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후회하는 권순영x상처받고 돌아서는 이지훈
;분홍소년
제목그대로 후회하는 순영이와 상처받고 이미 돌아서버린 지훈이의 이야기야. 제목만 봐도 딱 감이 오는데 순영이가 어마어마한 나쁜남자였고 지훈이는 그런 순영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였어. 둘은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에서 만나 친구로 지내다가 1년이 지나고 18살 때부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지금까지 사귄 케이스야. 지금 둘의 나이는 22살로 할게. 약 4년을 사겼지. 그래도 초반 연애할때는 나름 엄청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사이였어. 비록 같은 남자라서 다른 연인들과는 다르게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서로 죽고 못살정도로 예쁘게, 달달하게 사겼어. 지훈이가 낯도 많이 가리고 원래 좀 냉정한 성격이었는데 순영이 때문에 성격이 많이 바꼈지. 밝아지고 나름 애교도 부릴 줄 알고. 자신한테 한없이 잘해주는 순영이에 지훈이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순영이한테 폴인럽을 하지.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진다는 말이 있잖아? 딱 이 케이스였어. 초반에는 순영이 지훈이를 엄청 좋아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순영이의 불타오르던 마음이 조금 식어버려. 오히려 지훈이의 마음이 더 불타올랐지. 그리고 현재까지 지훈이는 여전히 활활 타올랐지만 순영이는 점점 식어 아예 차갑게, 얼음처럼 굳어버렸지. 둘이 같은 대학을 가기로 하고 열심히 공부까지 했어. 결국은 같은 대학교에 붙었고 말이야. 지훈이는 달달한 캠퍼스 연애를 꿈꾸고 있었지만 순영이는 그렇지 않았어. 스무살이 되자마자 훅 다가오는 신세계란. 순영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신기하고 멋진 어른들의 세계였던거야. 반면에 지훈이는 원래 노는걸 그렇게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별로 감흥이 없었고.
순영이는 먼저 술에게 눈을 돌리다가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해. 술에서 나이트, 그리고 더 넓혀 이젠 다른 이성에게로. 순영이는 그 초반의 풋풋했던 마음을 잃어버려. 지훈이를 나몰라라 하고, 오히려 귀찮게 여겼지. 그렇지만 지훈이는 참고 기다리고 있었어. 그럴수도 있지. 곧 내가 알던 순영이로 돌아올거야. 하고 꾹 참아. 그런데 지훈이의 기다림과는 다르게 하루하루가 갈수록 순영이의 마음은 더 차가워 지는거야. 웃어주지도 않고, 가벼운 스킨쉽조차도 하지 않고. 연락도 안하고. 지훈이를 혼자 내버려두는 시간이 많아져. 그럴수록 지훈이는 지치지만 그래도 순영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자신들의 풋풋했던 연애를 떠올리며 견뎌내지. 지훈이는 더, 더 순영이한테 잘해주려고 하지만 순영이는 지훈이가 그럴수록 더 귀찮아져. 지훈이가 너무 걸림돌 같은거야. 지훈이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지훈이 때문에 여자도 만나지 못하고. 그냥 아예 지훈이가 자기를 집착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지훈이를 경멸스럽다는듯 쳐다보고 이제 하물며 손찌검까지 하게 되지. 자신한테 냉정하게 돌아서고, 하다못해 뺨까지 때리는 순영이에 지훈이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 그래도 엉엉 울다가 순영이 얼굴 보면 그 아팠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려서 또 순영이를 놓지못해. 그렇게 지훈이는 오로지 순영이만을 바라보고 기다리고 상처받고 울어. 순영이는 게다가 성격이 활발해서 친구들도 많이 사겼는데 지훈이는 그러지를 못했어. 그래서 2년이 지나도록 지훈이는 아싸 아닌 아싸였고, 순영이는 그런 지훈이를 거들떠도 보지 않지. 그래서 그 누구도 순영이와 지훈이 아는 사이일거라는 생각을 일체 하지 않아. 그정도로 순영이와 지훈이 멀어진거야. 아니, 순영이가 지훈이를 버린거였지. 철저하게 말이야.
