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 사랑하자 - 90 Days Time for Love
도작가의 은밀한 취미 W. Richter
취미
1. 전문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 인사해, 경수야 "
경수는 강압적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누르는 손길에 힘없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한없이 작아진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섯 개의 눈동자에 뒤통수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텅 비어있는 눈동자로 바닥만 내려다보는데 구질구질하니 다 떨어져가는 경수의 더러운 운동화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 켤레의 고운 신발들이 유난히도 비교된다. 경수는 학교에서 곧장 돌아와 구겨진 교복도 채 갈아입지 못하고 끌려오듯이 발걸음 한 이 자리가 불편할 뿐이었다. 지금 이 혼란스러운 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넘겨버리기에 경수의 나이는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었다. 이 자리가 단순한 인간관계의 시발점이 아니라는 말이다.
경수의 머리를 짓누르던 손길이 사라지고 천천히 고개를 들자 묘한 위압감을 지닌 낯선 남자 둘을 볼 수 있었다. 한쪽은 지긋이 나이가 든 중년, 다른 한쪽은 깔끔하게 각잡힌 교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 자로 잰 듯이 빼다 박은 둘의 이목구비에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경수가 언뜻 겁먹은 눈동자를 내비치자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어설프게 눈동자를 굴리며 둘의 시선을 피하자 옆에서는 경수의 팔뚝을 꼬집듯이 세게 잡아당겼다.
" 우리 아들이 낯도 많이 가리고 원체 말수가 적은 애라 이해 좀 해주세요 "
" 네가 경수구나, 말은 많이 전해 들었다만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 "
네,라는 말 하나 하기가 뭐가 그리도 두려운지 경수는 조심스레 곁눈질로 옆에서 싱글거리며 웃고 있는 제 엄마의 얼굴을 살폈다. 한참을 망설이던 경수는 끝내 목소리를 내기보다 두어 번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누군가가 보면 어른에게 대답하는 꼴이 버릇이 없다고 하겠지만 고갯짓만이 지금 경수에게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 준면이도 우리 경수는 오늘 처음 볼 거야. 경수가 올해 열여덟이고 준면이가 열아홉이니까 딱 한 살 차이네? 남자애들이니까 금방 형, 동생하고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줌마가 걱정 안 해도 되지? "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목적지를 잃은 시선을 저 멀리 던져놓는데 삐걱거리던 기류가 말문을 튼 엄마로 하여금 자연스레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 만에 들어보는 엄마의 따스한 목소리인지, 하지만 그 목소리는 경수, 자신이 아닌 맞은편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는 남자아이에게로 향했다. 잘 부탁한다며 남자아이의 손을 꼭 잡은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런 환한 미소도, 애정 어린 눈빛도, 다독여주는 손길도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물론 모두 경수를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흠이지만. 가족 같은 화목함이 느껴지는 세명 사이에서 꾹 입을 닫은 경수는 들러리로도 못 쳐줄 만큼 주변을 겉돌았다.
죄를 지은 사람처럼 자꾸만 내려가는 고개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금 터진 실밥이 비치는 신발코만을 바라보는데 여전히 따가운 시선이 경수를 쿡쿡 찔렀다. 혹시 눈치를 주는 엄마일까, 얼른 고개를 들자 아까 지었던 미소를 온데간데없이 싸늘한 얼굴로 경수를 쳐다보고 있는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이 맞는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농익은 남자아이의 눈빛은 달갑지 않다는 듯 경수를 훑었다.
" 안녕 "
그리고는 안녕, 하고 인사를 하는데 짧은 한마디에서조차 불쾌함이 뚝뚝 흘러떨어진다. 잔뜩 위축된 경수는 더더욱 몸을 웅크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받아주었다.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누가 보아도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자라온 티가 나는 남자아이는 초라 하디 초라한 경수에게 거대한 '갑'과 같았다. 아니, 남자아이는 어쩌면 사회에 나가서 만나보지도 못할 잠재적 '갑' 이었다. 들어본 적이 있다. 밤늦은 시간,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가끔씩, 아주 가끔씩, 보기 싫게 금이 간 화장대 거울에 선명한 다홍빛으로 물들어있는 입술을 비추어보던 엄마가 중얼거리듯 내뱉던 말을.
