는 결혼 하지 말고 개만 기르면서 살아도 되겠다. 라고 말한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근데 저렇게 정색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니...여자라도 생겼나 ...
그런 종대의 뜨거운 시선을 못느끼는건지 못느끼는 척하는 건지 종인이는 그저 내일 세훈이네 집에 놀러갈 생각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꼭 누나랑 말 더 많이 해야지. 그리고 산책 가자고 해볼까.
어떻게하면 내가 누나의 무지개가 될까.
*
강아지 구토, 강아지 구토 할 때 어떻게 해야하나요, 강아지 구토 병명, 강아지 장염.
모두 내 초록창 검색 기록에 남겨진 말들이다.오늘 아침부터 덕수의 구토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제 끝끝내 김종인이 가져온 간식에 대한 정보는 알아내지 못한 채 아침 일찍부터 있는 강의 때문에 덕수에게 신경 쓸 겨를 없이 외출 준비에만 치중했는데 학교에서 점심을 먹던 도중 엄마에게서 덕수가 자꾸 구토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제아무리 통학이더라도 오고가는 시간이 꽤 있었기 때문에 초조한 마음으로 마지막 강의까지 다들은 후 바쁘게 집에 도착했건만 항상 먼저 달려와 나를 맞아주던 덕수가 잠잠한게 아닌가.
헐레벌떡 방 안으로 들어가니 방석 위에서 기진맥진한 채로 누워있는 덕수에 눈물이 날 뻔했다. 어제까지만해도 괜찮았는데. 앞에 놓여진 밥그릇에 사료는 아침에 부어놓고 간 딱 그만큼만 그대로 있었고 내 인기척을 느낀 덕수는 간헐적으로 끙끙 거리기도 했다.
" 덕수야, 왜 그래. 뭐 잘못먹었어? "
덕수 앞에 앉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자 켁켁 거리며 속을 게워낸다. 구토한다고 전해만 들었지 직접 보니 더 가슴이 째지는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초록창에 강아지 구토를 검색해보니 설탕물을 먹이라는 소리가 있어 얼른 설탕물을 타왔지만 덕수는 싫다는 듯 고개만 훽 돌렸다.
" 덕수, 누나랑 병원갈까? "
답은 병원밖에 없는 것 같아 힘없이 엎드려있는 작은 덕수를 들어올리려하는 찰나 야, 하고 등 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허공에 손을 올려놓고 고개를 돌려보니 방문 턱에 서있는 기다란 남자 두 명, 오세훈과 김종인이었다. 친구 데리고 올거면 미리 연락하라더니 왜 답장을 안하냐며 나를 타박하는 오세훈에도 매섭게 달려들기는 커녕 멍하니 있자 이상한 기운을 느낀 김종인이 먼저 방 안으로 쭈뼛거리며 들어온다.
" 왜 그래요? "
입만 꾹 닫고 덕수를 내려다보는데 언뜻 저번에 자신도 개를 키운다던 김종인의 말이 기억난다. 사실 김종인이 준 간식때문일까 의심도 들었지만 그래도 오세훈 친구인데 그럴리 없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 덕수가 이상해, 아침부터 계속 토했다는데 방금도 또 토했어. 너 알지? 왜 이러는지, 너도 개 키우잖아 "
바지자락을 붙잡고 묻자 김종인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다가 내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어앉았다.
" 가끔 애들이 그러긴 하는데 아침부터 계속 한 거면 어디 문제있는 거 아니예요? "
" 그러니까, 사료도 안먹고, 설탕물 줘보라길래 줬는데도 영 먹을 생각을 안해 "
" 병원은요? "
" 아직 안가봤어 "
조용히 내 말을 듣다가 아무 말 없이 덕수만 올려안기보다는 방석 채로 품에 안아드는 김종인. 아파서 그런건지 바들바들 몸을 떠는 덕수를 얼래기 시작한다.
" 응, 많이 아팠지. 병원 가자, 병원 "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김종인의 뒤를 따라나가는데 역시 개를 키워본 사람 포스가 철철 넘친다. 어디가냐며 묻는 오세훈을 쌩까고 집에서 나왔다. 조금이나마 안심되는 마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나서며 힐끔힐끔 김종인의 뒷통수를 쳐다보자 아 저 누나, 하고 내게 말을 건다.