지훈이도 귀여운 외모와 체구때문에 인기가 많은데 순영이만 바라보고 순영이가 아니면 낯을 가려버리니까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서다 그냥 홱 돌아서버리는 거지. 그래서 지훈이의 소문도 좋은편은 아니야. 아무튼 지훈이는 정말 외롭게 홀로 버티고 있었어. 믿고 의지하던 순영이도 돌아서고, 친구도 없고. 지훈이는 매일매일 밤마다 엉엉 울어. 순영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줬으면 하고 매일 간절하게 기도하는 지훈이였어. 그런데 그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기는 커녕 하늘은 지훈이를 배신했지. 지훈이가 모든 미련을 싹 끊고 순영이에게서 냉정하게 돌아선 계기가 있었어. 지훈이 순영이가 너무너무 보고싶어서 순영이 집앞으로 몰래 찾아갔었어. 깜깜한 밤이었지. 그렇게 지훈이 아무런 대책없이 저 멀리 숨어서 순영이가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나 기다렸을까. 익숙한 형체가 다가오는거야. 지훈이 활짝 웃으면서 다가가려 하는 순간 멈칫해. 지훈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멍하니 순영이를 쳐다봐. 그리고 순영이 옆에 다정하게 팔짱 낀 예쁜 여자가 있었어. 누가봐도 둘이 연인사이 같았어. 그것만으로도 충격이었는데 찐하게 키스하면서 집으로 들어가니 얼마나 충격이었겠어. 그래도 지훈이는 순영이가 술먹고 다니고, 자신한테 매몰차게 대한다 해도 바람을 필거라고 생각을 못한거지. 어떻게 보면 지훈이는 너무 순수했어.
순수한만큼 다시는 낫지못할 상처를 받게 된거지. 지훈이는 너무 슬프고 자존심도 상하고 순영이가 너무너무 미운거야. 생각나서 밉고, 아직도 좋아하게 만드는 순영이가 밉고. 지훈이는 그 뒤로 순영이에게 일체 연락도 하지않아.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거지. 순영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말이야. 순영이는 좋아하지. 갑자기 떠나가버린 지훈이가 당황스러웠지만 뭐 어때? 바라던 바였는데 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여자도 만나고 소개팅도 하고 술먹으로 가고. 완전 방탕하게 노는거야. 같은 학교니까 지훈이랑 마주치겠지? 지훈이 앞에서도 여자 손 잡고 웃어주고 잘해주고. 한없이 다정하고. 그런 순영이 보면서 지훈이는 티를 내지 않고 무시하지만 엄청난 상처를 또 받는거지. 그리고 또 독하게 완벽하게 돌아서버리고. 그렇게 지훈이는 완벽하게 혼자가됐어. 독하게 돌아섰지만 여전히 밤마다 엉엉 우는 지훈이였어. 그런 지훈이에게 어느 한 사람이 다가와. 한학년 신입 후배였는데 민규였어. 어째서인지 어느날부터 민규는 지훈이에게 들이대기 시작했지. 혼자 걸어가는 지훈이 뒤 쫄래쫄래 따라가면서,
' 선배 오늘 뭐해요? '
' 선배 저 민규예요 김민규. 선배랑 같은 과예요! '
' 선배 저랑 같이 밥먹으러 갈래요? 제가 살게요. '
등등. 엄청난 들이대기를 선사하지. 지훈이는 그런 민규가 엄청 어색해. 처음에는 냉정하게 말도 안하고 아예 무시로 일관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는 커녕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더 살갑게 구는 민규인거야. 지훈이는 어쩌다보니 간간히 아니, 싫어. 너 저리 가. 라며 짧게나마 반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 그리고 지훈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게 민규는 학교에서 유명한 인물이었어. 잘생겼어 키 커, 돈많아. 게다가 성격도 좋아. 여자들이 좋아하고 남자들이 인정할만한 남자였지. 그런 민규가 자신한테 살갑게 구니까 지훈이는 도무지 적응이 안되는거야.