대형 출판사의 사장이라고 했다. 곧 내 아버지가 될 사람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 모든 짐을 떠맡겨놓고 간 무능력한 남자가 아닌 발목을 묶고 있는 족쇄들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남자라고. 돈에 대한 광기 어린 엄마의 표정을 본 경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때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가 남기고 간 모든 것이 한순간에 짐 덩어리로 전락해버렸고 그 짐 덩어리에 자신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숨기기에는 너무 크고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내기에는 불안한, 그런 짐 덩어리가 바로 경수였으니까.
담소를 나누며 앞서 걸어나가는 셋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경수는 좀처럼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따라오는 발걸음이 없다는 걸 느낀 남자아이는 뒤를 한 번 쳐다보고는 발을 돌려 경수의 옆으로 다가왔다. 가자, 하고 작게 건네는 말에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기는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매섭게 앞을 노려보던 남자아이가 난데없이 경수야, 하며 이름을 불렀다. 남자아이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자신의 이름에 흠칫 놀란 경수는 땅바닥에 꽂았던 시선을 들었다.
" 너 운 되게 좋다 "
" ... "
" 너, 너네 엄마한테 잘해야겠다, 그치? "
비슷한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저 땅바닥 아래에 기어 다니는 벌레보다도 못하다는 듯이 한껏 깔보는 남자아이의 눈빛과 조롱에도 경수는 대꾸도 하지 못 했다. 남자아이의 입장에서 경수는 끼어들어야 할 자리도 구분 못하고 굴러 온 모난 돌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 아무튼 축하해 "
앞뒤 없이 축하한다는 말에도 경수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분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암묵적으로 철저히 돈으로 일구어진 신분제가 존재하는 현대사회. 신분제 피라미드 하위권 중 최하위를 달리던 경수가 1년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 했던 상류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오늘, 멸시가 담겨있는 축하 인사를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분명히 자신을 업신여기고 우롱하는 남자아이의 말에 그만하라는 말 한마디도 못 할 만큼 경수를 옭아맨 이유.
" 이제 내가 네 형이네? "
야살스러운 미소를 띠며 못마땅하게 자신을 흘겨보는 눈빛에 꼼짝도 하지 못하는 이유. 화를 내는 방법을 몰라서도, 화를 내고 싶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조금씩 끓어오르는 열을 억지로 잠재우기 위해 차분히 숨을 들이쉬던 경수는 앞서가던 제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남자와 만난 후부터 세뇌시키듯 엄마가 항상 속삭이던 말이 있었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바스러져버린 엄마를 알았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한 마디.
' 너만 조용히 하고 있으면 모두가 행복해 "
나만 조용히 하고 있으면 모두가 행복해.
엄마,
행복해?
도작가 의 은밀한 취미 . 찰나의 밤
딱, 딱 손톱 물어뜯는 소리가 귀에 박힌다. 도경수의 왼쪽 엄지손톱이 다른 손톱들에 비해 유난히 짧은 이유이자 그동안 눈치채지 못 했던 도경수의 버릇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나와 도경수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각자의 방에 들어가 글에 몰두하곤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김준면이 다녀가고 나서부터일까 제멋대로 문을 열어줘버린 행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책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김준면은 멀리하라는 말과 함께 기어코 나를 자신의 눈앞에 두는 도경수다.
저번에는 내 글에 대한 이야기로 날 붙잡았다면 이번에는 착상을 도와달라며 날 붙잡아 곁에 앉혔다. 터무니없다는 걸 알지만 이따금 말없이 나를 응시하는 도경수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내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정과 집착, 둘 사이 어딘가에 모호하게 걸려있던 감정은 날이 가면 갈수록 집착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애착이라는 표현이면 적당할 것 같다.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썼던 도수 낮은 안경을 눈가에 걸치고 입을 꾹 다문 도경수는 나를 붙잡아 놓고 두가지 질문 말고는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밤늦은 시간인 만큼 컴컴하게 가라앉은 공기와 종이 팔랑이는 소리가 맞물려 미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차라리 이럴 때 비가 한바탕 쏟아져 내려야 하는데. 망연히 거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일 듯 말 듯, 번져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았다. 누가 담벼락을 타고 넘어와 몰래 훔쳐 보기라도 할까 항상 단단히 커튼을 쳐두어두었으면서 오늘은 웬일인지 커튼이 다 걷혀있다.