" 어? "
" 덕수 다니는 병원 어디에요? "
" ... 덕수가 다니는 병원? "
" 네,덕수 예방접종 4차까지 다 했죠, 그거 다 해준 곳 "
...친구가 그건 안알려줬는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제 품에 안겨있는 덕수를 보여주며 답을 재촉한다.
" 아... 친구가 병원은 안알려줘서.. "
" 친구? "
" 덕수 맡아달라고 부탁한 친구... "
" ... 덕수를 키우는게 아니라 잠깐 맡아준 거 였어요? "
응, 한 달 정도.. 하고 대답하며 머리를 긁적거리자 뚫어져라 내 얼굴을 내려다본다. ㅇ... 왜 이래.. 뻘쭘한 분위기가 맴돌 때, 급작스레 또 낑낑 거리는 덕수에 우리 둘은 어~어~ 덕수야~ 빨리 병원가자~ 하며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다시금 발을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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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성위염이네요 "
김종인 강아지들이 다닌다는 동물병원으로 온 나는 처음 와본 티를 팍팍 내며 빠짝 긴장한 채로 진료실에 앉았다. 옆에 많이 와본 김종인이 있다고 하더라고 지금 덕수의 정식 보호자는 나이니 말이다. 이상한 거 먹였다고 개한테 뭔 짓을 한거냐고 혼나면 어떡하지.. 하고 마음을 졸이는데 덕수의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던 의사선생님께서는 차분하게 급성위염이네요, 하며 엎드려 누워있는 덕수를 바라보셨다.
" 급성위염이요? "
" 뭐 잘못 먹이셨어요? 강아지들도 음식 잘못 먹으면 탈나요 "
" 아뇨아뇨, 사료 먹고 간식 먹인게 다인데.. 사람 음식은 하나도 안줬어요 "
" 그럼 근래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은 있었나요? "
근래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이요?...낮게 중얼거리는데 주춤주춤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덕수를 보니 진짜 가슴이 아프다. 정이 이렇게 갈 줄 알았으면 애초부터 맡아주지 말 걸, 어떻게 이걸 또 친구한테 보내줘...
" 사실 제가 덕수를 한 달 정도 맡아준 거라서.. 원래 주인이 보고싶어서 그런게 아닐까요...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의사선생님께서는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 아직 4개월밖에 안된 강아지고,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겠네요 "
하, 하고 깊게 한숨을 쉬자 등 뒤에 있던 김종인이 위로해주듯 내 왼쪽 어깨를 토닥여준다. 미안하다 사실 너가 준 간식도 좀 의심했었어... 결국에는 나년 때문이네... 친구 돌아오면 삼십만원은 고대로 돌려줘야겠다...
" 지금까지 덕수, 먹은 거 하나도 없다고 하셨죠? "
" 네, 물도 안마시더라구요 "
" 그럼 일단 병원에서 영양제랑 수액맞으면서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할게요. 수액 다 들어가게되면 보호자분 연락처로 문자나 전화 넣어드릴테니 때에 맞춰서 오시면 됩니다 "
감사합니다, 잘부탁드려요. 하며 입사하고 나가려하니 울망울망한 덕수의 눈동자가 내 발을 붙잡는다. 진료실 나가기 전 그렇게 한동안 덕수만 바라보다가 이만 나가자는 김종인의 말에 겨우 발을 옮길 수 있었다. 진료비를 계산하기 위해 데스크로 가서 또다시 한숨을 쉬자 왜 그래요~ 하며 나를 툭 치는 김종인.
" 아니, 잘 적응한 거 같았는데 스트레스 받았다고 하니까 미안하잖아.... "
" 그래도 누나는 해줄 거 다 해줬잖아요. 나는 누나가 덕수한테 너무 잘해줘서 진짜 주인인 줄 알았는데 "
말이라도 고맙네. 헛웃음을 치며 지갑을 꺼내자 방실방실 웃으며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부르는 수의간호사언니.
