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는 왜 끄는 거야?"
"뉴스 재미없으니까"
"아 그래도 채널을 돌리면 되잖아"
"너 내가 내 옆에 오지 말랬잖아"
"그래도 심심하잖아"
"너 어차피 눈도 안 보여서 티비도 못ㅂ.."
"..."
"아.. 미안"
"아니야 괜찮아 안 보이는 건 사실이잖아"
이 아이는 항상 뭐가 좋아서 웃는 걸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저렇게 실실대기만 하는 이 아이가 너무 싫다. 처음에 내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찾았던 이 고아원에서 그 어떤 아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이 고아원의 소유권이 우리 아버지에게 있다는 걸 아는 선생님들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이 고아원에 딸려있는 작은방은 나의 혼자만의 공간이 되었고, 나는 이 방에 하나 둘 내 물건들로 채워갔다. 점점 이방은 나만의 방이 되어갔고 내가 이 고아원을 찾는 횟수도 점점 늘어났다. 그래도 나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며칠 전에 다른 고아원이 망하면서 이 고아원으로 새로 오게 된 이 아이는 달랐다. 눈도 보이지도 않으면서 이방에 잘도 찾아와서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게 편해서 이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게 영 불편했다. 그리고 항상 좋은 일도 없는데 웃기만 하는 게 제일 미치도록 싫다.
"야 너 왜 자꾸 나한테 오는 거야 좀 나가"
"네가 맨날 혼자 있잖아"
"내가 언제 빨리 나가"
"항상 혼자 있는 걸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 나ㄴ.."
"아 좀 나가라고!!!"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이 아이는 더듬거리며 일어나 방에서 나간다. 이제 좀 자유로워졌다. 나는 이 아이가 확실하게 나간 것을 확인하고 다시 티브이를 켰다. 나는 혼자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이 자유로움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저기"
"..."
"저어기"
"..."
"저기 있잖아!"
"아 왜!! 내가 나가라고 했잖아!!!"
"그렇지만 혼자면 심심하잖아"
"안 심심해"
"심심한 거 다 알아"
"니가 뭘 안다고 그래 니가 그렇게 나에 대해 잘 알아?"
"어?"
"...나가"
"그래ㄷ.."
나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이 아이의 손목을 잡아 방문으로 가서 방에서 내보내고 방문을 잠갔다. 이제 나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하지만 곧 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버지였다.
"여보세요"
'너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냐'
"..."
'어디냐고 물었다'
"..."
'어서 집에 들어오거라'
"싫어요"
'뭐?'
"친구랑 있어요 오늘 늦을 거예요"
그리고 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친구가 설마 나야?"
생각보다 늦게왔네요.. 봐주셔서 고마워요! 댓달고 포인트받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