" 한창일 때지 "
도경수가 콧잔등 중간까지 내려간 동그란 안경을 올려 쓰며 말했다. 무슨 말인가 싶어 네? 하고 대답하자 하얀 종이 위에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던 손을 멈추고 나를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 다른 스물두 살 애들은 대학가에서 신 나게 놀고 있을 텐데 다 포기하고 글 쓰겠다고 한 거, 후회하지 않아? "
" ...아뇨, 노는 것도 하다 보니 질리더라구요. 다 포기하고 글 쓰는 지금이 훨씬 나아요 "
" 하긴, 그렇게 쉽게 후회할 사람 같았으면 애초에 나한테 메일 보낼 시도조차 못했겠지 "
나도 마찬가지고, 거기까지 말한 후 도경수는 자꾸만 흘러내리는 안경을 벗어 무릎 위에 얹어놓았던 종이와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아무런 목적 없이 도경수와 가까이 앉아있는 건 생각보다 참기 힘들지는 않았다. 머릿속에 떠도는 잡념들 사이로 문뜩 김준면이 비집고 나올 때면 명함을 찢으면서까지 화를 내던 도경수가 떠올라 눈치를 보곤 했지만 차츰차츰 김준면은 그날의 해프닝으로 잊혀 가는듯했다. 앞으로 많이 보게 될 것 같다며 내 이름을 알아간 게 조금 신경 쓰이긴 해도 별일 없을 거란 생각에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도경수가 테이블 위로 올려놓은 종이를 힐끗 들여다보니 마구 어지럽게 뒤엉켜있는 볼펜 선들 사이로 여러 번 겹쳐 굵게 쓰인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비꽃 지는 밤. 차기작, 아니 마지막 작품의 제목인 모양이다. 그 주변으로 흘리듯이 흩어져있는 단어들을 천천히 읽어나가는데 내 눈길을 느낀 모양인지 도경수가 종이를 도로 거두어갔다. 생각보다 글이 잘 안 나온다며 의미 없는 낙서를 한다. 조용히 그의 손을 바라보던 나는 내가 뭐라도 해줄게 없을까 생각하다 선뜻 맹랑하게 입을 열었다.
" 제가 더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 "
도경수는 내 말에 음? 하고 고개를 들고 한동안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 글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주제에 그가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한마디만 듣고 괜히 뭐라도 된 것처럼 말했나 싶어 뒤늦은 후회를 하는데 도경수는 예상외로 아무렴, 하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스듬히 시선을 기울여 나를 빤히 훑는 그.
" 로맨스가 마냥 쉬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 않아서 말이야. 내가 뭘 알아야지 "
" ... "
" 경험을 좀 빌리고 싶은데 "
경험? 내가 도경수의 말을 이해하는 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서야 나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였다. 로맨스를 쉽게 보고 로맨스를 쓰겠다고 한 건데 로맨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으니까 내 경험을 좀 빌리겠다, 이 말인가?
" 죄송해요, 저도 뭘 몰라서. 더더군다나 작가님께 경험을 빌려주고 싶어도 빌려줄 경험이 없네요 "
" 의외인데 "
" 그런가요. 저도 작가님이 로맨스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게 의외네요 "
기분 나쁘지 않게 도경수의 말을 받아쳐주자 그도 똑같이 실소를 터뜨렸다. 비록 실소지만 웃음으로 많이 유해진 분위기에 무슨 말로 이 맥을 더 이어가야 할까 생각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도경수는 내게서 그 깊은 시선을 거두어가지 않는다. 한 번 더 느끼는 거지만 나와 도경수는 아무리 누가 뭐라 해도 엄연히 젊은 남녀 사이이다, 이런 가까운 거리와 분위기는 부끄러운. 살짝 목을 죄이는 공기에 길게 숨을 뱉었다. 도경수는 내가 민망해하는 걸 느꼈는지 눈을 쥐고 있던 종이쪽으로 내리며 말했다.