' 너 따라오지 마. '
' 그럼 저랑 밥먹으러가요. 그럼 안따라갈게요. '
' ..그게 그거잖아. 너때문에 다 여기 보잖아. '
' 어? 선배는 나만 봐야하는데. 누가봐요. 어딜감히. '
그러면서 지훈이 손목 잡고 제 품으로 낚아채기 스킬을 선사하는 민규에 지훈이는 엄청 당황해. 근데 이와중에 순영이하고도 마주친거야. 마주친 순영이에 지훈이는 엄청 당황해하면서 민규 품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는데 그 마음을 알리 없는 민규는 아, 선배 진짜아. 하면서 꽉 껴안고. 그런 민규와 지훈이를 보는 순영이의 표정은 마냥 좋지 않았어. 왜냐면 이 때 순영이는 지훈이를 조금씩 생각하고 있는 단계였거든. 지훈이와 그렇게 헤어지고 방탕하게 놀던 순영이었는데 원없이 노니까 그제서야 현실이 눈앞에 보이는거야. 꾸준히 연락해주던 지훈이가 없고, 잔소리해주던 지훈이가 없고, 밥 차려주던, 웃어주던, 뽀뽀해주던, 걱정해주던 그런 지훈이가 없는거야. 순영이는 그제서야 느끼는거지. 자신의 세상은 지훈이였다는걸. 그렇게 서서히 알아가고 후회하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때마침 그 모습을 본거지. 다정해보이는 둘의 모습을 말이야. 그걸보고 순영이는 확 느껴. 이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저 자리는 내 자리인데 왜 저딴 자식이 있는거지? 왜 이지훈이랑 가까이 붙어있는거야. 하면서 말이야. 참으로 이기적이였어. 게다가 헤어지고 나서 보니까 지훈이가 너무 예뻐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고. 연애 초반의 모습이 보이는거야. 순영이는 애꿎은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지. 그걸 알리 없는 지훈이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민규를 밀어내려 낑낑대. 그런 지훈이 보면서 민규는 귀엽다고 웃어버려.
' 놔줄테니까 밥 같이 먹을거죠? '
' 아, 진짜, '
' 네? 응? '
' 알았으니까 좀 놔..! '
' 진짜죠?! 와 우리 뭐먹으러 갈까요? 선배 뭐 좋아해요? '
놓아줌과 동시에 은근슬쩍 손을 잡는 민규였어. 뭐 좋아하냐고 묻다가 손 잡으니까 와, 선배 손도 진짜 작다. 귀여워. 하면서 다정하게 웃고. 저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민규에 적응이 안되는 지훈이는 또 벗어나려고 손 꼼지락 꼼지락. 근데 여전히 느껴지는 순영이의 시선에 지훈이는 죽을맛이었어. 상처받고 돌아섰지만, 그래도 지훈이의 가슴 한켠에는 당연히 순영이가 남아있겠지.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지는 지훈이와 민규의 뒷모습을 보면서 순영이는 너무 마음이 심란한거야. 그리고 강의하면서, 돌아다니면서 곰곰히 생각하지. 내가 지훈이한테 어떻게 했더라. 하면서 말이야. 집착한다고 그랬고, 경멸스럽다는듯 쳐다봤고, 상처주고, 때렸어. 이 생각까지 마치자마자 순영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 진짜 미쳤구나 권순영. 니가 진짜 미쳤구나 어떻게… 순영이는 점점 울고만 싶어졌어. 생각해낼수록, 기억을 끄집어 낼수록 지훈이한테 얼마나 쓰레기 같이 굴었는지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상처받은 지훈이의 표정. 더이상 웃질 않는 지훈이의 입과 눈. 지훈이의 눈물. 자신한테 뺨을 맞고 충격받은 그 얼굴. 평판이 좋지 않은 지훈이의 소문. 그리고 오로지 혼자였던 지훈이의 모습. 순영이의 손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어. 지훈이는 이제 아예 멀어진거지. 까마득하게 말이야. 집에 돌아온 순영이는 방 구석에 묵혀두었던 상자를 꺼내. 상자의 뚜껑을 여니 액자, 편지, 선물들이 있었어. 그건 다 지훈이와의 추억들이였어. 액자속에 웃고있는 자신과 지훈이. 편지를 읽으면 온통 풋풋한 내음과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추억들. 이런것들을 제 손으로 찢어버렸다는 사실에 순영이는 절망했지.
