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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Okawari - Flower Dance 

 

 

 

손바닥만한 창문으로 해가 들었다. 그래봤자 이불의 반만큼도 안 되는 볕이라 어둑한 방 전체를 훤하게 밝히는 건 무리가 있었다.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꿈뻑이며 시야에 초점을 맞췄다. 흐릿했던 것들이 차차 제 모습을 찾아갔다. 

 

학교라면, 정말 신물이 나지만 가야했다. 휘 한숨을 쉬고 소매 끝이닳고 닳은 교복 마이를 허공에 두 번 털었다. 부유하는 먼지들을 손으로 헤쳐내고 구깃한 셔츠 위에 마이를 걸쳤다. 

 

"아, 넥타이." 

 

완전히 잊고 있었다. 문득 스스로 모든 걸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와 기분이 침울해졌다. 그래도 가야지. 악착한 운명을 벗어나려면 그래야지. 다독이고 또 무뎌지면서 가방끈을 고쳐 쥐었다. 

 

"다녀오겠습니다ㅡ."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아침 인사를 건네며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이제야 좀 나답다. 

 

 

* * * 

 

 

고통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어머니의 죽음보다 강아지 뽀삐의 죽음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것이 생살을 베어내는 듯한 고통이지만, 또 누군가는 사랑이 대수냐며 코를 팽 풀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통을 공감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굉장히 이기적인 일이다. 오롯이 나의 입장이 되지 않고서야 누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좀처럼 남에게 내 고통을 토로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어느새 한 없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로 변모해있었다. 곱게 자란 것 같다는 말은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 나는 그 말에 쑥쓰러운 척 크게 웃어보였지만 속으로는 실컷 비웃었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속단하는 것. 우리 엄마가 바로 그 희생자였다.  

 

엄마는 생전 별명이 무대 위의 꽃이였다. 커튼이 걷힘과 동시에 찬란하게 피어났다가, 다시 장렬하게 꽃잎을 떨구고 마는 가련한 꽃. 무대 위와는 다르게 평소에는 다른 보통 아줌마들과 같이 어딘가 수더분하고 억척스러운 구석도 있었다.  

 

그랬던 엄마가, 정말 꽃처럼 져 버린 날, 그때부터 나는 동면에 들어갔다. 딱딱한 껍질을 두르고 어둑한 지하에 옹송그려 앉아 나를 가두었다. 

 

그리고 올해도 여전히ㅡ 겨울이다. 

 

 

고3이 되면서 부터 학교를 다니는 것이 눈치가 보였다. 이렇다 할 목표도 없어 남들이 보면 참 태평하기가 기업의 외손자쯤 되어 보일까. 내 사정을 알고 있는 담임 선생님은 처음엔 거진 일주일에 한 번 나를 불러내어 진로를 캐물었다. 그 열정엔 박수쳐줄만 했으나 안타깝게도 내 대답은 항상 단답이었다. 

 

"아니오." 

"생각 없어요." 

"관심 없는데요." 

 

이 세 문장을 되새김질하듯 계속 반복하다보면 담임 선생님의 얼굴엔 피곤하다는 티가 역력해졌다. 이쯤되면 나는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 애라고 체념할 법도 했다. 그러나 주기만 좀 길어졌다할 뿐이지, 꾸준히 상담실로 불러내어 대화를 시도했다. 

 

오늘도 그럴 생각인가보다. 

 

"승관아. 선생님이 어제 윤 선생님이랑 대화를 좀 했어." 

"... 영어 선생님이요?" 

"그래. 네 작년 담임 선생님." 

 

아, 벌써부터 표정 관리가 안 된다. 담임 선생님도 눈치챘는지 내가 도망가기 전에 재빨리 선수를 쳤다. 

 

"네가 노래 쪽에 재능이 있다고 하셔서," 

"싫어요." 

"응?" 

"저 그 길로 절대 안 가요." 

 

내가 어떻게 그 쪽으로 가서 보란듯이 살 수 있겠어요. 대체 누구 좋으라고.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 간절해진 담임 선생님의 눈을 피하며 목덜미에 손을 가져갔다.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왜 제가 피하는지." 

"......." 

"... 엄마가 안 좋아하실 거예요." 