" 그럼 어쩌지, 곤란하게 됐네 "
습기 때문에 목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머리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는데 다시 고개를 든 도경수와 딱 눈이 마주쳤다. 가끔씩 묘연하게 생각만 해왔던 나쁜 상상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한 공간, 젊은 남녀, 밤 딱 이 세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자아낼 수 있는 관능적인 느낌. 그래, 지금이다. 나도 모르게 목을 울렁였다. 내 바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도경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도경수의 손에 쥐여진 종이 위, 얽히고설켜있는 선들처럼 복잡하게 엉킨 기류가 점점 더 내 목을 강하게 죄여온다. 찰나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남녀 사이에 친구라는 관계는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도경수에게 가진 감정은 한때 일 뿐이라고, 시간이 흐르면 사라져 문하생과 스승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하지만 빨려 들어갈 듯 도경수의 까마득한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절제할 수 없는 욕망이 커져가는 기분이다. 내 곁을 맴도는 그의 시선에 숨소리가 옅게 떨린다. 어색한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공기를 참다못한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소파에 기대고 있던 허리를 살짝 앞으로 기울여 얼굴을 가까이하는 도경수.
" 어디 가게 "
" ...밤도 많이 깊었고 잘 준비해야죠, 더 이상 제가 도울 것도 없어 보이고 "
쭈뼛쭈뼛 이런저런 핑계를 대자 도경수는 어줍지도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잘 준비? 원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잤었나? 요즘 내가 항상 새벽 늦게까지 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람처럼 물어오는 도경수에게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나를 계속해서 자신의 옆에 붙잡아 두고 싶어 하는 것을. 어정쩡하게 일어나있는 자세를 어찌할 줄을 모르고 뻣뻣하게 굳어있으니 도경수가 응? 하고 내 대답을 재촉했다. 도경수가 굳이 다시 앉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중간하게 떨어져 있던 몸을 다시 소파에 붙이자 그제야 앞으로 숙였던 허리를 편다.
도와줄게 없어 보인다니, 나는 아직 알고 싶은 게 많은데, 그러며 검지와 중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끼워진 볼펜을 능숙하게 돌리자 그의 손톱과 볼펜이 작게 딱, 딱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소리가 길어져가면 갈수록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마음이 이상하리라고만 치 불안해진다. 불안해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도경수는 볼펜을 돌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가끔 이른 시간에 자는 것도 나쁘진 않지
그 말에 나는 한차례 망설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왠지 지금 일어서지 않으면 또다시 그에게 변덕이 찾아와 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안녕히 주무세요, 짧고 형식적인 저녁 인사를 건네고 방으로 향했다.
***
평소에 침대에 누우면 금세 곯아떨어졌는데 오늘은 통 지워지지 않는 답답함과 불안함에 잠에 들기 힘들다. 아무리 빨라도 오전 1시까지는 글을 쓰다 자던 버릇을 들여서 그런가, 오늘은 복잡해진 머리로 글을 쓰는 건 힘들겠다 싶어 곧바로 침대에 누웠더니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몸만 뒤척였다. 옆으로 누워 창문 새로 들어오는 흐린 달빛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리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아 머리맡에 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밝은 화면에 인상을 찌푸리고 보자 우측 상단 시계는 어느새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겠다 싶어 냉수로 속을 달랠 생각으로 허리를 일으켰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나오니 커튼을 치지 않아 밝은 달빛이 희미하게 집안을 밝혔다. 어렴풋이 형태만 보이는 주변을 손으로 짚어가며 주방 안으로 향하는데 혹여라도 잘못해서 접시라도 깨뜨릴까 더듬더듬 벽, 어딘가에 달려있는 주방 전등 스위치를 찾았다. 눈 뜬 장님처럼 벽을 쓸자 무언가 툭, 손에 걸리면서 뜨거운 온기가 내 손등 위로 겹쳐진다. 그리고는 손등 위로 포개어진 온기가 힘을 주어 아프지 않게 내 손을 누르니 달칵, 하고 주방 전등이 켜졌다.
불이 켜지자마자 내 손 위로 곱게 겹쳐져있는 다른 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손을 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재빨리 등을 돌리자 여전히 내 손을 잡은 채 반쯤 감긴 눈을 하고 있는 도경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놀란 눈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꽉 잡은 내 손을 들어 올려 보인다.