그런데 순영이는 다시 돌아가고 싶었어. 지훈이한테 다시 사랑을 받고 싶었고, 주고싶었고, 이 풋풋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던거야. 이기적인걸 알면서도 순영이는 지훈이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냥 자신이 주었던 상처를 자신의 손으로 치료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지. 그리고 낯선 남자와 같이있던 지훈이의 모습을 떠올렸어. 순영이는 빌어먹게도 둘이 너무 잘어울렸다는 그 사실에 화가 미치도록 나는거지. 지훈이는 내껀데. 오로지 나만 가질 수 있는 아이인데. 하고 말이야. 그렇게 본격적으로 순영이는 무작정 지훈이를 찾아가기 시작했어. 지훈이는 당연히 놀라지. 문이 부서져라 두드려대서 놀라가지고 나가는데 그 앞에 전혀 예상치못한 인물이 서있고, 다짜고짜 자신을 껴안으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영이에 얼마나 황당하겠어. 지훈이는 당연스럽게 매정하게 순영이를 밀어내지. 자신을 단호하게 싫다며 밀어내는 지훈이에 순영이는 마음이 아파. 자신이 하는 행동이면 무조건 좋아 웃던 아이가 이리도 매정하게 구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순영이는 의도치않게 지훈이를 괴롭히기 시작해. 메달려 보기도 하고 그냥 무작정 미친듯이 미안하다 사과하기도 하고, 울어보기도 하고 욕하기도 하고. 아무튼 온통 잘못된 행동으로 지훈이를 괴롭혀. 그리고 무작정 밤까지 새면서 집앞에 죽치고 있는 순영이를 보며 지훈이는 결국 울먹이면서 화를 내고야 말아.
' 제발 좀 가!! 꺼지라고!! '
' 지훈아..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 응? 지훈아.. '
' 싫다고 할 땐 언제고!! 혼자둘 땐 언제고 왜 이제와서 이러는건데? 진짜 나쁜새끼다 너. '
' 지훈아.. '
' 진짜 싫어..니가 세상에서 제일 싫단 말이야. '
' 지훈, '
'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어. 널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 말이야. '
' .......... '
'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이렇게까지 절망적이진 않았을거야. '
지훈이의 그 말에 순영이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 그정도였다니. 지훈이에게 줬던 상처가 너무 어마어마한거야. 설상가상 이와중에 민규가 치킨이랑 맥주 사들고 지훈이 집으로 찾아온거야. 근데 지훈이는 울고있고 그 앞엔 익숙한 얼굴이 있고. 순영이가 나름 좀 유명한 선배니까 말이야. 술자리에서 둘이 만나보기도 했고. 근데 민규가 생각보다 눈치가 빨라. 그래서 굳은 얼굴로 지훈이한테 성큼성큼 다가가 눈물 닦아주면서 왜 울어요, 이와중에 우는것도 예쁘네. 하면서 지훈이 손목을 잡아. 지훈이는 놀라서 쳐다보고 순영이의 표정은 굳어지고. 순영이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거야. 다정한 둘의 모습. 설상가상 이 야심한 시간에 지훈이의 집을 익숙하게 찾아온 민규. 순영이는 결국 피식 웃어버려. 그리고 지훈이를 쳐다보지.
