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강한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했지!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길잃ㄴㄴ
"안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나는 지금 아침과 점심을 먹은 상태로 아주 나른하다.
그런 나의 앞에서 아이들은 나와 함께 산책을 나갈 2명을 뽑고 있다.
명이 아니라 마리인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 낮잠 자고 싶은데..
괜히 운동하겠다고 해가지고..
"손 바꾸지 마 영악한 새새끼야!!"
"아오 젠장!!!!! 들켰어!!!!"
.....하..
한숨이 안나올 수가 없어.
어쩜 저렇게 한결같이 바보들일까..
"얘들아, 산책을 꼭 가야만 쓰겠니?"
"네. 주인님 건강을 위해서라면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아싸! 준면이 형 안냈어요!! 빠져빠져!!"
제발.. 평범해지면 안될까..?
그렇게 과격하게 애정을 표시하지 말아줘..
위험해 얘들아.. 그러다 다치면 어쩔려고..
"아 졌으면 뒤로 좀 빠져! 정신사나워!!!"
"민석이 형 졌으니까 뒤로 빠지시죠?"
"형아형아 종대형도 졌어. 은근슬쩍 손가락 바꿈."
"아 앵무새 너어!!!!"
집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 종대는 도망가는 세훈이를 쫒아갔다.
그래서 누가 이겼는데?
흡족하게 웃고 있는 종인이랑 찬열이인가보다.
아쉽게 마지막에 진 백현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섯 손가락 모두 펴진 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냅다 소리를 지른다.
"남자는 주먹이라고!!!!"
"그러는 니도 빠냈잖아."
"남자는 가위야. 아직도 모르겠어요?"
씨알도 안 먹힌다.
산책은 꼭 나가야겠다. 무슨 보복이 올지도 몰라.
옷을 챙겨 입고 거실로 나오니 다들 늘어져서 나를 본다.
"내가 가고 싶었는데.. 야 벌러지. 나랑 바꿀래?"
"꺼져.ㅎㅎ"
찬열이에게 까인 백현이는 곧 종인이를 쳐다봤지만
본 척도 안하는 종인이 덕분에 잔뜩 시무룩해졌다.
"다음엔 내가 갈거야. 주인 기다려."
...개한테서 기다리라는 말 들으니까 되게 묘하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신발을 신었다.
"구겨 신지말고. 제대로 신어 주인. 넘어져."
"넹.."
어쩌다 잔소리꾼이 일등을 한거지?
이 벌러지... 다 의도한거 아니야?
애써 의구심을 떨쳐내고 아이들과 밖으로 나왔다.
날씨 겁나 좋다. 바람도 선선하고 햇살도 따사롭고.
"오늘 날씨 짱 좋지??"
"응. 그러네."
"나오기 싫어하더니 막상 나오니까 좋아하네."
찬열이가 웃었고 그 웃음에 나도 웃었다.
내가 웃는 모습에 종인이도 웃는다.
나름 즐거운 산책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도 되나?"
찬열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얘기하면서 걷느라 주위를 못봤는데..
"길 아는 동물?"
"나는 몰라."
"나도 모르는데?"
.....망함.
불안함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일단 뒤로 돌았다.
"가보자. 우린 할 수 있을거야."
"이러다 더 잃는 거 아니야?"
"주인은 핸드폰도 없고, 우리는 되게 멀리 온 것 같고
일단 뭐라도 하는게 답 같은데."
"....벌러지야.. 답 좀 줘봐.. 너의 머리를 이때 쓰란 말이야."
"주인이 뽀뽀해주면 뭔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한데."
"조니나. 우리 이쪽으로 가보자. 왠지 아까 봤던 나무 같아. 저 나무."
종인이와 저 멀리 보이는 키 큰 나무를 기준으로 먼저 발을 돌리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우리를 쫒아오는 찬열이었다.
근데.. 진짜 길 잃은 것 같은데..