" 잘 준비한다고 했던 게 몇 시간 전인 거 같은데 "
" ... 아, 저... 잠이 안 와서... 물 좀 마시려고... 작가님은... "
" 계속 거실에 앉아 있다가 주방 스위치를 못 찾고 있길래 "
샤워 후, 얼마 되지 않았는지 그의 알싸한 애프터 쉐이브 냄새가 코에 감돈다. 그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에 마른침을 삼키며 찬찬히 나를 훑는 도경수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물을 마셔야겠다는 본래의 목적은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도경수에게 붙잡힌 나는 문득 그의 목가에 축축하게 맺힌 땀에 시선을 빼앗겼다. 땀이 날일이 없는 서늘한 밤임에도 창백한 안색에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은 가엾기 짝이 없다. 거실에서 졸다 악몽이라도 꾼 걸까, 그의 땀을 쓸어주려 목 가까이 다른 한 손을 가까이 가져다 대려 하자 힘없이 이마를 내 어깨에 기대온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한 걸음 뒤로 밀려나자 내 손을 제 쪽으로 잡아당겨 밀려나지 못하게 나를 가둔다. 온전한 그의 향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어오자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만히 사근사근 나를 간지럽히는 숨결을 받아들이는데 그가 조용히 입을 연다.
" 잠이 안 와? "
" ... "
" 나도 "
처음 듣는 물기 가득한 그의 목소리를 잠잠히 들어주는데 언뜻 들으면 어린아이의 투정 같기도 하다. 말이 끝나자마자 도경수는 내 어깨에 묻었던 머리를 목쪽으로 살며시 돌리고 숨을 고르는데 그 반대로 내 숨은 점점 가빠져만 간다. 꽉 잡았던 손을 풀더니 양손으로 내 양 팔을 단단히 잡아 빠져나갈 틈을 두지 않는다. 목가에 가까이 닿는 그의 숨결에 억지로 거친 숨을 짓누르자 도경수가 말했다.
" 불안해? "
" ... "
" 나도 "
나도, 하며 어깨에 묻었던 얼굴을 천천히 들어 마주하는 그. 무언가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떨리는 눈동자 가득 물기가 서려있다. 분명 그를 다독여주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차마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알 것 같다. 간절함. 도경수는 지금 무언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것 같다. 도경수는 한참 나를 바라보다 다시 얼굴을 내 어깨에 묻는다.
" 후회하지 마, 내 곁에 온 거 절대 후회하지 마 "
명령이라기보다는 간절함에 깊게 배어있는 부탁이었다. 차마 목이 막혀 대답을 해줄 수가 없어 묵묵히 고개만 끄덕여 주자 그를 느낀 건지 내 깊은 품 속으로 파고들듯 나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준다. 언젠가 내가 후회할 날이 올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후회하지 말라는 말만 되뇐다. 어떤 말을 건네주어야 할까 생각하는데 도경수는 아직 할 말이 덜 끝났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 나도 쉽게 놔줄 인연이었으면 애초부터 시작하지도 않았어 "
" ... "
" 그러니까 너만은 지금 그대로, "
" ... "
" 변하지 마 "
변하지 마, 그 말에 허공에 두었던 시선을 내게 안겨있듯이 어깨에 얼굴을 묻은 도경수의 목가로 내리고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켰다. 성숙한 어린아이 같은 그에게 어떤 대답이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았기에. 고요한 정적 속, 머리를 그의 쪽으로 기울이며 대답했다.
후회하지 않을게요.
변하지 않을게요.
***
사담 [ 봐주세영 ] |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오늘편은 겁내 짧다능...^^ 그 이유는 스토리상 다음 편은 경수 과거로 완전히 넘어가서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ㄲ깨주기 위해서라능...! 은 구차한 변명이구요. 제가 아무래도 본업이 있다보니...에휴 제가 그렇죠 뭐... 이것도 주말을 반납해서 쓴 건데 제가 게을러터져서 그런듯욬ㅋㅋㅋㅋ 담화는 원래 분량으로 찾아오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일단 사담으로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요. 심호흡 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저번 편 댓글을 쭉 읽는 중, 글 속의 '나'가 살짝 보편적인 여자주인공의 성격을 띄고있는 것 같다 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업로드하기 전, 글을 쓰면서부터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부분을 넣은 것은 '나'라는 인물 자체가 그닥 매사에 순응적이지 않은 부분과 도경수에 대한 숨겨진 감정, 나름대로의 욕심이 있다는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죠. 또한 경수를 깨우지않고 문을 열어준다는 선택지가 '나'에게는 별것 아닌 정도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죠. 애초에 무슨 이유에서 경수가 예민해졌는지, 누가 방문하는지 또한 새로운 얼굴인 '김준면'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있었던 상태였으니까요.