' 뭐야. 너도 이런거였어? '
' ..무슨말이야. '
' 너도 저새끼랑 놀아난거 아니야. '
' 뭐? '
' 내가 꺼질게 씨발. 이제 찾아오는 일도 없을거야. 괴롭혀서 미안. '
그러면서 순영이는 가버려. 순영이의 멀어지는 뒷모습 보면서 지훈이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냉정하게 돌아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순영이가 저렇게 나오니 지훈이는 심장이 또 찢어질것같이 아픈거야. 그런 지훈이 보면서 민규는 입 꾹 다물고 있는데 곧 지훈이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어. 민규를 원망하기도 하면서도 순영이를 여전히 놓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해. 그런 지훈이 토닥여주면서 민규는 자기한테 오라고. 잘해준다고 그렇게 고백하면서 지훈이 달래는데 지훈이는 고개를 저어. 그리고 울먹이면서, 난 너 동생으로 밖에 안보여. 너도 잘 알잖아. 하고 말하지. 그런 지훈이에 민규는 진짜 너무한다 선배. 하면서 지훈이의 작은 몸을 꼬옥 끌어안고 토닥여주지. 한편 씩씩대며 가던 순영이는 걸음을 우뚝 멈춰서. 그 순간 맨주먹으로 옆에 있는 벽을 죽어라 치는거야. 너무 잘 어울렸던 민규와 지훈. 자신한테 너무나 매정했던 지훈이의 모습. 그리고 정말로 끝났다라고 느껴진 그 기분. 정말로 엿같은거였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후회하기 바빠.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대했을까. 순영이는 지훈이한테 화가난게 아니야. 자신한테 엄청 화가 난거지. 그렇게 호우의 인연은 여기서 끝날거 같았어. 근데 그 다음 날 지훈이의 모습이 안보이는거야. 순영이는 걱정하기 시작하지. 혹시 나를 피하는건가. 왜 모습이 보이지 않지. 하면서 걱정하는데, 지훈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지 무려 일주일이 지날때였어. 순영이는 찾아갈까, 연락할까 고민하다가 지훈이가 정말로 싫어할거 같아서 꾹 참아. 그렇게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데 머리위로 까만 그늘이 드리워져. 순영이 뭐야 하면서 고갤 드는데 민규가 떡하니 서있는거야. 순영이는 당연히 민규가 마음에 들지 않지. 민규 역시도 순영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서로 선배고 후배고 뭐고 죽어라 노려보다 민규가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어.
' 가보세요. '
' 뭐? '
' 지훈이형이 많이 아파요. '
' ..지훈이가 아프다고? '
' 끙끙대면서 선배만 찾아요. '
' .......... '
' 진짜 제가 지훈이형 엄청 좋아하거든요? 당장이라도 뺏고싶은데, '
' .......... '
' 틈을 안주네요. 아, 몰라. 그러니까 빨리 가봐요. 선배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까 한대 패고싶어요. '
' 때려. '
' 미쳤어요? 지훈이형한테 또 미움받게? '
민규의 말에 순영이는 난 기회줬는데 니가 안때린거다 하면서 민규를 지나쳐 빠르게 달려가. 그리고 저 멀리서 달려오는 택시를 급하게 잡아타지. 그런 순영이 보면서 민규는 작게 입술을 깨물어. 그러다 지훈이의 방긋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어버리지. 하여간 진짜 사람 애간장 녹이게 귀여워가지곤 말이야, 하면서 슬슬 강의 들으러 걸음을 옮겨. 한편 기사아저씨를 재촉해 미친속도로 지훈이 집앞에 도착한 순영이는 따따블을 외쳤으니 3만원을 건내주고 후다닥 내려. 그리고 문을 벌컥 여는데 잠겨있기는 커녕 쉽게 열리는 문에 순영이 미간을 찌푸리지. 이지훈은 혼자 사는데 문을 이렇게 열어놓으면 어떡해. 하면서 말이야. 잠겼으면 자기도 못들어갔을텐데. 아무튼 순영이는 집안으로 들어와 신발을 빠르게 벗고 지훈이 방으로 익숙하게 달려가. 문을 벌컥 여니 조그만 애가 얼굴 빨갛게 달아오른체로 아파하는데 그 순간 순영이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는거야. 아파하는 모습 보니까 또 마음이 아프고, 아파하는 모습 보니까 자신이 상처줬던게 마구마구 생각나버려서. 그렇게 머뭇거리다 지훈이 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뜨거운 볼을 쓰다듬어줘. 오랜만에 만져보는 그 말랑한 볼에 순영이는 어쩔 수 없다는듯 웃어버려.