"하지만 승관아..." 

"저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승관아! 다급히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상담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인다. 교실로 걸어가면서 다시 목울대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가, 세게 움켜쥐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기 위해 손을 놓았을 때, 목덜미가 발갛게 되어 있었다. 이 저주받은 목소리. 떨리는 손으로 수도꼭지를 틀었다. 

 

"차라리 연기를 잘 했더라면 좋았겠지."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세찬 물소리와 섞여든 내 목소리가 공명을 일으켰다. 참 부질없지. 쓰게 웃으며 수도꼭지를 잠갔을 때, 꼴딱이며 힘겹게 물 내려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꼭 지금 내 안에서 나는 소리가 그럴 것 같아서 눈을 비볐다. 

 

거울 속의 나는 두 개가 되고, 또 네 개가 되었다. 

 

 

* * * 

 

 

주말에 한적한 도보를 걷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물론 아주 늦은 시간이나 혹은 새벽 무렵에,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뿌옇게 번지고 길 끝이 아득해 보이기만 할 때를 선호했다. 두께가 있는 후드 집업을 걸치고 무작정 향했다. 자꾸만 눈이 감겨왔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 했다. 점심에 담임과 상담한 것이 자꾸 떠올라 잠을 설쳤던 까닭이다. 

 

한참을 걸었을까, 문 닫은 감자탕집 앞 벤치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이 시간대에 사람이야 흔치 않지만 간혹 노숙자들도 있으니 그리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벤치의 앉은 남자는 꽤나 멀끔하게 생긴 젊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풍선을 불고 있었다. 삐에로들이 들고 다니는 기다란 풍선에 바람을 불어 넣는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은 결코 흔한 풍경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대공원에 가서 만든 푸들 풍선이 떠올라 잠깐 걸음을 멈추었을 때였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남자의 큰 눈에 압도되어 바삐 걸음을 옮기려는데 남자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 저요?" 

"그래요, 너." 

 

불길한 노파심에 오도가도 못하고 못 박힌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남자는 눈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오라는 손짓을 멈추지도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뭉그적대며 남자에게 걸음을 옮겼다. 

 

"왜, 왜요?" 

"풍선 좋아해?" 

 

기껏해야 이 밤중에 겁도 없이 싸돌아 다닌다는 훈계를 먹일 줄 알았더니.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질문이다. 

 

"좋아하진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아요." 

"음... 애매ㅡ하네." 

"......." 

"하지만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지론이람. 작게 비아냥대면서도 한편으론 남자의 손 안에서 빠르게 꼬아지는 풍선을 훔쳐보았다. 속도며 잡는 폼이며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싶었다. 

 

"짠, 강아지." 

"저 주시는 거예요?" 

"응. 너 닮았어." 

"... 근데 왜 반말이세요?" 

"나보다 딱 봐도 어려보이는데 뭘. 학생이지?" 

"그런데요." 

"맞네 그럼. 이름이 뭐야?" 

"이름은 왜요?" 

"아, 난 최승철." 

 

저 그쪽 이름 알고싶다고 한 적 없는데요... 하지만 승철이란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나는 결연하게 입을 다물었다. 단 한 톨의 먼지도 출입을 허하지 않겠노라는 굳은 의지를 담아서ㅡ 그렇게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는 몇 분이 흘렀을까. 남자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그럼 어쩔 수 없이 똥강아지라고 불러야 겠네." 

 

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했다. 

 

"저기요. 저 개 아닌데요?" 

"개 하기 싫으면 이름을 알려주던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여기 있잖아." 

 

지금 그런 말이 아니잖아. 어쩌다보니 내 손 안에 있는 강아지가 구겨지려고 하자 남자는 호들갑을 떨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나 뭐라나. 대체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들으며 실소가 터졌다. 어쩌면 최근 내가 들은 소리 중에 가장 비현실적이면서도 듣기를 바랬던 것이 아닐런지. 

 

입시니 진로니 그런 까마득한 미래를 논하는 딱딱한 소리대신, 엄마가 무대 위에서 연기했던 내용과 같은 말들. 어렸을 때부터 줄곧 내가 잘 때마다 극본을 들고 중얼거리던, 그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대사들.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이 오버랩되면서 순간 울컥하고 무언가가 치밀었다. 

