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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재환] 봄이피다02 | 인스티즈

 

 

 

 

02

 

 

 오늘도 어김없이 이재환이 앉아 있는 쪽을 힐끔 한번 쳐다보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어! 여름아, 여기로 와. 같이 앉자" 강의실 앞쪽으로 들어오다 나를 보았는지 이홍빈은 해실해실 웃으며 손짓을 했다. 저번에 겨우 통성명만 했을뿐인데 이홍빈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나를 불렀다. 순간 이재환이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졌고 눈이 마주친 난 일어나야하나 말아야하나 잠깐 움찔거렸다. "혼자 앉지 말고 이리 와" 한번 더 말하는 이홍빈에 나는 조금 꾸물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바로 옆자리가 아닌 이재환의 뒷자리에 앉는데 자리에 앉을때까지 이재환은 나를 보고 있었다. 수업이 꽤 진행되었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 동안 조금 멀리 떨어진곳에서 보기만 했는데 지금은 이재환의 바로 뒤에 앉아 있다. 이렇게 가까이서는 처음보는 그 애의 옆모습이 꽤 잘생겼다고 느껴졌다. 큰 키 만큼 넓어 보이는 등판에 조금 설레어 나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 물었다.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정리하는데 이미 나갈 준비를 마친 이홍빈과 김원식은 같은 수업을 듣는지 먼저 가보겠다며 강의실을 나갔고 난 혼자 남은 이재환에 인사를 하고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잠깐 고민했다. "또 수업 있어?" 갑자기 물어오는 이재환에 없다고 대답하자 자기도 수업이 없다며 같이 나가자고 말했다. 강의실을 나와 이재환의 바로 옆에서 걷고 있자 약간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땅만 보며 걸었다. "커피 좋아해?" 순간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을 하는 이재환에 고개를 들어 그애를 바라봤다. "아니, 수업 때마다 커피 마시는거 같길래" 커피를 좋아해 항상 수업 전에 사들고 오곤 했는데 그 모습을 봤던 걸까. "응. 커피 좋아해..." "그렇구나..."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용기를 내어 "너는 커피 좋아해?" 라고 물어봤다. 앞을 보며 걷던 이재환은 나를 보며 "좋아하는거 까진 아니고, 자주는 안마셔" 라고 대답했다. 짧은 대화를 끝으로 우린 서로 말없이 교문을 향해 걸었다. 내가 이렇게 말 주변이 없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집은 어디야?" 또 다시 먼저 물어오는 이재환에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한다고 대답했더니 자긴 버스를 타고 간다며 가보겠다고 말했다. 다음 시간에 보자며 손을 흔들어주고 이재환은 교문을 나섰다. 짧다면 짧은 거리지만 강의실에서 교문까지 걸어오는 동안 제대로 이야기도 못해 본 내가 바보 같아 입술을 잘근 물었다.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작게 한숨이 나왔다.

 

 

전날 과제를 하느라 조금 늦게 잤더니 아침에 늦잠을 자버렸다. 처음으로 지각을 하겠구나 생각하며 얼른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항상 마시던 커피도 수업이 끝난 후에나 마실 수 있겠다 생각하며 강의실로 뛰어갔다. 조용히 뒷문을 열고 들어가  항상 앉던 자리에 앉는데 언제부터 이쪽을 보고 있었는지 웃고 있는 이재환과 눈이 마주쳤다. 이재환은 소리없이 웃더니 다시 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지 싶으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헐레벌떡 들어오는 모습을 본건가. 뛰어오느라 머리가 산발이었을텐데 밖에서 거울로 한번 확인이라도 하고 들어올걸 싶었다. 잠을 얼마 못잔 탓에 자꾸 잠이 와 몇번을 꾸벅꾸벅 졸았던것 같다.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책상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다. 똑똑. 누군가 책상을 두드리길래 잠에서 깨 소리가 나는 쪽으로 살짝 고개를 들었다. 이재환이 웃으며 아이스커피를 책상에 놓았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벙찐 표정으로 책상에 놓인 커피와 이재환을 번갈아 쳐다봤다. "늦어서 커피 못 마셧지? 뭐 좋아하는지를 모르겠어서 라떼로 사왔는데..." 라며 말끝을 흐린 이재환은 눈을 긁적였다. "아아...좋아해. 라떼"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커피만 쳐다보며 대답했다. 살짝 웃는 소리가 나 그제야 얼굴을 들어 이재환을 보니 "그래, 이제 수업시간에 그만 졸고" 라며 이재환은 장난스런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아 얼른 고개를 숙였다. 너무 부끄러워 이재환이 빨리 제 자리로 돌아갔으면 싶었다. "고마워, 잘 마실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또 한번 작게 웃은 이재환은 잠깐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떼고는 남은 수업 잘 들으라며 제 자리로 돌아갔다. 뭐지? 방금 내 머리에 이재환의 손이 놓였던건가.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흥분되는 마음이 주체가 안되 벽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공책을 들어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저번에 커피를 좋아한다 대답했던 걸 기억하고 사다준건가. 수업시간 내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본 건가. 별의 별 생각이 다들었다. 조금 갑작스레 이재환과 내 사이가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에 놓여진 커피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이재환을 바라보았다. 이재환의 책상에도 나와 같은 아이스라떼가 놓여있었다. 내 커피를 한번 이재환의 커피를 한번 바라보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 이재환의 옆모습을 조심스레 한참 바라봤다.

 

 

#

왠일인지 여름이가 자리에 없었다. 항상 일찍와서 앉아 있었던것 같은데 지각하는건가 싶어 강의실 뒤쪽을 바라봤다. 그때 마침 문이 열리며 뛰어온건지 숨이 조금 거칠어 보이는 여름이가 보였고 눈이 마주쳤다. 항상 조용하고 여유 있어 보이던 모습과 조금 다른것 같아 살짝 웃음이 났다. 수업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슬쩍 여름이를 보았다. 피식. 어제 대체 뭘 하다가 잔건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보였다. 지각을 해서 그런지 항상 보이던 커피도 없는 것 같았다. 쉬는 시간이 되어 다시 여름이를 보았더니 이미 벌써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이홍빈! 커피 사러 갈거야?" 평소 홍빈이도 커피를 자주마시는 편이라 학교 카페를 갈 것 같길래 같이 가자고 했다. 왠일로 커피를 마시려 하냐며 묻자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여름이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서 잠깐 고민을 하다가 아이스라떼 두 잔을 주문했다. 왜 두잔을 사냐 묻는 홍빈에 줄 사람이 있다고 대답하자 이홍빈은 벌써 둘이 그런 사이냐며 장난을 쳐왔다. 강의실로 돌아와 아직 자고 있는 여름이에게 다가가 책상을 살짝 두드렸다. 뭘 좋아하는 지 몰라서 라떼를 사왔다는 말에 여름인 한참 말이 없더니 조금 붉어진 얼굴로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이 조금 귀엽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여름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가 떼고는 이제 졸지말라고 말하곤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아이스라떼를 한모금 마시자 항상 쓰다고 느껴졌던 커피가 왠일인지 조금 달게 느껴져 살짝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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