' 아프지마.. '
' ..으응. '
' 훈아,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
' .......... '
' 용서 못할거 다 알아. 바람도 폈고, 널 때렸고, 혼자뒀어. 이제와서 후회하는 내가 많이 미울거 다 아는데..미안. 처음부터 이기적이였던거 끝까지 이기적일래. 나 너 못놔 지훈아. 미안해..떠나가지마. 나한테 매정하게 굴지마. 내가 잘할게. 정말 잘할게. 그러니까 아프지마..응? 훈아. '
두 눈 꼭 감고 색색잠든 지훈이를 보며 그렇게 순영이는 애달프게 말하다가 결국엔 울어버려. 그 작은손에 얼굴을 파묻고 끅끅 눈물을 흘리는데 작은 손이 움직이는거야. 순영이 멈칫 하면서 고개를 드는데 지훈이 언제 눈을 떴는지 게슴츠레하게 순영이를 보고 있었지. 그러다 곧 지훈이 순영이를 보며 해맑게 웃는거야. 아이같이 말이야. 그런 지훈이의 해사한 웃음을 보면서 순영이는 멍해져.
' 어..순영이다아.. '
' .......... '
' 아파서..헛것이 보이나봐.. '
' ..훈아. '
' 내 이름도 불러주네. 훈아, 훈아… 오랜만이다. 그 이름 안불러준지 꽤 됐잖아. '
' .......... '
' 나쁜노옴.. '
' ..지훈아.. '
' 니가 울긴 왜울어..이 나쁜놈아..흐윽, 울어야할건, 윽, 나인데, 왜 니가 쳐울고 난리야아.. '
그 해사하던 웃음은 어디가고 갑자기 온 얼굴 찡그리면서 닭똥같은 눈물 뚝뚝 흘리는 지훈이를 보며 순영이는 당황해. 눈물이 쏙 들어가고 허둥대며 조금 서투른 손길로 지훈이 눈물 다정하게 닦아주고, 쓰다듬어주고. 그런 순영이 보면서 지훈이는 결국엔 탁, 하니 내뱉지.
' 어..꿈 아니네.. '
' 꿈 아니야. '
' ..진짜 순영이네. '
' 훈아. 지훈아. '
' 너 진짜 나빠. 세상에서 제일 싫어. '
' ..지훈아. 제발 그 말만은 하지마. 응? 내가 미안해. 미워해도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말은 하지, '
'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걸 어떡해.. '
지훈이의 그 웅얼거리는 말에 순영이는 온 세상이 정지된것만 같아. 곧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훈이 손 붙잡으면서, 나 받아주는거야? 응? 지훈아. 하면서 지훈이의 올곧은 눈동자를 바라봐. 순영이의 말에 지훈이는 아픈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내가 언제 받아준다고 했어. 아직이야. 너 나빠. 하면서 대답을 회피하지만 순영이는 아무렴 어때. 지훈이가 이렇게 손에 있고, 또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말까지 해줬는데. 그렇게 순영이는 지훈이 온 얼굴에 뽀뽀를 하지. 그런 순영이를 하지말라고 밀어내던 지훈이도 힘이 없으니까 그냥 해라, 너 마음대로 다 해라. 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누워만 있어. 그 일이 있고난 후 순영이는 정말 지훈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봐. 감기기운은 아직 있지만 웬만큼은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과잉보호를 엄청 하는거지. 학교 나오는데 옆에 꼭 붙어있질 않나 지훈이가 조금이라도 기침하면 안절부절 못해하고. 예상치못한 조합에 사람들은 어리둥절. 그런 순영이 보면서 민규는 한심하다는듯 혀를 쯧쯧. 감기가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씌우는 순영이. 지훈이 답답하다고 마스크 내릴려고 하면 순영이는 씁, 안돼. 너 얼굴 너무 예쁘니까 가려야돼. 나만 볼거야. 하면서 눈 위까지 씌어버리는 순영이.