도부자나 단편시리즈를 보셨으면 알 수 있으시다시피 제가 딱히 보편적인 - 여리고 여린 그리고 너무 제멋대로인 - 여자주인공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보면서 아 이년 존나 답답하네! 고답이년아! 이런 캐릭터로 흘러가지 않도록 신경쓸테니 너무 염려치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ㅎㅎ 뒤늦게 생각해보니 독자님들은 경수에게 준면이 어떤 의미인줄 알고있으신데에 비해 여주는 아무것도 모르고있었던 상황이니 시점의 충돌로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의하겠습니다! 2.
조금 이른 시기에 꺼낸 이야기 일지 모르겠지만 제본..ㅎ.. 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가끔 독자님들께서 제본 이야기를 해주시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 벌써 제본이야기가 나오다니 도작가는 아직 좀 많이 남아있는데 말이져... 무시하지 못하고 이렇게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원래 제 소원 하나가 제가 쓴 글 제본해서 가지기,였거든여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도작가는 소량제본해서 저 소장하고 주변에 읽고싶은 칭구있으면 한두권 정도주고, 이벤트로 두,세 독자님들께 뿌리려고했는데 의외로 겟초ㅑ!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도키도키한 심장을 달래며 이렇게 사담에 써봅니다...ㅋㅋ... 진짜 도작가 원래 0~1편때까지만 해도 제본 생각은 1도 없었는데...
일단 도작가 제본이 나오면 무조건 사겠다!! 이게 아니라 도작가 제본이 나오면 어떨까요? 하는 대강의 선호도 리서치니 마음껏 의견을 뿜뿜 내주세요! 아직 4화밖에 안됐는데 이걸로는 판단이 안선다 싶으시면 그냥 스킵해주셔도 좋습니다!
3. 도작가의 정확한 완결편수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 못난 글분량 배분능력 때문이죠...^^ 그래도 대강 쓰레기같은 궁예를 해보자면 확실한건 도부자 편수보다 적다는거? 죄송
음.... 도작가가 사실 도부자처럼 여러 에피소드로 엮어나갈 수 있어서 편수를 무한정 늘린다면 늘릴 수 있는 시트콤같은 형식이 아닌, 한가지 스토리를 주인공들이 천천히 밟아나아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이라 편수가 비교적 적은 건 불가피한 상황인 듯 합니다. 도부자는 분위기가 13화부터 무르익어서 25화에 완결을 맺었다면 도작가는 그보다 비교적 빠른 시기, 어쩌면 10화 전부터 분위기를 깊게 파고들면서 15화정도로 완결을 맺을 수 있겠다는 것이 제 쓰레기같은 궁예입니다. 만약 제가 스토리 전개를 못하고 골골거려서 길게 늘인다면 한 20화? ... 20화는 무리데스네... 왜냐하면 애초부터 엄청난 장편으로 질질 끌만한 글이 아니기 때문이죠.
사실 그냥 10화로 퉁치려고했는데 이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조차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뭔가 계속 나와서... 네, 제가 바로 구제불능입니다.
이런 작가를 둔 독자님들께 미안하다!!!!!!!!!!!!!!
4.