"얼마나 더 가야 나오는 걸까..?
벌써 어두워지려해.. 이러다가 해 다 져도 못 돌아가는 거 아니겠지..?"
"두려워하지마. 우리 있잖아. 걱정말고 찬열이 형 따라가자."
"주인 어두우니까 옆에 붙어. 괜히 떨어져서 걷지말고."
"응. 종인아 일루와. 붙어."
찬열이에게 팔짱을 끼고 다른 손으로 종인이의 손을 잡았다.
아 불안해.. 왜 자꾸 불안하지..?
"주인. 지금부터 나만 믿어. 왠지 알 것 같아."
나의 불안함을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찬열이는 자기만 믿으라며
성큼성큼 앞서 갔다. 종인이의 손을 꼭 붙들고 그런 찬열이를 쫒아갔다.
그래도 믿음직한 벌러지라서 다행이야. 불안감은 조금씩 달아났다.
"형 언제까지 믿으면 되요?"
"딱 5분만. 그정도면 갈 것 같아."
"믿어도 되지 벌러지..?"
"찬열아 라고 불러주면 더 믿음직하게 해줄게."
"찬열아. 믿어도 되는 거지..?"
고개를 끄덕인 찬열이는 다시 또 성큼성큼 앞서 갔다.
그런 찬열이를 따라가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해는 어느새 져서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다.
"흐어어어.. 망했어어..."
"아 형도 그러면 어떡해요. 애초에 벌레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흐어어어.. 망했어어..."
"주인까지 그러면 어떡해. 내가 뭔 애 둘을 데리고 있는 건지."
결국 종인이는 양손에 나와 찬열이를 잡더니 앞장서 갔다.
뭘 알고 가는 건가? 집이랑 더 멀어지는 거 아냐..?
"주인."
"응?"
"우리 여기서 추위에 떨며 죽는 거 아닐까?"
"아 뭔 소리야아.. 기다려봐. 내가 해볼.."
"주인!!!!!!!"
백현이 목소리다. 아닌가? 잘 못 들었나?
"주인!!!! 거깄어?!!!"
확실하다. 백현이 목소리.
"백현아!!!"
나의 대답에 앞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 내 눈앞에 나타난 백현이.
"...멍청아! 뭔 산책을 하루종일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흐어어.. 백현아아ㅠㅠㅠㅠㅠㅠㅠ"
찬열이든 나든 종인이든 다들 백현이를 붙잡고 울먹였다.
더이상 화를 낼 수도 없는 백현이는 나 빼고 다 떨쳐내더니
나를 붙잡고 앞서 갔다.
"나도 데려가ㅠㅠㅠㅠ"
"형ㅠㅠㅠ 형은 진짜 생명의 은인이에요ㅠㅠㅠ"
"진짜 사랑해 백현아ㅠㅠㅠㅠ"
"...나도."
이런 기회도 놓치지 않는 너란 개는..
그래도 다행이다.. 얘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어..
궁금해지는 이야기 Y
집으로 들어서니 아이들이 불안하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곧 우리를 확인하더니 저마다 숨을 내쉬었다.
곧 민석이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아오! 니는 생각이 있냐?! 없냐?!"
"나도 무서웠다고!!!"
"...다친곳은?"
"없어."
"주인님ㅠㅠㅠㅠㅠㅠ전 또 주인님 다시는 못 보는 줄 알고ㅠㅠㅠ
제 간식이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ㅠㅠㅠㅠ"
"준면이 간식 먹을 동물?"
"나."
"그래. 우리 종인이도 피곤했을테니까 간식먹자."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은 준면이는 망부석처럼 굳었다.
그러나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게 누가 간식셔틀 취급하래?
"다시는 안 놓을거야.."
덕분에 백현이의 집착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빼면
꽤 괜찮은 결말이었다.
씻고 나오니 아이들이 TV를 보고 있었다.