 

"어, 똥강아지. 울어?" 

"......." 

"사실 벙어리도, 속으론 쩌렁쩌렁 온 몸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울어. 밖으로 토해내지 못해서 그렇지." 

"......." 

"정 힘들면 형이 어깨 빌려줄까?" 

"미쳤어요?" 

 

당신은 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할 수 있을까. 마치 예전부터 알아왔던 사이처럼. 남자가 말해주기 전까지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 진짜로 어깨를 빌려줄 것처럼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는 남자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남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앉았다. 

 

"나, 본 적 있어요?" 

"그거 어느 시대 작업 멘트냐." 

"장난, 치지, 말구요." 

 

목구멍을 틀어 막은 울음때문에 말이 물 흐르듯 나오지 못하고 뚝뚝 끊겨서 나왔다. 꼭꼭 숨겨둔 것을 단번에 들킨듯한 기분에 남자를 향한 말들에 하나같이 잔뜩 날이 서 있다. 

 

"글쎄다. 똥강아지는 너가 처음인데." 

"저기요!" 

"풍선을 만들어 놓고, 전해주지 못한 적은 있었어. 딱 한 번." 

"대체, 지금 무슨 말을," 

"결국 못 전해 줬거든. 풍선을 너무 늦게 만드는 바람에." 

"......." 

"다행히 너는 힘이 팔팔하네. 역시 젊을 때가 좋아." 

 

남자는 이번에 분홍색 풍선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곧 내 손에 있던 작은 주황색 강아지가 무색할 정도로 큰 개가 되었다. 전문가처럼 빠른 손으로 만들어 내던 남자는 퍼뜩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왜, 왜요?" 

"역시... 피는 못 속이네." 

 

예? 혼자 중얼대던 남자는 다 만들어진 개 모형을 다시 원상복구 시켰다. 아깝다고 생각하자마자 그는 다시 풍선을 꼬고 비틀었다. 순식간에 그의 손 안에는 아라비아 풍의 칼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우와......" 

 

무심결에 순수한 감탄이 터져나왔다. 남자는 킥킥대더니 내 머리에 큰 손을 얹었다. 이윽고 남자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다른 손으로 내 한 쪽 빈 손에 칼 모양 풍선을 쥐어주었다. 이런거 필요없다고 던져야 하는데, 차마 풍선을 던질 수가 없었다. 

 

"어깨는 못 빌려주니까, 대신 이거라도." 

"......." 

"완전 고맙지?" 

"별로 그렇지도 않은데요." 

"쯧쯔, 요즘 애들은 솔직하지 못해서 문제야." 

 

그렇게 세상 다 산 노인처럼 말해도 나와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 보인다. 많이 쳐줘도 뭐, 끽해봤자 다섯살? 남자는 양손에 풍선 모형을 들고 멀뚱히 서 있는 나를 보며 실없이 웃어보였다. 이가 진짜 하얗고 가지런하네. 그래서 컴컴한 한밤중인데도 남자가 웃을 때마다 주위가 훤해지는 걸까. 

 

"다음에 또 봐. 그땐 웃으면서." 

"... 그럴 일 없어요." 

 

나도 저렇게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제주도에서 태어났다는 나는 사실 그 좋다는 공기 한 번 제대로 마셔본 기억이 없다. 서울에서 연극 공연을 수 차례 뛰었던 엄마는 나를 경기도 어느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면서 나는 제주도를 그림으로 접했다. 쪽빛으로 넘실대는 바다, 모래사장에 비단처럼 부서지는 파도. 평화의 섬이니 환상의 섬이니 엄마에게 말로만 들었을 때는 몰랐던 감동이 그림으로나마 전해졌다. 

 

"승관아, 오늘은 가서 뭐 했어요?" 

"제주도! 제주도 봤어요." 

"제주도?" 

"응응. 승관이 제주도 가고 싶어." 

"... 나중에 승관이가 좀 더 크면 그때 엄마 손 꼭 잡고 가자. 좋겠지?" 