역시 중요한건 맨 아래에 둬야 제맛. 추리하는 맛을 포기할 수 없지! 하는 분들은 안읽고 넘어가셔도 되는 부분이지만
뭐야? 도경수 왜 이럼? 하는 분들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부분에서 눈치채실 수 있으시다시피 경수는 애정 결핍입니다. 그 증상을 나타내는 부분들을 다시 올라가셔서 한 번 잘 찾아보세영하하홓호호호호!!!!!!!(떡밥변태)
|
♥암호닉♥ / 아직 받아요 |
티슈님 / 찌글찌글님 / 리리님 / 가락님 / 털ㄴ업님 / 얍얍님 / 도부자보다도작가님 / 문학소녀님 / 윰님 / 토끼님 타오네엄마님 / 도비님 / 됴륵님 / 세젤빛님 / 같이의 가치님 / 머랭님 / 맴매맹님 / 별빛님 / 뚜룹님 / 뿡뿡님 우비님 / 피타츄님 / 아꿍님 / 베가님 / 새벽빛님 / 음마비회원님 / 두유님 / 훈훈님 / 알콩님 / 핫초코님 레몬사탕님 / 똥잠님 / 네네스노윙님 / 하트입술님 / 라이타님 / 스폰지밥님 / 쉬림프님 / 나니꺼님 / 베네님 메추리알님 / 바나나킥님 / 쀼님 / 굥숭이네 도담로님 /공듀님 / 꽃잎님 / 캔디경수럽님 / ♡라즈베리님 / 반시님 / 스티치님 갈비님 / 베개님 / 6002님 / 초코나무숲님 / 아메리카노님 / 비님 / 메리미님 / 1등급님 / 텅장님 / 심큥님 독영수님 / 씽씽카님 / 모미님 / 밍뚜님 / 오브님 / 꺼우져님 / 백허그님 / 데자와님 / 제인님 / 모카님 타앙슈욱님 / 웅떡웅떡님 / 초록이님 / 시나몬님 / 찰떡님 / 관대님 / 여정님 / 온동이님 / 간장녀님 / 망고빙수님 족발발족님 / 민속만두님 / 뚜비님 / 윤아얌님 / 관짜주세여님 / 요나님 / ★요다★님 / 칭칭님 / 눈두덩님 / 루양님 설탕님 / 마름달님 / 으하힝님 / 도동도동님 / 페코님 / cy님 / 김까닥님 / 뽑뽀님 / 까푸님 / 리잰님 카프님 / 프링글스님 / 엘리제님 / 꾱님 / 오구후나님 / 세일러훈님 / 바퀴님 / 다리저림님 / 김민덕님 / 톡톡님 퓨어님 / 허니콤보님 / 부릉님 / 힐링몬님 / 바닐라라떼님 / 아프리카청춘이다님 / 미니횽님 / 갈대영님 / 열매님 / 우유퐁당님 바니니님 / 됴료료님 / 꿀귤님 / 비초님 / 뭉님 / 워더님 / ( ͡° ͜ʖ ͡°)님 / 루아님 / 탈링님 / 콤탱이님 박부님 / 오뚜막님 / 끄왕님 / 만복님 / 또이님 / 아디다스님 / 꾸덕님 / 현화님 / 니나뇨님 / 청춘님 빙글빙글님 / 카프리썬님 / 곤듀님 / 찬효세한님 / 뭉그리님 / 포도가시님 / 초코아몬드님 / 코델리아님 / 우리니니님 /세균맨님 게이쳐님 / 보리님 / 다람쥐님 / 드보봅님 / 밝음이님 / 무먹무먹님 / 돌김님 / Mercy한양갱님 / 얄루얄루님 / 뿌뽀뿌님 헌신님 / 밤하늘님 / 궁금이님 / 연필깎이님 / 노을님 / 다한증님 / 총총총님 / 젖소님 / 이웃집여자님 / 굥뚜 슈가파워님 / 샤워가운님 / 둡뚜비님 / 오카와리님 / 제이님 / 찬열이네할머니님 / 물만두님 / 뿌꾸빰님 / 허니됴님 / 잇쨔님 체리님 / 이슬비님 / 달다리님 / 하트.님 / 후니야님 / 뚝딱이님 / 눈누난나님 / 리리님 / 찡찡님 / 수야숭야님 듀크님 / 됴블리님 / 됴뀽님 / 셜록님 / 개님 / 릭샤님 / 이불님 / 가젠님 / 뀨쮸쀼님 / 율님 홈매트님 / 아쿠님 / 거뉴경님 / 핑쿠핑쿠님 / 널만난봄님 / 나호님 / 중독님 / 푸울님 / 더덕구이님 / 까망콩님 복숭아님 / 꽯뚧쐛괣님 / 스무디님 / 망고주스님 / 뀨읭뽀읭님 / 룰루꾸꾸님 / 알찬열매님 / 779님 / 아삭아삭님 / 설림님 쏙흠님 / 넥센히어로즈님 / 0618님 / 카키님 / 테라피님 / 됴됴님 / 자까님님 / 고리님 / 유유세훈님 / 찬열빠님 네라님 / 씽쑝님 / 으니님 / 삼럽해종인아♥님 / 란도초콜릿님 / 이나님 / 도담님 / 하늘에피는꽃님 / 립밤세통님 / 봇님 옥동자님 / 우바우님 / 치킨님 / 무제님 / 샬룽님 / 여리야님 / 예북님 / 빈쨩님 / 서루백님 / #우왕굳#님 도식화님 / D.O.