소파에 다 앉아있기에 슬금슬금 바닥에 앉으니
세훈이가 일어나서 비켜준다. 경로우대라나 뭐라나.
입을 닫아 새야.^^
"난 먼저 잔다.."
백현이가 눈을 부비며 말했다.
빠이빠이 해주니 싱긋 웃으며 올라가는 백현이.
비틀비틀 졸려움에 취해서 간다. 조심조심..!
"이거 보자. 이거 재밌어."
"궁금해지는 이야기 Y?
언제부터 이런 취향이었데."
경수의 추천에 종대가 불만을 토했지만
딱히 다른 채널을 볼 의향은 없나보다.
경수도 종대를 힐끔보더니 다시 TV에 집중했다.
"머리 좀 말려라. 감기 걸려."
뒤에서 수건을 들고 말하는 찬열이.
머리를 건네주니 방해가 안되는 선에서 말려준다.
"어우.. 야 잔인하다."
나의 말대로 아이들 모두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개 장수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개 목에 줄을 매달아서 냅다 팬다.
굳이 왜 저러는 거지..?
"생명의 소중함도 모르나봐."
"헐, 살아있어ㅠㅠㅠㅠㅠ"
"주인은 보지마."
수건으로 앞을 가려주는 찬열이.
안 그래도 보고 싶지 않았어.
"저 사람도 잡아가서 똑같이 해줘야 해."
"맞아. 느껴보라지."
아이들은 곧 생명을 경시하는 행동에 대해서 토론을 펼쳤다.
나는 귀로만 들었다. 찬열이가 계속 앞을 막아놔서
앞은 볼 수 없었다.
"이래서 인간들은 내 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야."
"똥고양이 주제에. 니도 인간에게 한낱 요물이라며 차별받잖아."
"토끼는 다르냐? 한낱 옷 만들 때 쓰는 재료 주제에."
"지는. 음식물 쓰레기 헤집고 다니는 거지 주제에."
"탕 끓이는 재료인 주제에."
"아오 닥쳐!!!!!! 그렇게 말해서 니들한테 이득될 게 뭐있어?!!!"
둘이 입을 꾹 닫았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생명을 운운하다가 재료가 나오고 그러냐?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야 그래서 아까 그 사람들 잡았데?"
"몰라. 못 봤는데.."
"잡았어야 하는데. 잡아서 아주 맴매를 때려버렸어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웤ㅋㅋㅋㅋㅋㅋ
종대가 말해서 그런가? 더 귀엽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곧 백현이가 눈을 비비며 내려왔다.
"백현이 왜?"
"물.."
눈을 반쯤 뜬 채로 부엌으로 가는 그 모습을 눈으로 쫒았다.
귀여워.. 백현이에게 씹덕이 터지다니...
"야 백현아."
"왜? 뭐? 꺼져. 닌 경수랑 놀아."
"백현아 나도 같이 자."
"올라오던지 말던지."
"같이가아!"
츤데레 마냥 츤츤대던 백현이가 3칸위에서 종대를 기다렸고
곧 종대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리고 있는 백현이에게로 달려갔다.
그러고 보면 종대도 참 이해가 안돼. 왜 굳이..?
"붕어새끼 니 오늘 주인이랑 자주 안있어서 봐주는 거야."
"응!! 앞으로는 자주 같이 있어 볼게!"
"미친 새끼. 야 천천히 와!! 넘어져!!
그럼 주인 마음 상한단 말이야!!!"
말로만 듣던 시발데레..?
아빠?
아이들이 다 잠들었다.
내가 원래 피곤하면 더 못자는 성격이었나?
어쩐지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증 아니야?"
"그러기엔 내가 밤마다 너무 잘 잤어."
"누워봐. 토닥여줄게."
"내가 잠들면? 너가 하루종일 내 머리 받치고 있게?"
경수가 제 다리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하니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럼 방으로 들어갈래?"
"..잠 안오는데."