 

으응, 완전 좋아! 하늘만큼 땅만큼! 팔을 최대한 넓게 벌리며 웃어보였다. 천진난만했던 어린 나는 그때엔 보지 못했었다. 왜 당장 제주도에 내려갈 수 없는지, 엄마는 왜 명절에도 고향집에 가보지 못하고 이곳에 있어야 했는지. 모든 이유가 엄마의 얼굴에 담겨 있음에도 미처 몰랐었다. 

 

"... 엄마." 

 

그리고 어릴 때 꿈을 꾼 날이면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왔다. 아스피린을 어디다 뒀었지. 탁자 위에 손을 올렸다가 물컹한 게 잡혀서 눈앞으로 가져왔다. 

 

"아, 이거 안 버렸었나." 

 

어제 남자가 만들어 준 강아지다. 눈을 찌푸리며 어떻게 이 애물단지를 처리할 지 고민했다. 풍선 터지는 소리는 죽어도 싫은데.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자니 나중에라도 터질 것 같아 걱정된다. 어쩌지. 능글맞은 얼굴로 풍선을 억지로 쥐어주던 남자를 떠올렸다. 이름이 뭐랬더라. 나랑 가운뎃글자는 같았던 것 같은데. 

 

"최 승......" 

 

생각이 도무지 안 난다. 문득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였다. 어제 이 시간에 산책을 나갔었다. 그리고 남자를 만났었지. 

 

"아아, 진짜 귀찮게 하네......" 

 

결국 후드 집업을 걸쳤다. 일교차가 심한 쌀쌀한 날씨지만 어디 멀리 나가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면 괜찮을 거다. 

 

강아지 풍선과 칼 풍선을 챙겨들고 현관 앞의 전신 거울을 보니 행색이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이 꼴로 돌아다니면 동네 창피인데. 그냥 그만둘까,하다가 이왕 옷도 입은 거 후딱 주고 잊어버리자는 결론을 내렸다. 

 

"다녀오겠습니다ㅡ." 

 

역시 이 말은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 돼. 

 

 

* * * 

 

 

"그러니까, 바로 이 쯤......" 

 

감자탕 집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남자는 없었다. 을씨년스러운 벤치에 앉아 다시 근방을 살폈지만 남자는 물론이고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앉아 있어도 되는 걸까. 점점 추워지는 탓에 어서 집에 가고 싶었지만 어쩐지 오기가 생겼다.  

 

"지가 또 보자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두고보자. 집업 자크를 턱 밑까지 올린 뒤 팔짱을 끼고 앉았다. 생각해보니 어젠 좀 더 시간이 늦었던 것 같기도 하고. 딱 십 분만 기다려보자, 정 안 오면 풍선만 여기 두고 가자. 그런 생각으로 버티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자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안 돼... 

 

"똥강아지! 정신차려!"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화들짝 깨어났다. 남자는 꽤 심각한 얼굴로 내 양 뺨을 부여잡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 응?" 

 

아니, 그것보다 얼굴이 너무 가깝잖아... 

 

"손, 손 좀 놔주세요." 

"미쳤어? 너 지금 꽝꽝 얼었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서 버틴거야? 언제부터 기다렸어? 나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 

 

뭐 이렇게 호들갑이야. 굳은 팔을 들어올려 시계를 확인했다. 한 십 분쯤 지났으려나...... 

 

"자가용을 놓고 다녔길래 망정이지..." 

 

지금 시각, 3시 30분.  

 

그럼 난 대체 얼마나 기다린거지? 스스로의 대책없음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겨? 지금 난 심각해 죽겠는데?" 

"그러니까 누가 이런 거 주래요." 

"... 너 설마 풍선때문에 지금," 

"그럼 뭐, 형이랑 대화하자고 여기에서 죽치고 기다렸게요?" 

"......." 

"......." 

"형이라니, 그 호칭 뭐야. 또 해 봐." 

"... 아무튼 이거 그쪽이 다시 가져가세요. 저한테는 짐만 되니까." 

 

매정하다 매정해. 툴툴거리는 남자의 말을 뒤로 하고 슬슬 집에 가려는데 몸이 맘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어어? 온갖 용을 쓰며 어떻게 일어나는 데엔 성공했지만 다리가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졸지에 나사빠진 로봇흉내를 내고 있는 나를 지켜보던 남자의 표정이 의아함에서 경악으로 바뀌어갔다. 좀 화난 것 같기도 하고. 