...맙소사? 내가 잘못들었나,하고 한 번 더 물어봤지만 똑같은 가격을 부르면서 확인사살을 해주신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미니 잽싸게 받아들어 가차없이 긁어버리고는 서명 부탁드려요~ 하신다.
사뭇 굳은 표정으로 영수증까지 받아든 나는 동물병원을 나오려다 눈길을 사로잡는 동물 용품 코너에 걸음을 멈추었다. 장난감 코너에서 이것저것 만져보다 영양제 코너쪽으로 가니 나를 졸졸 따라오던 김종인이 왜요? 하며 눈을 반짝였다.
" 영양제 하나 사줄까 해서, 야 너가 추천 좀 해봐 "
" 왜요? 어차피 한 달만 맡아주는 거잖아요 "
...
" 야 너 진짜 너무한다. 그거 한 달 내가 덕수한테 좀 잘해줘보겠다는데 "
" ㅋㅋㅋㅋ알았어요 미안, 미안 "
아차, 순간 오세훈한테만 보내던 눈빛이 나올 뻔했다. 어디서 오세훈이랑 똑같은게 붙어가지고.. 죄다 영어로 쓰여져있어서 이건 뭐하는거냐, 이건 뭐고, 하고 묻는데 이건 관절 영양제, 이건 종합 비타민이에요 하며 꾸준히 대답을 해주던 김종인이 조용하다.
" 덕수는 지금 위염이니까 위장에 좋은 영양제는 없어? "
" 거기 누나 쪽에 초록색 통, 그건데, 근데 누나 오늘 왜 이렇게 꾸미셨어요? "
" 뭐? "
영양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내 이야기가 왜 나와. 놈이 있는 뒤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 앞에 바로 김종인의 진한 쌍커풀 진 눈이 가득 들어찼다. 파다닥 발작일으키듯 뒤로 물러서자 김종인은 개구진 미소를 띄웠다.
" 나는 내츄럴한게 좋은데 "
" 무슨 개같은 ㅅ, 아니 무슨 소리야 "
" 왜, 누나 머리 막 동여매고 목 늘어난 티 입고 "
" 그게 좋다고? "
그러자 완전! 하며 엄지를 척 들어보인다. 변태인가..맨날 오세훈은 나보고 개망나니라고 하는데 뭐 그런걸 좋아해..
" 사실 예쁜건 지금이 더 예쁘긴 한데, 그래도 좋은건 그게 더 좋아요 "
" 웃기고 있네, 너 지금 너네 강아지 영양제까지 사달라고 아부떠냐 "
" 무슨 그렇게 섭한 말을, 우리 집에 영양제 종류별로 다 있는데 "
" 그럼 갑자기 왜 이래? 좀 비켜봐, 덕수 간식도 좀 고르게 "
위장에 좋다는 영양제를 집어들고 김종인 뒤쪽에 있는 간식 코너로 가자 또또 강아지마냥 나를 졸졸 따라온다.
" 근데 오늘 진짜 왜 꾸몄어요? 남자친구라도 있나? "
" 지랄하네 "
" 네? "
" ... 아니 꼭 지같은 말만 한다고, 남자친구는 무슨 남자친구야 "
내 대답에 화색을 띄우며 없어요?없어요? 하며 들러붙는 김종인. 그와중에 내가 이상한 간식을 고를라 치면 이게 더 기호성이 좋아요,하면서 다른 간식을 쥐어준다.
" 없어, 없다고!! 비켜!! 계산 좀 하게 "
" 역시 개져사이 "
" 뭐? "
" 아니에요 "
본색을 드러낸 윽박에도 역시 개져사이, 하며 씩 웃는다. 이 새끼 완전 변태 아니야? 요상한 눈빛으로 김종인을 훑어보고 덕수를 위한 선물을 한아름 안아들자 그런 내가 위태위태 해보였는지 군말없이 대신 받아든다. 짐꾼으로는 나름 쓸만한 것같다.
.
.
.
" 오세훈 여친 생겼다고???? "
" 네, 좀 오래 쫓아다녔는데 "
동물병원에서 돌아오는 도중 김종인과 어느새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엄청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오세훈한테 여친이라니... 존나 대박.. 미친 거 아님?