민규가 다가와서 말걸라치면 방어하는 순영이. 지훈이 앞 가로막고 저도 똑같이 민규를 조금 올려다 보는데 그런 순영이 보면서 민규는 가소롭다는듯 픽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지훈이형 감기 다 나았나 보네요? 마스크 이제 좀 벗지. 하면서 마스크 벗겨주려 손 뻗는데 순영이 지훈이 손 잡고 제 뒤로 숨겨버리고. 둘의 유치한 모습 보면서 지훈이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이내 그냥 이러고 있자 하면서 순영이 등에 이마 묻고. 갑작스러운 기댐에 멈칫하던 순영이는 민규와 대치중이었던걸 까맣게 잊고 그저 엄빠미소 발사.
아무튼 순영이는 자신의 죄값을 치루는듯 지훈이한테 엄청 지극정성이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순영이의 마음이 활활 불타오르다 못해 산불을 일으킬 기세고, 지훈이는 조금 미적지근? 지훈이의 반응만 보면 마음이 타오르지 않나보다, 할텐데 지훈이는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어. 지훈이는 아직 조심스러운거였어. 또 마음을 너무 줘버리면 상처만 남을게 두려웠으니까 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지훈이는 아직 순영이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어. 그런 지훈이를 잘 알기에 순영이는 상처받기는 커녕 더 잘해야겠다, 하면서 더 사랑주고, 잘해주고 하는 순영이. 이제 둘이 동거까지 하는데 회식자리가 있어도 칼같이 들어오는 순영이. 직업을 가지고 나서도 자기 마누라 집에서 기다린다고 칼퇴근하는 권순영. 지훈이는 프리랜서여서 집에만 있는 경우? 그래서 순영이 퇴근 시간에 맞춰서 저녁밥 차리고 있는데 역시나 어김없이 일찍 퇴근한 순영이 앞치마 입고 종종 걸어다니는 지훈이 뒷모습 보면서 해맑게 웃는거야. 그리고 바로 백허그 시전.
' 우리 애기 왜이렇게 예뻐? '
' 요, 요리하고 있잖아! '
' 아, 너무 예쁘다 우리 훈이. '
말랑한 볼에 입술 맞추며 웃는 순영이에 지훈이는 잔뜩 발게진 얼굴로,
' 배 안고파? 어, 얼른 옷 갈아입고, '
' 배고파. 그러니까 우선 우리 마누라부터. '
그러면서 지훈이를 번쩍 안아드는 권순영이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분홍소년입니다.
매일 꼬박꼬박 오다가 일주일이나 안왔죠ㅠ.ㅠ
오고싶었는데 사정이 생겨가지고 오지 못했습니다ㅠㅠㅠ..
이번편은 불마크 달지 않은 썰이예요!
좀 순영이가 트레쉬하게 나오긴 했지만..서도 달달하게 마무리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ㅎ..ㅎ..
썰은 10개정도 쓰면 바로 텍파로 묶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암호닉]
0526 , 아슈머겅 , 향 , 콩콩이 , 와우 , 퉤퉤 , 진 , 새벽 , 요덮아놀쟈 , 망구 , 자몽 , 안농
뾰롱뾰롱뾰로롱 , 연두 , 전국에 호우주의보 , 115916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