 

"진짜 너... 무슨 생각이냐 대체." 

"......." 

"업혀." 

"네?" 

"잔말말고 업히라고. 어찌됐든 내 탓이니까 내가 책임질게." 

"그러실 필요까지야," 

"너 여기서 나 그냥 보내면 진짜 얼어 죽을 수도 있어." 

 

그건 좀 무서운데. 내 의견은 처음부터 필요없다는 듯, 남자는 걸치고 있던 자켓을 벗어 내 위에 걸치고 등을 내보였다. 물론 남자의 도를 지나친 오지랖이 화근이긴 했다만 이렇게까지 신세를 져도 될 일일까. 남자는 널따란 등을 앞에 두고 망설이던 나를 돌아보더니 내 팔을 낚아채서 업히게 했다. 

 

"악ㅡ" 

"그러니까 순순히 업혔으면 좀 좋아. 이건 뭐 똥강아지가 아니라 고양이네. 말 죽어도 안 듣는 고양이." 

"이게 다 누구때문인데!" 

"예예, 다 제 잘못입죠. 그래서 이렇게 죗값 달게 받고 있잖냐." 

 

남자의 큰 키 덕택에 마시는 높은 곳의 밤공기는 뭔가 좀 색달랐다. 발이 허공에 붕 뜬 기분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어깨선이 한참 내려오는 자켓에선 좋은 냄새가 났다. 

 

"그나저나, 아까 그거 다시 불러주면 안 되냐?" 

"뭐요?" 

"형이라고 불렀잖아. 이왕이면 승철이형ㅡ하고 불러봐. 응? 언제까지 그쪽, 그쪽할 거야. 딱딱하게시리." 

"어차피 오늘로 다신 볼 일 없으니까 상관없잖아요." 

"암튼 까탈레나야, 아주." 

 

이름이 승철이었구나. 최 승철. 어쩐지 예전에 부른 적이 있었던 것처럼 마냥 친숙하다. 몇 번이고 조용히 곱씹어보다가 다시 졸음이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조금은 자도 괜찮겠지. 조금은...... 

 

근데 이 사람 우리집 주소도 모르잖아.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는 깊고 달콤한 잠의 마수에 빠졌다. 

 

 

=============== 

 

처음 뵙겠습니다... 부른러 부라보 첫인사드립니다(^ ^)(_ _) 

 

입덕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안드로메다 뿅망치에 크게 치였다고 합니다... 쿱부 영사하세요 두번하세요.... 

 

비록 재미없으셨더라도 외로운 글쓰기에 댓글 한 줄 보태주시는건 저에게 정말로 큰 힘이 된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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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6.242
ㅠㅠㅠㅠㅠㅠㅠㅠ아련데스ㅠㅠㅠ
8년 전
독자1
아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쿱부라니ㅜㅠㅜㅠㅠ 저만 파는 줄 알았ㅇ는데ㅜㅜㅜㅜㅜㅠ 자까님 글도 잘쓰시고 승가니 진짜 앙칼진 고양이같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 쿱스는 다정킹 ㅠㅠㅠㅠㅠ 다음 글도 기대할게여 신알신하고가요! ㅠㅠ
8년 전
독자2
ㄲ ㅑㅑㅌㅌ....신알신 해요 자까님... 한줄기의 빛.... 썬샤인........ 빨리ㅡ읽고싶어여 다음꺼 흑흑 작가님 짱...
8년 전
독자3
허억 세상에 쿱부... 쿱부라니... 아 작가님 정말... 쿱부 파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ㅠㅠ 승철이 다정미 폭발....ㅠㅠ
8년 전
독자4
아 이런......다음 글이 없네여...? 안돼.. 읽지 말았어야 했어..ㅠㅠ 안돼ㅠㅠ이런 고퀄의 쿱부 글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여ㅠㅠㅠ 제발돌아와주세요 작가님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81.2
쿱부라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쿱부 파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설마 있겠어 하고 검색했는데ㅠㅠㅠㅠㅠㅠㅠ 엄청난 명작이 있었네요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이 보고싶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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