님 / 박애플님 / 도구님 / 레드님 / 마이룬님 / 두준두준님 / 봄날님 / 윰니님 / 일라일라님 작가님 / 메론방구님 / 라임님 / 고고싱님 / 두콩님 / 봄님 / 독일여자님 / 시선님 / 메로나님 / 오지배님 감자님 / 하치님 / 문보우님 / 꼬깔콘님 / 이상향님 / 비회원님 / 카프리썬님 / 아퀼라님 / 꼬냑님 / 딸기붕어싸만코님 아모르님 / 쪼꼬미님 / 1월의봄님 / 하늘님/ 됴리님 / 조카밥오님 / 똥백현님 / ♡축구공녀♡님 / Joboo님 / 베어맥스님 닻별님 / 얼룩말님 / 엘르님 / 문지님 / 망고님 / 촉촉한 초코칩님 / 펜잘규님 / 쿠몬님 / 얀새님 / 곰탱님 바나나킥님 / 라또님 / 샤론님 / 빗소리님 / 도키도키님 / 넴넴이님 / 이오님 / 햇살님 / 둡두루둡둡님 / 샤워가운님 자명종님 / 월하님 / 김꽝꽝님 / 자몽님 / 사쿠라님 / 시우버섯님 / 개복치님 / 플요님 / 조니나님 / 이방그탄조님 소녀님 / 안녕내게다가와님 / 왕뚜껑님 / 현이님 / 31님 / 별다방커피님 / 트롤님 / 0326님 / 스물다섯님 / 쭈꾸미님 전화님 / 데디님 / 핑크공주님 / 메밀묵님 / 문하생님 / 아름다움님 / 백호님 / 보노보노님 / 헤이호옹님 / 백린님 937님 / 밥님 / 움파룸파님 / 2424님 / 허쉬님 / 됴됴한너님 / 도루묵님 / 마징기님 / 캔디님 / 씽덕님 아이유님 / 됴레미님/ 빠밤빠밤님 / 미리별님 / 코코넛님 / ^ㅅ^ 님 / 고라니님 / 허니님 / 김작가님 / 직목디오님 항상님 / 뽀로로님 / 데이비님 / 1004님 / 피자님 / 보름달님 / 봄♡님 / 홍시인 / 자몽♡님 / 레몬사탕님 피크닉님 / 뚠뚠님 / 혜자님 / 그문하생이나일세님 / 호구님 / 더미님 / 피융피융~님 / 준회의향기님 / 셋중하난낸남정네님 / 삼삼님 방부제님 / 곶감님 / 춘향이님 / 명왕성님 / 씨냥님 / 빽님 / 솔비님 / 굥숭이님 / 초코붕님 / 봇님 건도윤님 / 넴넴이님 / 봄☆님 / 삐용삐용님 / 선율님 / 됴라에몽님 / 젤름달님 / 치즈스마일님 / 기린뿡뿡이님 / 니나노님 녹차버블차님 / 낭자님 / 우럭우럭님 / 뀰님 / 곰돼지님 / 체블님 / 2465님 / 한강돗자리님 / 규니니님 / 까까님 호비님 / 순덕이님 / 오로라님 / 눈꽃님 / 데자와님 / 찬샤님 / 소설책방님 / 도아님 / 수즈키님 / 빰빰밤님 밈아님 / 고라니님 / 비타님 / 푸울님 / 구님 / 조니나님 / 미니미님 / 식빵님 / 9301112님 / 지안님 별에서 온 북극곰님 / 조각배님 / 군만두님 / 릭쵸님 / 달달님 / 도경님 / 헤이호옹님 / 은하수님 / 홈매트님 / 됴리아님 복숭아님 / 디유님 / 60002님 / 블루베리님 / 애플님 / 빵슈님 / 페라리님 / 초로님 / 찬샤님 / 나라님
시계님 / 도뀽님 / EL님 / 쥬시쿨님 / 스폰지밥님 / 김쎄쎄님 / 경순님 / 은하님 / 01112됴님 / 복숭아아이스티님
봄나님 / 판타지님 / 빠슘님 / 선물님 / 엘도라됴님 / 씨냥님 / 녹차님 / 누텔라님 / 0328님 / 이응님
땜빵님 / 굥님 / 호이님 / 애기경뚜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