" 웬일이니, 걔 이뻐? "
" 그냥 평범해요 "
" 오세훈 맨날 지 미란다 커같은 여자 만난다고 입으로 똥을 싸더니... "
" 취향은 모를 일이니까, 제 취향은 내츄럴함이잖아요, 누나같은 "
뭐라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 . 하도 김종인의 치근덕거리는 농담을 듣다보니 적응이 된 나는 오세훈한테 하는것처럼 옆에 있는 녀석을 짝 소리나게 때렸다. 벌써 발라당 까져가지고
" 누나 취향은? "
" 내 취향? "
" 무지개같은 남자? "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네... 지금 와서 사실 그거 무지 개같은 남자야.. 이럴 수도 없는 노릇이라 ㅇ..어.. 하고 대답해주니 좋댄다. 졸지에 내 취향이 개같은 남자가 되어버렸다.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을 올라가는데 이제야 나오면서 어디가냐던 오세훈의 말을 쌩깐게 기억난다. 얘 또 삐친 거 아니야? 얘가 또 은근히 이런 거에서 잘 삐지는데...흠.. 하고 생각을 하다 힐끗 짐을 든 김종인을 쳐다보았다.
" 근데 너도 이 아파트 살아? "
" 아뇨, 저 주택 살아요 "
" 뭐야, 그럼 짐 주고 너네 집 가, 어차피 집에 덕수도 없는데 "
" 제 가방 세훈이 방에 있는데 "
아..ㅎ 나는 또 짐 들어주겠다고 따라오는줄.. 쓸 때없이 감동먹을 뻔 했네
" 누나 왔다 "
현관문을 벌컥 열며 쇼파에 앉아있는 오세훈에게 인사같지도 않은 인사를 건내자 물끄러미 나와 김종인을 번갈아보던 오세훈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말했다.
" 덕수는? "
" 위염이래, 탈수도 있고 기운도 없어서 수액 맞춰놓고 왔어 "
" 뭐 잘못 먹였냐? 덕수는 너가 아니라서 아무거나 먹이면 안된다ㄱ "
" 아니거든? 스트레스 때문이거든? "
오세훈의 말에 발끈하자 뒤에 서있던 김종인이 맞아, 스트레스 때문이거든? 하며 내 말을 거들어준다.
" 웬 스트레스? "
" 너가 따뜻한 눈길로 덕수를 안바라봐줘서 "
" ... "
방에 들어가 책상 위에 오늘 사온 영양제와 간식들을 쏟아내는데 덕수랑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다고 항상 덕수가 있어야 할 곳이 휑한게 섭섭하다. 덕수가면 진짜 강아지 한 마리 들여와야하나..
" 덕수 보내면 누나가 한 마리 키워볼 생각은 없어요? "
언제 내 마음을 읽었는지 방문턱에 기대 서있던 김종인이 말했다.
" 내가? 됐어, 덕수도 제대로 못봐서 저렇게 아픈데 "
" 스트레스야 병원에서 돌아오면 풀어주면 되죠 "
" 무슨 재주로 "
" 저랑 산책하는 재주로 "
? 이건 또 무슨 개소리.. 무지개무지개 했더니 진짜 개같은 소리만 하네
" 자고로 스트레스는 친구들이랑 놀면 풀리잖아요 "
" 근데 "
" 우리 강아지들이랑 놀게해요, 우리 몽구,짱구,짱아랑 "
몽구,짱구,짱아? 개 키운다더니 세마리나 키우는 거였어? 집안 거덜나겄네..얼른 대답하지 않고 눈만 꿈뻑이자 이리저리 고개를 가웃거리며 은근슬쩍 방안으로 들어온 김종인이 내 팔을 부여잡고 조른다.
" 네? 누나 "
" ... "
코 앞으로 온 김종인이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거부할 수 없으리라만치 활짝 웃는다.
" 우리 같이 산책해요 "
' 우리 같이 산책해요~ '불도저 고삐리 연하남 김종인 X 얘는 도대체 무지 개인가 무지개인가, 세니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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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ㅇ<-< 기진맥진...
저는 또 작업에 빠져살러 갑니다... 무사귀환을 빌어주세요...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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