"나랑 그렇게 같이 있고 싶어?"
"들어가자."
알다가도 모를 경수..
먼저 들어가서 주섬주섬 침대에 누웠다.
경수는 그런 나를 보더니 내 쪽으로 다가와 침대 밑에 앉았다.
"신기하다. 눈높이가 딱 맞아."
신기하게도 딱 경수가 보였다.
슬쩍 웃은 경수는 곧 나를 토닥여주었다.
"팔 뻗기 힘들지? 내가 그쪽으로 갈게."
한바퀴 굴러서 딱 멈추니 왜인지 경수 코앞이었다.
다시 뒤로 굴러가려는 나의 손목을 잡는 경수.
"편하다. 이렇게 있어."
"....나 잠 못 자."
"설레서?"
"몰라아.."
대화를 하면서도 경수는 계속 나를 토닥여 주었다.
"안 힘들어?"
"응. 너잖아."
"주인이라니까."
"세훈이나 민석이 형은 아예 놓은 거야?"
낮게 웃는 경수였다.
눈을 슬쩍 뜨고 경수를 보니 나를 보고 있던 듯 단번에 눈이 마주쳤다.
"놓다마다. 둘은 글렀어."
"하긴. 나같아도 놓겠다."
긍정을 해주며 다시 웃는 경수다.
나도 그런 경수를 따라 웃었다.
"오늘 피곤했지?"
"응. 진짜 너무 피곤했어."
"그러게 누가 그렇게 멀리까지 가래."
"그래서 다음부터는 집이 보이는 한에서 갈려고.
내일 같이 갈... 넌 자는 구나."
"왜? 같이 가고 싶어?"
"가고 싶지. 경수 너랑 낮에 뭘 해봤어야지."
"그럼 오늘 나도 자볼게. 내일 같이 가자."
"좋아!"
뭔가 경수랑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아빠랑 딸 같아. 무한 우쭈쭈 모드로 아빠미소를 짓고 있는 경수 때문에..
"나도 일찍 자야지. 거실까지 나가는 시간 아까우니까
주인 옆에서 잔다."
??????????
그건 뭔...?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내 옆자리에 눕는 경수.
허, 자연스럽다 진짜.
"잘자 주인."
이불도 끌어 덮은 경수의 인사에 딱히 나가라고는 못하겠어서
너도.. 라고 말해주었다.
아니 근데.. 요즘 아이들이.. 내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느낌이군.
옛날에는 절대 내 방은 들어오지말라 그랬는데
툭하며 깨우러 들어오고, 자러 들어오고..
에라이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오늘의 궁금증
날짜 : 2015년 3월 18일 수요일
내가 길 잃었던 곳은 집에서 얼마나 떨어졌지?
내일 아침은 뭐 먹지?
내일은 누구랑 산책가지?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3월 18일 수요일
날씨 : 선선하지만 맑음
어제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후로
아팠던 것도 안 아파진 느낌이다.
정말로 완쾌하면 적어도 아이들이 먼저 떠나기 전까지
내가 먼저 떠날 일은 없겠지.
시험.. |
여러분 안냐세요...? 시험 전주까지 과제에 허덕이다보니.. 시험보는 기간에 왔네요...ㅎ 시험보는 날은 좋아요.. 일찍 끝나서.. 하하하하핳ㅎㅎ...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말아먹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란여자ㅠㅠㅠㅠㅠ벼락치기만 믿는 여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아마 이번주는 자주 올 것 같아요♥ 아마도..?ㅎㅎㅎㅎ
암호닉이여요!♥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 나호/죽지마/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 메리미/니니랑/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 부농/luci/알콩/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lobo12/그레이/젤리냠냠큥/똥잠 쪙만보/완치병/잇치/레몬빵떡/멍뭉이/세젤빛/백사장/#므ㅏ/워더/거뉴경 밍/퐆퐆/엑소깹송사랑/퓨어/이엘/메추리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